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반장 - 방송 50주년 기념 작품
조동신 지음 / 리한컴퍼니 / 2020년 8월
평점 :
품절


오랫만에 이런 추리물을 읽어본다. 항상 인문학이나 사회과학 혹은 역사 관련 책만 읽다가 이런 추리물을 읽으니 너무 재밌게 읽었다. 깊은 사색이 필요하거나 독해력이 필요하지 않고 술술 넘어가는 추리소설이다. 책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없이 수사반장이라는 방송과 연관있다는 표지의 글만 가지고 읽었다. 70년대 이 내용이 방송이 된 소재인지는 모르겠으나 짜임새 있고 쉬웠으며 반전도 있는 것이 역시나 드라마를 보는 듯한 전개였다. 물론 내가 이 소설을 읽는 동안 아이들은 옆에서 '베이비버스 키키묘묘 구조대'를 유튜브로 시청 중이라 몰입이 완전해지지는 못했지만, 시원 시원한 글자 규격과 빠른 전개가 아주 빠르게 몰입하게 만들어 주었다.

이 소설의 장점은 배경이 70년대라는 것이다. 요즘 시대를 배경으로 추리 소설을 만들기는 참 쉽지 않다. 그 이유는 우리생활과 뗄래야 뗄 수 없는 CCTV나 스마트폰 등의 복잡한 현대 문명이 아마 극의 몰입을 방해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대문물은 우리 생활 깊은 곳으로 들어 온 문화지만, 아직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문화적 간격이 크기 때문에 극에 완전히 몰입하기에는 쉽지 않다. 다만 이런 70년대 배경에서는 극의 몰입이 매우 좋다.

실제 이 드라마를 본 적이 없던 나로서는 그 배경과 전개 방식이 어쩐지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을 보는 것 처럼 느껴지게 한다. 은은하게 향수를 일으키며, 추리 소설이지만 마음이 편해진다. 책은 이렇다 저렇다 말도 없이 다짜고짜 사건 부터 시작한다. 1화부터 7화까지의 단편 추리 소설들이 짧지만 강하게 실려 있다. 예전에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라는 장편 소설을 너무 재밌게 읽었던 적이 있다. 그 외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도 예전에 한창 좋아했었다. 그런 류의 추리 소설은 우리나라에 많지 않다고 생각했다.

문체가 조금 더 서정적이고 묘사에 신경쓰는 우리나라의 소설보다 무언가 직선적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일본 추리류가 가볍게 읽혔었다. 그런 소설을 쓰는 작가의 한국 소설을 읽고 싶었는데 마침 잘 만나게 된 것같다. 지금은 보지 않지만 수 개월 전까지 나는 넷플릭스를 즐겨 시청했었다. 넷플릭스를 보다보면 정작 한 영화를 끝까지 보지 못한다. 너무나 많아진 선택지에, 이 영화 저 영화를 잠깐씩만 시청하고 영화를 고르는데도 한참이 걸린다. 하지만 어두운 밤이되면 타인의 이야기에 몰입하고 싶은 욕구는 항상 있었다. 그런 욕구를 이 책은 채워주었다.

수사반장은 실제로 본 적은 없다. 하지만 어딘가 익숙한 '오프닝송'은 우리 앞 세대의 추억 나눔 과정에서 어깨넘어로 여러차례 듣었었다. 최불암 배우 님과 조경환 배우 님이 옛날 방송 분위기에 나오는 이런 MBC 드라마의 소재는 어쩐지 올드하고 뻔하디 뻔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1화인 야구모자를 읽는 순간 부터 바로 그런 생각이 바뀌었다. 빠른 전개와 손에 땀이 쥐어지는 속도는 '명작'으로 꼽히는 살인의 추억과 비교해서도 전혀 손색이 없다. 1화 부터 7화까지 모든 내용이 하나도 빠질 것 없이 좋았다.

소설은 나이가 든 수사 반장이 옛 기억을 떠올리며 회상하듯 이야기를 풀어가는 식으로 전개 되는데, 아마 이 이야기는 다소 70년대의 이야기에 공감하지 못할 현대인들에게 조금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재편된 구성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독후감에는 책에 대한 스토리는 왠만해서는 피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 이유는 그것은 추리소설에 대한 예의다. 아무런 정보가 없이 읽어야 하는 추리 소설에 간략한 스토리라도 듣는다면 그것이 결말이 아니라 하더라도 김빠지는 일이다. 살짝 아쉬운 부분이라면, 안에 담긴 내용이 너무 좋아서 그런지, 다시 표지를 봤을 때, 조금 더 멋지게 표지가 나왔다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그 외로는 오랫만에 가슴 조리는 추리물을 볼 수 있어서 100% 만족했다. 이 책을 다 읽어서 다시 또 추리물에 빠져 오늘 밤에는 비슷한 영화를 찾아봐야 할 듯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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