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 기요시라는 일본 철학자의 책이다. 48세의 나이로 요절한 그는 일본을 대표하는 철학자로 이름이 나 있기도 하다. 그의 책을 처음 접한 나로써는 생소했지만, 첫 그의 문체를 접하면서 느꼈던 문체는 니체의 글처럼 간결하면서 사유적이다. 짧은 글에 많은 의미를 곱씹어야 하는 니체의 문체처럼 이 책의 글 또한 속독할 수 없는 깊이의 글이다. 책은 몹시 얇으나 그만큼 가볍게 읽히지는 않는다. 쉽게 말하자면 어렵다. 책의 두께는 얇지만 깊이는 얇지 않았다. 심오하고 같은 문장을 곱씹어야만 이해가 가능했다.
시작과 동시에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잘은 모르지만, 그가 이 책을 썼을 때의 나이 또한 백발 성성한 노인은 아니였다. 그런 그가 죽음에 대해 그토록 깊이 사유해본다는 것은 그의 철학의 깊이를 알려준다. 일본의 책은 비교적 쉽게 써진 글들이 많다. 글이 워낙 대중적인 매체로 자리잡은 일본에서 문학의 대중화는 한국 독자들에게도 쉽게 읽혀지는 책들을 선보였다. 그런 이유로 나는 일본 글을 읽을 때, 첫 페이지를 열면서 갖는 조그마한 생각인, '깊이 없이 간결하고 쉽겠구나' 했던 생각을 하곤 한다.
다만 이 책은 '일본' 스럽지 않고, 다소 '독일'스럽다. 내가 갖고 있는 선입견이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선입견은 아닐 것이다. 일본의 글이 읽기 쉽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던 다른 독자들이 이 글을 읽는다면 아마 나와 같은 혼란을 느낄 것이다. 예전에 니체의 글을 읽을 때가 기억이 난다. 니체의 글은 도저히 가볍게 읽을 수가 없는 글이다. 이 글 또한 그의 글처럼 가볍지가 않다.
책의 초반에 서술되어 있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에서 저자는 죽음이 '보편적'이라고 말한다. 생각해보면 죽음은 보편적이다. 이 땅에 태어난 모든 이들이 한 번 씩 경험하고 갔고, 지금 살아있는 모든 이들이 앞으로 경험을 보장받은 가치다. 그런 보편성에 대해 막연한 공포는 '아직 겪어보지 못한' 나의 무지일 뿐이다. 그의 글 처럼 죽음이란 어찌보면 흔해 빠진 일이다. 잘나고 못나고, 부자고 가난한 이고, 왕이고 신하고 모두가 한 번씩 겪으며 지금의 나와 내일의 나도 모두 그 방향의 한 점일 뿐이다. 그런 죽음은 행복과 맞닿아 있다.
행복을 서술하는 그의 말에 백 번 공감한다. 노래하지 않는 시인은 진정한 시인이 아니다. 진정한 가치는 그것이 밖으로 뿜어져 나왔을 때야 발현한다. 사랑하지만 표현하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능력있지만 그림을 그리지 않는 화가는 훌륭한 화가가 아니며, 뛰어나지만 사용하지 않는 칼은 더 이상 칼이 아니다. 그저 사람이고 그저 쇠뭉치일뿐이다. 자신의 능력과 실력, 감성이 폭발하듯 발현돼야 진짜 그것으로 인정된다. 진짜 행복은 내면에서만 얻을 수 있는 행복이 아니다. 그것이 뿜어져 나와야하며, 많은 이들이 바라보기도 그렇게 보여야 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