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 크리스마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스기타 히로미 그림,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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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은 나쁘다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

편견은 나쁘지 않다. 편견은 쉽게 말해 일반화다. 다양한 정보를 인식하기 쉽도록 패턴화하는 일이다. 일반화를 위해선 수많은 빅데이터가 필요하다. 빅데이터를 이용해 '직관력'이 길러지면 이것을 '일반화'라 한다. 편견은 사전적 용어로 '공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을 말한다. 그런데 원래 모든 것은 어느쪽으로나 치우쳐져 있다. 남자와 여자, 백인과 흑인은 전혀 똑같지 않다. 고양이와 개는 전혀 똑같지 않고 시금치와 코끼리도 전혀 똑같지 않다. 우리가 인식하는 대부분의 대상은 이처럼 각각의 방향으로 치우쳐 있다. 이것이 모두 다르지 않다는 것은 유토피아적 상상력일 뿐이다.

얼마전 디즈니에서 개봉한 '인어공주'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인어공주가 왜 흑인이어 하는가에 대한 말이다. 얼핏 이 말은 듣기 좋다. 그렇다면 왜 인어공주는 '여자'여야만 하는가, 왜 머리가 아니라 '다리'가 인어'여야 하는가. 왜 물밖이 아니라 물속에서 살아야 하는가. 이것을 모두 편견으로 한다면 서른 일곱의 수염난 동아시아 청년이 인어 공주가 될 수도 있다.

PC사상은 '정치적 올바름'을 뜻한다. 정치적 올바름은 인종, 민족, 언어, 종교, 성별 등에 의한 편견을 없애자는 주장이다. 그러나 모든 인종은 똑같고, 언어, 종교, 성별은 모두 같은가. 그렇지 않다. 모든 인종은 다르고, 민족도 다르다. 언어도 다르고 종교, 성도 모두 다르다. 다른 것을 보고도 다르다 말하지 않고 같다고 말하는 것은 '올바름'이라는 사상을 지키고자, 거의 모든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오류를 낳는다. 쉽게 말해 스스로 다름을 보고도 같다 말하는 것이 그렇다. 이들은 또다른 의미의 차별이다.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혐오주의에서 벗어나는 가장 기본된 자세다. 전혀 다르지 않다고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야 말로 또다른 혐오를 낳는다. PC주의 사상을 갖고 있는 이들은 다름을 다르다고 말하는 이에게 '선민의식'을 갖는다. 자신의 도덕적 우월함을 남들에게 보이려 한다. 이 도덕적 우월함은 필연적인 '모순'을 만들어낸다. 왜냐면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모든 것은 똑같다'. 그렇다면 성별과 인종, 종교가 모두 똑같은 것 처럼, PC주의와 반PC주의도 같아야 한다. 다름을 인정하는 데에서 존중은 나온다. 인어는 여자여야 한다. 물속에 살아야 하고 백인이어야 한다. 머리보다는 다리가 인어여야 한다.

기발한 아이디어나 생각은 가끔 편견을 깰 때 발생한다. 지난 10년 남반구에서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면서 산타가 눈오는 날, 두꺼운 외투를 입고 온다는 편견이 깨졌다. 내가 살던 곳에서 산타는 언제나 반팔로 나왔다. 거기까지가 신선함의 영역이다. 여기서 정도를 벗어나 한 발 더 나아가게 되면, '산타'는 괴상망측해진다. '산타'는 왜 백인이어야 하는가. 피부를 검은색으로 바꿔보자. 산타는 '왜' 남자여야 하는가. 여자로 바꿔보자. 왜 노인이여야 하는가. 3살배기 아이로 바꿔보자. 왜 빨간 옷을 입어야 하는가. 파란색으로 바꿔보자. 왜 사람이어야만 하는가. '사슴'으로 바꿔보자. 왜 선물을 주어야 하는가. 훔치는 쪽으로 바꿔보자. 이제 편견을 완전히 배제한 순수무결한 산타가 완성됐다. 산타는 파란색 옷을 입은 3살 된 검은 피부의 암컷 사슴이 됐다. 이제 반대의 메커니즘으로 루돌프를 '빨간 옷을 입은 백인 노인으로 바꿔보자'. 이런 괴상망측함은 정도를 지날수록 '언어 와해'일 뿐이다.

편견은 나쁘다. 다만, 정도가 지나친 편견이 나쁘다. 우리 사는 세상은 일반론적이다. 우리의 뇌는 다양한 정보를 쉽고 빠르게 인식하기 위해 '패턴화' 작업을 한다. 패턴화 작업은 새로운 정보를 처음부터 학습하지 않고 이전 경험을 활용하여 빠르게 판단 내릴 수 있도록 돕는다. 고로 경제적이다. 이것은 효율적으로 생각하고 두뇌자원을 활용하도록 돕는다.

이런 일반화는 새로운 상황이나 정보에 대해 빠른 적응력을 키웠다. 이에 대한 생존력을 향상시켜켰다. 수 세기 전, 배를 타고 대륙을 건너왔던 백인을 마주한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총, 균, 쇠'에 의해 멸종을 당했다. 완전히 새로운 이들과 마주하는 것은 일정의 위협이기도 하다.

일반화는 추상적인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을 향상 시킨다. 이것은 문제를 이해하고 관련성을 파악하는 속도를 높인다. 패턴을 인식하여 일반화하는 작업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학습'의 기본이다. 신경학적 연구에 따르면 뉴런 간의 연결성과 신경 회로 형성은 '반복'에 의해 이루어진다. 반복에 의한 패턴 학습은 '신경 회로'를 넓혀 학습능력을 크게 만든다.

2000년이 넘은 공자의 말은 지금도 널리 사용된다. 2000년이 넘은 구닥다리 격언이라 여길 수도 있지만, 아직 사회 저변에 공자에 대한 신뢰는 남아 있다. 공자는 이처럼 '정의'하지 않는 사회를 경멸했다. 그는 춘추전국시대 중국에서 질서가 무너진 사회를 경험했다. 그가 말하길 '군군신신부부자자'라고 했다.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아들은 아들다워야 한다. 이것이 모두 편견이면 임금은 신하답고, 신하는 임금다우며, 아들다운 아버지, 아버지 같은 아들이 나온다. 그것은 얼핏 신세계지만, 결국은 분열이다. 질서가 무너지는 것은 세계에서 '정치적 올바름'은 모든 것은 같다고 말한다. 이처럼 질서가 사라지면 사회는 분열된다. '정치적 올바름'은 결국 '올바름'을 말하는 듯 하지만, 분열의 '형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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