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왜 무너지는가 - 특권과 반칙 극복할 돌파구, 신뢰와 법치에 대하여
정병석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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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이다. '보수'면 어떠하고, '진보'면 어떠하리. 우리는 지금 신뢰가 무너진 사회에 살고 있다. 자극적인 책의 제목에 가장 우려되었던 것은 혹시 '정치적 편향'의 내용일까봐였다. 책의 초반을 읽으면서 그 우려는 더 심해졌다. 내용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갑자기 다른 노선을 타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책의 중반부를 넘어가면서 안심이 되었다. 생각보다 비판적이지만은 않고 생각보다 애두르지도 않았다. 마지막을 덮으면서 생각했다. '명작이었구나.' 이 책이 나의 손에 들어 온 것은 일종의 행운이다. 책을 읽고 기존의 새계관의 변화가 생긴다면 아주 좋은 책이다. 이 책이 그렇다. 전혀 정치적이지 않으면서 냉철하게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꼬집는다.

'신뢰'. 우리가 필요한 것은 '신뢰'이다. 우리는 신뢰가 무너진 사회를 살고 있다. 정병석 한양대 석좌교수 님의 이 책은 단순 우리의 문제가 '정치'에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우리의 문제는 '경제', '역사',' '사회', '정치'에 골고루 퍼져 있으며 '특권과 반칙을 극복할 돌파구'라는 소제목 밑에 '신뢰와 법치에 대하여'라는 문구를 달고 이 책을 출판했다는 것은 이 근본에 신뢰가 있어야 한다는 소신 때문이었다. 이 책은 우리의 역사와 이웃의 역사, 선진국들의 역사를 번갈아가며 보여준다. 우리의 부족한 점과 그들에게서 배울 점을 말해준다. 우리가 안고 있는 '분열'과 '진영싸움', '가짜뉴스들의 범람', 사회의 양극화'의 문제들에 대해 근간에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은 '사회 간의 신뢰'라고 명확하게 말한다.

우리는 인터넷 뉴스 기사를 보거나 관련 댓글을 보게되면 쉽게 '수구꼴통', '종북좌빨'이라는 용어를 심심 찮게 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집권여당을 무조건적으로 옹호하는 집단이 있는가 하면, 그들이 하는 모든 행위에 딴지를 거는 집단도 있다. 어쩌다 이렇게 사회가 극단으로 변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는 사라저버린 '신뢰'가 그 기저에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진영논리가 이렇게 극화되어 있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좌파'와 '우파'의 명확한 방향을 정하길 바란다. 하지만 정치란 반드시 '좌파'와 '우파'로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중도층이 대단히 많은 복잡한 사회활동이다. 대통령 선거를 치룰 때마다 명확하게 갈라지는 한반도의 반의 반은 언제 보더라도 신기할 정도로 신뢰와 소통없는 사회를 방증한다.

내 쪽의 조금의 양보가 상대 쪽의 어떤 무기가 될지 혹은 어떤 보복이 될지 모르기 때문에 우리는 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한다. 이양할 다음 정권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에 정권을 잡고 있는 동안 최대한 '상대진영'의 뿌리부터 죽여놔야한다. 이런 현대정치사의 순환은 지금 뿐만 아니라, 과거에도 있었고 아마 미래에도 계속 되지 않을까 싶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말년은 항상 불운했다. 예외가 없을 정도라고 볼 수도 있다. 이는 '정치인'들의 문제라고 볼 수는 없다. 우리 사회는 오랜 기간 상공업 발달을 하지 못했다. 국가가 강력하게 통제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서로에 대한 신뢰가 필요한 상공업으로 어떠한 교육도 받지 못했다. 이것은 정치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책은 자극적인 제목을 갖고 있지만, 완전히 극단적인 이야기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세월호 사건과 영국 그렌펠 타워 화재에 대한 비교를 하는 과정에서는 매우 뜨끔하기도 하다. 우리는 세월호라는 국가적 비극 사태를 '정치적 재료'로 활용했다. 거기에는 '좌'와 '우'가 없어야 했다. 반 세기 전에 타국에서 전사한 군인을 찾아가기 위해 좌우없이 노력하는 '미국'에 비해 우리 국민들은 국가로부터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신의 씨앗이 다시 한 번 생겨난 원인이기도 하다. 나는 이는 경악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되려 정치적으로 이용된다는 사실은 몹시 창피하다. 우리는 법치와 신뢰에 굉장히 무딘 편이다.

500년 전, 외적의 침입에 '선조'는 '압록강'을 넘으려 했다. 왕 없이 홀로 남겨진 백성들은 국가가 버린 나라를 지키려 의병을 일으켰다. 300년이 지나 국가에 불만으로 시작한 임오군란과 동학농민운동에 국가는 타협과 신뢰는 커녕 외국인 '일본'과 '청'의 군대를 요청해 자국의 백성을 탄압해 주기를 바랬다. 다시 100년 뒤, 일제에 의해 국가가 팔려나간 나라를 되찾기 위해 수많은 민간인들이 독립운동을 하며 목숨을 잃었다.

정부가 사라진 후에는 '일본'이라는 정권에 대항해야 했고 통일 후에 한국 전쟁이 발발한 뒤에 피난하지 못한 국민들을 뒤로하고 대통령과 정권은 부산으로 새로운 국가의 거점으로 옮겼다. 군사독재 시기에는 밖으로 겨눠야 할 총뿌리를 국민으로 돌렸다. IMF가 터지고 나서는 국가가 진 빚을 국민이 갚아준다는 '금모우기 운동'이 일어났다. 여러 역사적 사건으로 우리 국민들은 '국가'는 '국민'을 보호해야 할 대상이라기 보다, 감시받고 '보호 받아야 할 대상이라고 뿌리 깊이 생각하는 듯 하다. 결국 정권에 대한 불신이 뿌리깊어진 샘이다. 책의 내용은 매우 깔끔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중요한 부분이 워낙 많아서 밑줄을 치거나 모서리를 접는 일 따위는 하지 않았다. 다시 읽어보게 된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완독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였다. 책의 제목은 아주 극단적이지만 저자의 한국을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 담긴 이 책을 보고 많은 자극을 받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일독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 책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내 아이들을 배경으로 책의 사진을 찍게 돼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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