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재즈 러버스
최정식 지음 / 파람북 / 2025년 6월
평점 :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표지부터 끌리지 않을까.
강렬한 색감과 Jazz Lovers'라는 손글씨는 '재즈 음악'을 시각화하지 않았나, 싶다. 개인적으로 '애플뮤직'을 구독하고 가장 많이 듣는 음악 중 하나가 '재즈'다. 이를 '재즈'라고 표현했지만, 이 음악을 잘 표현하기 위해서는 '재즈'가 아니라 '째~즈'라고 읽고 발음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음악을 부르는 명사는 꼭 그 음악의 성향을 닮은데, '힙합'은 꽤 '힙합'스럽고 '째~즈'는 끈적끈적하고 리드미컬한 것이 그 음악의 성향을 잘 표현하는 명사지 않을까 싶다.
주인공 현석은 국악 명인의 아들이다. 해금을 연주한다. 다만 마음은 다른 곳에 있다. 피아노, 그리고 째즈. 전통을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과 자신을 표현하고 싶어하는 그 바람 사이에서 흔들거린다.
글의 소재를 보고 가장 먼저 떠올린 인물은 국악인 '송소희'다. 얼마 전, '송소희' 씨가 나온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국악은 '클래식'이고 '클래식'은 정확한 소리'와 '정형화된 장단'이 있단다. 즉 클래식은 '답이 정해진 음악'이라는 것이다.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가 이미 정해져 있고 잘함과 못함의 기준도 분명하고 선명하다고 했다. 반면 째즈는 다르다. 째즈는 정해진 답이 없다. 감정의 선만 있을 뿐이다. 구조보다는 즉흥에 의미를 두고 정답보다는 흐름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
'송소희'의 인터뷰 내용이 아니더라도 '재즈'하면 떠오르는 꽤 유명한 장면도 함께 떠오른다. 중년의 남자와 여자가 즉석에서 '재즈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하는 질문에 음악으로 답하는 영상이다. 짜여진 악보도 없고 정답도 없다. '도입'과 '끝'도 없다. 그저 흐름일 뿐이다. 영상을 보기에 째즈가 무엇인지 답하지 않았음에도 충분히 답이 됐다.
주인공 현석은 해금을 놓고 재즈 피아노로 이동을 한다. 어쩐지 클래식에서 째즈로 넘어가는 과정이 단순히 악기의 이동만을 의미하는 것 같지가 않다. 마치 짜여진 틀과 구조에서 자유로움으로, 이성과 기준에서 '감성'과 '감정'으로 넘어가는 듯하다. 답이 정해진 세계에서 '정답이 없는 세계로 이주한 셈이다.
재즈 러버스는 재즈 평론가이자, 소설가, 영화음악 평론가, 카피 라이터' 등 다양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최정식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그는 배우 '김미숙'의 배우자로도 알려져 있다. 예술에 관해서 분명한 철학이 있을 법한 이런 배경들이 소설을 더욱 풍부하게 했다는 생각이 든다.
특이하게도 이 소설은 2021년 일본과 한국에서 먼저 출간했다. 고로 아이러니하게 이 소설은 한국 소설이면서 '원제'가 따로 존재한다. 클래식이라는 정형화된 아름다움에서 벗어나 자유로움으로 넘어가는 전개에서 주인공 현석은 '연미'를 만난다.
이 과정에서 소설은 째즈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한다. 다양한 째즈들이 소설의 '소재'가 되고 어떤 째즈는 주인공 '현석'과 '연미'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아마 이 소설 또한 표지와 이름처럼 '째즈'를 닮은 듯하다. 머리보다 마음이 먼저 반응하고 이성적인 것인 설명보다는 말하지 않는 잔잔한 감정의 선들이 더 많은 것을 설명하고 있는...
어쩌면 째즈는 너무나 '정형화'된 우리의 삶에 어쩌면 가장 필요한 것이 '자유로움'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음악이다. 또한 이를 잘 표현하는 소설이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