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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만나는 해부학 수업 - 머리털부터 발가락뼈까지 남김없이 정리하는 인체의 모든 것 ㅣ 드디어 시리즈 7
케빈 랭포드 지음, 안은미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6월
평점 :
우주는 광활하지만 우주를 구성하는 재료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현재까지 우리가 확인한 우주 구성 원소는 118개다. 원소들은 원자 단위로 존재한다. 그리고 원자들이 결합한 것이 '분자'다.
요즘 아이가 '마인크래프트' 게임을 한창한다. 블록을 가지고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레고'를 닮았다. '마인크레프트'와 '레고'의 공통점이라면 많지 않은 소재료를 가지고 쌓고 조립하여 완전히 새로운 완성체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우주 그러니까, 만물이라는 것도 그 매커니즘이 다르지 않다.
인간이 지금까지 발견한 원소는 총 118개다. 118개로 우주가 이루어져 있다고 말하는 것은 현대까지의 추정이지만 그것만으로 '지구'와 '별', '생명체'까지 설명이 꽤 잘 되긴한다. 고로 세상만물을 구성하는 단위는 대략 다 거기서 거기이며 길에서 밟고 지나가는 '미물'부터 '돌', '사람' 심지어는 '매운 라면 수프'까지 모두 같은 레고 블록을 사용하고 있다.
'레고'는 모양과 색깔이 다양한 블록을 갖는다. 이 단위를 어떻게 조립하느냐를 가지고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블록을 이렇게 조립하면 '자동차'가 되고, 저렇게 조립하면 '집'이 되기도 한다. 어떤 블록들은 심지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스스로 움직이기도 하고 어떤 블록들은 꽤 말랑말랑해 보이는 질감을 표현할 수도 있다.
특히 수억 년 전에는 여러 원소들이 '물'과 '광물'을 비롯한 다른 '분자'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가 우연히 섞이게 되는데, 이렇게 연결된 유기체가 스스로 복제하는 물질의 특성을 갖게 됐다. 그것이 세포의 시작이다.
단세포 생물이 탄생하고, 오랜 진화를 가쳐 복잡한 생명체가 만들어졌다. 복잡한 생명체는 또 여러 '기관'을 가지는데 그것들의 조합 방식에 따라 '인간'이 되기도 하고 '여타 동식물'이 되기도 한다.
'인간'의 몸에는 대략 34조개의 세포가 있다. 그 세포 속은 작은 기계 부품처럼 생긴 구조물들이 있다. 대략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미토콘드리아', DNA를 보관하는 핵, 단백질을 만드는 '리보솜' 같은 것들이 있다. 이 소기관들은 단백질이나 지질, 탄수화물, 핵산 등으로 이뤄져 있고 이들은 모두 분자라고 부른다.
핵심은 '조합'과 '상호작용'이다. 객체로 존재하던 단위들이 서로 조합하고 상호작용하면서 '완성체'를 구성한다. 이렇게 완성된 존재가 '인간'이다. 조금더 거시적으로 갔을 때, 우리는 사회를 구성하고 국가를 구성하며 인류라는 문명을 구성한다. 고로 '해부학'이라는 것은 단순히 사람의 배를 갈라 그 속에 무엇이 들어가 있는지 눈으로 관찰하고 '이름'을 붙여 명명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매우 작은 단위의 구성체들이 어떻게 조합되고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연구하는 일이다.
흥미롭게도 모든 구성체들은 남김없이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인데, 단독적으로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어떤 것들도 엄밀히 말하면 어떤 방식이든 다른 것과 상호작용하며 우리를 구성하고 있다. 그러니 해부학이라는 것은 단순히 '몸의 지도'를 외우는 일이 아니다.
'이 조립된 나'라는 것이 어떤 부품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 부품들이 어떤 규칙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무엇을 위해 그렇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팡가하는 일이다. 고로 생각은 조금 더 근본적인 질문으로 넘어 갈 수 있다.
'왜 간은 거기에 있어야 하는가', '왜 심장은 뭄추지 않아야 하는가', '근육은 왜 그렇게 붙어 있고, 뇌는 왜 그토록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는가'이다.
고로 근원적 질문과 철학이 해결되지 않으면 단순히 의학적 지식을 외운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조립과 작동 원리를 이해하면 우리는 생명 현상을 이해할 수 있고 설명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신체의 고장이나 치료 혹은 병리학과 의학에서도 설명할 수 있다.
앞서 모든 것은 원자로 이뤄져 있고 원자는 우주를 구성하고 있으며, 조합과 상호방식에 따라 '생명'이 되기도 하고 '무생물이 되기도 한다'고 했다. 즉 다시 말해, '조합'과 '상호방식'을 이해하는 일은 단순히 '의학'이나 '병리학', '해부학'에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나 '천문학', '화학', '물리학' 등 전반적인 통찰을 만들어 낸다.
'드디어 만나는 해부학 수업'은 이름 그대로 제대로 해부학을 '이해'하는 수업이다. 머리로 외우는 것이 아니라, 조립도처럼 따라가며 설계 원리를 파악하게 만든다. 공부하는 사람의 배경이 무엇이든 누구나 따라올 수 있또록 설계되어 있고 왜 그렇게 되어 있는지, 아주 쉽고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당연한 모든 구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어깨가 그렇게 생긴 이유도 있고, 심장이 그렇게 생긴 이유도 있다. 척주가 그렇게 연결된 이유도 있다. 몸은 그냥 존재하지 않는다. '나', '지구', '사회'도 그렇다. 그냥 존재하는 거은 없다.
모두 의도된 구조물들이다. 그 구조를 이해하는 순간 우리는 단순히 해부학을 넘어서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된 물리적 조합체인지를 깨달을 수 있다.
다시 그 조합의 출발점을 돌아가보면 단순 118개의 원소, 몇 가지 분자. 그리고 몇 조개의 세포가 구성원이다. 놀랍도록 단순한 이 재료들이 조합이 되고 상호작용을 하며, 결국 '나'라는 구조물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결국 '해부학'이라는 것은 단순히 '의료계 종사자'들만이 관심을 가질만한 내용이 아니라 우리가 누구이고 어디서 왔으며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를 알아야 하는 우리 대부분의 관심가져야 할 내용이 아닐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