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도시 SG컬렉션 1
정명섭 지음 / Storehouse / 2020년 11월
평점 :
절판


제주에 눈이 많이 내렸다. 단 한 걸음도 집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하루 종일 낮잠을 잤다. 어차피 일하지 못할 날이다. 침대 옆에 놓여 있던 책을 꺼냈다. '제3도시'라는 다소 촌스러운 표지의 책이다. 270페이지도 되지 않는 페이지 수에 두께 또한 적당했다. 내가 소설을 잘 읽지 않는 이유는 너무 오래 걸리고 끊어서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오늘이 적절한 날이라고 생각했다. 창 밖에 날리는 눈에 무언가 '집'이라는 구조물로 보호받는 따뜻한 감성을 느끼며 책의 첫 장을 폈다.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저 하루 시간 보내기 용으로 읽어야지 싶었다. '제3도시'라는 이름과 책의 표지면에 아무런 설명도 적혀있지 않았다. 이 책에 대한 아무런 기번 배경도 없이 폈던 첫번째 장이다. 다소 정치적인 어휘가 몇 군데보였다. 다시 덮었다.

얼마 후, 탐탁치 않은 전개일 거라는 생각을 접고 다시 책을 폈다. 인내를 갖고 두 번째 장으로 넘겼다. 책은 확실히 명작이다. 아주 잘 만들어 놓은 한편의 첩보 추리영화 같았다. 비슷한 류의 소재를 가지고 영화화한 작품들이 많다. 그 작품들은 영화화하여 꽤 괜찮은 성적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 책은 지금껏 그렇게 성공했던 영화들과 비교했을 때도 당연 독보적으로 잘만들었다. '윤종빈'감독의 영화 '공작'과도 어딘가 닮아 있고, '공동경비구역 JSA'와도 어딘가 닮아 있다. 남북요원의 의리를 그렸던 '의형제'라는 영화와도 닮아있다. 이 책이 영화 된다면 나는 그 영화를 무조건 볼 의향이 있다. 무척 재밌게 읽었다.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읽었다. 반전에 반전. 다시 또 반전을 거듭한 이 소설을 읽으며 작가인 정명섭에 대해 알아보게 되었다.

얼핏 현실성 없는 '살인사건'을 바탕으로 '누가 범인일까'를 맞춰가는 '소설 같은 소설'들을 몇 편 읽고나면, 사실 소설을 읽고 싶은 생각이 얼마간 생가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명작을 만나게 되면 몇 권의 소설을 더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은 여러 소설책을 읽다가, 어떤 한 '소설가'를 만나고 그의 필력과 자신의 취향이 들어맞았을 때, 그 소설가의 글을 마치 시리즈인 것 마냥 모조리 읽는다. 나 또한 그러한 적이 있었다. '정명섭' 작가의 다른 책들에 신뢰가 가기 시작한다.

책의 표지에 아무런 글이나 설명이 없다. 그저 '제3도시'라는 글자만 떡하게 적혀져 있다. 어쩌면 이 또한 출판사와 작가의 의도일까. 나는 이 책의 아무런 배경 지식 없이 책을 읽었다. 그리고 그것이 이 책을 접하게되고 신선한 반전과 흥미를 거듭하게되는 '신의 한수' 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책의 뒷편에 있는 글을 읽었다. 거기에도 '개성공단'이라는 한 번의 언급만 있을 뿐, 이 소설의 소재가 무엇이고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에 대해 어떠한 단서도 남겨주지 않는다. 책은 아주 가벼운 시작으로 들어간다. 마치 한 점에서 출발한 부채꼴의 꼭지점처럼 출발점에서 멀어 질수록 세계관이 넓어지고 확장되어진다. 판이 커지고 사건과 인물이 복잡하게 얽혀간다.

간단한 '절도사건' 쯤으로 시작한 사건은 자연스럽게 독자를 넓은 세계로 인도하면서 판을 키워간다. 많이 않은 분량에 적지 않은 등장인물을 등장시키며 각자의 색깔을 확연하게 만들어갔다. 조금의 조급함도 보이지 않았지만 빠르게 전개되었고 책을 덮은 순간에는 내가 읽은 내용이 이 270쪽에 모두 적어 두었다라는 것을 떠올려보며 대단한 작가의 필력이라고 확실했다. 이 책은 잘 만든 영화처럼 '버릴 부분이 단 한 군데도 없다.' 편집 없이 지저분하고 정신 없는 B급 영화들을 보면, 주제로 일관적이게 나아가지 못하는 무능에 불만이 쌓이기 마련인데, 이 책은 깔끔하게 전개한다.

스토어하우스는 장르소설 시리즈로 SG컬렉션과 SN컬렉션으로 누어 발간한다. 책의 표지에 있는 SG컬렉션이라는 단어가 무엇인가 봤더니 출판사에서 진행하고 있는 컬렉션과 번호였다. SG는 스토어 하우스 장르소설(Storehouse Genre novel Collection)이라는 뜻이고 1. 제3도시(정명섭), 2.언더에이지(문현경) 3.메스를 든 사냥꾼(최이도), 4 위색(신세연) 이렇게 4편을 추천한다. 그리고 SN컬랙션(Storehouse Novel collection)은 1. 기울어진 의자(이다루), 2.낀(김준년), 3.담아낼 수 없는 장면(김준년) 4.개를 키우지 않는 사람들(김준년) 5.뜨거운 얼음을 만드는 방법(김준년) 이렇게 다섯편이 소개되어 있다. 그 중 SG1번인 '제3도시'가 이렇게 재미 있다면 다른 컬렉션을 안 보게 될 수가 있나싶다. 출판사가 참 마케팅 능력이 좋다고 생각한다.

요즘 폭설에 코로나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실내에 있게 되는 시간이 많아지게 된다. 요즘과 같은 시기에 영화를 보기도 운동을 하기도 어렵다. 게임과 같은 특별한 취미가 있지 않다면 이 정도의 명작은 이번 주말에 보는 것도 강력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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