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둑맞은 집중력 - 집중력 위기의 시대,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법
요한 하리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4월
평점 :
1986년 인간에게 쏟아진 정보의 양은 대략 85쪽 분량의 신문을 매일 40종 읽는 것과 같았다. 이 정보는 텔레비전, 라디오, 독서를 모두 합친 양이다. 다만 2007년에는 그 양이 3배로 늘었다. 대략 174종의 신문을 읽는 정도의 정보량이다. 이때가 스마트폰이 출현한 시기니, 그 뒤로 정보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을 것이다. 정보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집중도'가 떨어짐을 의미한다. 처리할 정보가 많아 대충 훑고 빠르게 넘긴다는 의미다. 쉽게 말해 붐비는 슈퍼마켓을 뛰어다니며 필요하다 싶은 물건을 마구자비로 계산대 위에 올리는 바와 같다. 정보가 많으니 진득하니 살펴 볼 여유가 없다. 영양분은 어떤지, 가격은 어떤지, 경쟁사와의 차이는 어떤지에 대해 살펴 볼 여유는 없다. 합리적인 소비를 하지 못한다. 현대인들은 이처럼 정보의 과부하에 의해 몰입을 상실한다. 사람들은 점차 긴글을 싫어하고 필요한 정보만 선별적으로 찾아낸다. 이런 훑기식 읽기를 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런 정보 선별 과정은 습관이 된다. 인간의 뇌는 사용하는 방식에 따라 스스로 자체 변형을 한다. 이를 '뇌의 가소성'이라고 부르는데, 자주 사용하는 방식으로 인간의 뇌의 구조가 재배치된다. 자신이 원하는 정보만 빠르게 캐치하기 위해서는 '망상활성계'라는 두뇌 필터 시스템이 가동된다. 고로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빠르게 습득할 수 있다. 이는 다시 말하면 '확증편향'과 '정보의 비대칭'을 야기하게 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SNS는 이를 체계화하여 아예 알고리즘으로 만들었다. 이렇게 알고리즘은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쉽고 빠르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데, 고로 사용자가 본인의 관심사에 맞춰 필터링 된 정보 속에 갇히기 된다. 이를 '필터버블'이라고 한다. 흔히 유튜브 알고리즘이 그렇다. 생각이 편협해지고 깊은 사고를 할 수 없는 뇌의 구조는 이렇게 만들어진다.
구글, 페이스북, 유튜브 등 현대인들이 사용하는 대부분의 SNS를 비롯한 IT기업들은 사용자로부터 수익을 발생시키지 않는다. 그들의 수익 구조를 살펴보면 대체로 '광고주'로부터 수익이 발생한다. 광고 수익은 그들의 '체류시간'과 '클릭률'을 통해 계산된다. 고로 대체로 많은 IT기업들은 사용자의 주의를 끌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한다. 체류시간을 늘리기 위한 온갖 노력을 한다. 이처럼 주의력을 끌려는 노력들이 많아지면 당연히 주의는 산만해진다. 그렇다고 이 IT기업들이 '사용자'의 '정신건강'까지 유념하진 않는다. 이들에게 직접적인 수익을 발생시키는 쪽은 '광고주' 쪽이지 '사용자' 쪽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용자는 IT기업의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한다. 마치 그것이 공공재인 것 처럼 당연시 그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광고를 이용해 수익을 창출한 기업들은 현재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 했다. 앞서 말한 IT공룡 기업들은 사용자의 '주의력'을 연료로 삼아, 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주의를 끌어당겨 붙잡아두고 도망가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자극을 주기 때문에 컨텐츠의 속도는 빠르고 분량은 짧다. 이 짧은 컨텐츠에는 많은 정보를 담을 수는 있지만, 생각할 여유는 주지 않는다. 책을 읽을 때, 우리는 한 주제에 대해 꽤 긴 시간의 논리 흐름을 따른다. 이 과정에서 비판적인 생각과 비교를 할 수도 있다. 갑자기 어린 시절의 생각을 떠올리기도 하고, 관련이 있는지 없는지 모를 다른 생각에 빠질 때도 있다. 이렇게 정보와 함께 섞여 새로운 생각을 탄생시키는 전체의 과정을 '독서'라고 한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의 주의력을 빼앗을 수 있을까. 어떻게하면 그들로 부터 체류시간을 얻어 낼 것인가. 그것을 고민하면 수익성은 올라간다. 이런 시대적인 흐름에서 현대인의 대부분은 주의력을 상실했다. 우리는 그렇게 집중력을 도둑 맞는다. 가상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이기에 실감하지 못 할 수도 있다. 또한 아주 천천히 오랜 기간 진행된 일이기에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마치 끊은 물의 개구리처럼 말이다. 피부에 와닿을 수 있도록 이 상황을 현실로 옮겨보자. 사회는 마치 '조지오웰' 소설의 '빅브라더'처럼 모든 상황을 감시한다. 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정보를 취합한다. 이후 생각마저 읽어 낸다. 어떤 경우에는 스스로보다 더 많은 정보를 파악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주의를 끌어 당긴다. 관심있게 지켜보던 상품을 매순간 옆에 진열해 두며, 싸게 판매한다고 구슬린다. 이들의 집요함은 밥 먹는 동안에도, 화장실에서도, 혼자 있을 때나 누구와 함께 있을 때도 여지 없다. 난데없이 불쑥 찾아와서 주의를 끌어 당긴다. 이들의 영업실력은 수준급이기에, 이들이 만들어내는 '영업소득'은 이들을 세계적인 마케팅 회사로 만들었다.
'주의를 끌어서, 오래 체류하게 하라, 그것이 돈이다.'
그들의 사업구조에 따르면 우리는 고객도 아니고 주인도 아니다. 그저 주의력만 사용되고 버려지는 이용자일 뿐이다. 고로 우리는 스스로 잠을 줄이면서 '정보'에 노출되고, '대충' 먹으면서 '정보에 노출된다. 그들에게 체류시간이라는 연료를 채워주느라 주의력을 모두 소진해 버린다.
인간의 집중력에는 한계가 있다. 우리는 우리에게 사용해야 할 집중력을 그들에게 써버리고 빈껍데기가 되어 우울증이나 주의력결핍장애와 같은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특히 어린 아이부터 노인까지 무차별적으로 행해지는 '주의력 도둑질'에 의해 우리는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가. 이런 장애를 벗어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 느려지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책을 통해 몰입의 경험을 함으로써 스스로의 집중력을 지키고 온전하게 자신으로 살아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