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력 추천!!!! 오늘도 꽉찬별 하나 나왔네요~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월스트리트저널, 시카고트리뷴, 보스턴그로브 추천', '주요 언론사 대서특필' 화려한 수식어로 휘장을 둘러 맨 책을 한 권 집었다. '10주년 개정증보판'이라는 확실한 보증 수표를 '떡'하니 붙인 이 책은 얼핏 보이기에도 분량이 조금 있었다. 스마트 시대 우리가 더 똑똑해 지고 있느냐의 물음을 예비 독자에게 던지며, 우리가 현재 어떤 상태인지 스스로 생각해보게 한다.
제목은 직관적이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책을 집으면 그 책이 말하고자 하는 함축된 단 한 개의 명사가 책의 제목이 되는 경우가 많다. '코스모스', '사피엔스', '총균쇠' 등 하지만 이 책의 한국어판 제목은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다소 이름이 길다. 하지만 책의 중앙에는 책을 대표하는 단 한가지의 단어가 적혀 있다. 'The Shallows'
Shallow는 '피상적인', '얇은'의 뜻을 가지고 있는 형용사이다. 이를 복수명사로 사용함으로 저자는 여타 다른 책들 처럼 '깊게 생각하지 않는 이들'이라는 뜻의 제목을 썼을 것이다. 다만 그 단어를 번역하는 과정에 많은 사람이 공감할 만한 단 한가지의 단어를 찾기 힘들었을 것이다.
'팩트풀니스'나 '코스모스', '사피엔스'와 같은 명작을 볼 때 항상 드는 생각이다. 명작들은 보통 소주제에 아주 탄탄한 주장을 일관적으로 서술한다. 그리고 한 주제를 이끌어가면 그 주제에 대한 어떠한 판단 없이 다시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끌어간다. 전혀 상관 없을 것 같아 보이는 이런 소주제들은 결론적으로 저자가 말하고자하는 근거가 되고 주장하는 바를 마지막으로 정리하며 그 모든 소주제들이 결국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을 말한다. 이 책도 그러한 전개 방식이다.
책은 최초 뇌가소성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뇌가소성'에 대해 저자는 우리의 뇌는 몰캉몰캉하니 유연하다고 말한다. '나이가 먹으니 머리가 굳었다.' 등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자기방어적 거짓말에 대해 '그것이 거짓'이라고 명확한 근거를 갖다 댄다. '뇌가소성'은 성인의 뇌도 변한다고 말한다. 우리의 뇌는 신체적 성장이 멈추며 뇌의 성장도 멈춘다고 알려졌지만 기계에 익숙해진 우리가 기계와 같은 방식으로 뇌를 대하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우리의 뇌는 꾸준하게 바뀐다. 우리가 어떤 도구를 사용하는지에 대하여 우리의 뇌는 맞춤으로 진화한다는 것이다. 이는 '니체의 타자기' 이와 엮어 나온다. 니체는 종이를 눌러쓰는 필기체 형식에서 타지기를 사용함으로써 글을 쓰는 방식을 바꾸었다. 이 집필도구의 방식은 니체의 문체에도 영향을 미쳤다. 나체의 글은 짧게 끊어지는 문체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동굴 벽화에 뭉뚱한 돌모서리를 긁어 표현하는 방식과 화려한 색도화지에 물감을 뿌려 그림을 그리는 두 방식은 모두 표현하는 자의 표현력을 바꿀 것이다. 쓰는 방식의 변화는 곧 읽는 방식의 변화이다. 우리는 그 밖에 시계, 지도 등과 같이 다양한 도구의 변화를 통해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었다. 모르는 길을 갈 때, 우리는 깊은 생각 없이 네비게이션이 알려주는 전방 100m나 신경쓴다. 깊은 사고를 하지 않는다면 기억이 감퇴한다.
나는 지금도 싱가포르 도심에 덜어 놓으면 대략의 구석 구석을 찾아갈 수 있다. 내가 싱가포르를 방문한 건, 두 세번이 고작이지만 싱가폴의 구석 구석을 알 수 있는 건, 시장 조사와 문화를 겪어보기 위해 두발로 직접 걸어봤기 때문이다. 나는 일반 관광객들이 결코가지 않을 듯한 싱가포르의 구석과 구석을 모두 다녔다. 단 2일의 거주기간이지만 지금도 걸어다니며 보았던 간판과 공사하는 도로까지 모두 기억에 남는다.
반면 5일이나 거주했던 베트남은 하나도 기억에 나지 않는다. 편리한 자동차를 이용하여 더 넓은 지역을 다녔고, 더 오래 있었으며 더 많은 것을 보았지만 일반 단체 관광 상품을 통해 구경했던 베트남에 대한 기억은 그닥많지 않다. 우리는 좋은 도구를 이용하여 더 효과적인 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빠른 자동차는 더 넓은 지역을 답사하게 해주고 더 시간을 아껴주며 걸어서 수 시간 가야할 거리를 수 분 만에 도착하게 해준다. 단, 그 구석 구석에 대한 이해가 떨어진다.
책에서 들었던 예시는 아니지만 나는 여행의 경험이 책의 내용과 상당수 일치한다는 사실을 깨닳았다. 10년 전 내가 처음 서울에 혼자 살게 되었을 때, 나는 구로디지털단지역에서 대림을 거쳐 강남구 논현동까지 걸어왔던 적이 있었다. 그 단 하루의 기억으로 나는 서울의 위치에 대해 꽤나 빠삭해졌다. 물론 강북으로 넘어가서는 아직도 잘 모르지만 그래도 지금도 눈을 감고 하나 하나 떠올리자면 버스를 타고 지나다녔던 기억보다 훨씬 더 선명하게 서울의 구석 구석을 묘사해 낼 수 있다.
나는 새로운 도시를 가게 되면 가장 먼저 그 도시 구석구석을 직접 걸어본다. 그러면 그 마을에 있는 편의점이나 공중화장실 쓰레기통 등의 위치가 파악이 된다. 그냥 택시를 타고 이곳 저것을 많이 다니는 것 보다 단 하루 날을 잡고 걷는 것이 이렇게 소중한 기억이 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고생스러운 단 하루를 꼭 한 번 거친다.
조금은 불편한 방식인 책읽기는 동영상 보기보다 수고스럽다. 더 빠르게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도구를 두고 왜 고리타분한 책을 읽어야 하느냐는 걷기와 차타기와 비슷하다. 책을 읽는 건, 걷는 훈련과도 같다. 누가 뭐래도 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보다 걷는 행위가 더 소상한 기억을 도출해낸다. 하지만 체력이 없다면 걷지 못한다. 책을 읽는 행위는 자꾸 걸어줌으로써 체력을 단련시키는 일과도 같다.
책에서는 인터넷과 신문물이 뇌를 쇠퇴시킬 거라는 우려를 꾸준하게 보여준다. 나도 비슷한 생각을 한다. 우리는 자동차와 전철, 비행기 등의 좋은 문물을 만들지만, 결국 운동량이 부족하게 된다. 운동량이 부족해도 해외여행이 언제나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운동량의 부족은 결국 '기술이 도달하지 못한 부분'을 미지의 영역으로 둘 수 밖에 없게 한다. 보통 남들과 다른 지식들은 소수에게만 발견된다. 남들이 쉽게 가보지 않는 것에 대한 인지는 경쟁력으로 작동한다.
파리 에펠탑에서 손가락으로 'V'자 표시를 하고 사진 한 컷 찍고, 콜로세움에서 V를 표시하고 한 컷을 찍은 빠른 두 개의 기억보다, 에펠탑 근처에서 머물며 그곳 주변 사람들의 구매성향이나 문화, 억양, 외국인을 대하는 태도, 맛있는 음식집 등을 하나하나 천천히 겪은 이는 경쟁력에서 차이가 난다.
누구나 맘만 먹으면 전자의 기억을 얻을 수 있지만, 체력이 단련되지 않았다면, 후자의 기억은 얻을 수 없다. 이에 빠르고 편리한 인터넷은 우리의 뇌를 게으르게 만든다고 한다. 책을 읽지말고 소리를 통해 사람으로부터 정보를 직접 전달 받는 것이 진짜 지식이라고 주장하던 소크라테스와 책의 중요성을 설파한 플라톤의 경쟁구도도 재밌었다. 결국은 소크라테스 보다 플라톤의 주장이 옳았지만 책에서는 소크라테스의 주장에 상당한 동의 또한 한다.
웅변가 소크라테스와 작가 플라톤의 싸움이라는 표현이 너무 재밌다. 이 부분을 읽을 때 상당의 도움이 됐던건 지난 책인 '책의 책'이다. 역시 이 책과 저 책의 묘한 고리가 생기며 서로 지식이 연결되어지는 것도 독서의 매력이다. 책의 책에서는 노예에게 책읽기나 필사를 시키는 일을 시키기도 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결국 노예들은 필사하고 책읽기를 했지만, 그들의 주인보다 더 많은 지식을 쌓았을 가능성이 높다.
책에서는 대중매체가 이제는 인터넷의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사람들은 이제 긴 스토리에 대해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대부분이 긴 이야기보다 짧게 편집이 가능한 이야기를 방송으로 볼 수가 있다. 요즘 유행하는 트롯열풍 또한 그렇다. 대중매체는 이제 유튜브에 '짤'로 올릴 수 있는 짧은 컨텐츠 재생산이 가능한 컨텐츠를 생산해 내기 위해 노력한다. 스토리보다는 즉흥적이고 짧은 영상과 음악이 사랑받는다.
사람들은 이야기를 길게 들어주는 집중력을 잃고 빠르게 여러 이야기를 훑어보는 산만한 뇌로 진화하고 있다. 고요함의 의미와 사고의 일부였던 깊이 읽기의 관행은 점차 사라지고 계속 감소하다. 이는 소수 엘리트만의 영역이 될 가능성이 크다. 모두가 편리하다고 자동차를 타고 다니던 시대에 매일 아침마다 운동장 한 바퀴를 더 돌던 사람이 더 많은 기회를 얻으러 돌아다닐 수 있는 체력이 생기는 것처럼 꾸준한 독서력이 얼마나 요즘 같은 시대에 더 중요한지 알려준다.
모두가 뛰어갈 때는 내가 더 전력으로 뛰어야 하지만 모두가 뒷 걸음칠 칠 때는 조용히 걷는 것 정도만으로도 커다란 진보를 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한 권의 책을 읽은 사람은 두 권의 책을 읽은 사람에게 지배 당한다.' -에브라헴 링컨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