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비움 공부 - 비움을 알아간다는 것
조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옛날 사람들은 혼돈하여 어둑한 가운데 온 세상 사람들과 더불어 담백하고도 적막한 생활을 했다. 그때는 음양이 조화되어 고요하였고, 귀신도 소란을 피우지 않았다. 사계절은 절도에 맞았고, 만물은 훼손됨이 없었으며, 모든 생물은 일찍 죽는 일이 없었다. 사람들은 비록 지혜를 가졌다 하더라도 쓸 곳이 없었다. 이것을 지극한 통일이라 말하는 것이다. 이때에는 일부러 하는 일이란 없이 언제나 자연스러웠다."

책을 한 권 읽었다고 장자를 이해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를 한 단어로 정의하자면 '순리'이지 않을까 싶다. 순리대로 두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다라는 것이 인위적인 무언가를 추구하는 우리 현대 사회에 가장 필요한 철학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이러니 하게도 사회가 복잡해지고 발달 할수록 우리는 오랜 고전과 옛 철학에서 현대의 질문에 대답을 찾는다. 시간이 2000년이 흘러도 인간의 삶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을까. 인류의 역사라고 부르던 오랜 시기 동안 수 많은 철학자들과 사상가들이 '삶'과 '세상'의 원리를 고심하고 기록했지만 결국 우리는 도돌이표처럼 같은 문제를 두고 번뇌를 갖고 산다.

B.C 369년에서 B.C 289년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장자의 사상이 보이는 글이다. 장자는 흔히 '무위자연'으로 유명하고 나비 꿈으로도 유명하다. "장자는 꿈 속에서 나비가 되었다. 조금 뒤에 문뜩 깨어보니 자신이 장자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장자가 나비가 된 꿈을 꾼 것인가? 나비가 장자가 된 꿈을 꾼 것인가." 쉽게 장자의 철학을 이야기 할 수 있던 '나비의 꿈'에서 우리는 영화 '매트릭스'가 떠오른다. 이는 얼핏 동화같은 이야기 같지만 실제로 '현실'이라고 하는 것의 무게를 가볍게 만들어주는 좋은 예시다. 우리는 현실이라는 것에 너무 얽매어 있는 나머지, 무한하지 않은 인생의 극 일부분의 조그만 변화도 거부하면서 무탈하기를 기원한다. 하지만 따지고보자면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진실인지 조차 알지 못하면서 자신이 들고 있는 현실 문제에 무게감에 짓눌려 산다.

따지고 보자면 인생의 1/3을 '잠'을 자고 보내고 인간 행동의 90%는 무의식에 의해 결정된다. 우리가 삶이라고 부르는 대부분은 어쩌면 거의 대부분 '꿈'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결국은 무의식을 제대로 다스려야 인생이 달라진다는 나의 철학에도 조금 닮아 있다. 책의 구성은 짧은 소주제로 나눠져 있고 장자의 예가 들어 간 뒤에 저자님의 소개가 들어가 있다. 조금은 현실에 맞지 않을 수 있는 고전의 이야기를 저자님의 풀이로 더욱 쉽게 읽혀진다.

이 책을 읽고나서 나는 '장자'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흔히 말하는 '불교'철학과도 어딘가 닮아 있기도 하고 '기독교'의 어느 부분과도 분명 닮아 있다. 내가 찾던 기독교, 불교에서 가르치던 이야기들 중 종교라는 '타이틀'을 벗어나 철학으로 접근하고 싶던 이야기이다. 책의 구성은 조금 특이한데, 총 3장의 구성인데 거의 90%가 1장이고 책이 끝날 때 즘에 2장과 3장이 나온다. 1부에서는 '장자, 비움의 공부', 2부에서는 '장자,비움의 통찰', 3부에서는 '장자, 비움의 창작'이 나오는데 크게 구분없이 읽어도 문제는 없는 듯 하다. 책은 두껍지만 페이지수는 300페이지도 되지 않는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장자의 이야기다.

책을 읽으면서는 꽤 많은 부분에서 공감됐다. 흔히 중국에서 나온 동양철학들이 뜬구름 잡는 이야기들이라고 어린시절에 생각했던 적이 있다. 마치 김광석의 '서른즈음에'를 10대에 들었을 때와 나이가 먹고 들었을 때 다른 감성이 느껴지는 것처럼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런 철학들이 공감이 되어가는지 혹은 그런 시대를 갑작스럽게 살게 된 건지, 나혼자 그런 시기를 맞은 건지 알 수는 없다. 최근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를 비롯한 보편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철학책들이 서서히 베스트셀러가 되곤 한다. 어쩌면 우리는 SNS나 스마트폰 뒤로 인간다움에 대한 향수를 갖게 되는지도 모른다.

나는 최대한 스마트폰을 활용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스마트폰 활용법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불필요한 활용을 최소한으로 줄이려고 노력한다. 왠만해서는 알람을 음소거로 해놓는다. 그렇지 않고서는 점점 사색의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조금의 지루함도 참아내지 못하는 습관이 길들여지다 보면, 우리의 무의식에 언젠가 점령당하는 삶을 살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직관적인 알고리즘은 무한대로 나를 무의식대로 흘러가게 놔둔다. 원래 도가나 불가에서는 하루에도 시시각각 변하는 마음의 변화에 대해 깨닫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현대의 스마트폰과 SNS는 사람의 무의식을 이용하고 더 깊게 그 흐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거대 자본과 미디어'에 의해 잠식된 의식 세계를 경계하는 일을 경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장자가 말하는 '순리'라는 것은 최근 많이 깨닫는다. '되려면 어떻게든 된다'는 것을 세상을 조금 살면서 느낀다. 반드시 되야 할 상황에서 되지 않는 경우도 있고 무조건 되지 않아야 할 경우에서 되는 경우도 있다. 우리가 말하는 순리는 이동 방향에 따라 정확하게 예측가능 한 것들이 아니다. 그저 인위적 조정한 것은 언젠가 제자리를 찾아간다는 것이다. 인연도 마찮가지다. 인연을 거스르면 결국 끝이 좋지 아니하고, 끝이 좋지 않는다 하더라도 인연이라면 다시 만나게 되어 있는 법이다. 2000년 전 장자의 글에서 오늘의 내가 느끼는 바가 많다는 사실은 어쩌면 내일을 맞이할 인생 또한 내가 내린 해답에 정의 되지 않을 것이란 걸 의미하게 하는 지도 모른다. 2000년 전 철학자가 남긴 글을 2021년에 읽으며 배우고 같은 사색을 할 수 있다는 것으로 '책'이 주는 놀라운 '타임리프' 능력을 새삼 깨닫는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