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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만지다 - 삶이 물리학을 만나는 순간들
권재술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9월
평점 :
내가 썼던 책들이 당연히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이토록 내 글들이 부끄러워 졌던 적은 없었다. 감성적인 제목의 '우주를 만지다'는 책을 읽는 도중에도, 육성으로 흘러나오는 '크~'와 같은 감탄사를 불러 일으키고,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는 작가 님을 위한 박수를 두 어번 칠 정도였다. 물리학이라는 다소 메마를 듯한 용어가 책 이곳 저곳에 있으면서도 전혀 메마르지 않고 감성적인 이 책은 잘 만들어졌다고 표현하기도 죄송스러울 정도다. 강력 추천한다.
책은 권재술 작가 님의 글이다. 나는 글쓴이를 표현할 때, 교수, 선생, 화가 등의 다른 직업이 있더라도 작가 님이라고 표현한다. 어쨌건 그는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물리교육과를 졸업했다. 그 뒤로도 과학 교육에 관한 이력을 꾸준하게 갖고 계신다. 솔직히 책을 읽기 전, '교육학'을 전공한 그의 이력 때문에 깊이에 대한 의문을 갖고 있었다. '교육학'은 당연히 초보를 가르치기 위해 깊이보다는 기초적인 내용에 대해 다룰 것이라는 나의 막연한 착각 때문이었다. 대단한 착각이다. 책을 읽고는 권재술 작가 님의 학문의 깊이와 문학적 소양이 뼛속까지 느껴진다.
작가의 소재에 나와 있는 작가 님의 사진은 등산복 차림이다. 자신의 이름을 남기는 저서에도 이 처럼 평범한 자신의 모습을 모여주신다.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다시 그의 모습을 보고는 존경심이 들만큼 소탈하다. 이런게 진짜 교육자고, 작가이고, 물리학자구나 싶은 그의 철학이 몹시 더 궁금해진다.
책은 물리학을 '삶'에 녹였다. 미시세계와 거시세계, 시간과 공간이라는 여러가지 과학적 현상들을 '에세이'와 '시' 인문학 등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한다. 책의 뒷 편에 김상욱 교수와 김선영 작가, 유성호 교수, 함기석 작가의 추천서들이 적혀 있다. 책 한 권 더 팔기 위해, 지인들에 부탁하고 임의로 짜집어 넣은 다른 추천서들과는 달리, 나 또한 그들과 너무나도 공감하는 감정을 갖게 되었다.
책을 읽으며 '이렇게 바라보는 시선도 존재하는 구나.' 를 배운다. 여타 책들 중에는 사실 읽는 시간이 아까운 책들도 꽤 있다. 다만 이 책은 넘기는 페이지 하나, 하나가 모두 소중한 시선들이다. 이 책은 읽어가며 페이지 모서리를 접지 않았다. 너무 공감되고 뼈 있는 삶의 지혜와 감성이 다시 이 책을 들었을 때, 새로움으로 다가왔으면 하는 나의 욕심에서 이다. 깨끗하게 읽은 이 책은 내가 다시 삶에 감성이 메마른 시점에 찾아 읽을 것이다.
다만 책을 읽다가 육성으로 뿜어나온 '크~'의 감탄사가 발현된 몇 구절은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었다. 76페이지에는 지구가 생명체로 만원인 곳이라고 설명한다. 조그만 빈터도 잡초가 자라나며 그 공백의 자리를 채워가는 생명의 공간이다. 그렇듯 인간의 몸에도, 땅에도, 공기에도, 많은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그러며 의사와 농부는 생명을 살리는 일보다 죽이는 일을 훨씬 더 많이 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랬다. 농사를 짓는 사람은 밭에 있는 수 많은 잡초를 뿌리 채 뽑고, 건조한 하늘 밑에 말려버리며 병충해를 막기 위해 농약을 살포하기도 한다. 의사 또한 몸 속에 성정하고 있는 일부 '인간에게 유해하다고 판단되는 균'을 독살 시켜 버린다. 우리는 무엇을 살리고 무엇을 죽일지 스스로 정당하게 판단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철저하게 인간 만을 위한 이기적인 살육은 우주 전체에서는 전혀 정당하지 않다. 인간을 포함한 물리학을 사랑하는 작가 님의 넓은 시선을 확인한 좋은 구절이다.
선택에 관한 구절에서도 절로 눈이 감겨 글을 음미할 만큼 좋은 구절이 있었다. 우리는 수 없이 많은 선택지들 중 하나를 선택하며 인생을 채워나가는데, 우리에 의해 선택된 미래는 시간이 흐르며 과거로 변해간다. '시간은 곧 미래를 죽이는 킬러'라는 표현이 나온다. 이 킬러는 모든 것을 죽이지 않고, 단 한 개만 남겨 놓는다. 그렇게 남겨진 것이 우리의 과거이고 역사고, 인생이라고 한다.
우리는 매 순간을 선택한다. 우리에게 선택받지 못했던 선택지들은 미래라는 다음 단계를 확인해보지 못하고 소멸해버린다. 우리가 선택한 미래만 겨우 다음 단계를 확인하고서 과거로 진화해간다. 그의 글을 읽으며 '난 어째서 이런 생각도 못해봤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에서 미래는 가능성이자 꿈이다. 우리는 평생을 살면서 많은 꿈과 미래를 살해해오면서 살았다. 나의 선택에 의해 죽어진 수많은 미래와 꿈들의 희생 뒤에 겨우 '나'라는 인생이 존재하게 됐다. 얼마나 철학적인 문장인가 싶다. 이런 철학적 문장이 여러가지 '물리학 이론'과 섞여가며 엄청나게 좋은 작품을 만들어 냈다. 소제목이 끝 날 때마다, 이어지는 '시'들 또한, 흔히 요즘 말하는 '뼈 때리는' 구절들이다.
오늘 아이들이 유치원을 가기 싫어 했다. 아침 일찍 '유튜브에서 콩순이 인형을 가지고 인형놀이를 하는 영상'을 보여주었다. 그 영상에는 초콜렛을 만들어 먹는 장면이 나왔다. 아이들은 인형 놀이를 하는 사람을 부러운 듯 보았다. 아이들의 손이 꼼질 꼼질 거렸다.
"아빠, 나도 초콜렛 만들어 먹고 싶어요."
하율이가 말했다.
"아빠가 이번 주말에 꼭 사올께~"
오늘 아침있었던 일화를 지나고 책을 폈을 때, 가슴을 후벼파는 책의 구절이 있다.
"내일 하자"라는 말은 아이와 어른에게 상대적이라는 것이다.
어른에게는 내일은 금방이지만 아이에게 내일은 먼 미래라고 한다.
그것은 모든 인간이 느낌이 경험에서 나오기 때문이라고 작가는 말했따. 시간은 그 사람의 출생에서 현재까지의 경험이 전부이고 내가 35년을 살았고 아이가 4년을 살았으면, 아이와 나의 시간의 느낌은 그 만큼 비례하여 다르다는 것이다. 아마 나에게 일주일 뒤면 아이에게는 7주 뒤나 다름 없을 것이다.
아이들은 입이 삐쭉빼쭉했지만, 알겠다고 말했다. 나는 내가 갖고 싶은 것을 갖지 못하면 당장 이마트로 가서 사버리면서, 아이들에게는 수 주를 기다리게 했던 모양새다. 어쩌면 내가 아이같고 아이가 어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리학은 어렵지만, 흥미로운 소재였다. 이처럼 시로의 충분한 소재가 되기도 한다. 과학과 문학이 이토록 잘 어울리는 작품이 있던가 싶다. 아무리 칭찬해도 모자란 서평이다. 필독!!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