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지는 병, 조현병 - 내 삶의 주인이 내가 아닐 때
황상민 지음 / 들녘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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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을 때는 비판적 사고를 갖는 것이 좋다. 아마 무조건적인 비난이거나 개인의 소견이나 생각이 많이 담겨져 있는 에세이가 아니라 이처럼 저자가 본인의 전공에 대해 썼을 때는 독자가 갖는 의문에 대해서도 좋게 받아들여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가 옳다. 읽기만 해라'는 것은 '독재'다. 다양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겠끔, 생각과 사상의 자유가 인정되는 '민주주의'라는 정치 체제 또한 독서에서도 적용 가능한 사상이지 않을까 싶다.

읽은 책은 '황상민 교수'의 '만들어지는 병, 조현병'이다. 책을 읽으면서 일부는 공감을 하고 일부는 의문을 갖는다. 일단 책의 내용은 일관적이다. '정신과 전문의들도 정확한 진단이 어려운 '조현병'을 너무 쉽게 진단 내리고 무차별 적인 약물 치료만을 강요한다.'라는 통일된 주제를 고수한다.

일단, 조현병이란 기존에는 '정신분열증'으로 사용되던 병의 이름이다. 정신이 통일되지 못하고 일관적이지 못하여 환청과 망상을 비롯한 논리부재를 동반한다. 이 질환은 정신의학상 '생물학적 뇌의 이상'에 의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즉, 외부에서 받은 스트레스나 충격만으로 발발 하는 것이 아니라, 유전적 특성과 생물학적인 뇌 이상이 그 근간에 있어야만 발병이 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집 안에서 누군가가 이 병을 갖고 있다면, 가족 중 다른 누군가는 이 병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이 병은 실제 그토록 사악한 병은 아니다. 종교에서는 이 병에 대해 '악령'이나 '사탄'이 영혼을 오염시킨다고 생각한다. 때문이 이 병을 종교적으로 해결하려는 많은 시도들이 역사적으로 많았다. 하지만 대부분 비인간적이고 비윤리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려 해왔다. 또한 현대에서는 이 병을 '잠재적 범죄자' 혹은 '사이코 패스', '사회의 악' 쯤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이는 매스컴의 영향이 크다.

이 병은 타인에게 위험한 병이 아니다. 이 병의 위험성은 타인이 아니라, 병을 갖고 있는 당사자에게 있다. 식당에서 식사를 하다가 칼을 들고 있는 주방장이 나를 찌르지 않을까 생각하는 자기피해적 망상은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위축하게 만들지만, 누구에게 피해를 주진 않는다. 다만, 증상이 악화되었을 때, 혹은 그 망상의 자기 논리가 확실해 졌을 때, 간혹 조현병 환자들은 자기 스스로를 보호 하기 위해, 행동을 할 때도 있다.

이렇게 일어나게 되는 강력범죄들은 매스컴에서 크게 보도가 된다. 하지만 실제로 조현병 환자의 범죄율을 비조현병 환자들에 비해 현저하게 낮다. 스스로 고립되는 이 병이 사회로 뻗어나가 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은 조현병 환자가 가진 망상보다 더 큰 망상이다.

그런 이유에서 조현병 환자가 곁에 있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 아니라, 어쩌면 더 안전한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조현병 환자의 병증 중 조현병을 치료하기 힘들게 하는 병증이 있다. 그 것은 바로 '병식의 부재'이다. 자신이 조현병에 걸려 있다는 인지를 하는 사람은 이 병이 호전되기에 상당히 긍정적이다. 하지만 스스로 병이 없다고 인식하고 있는 조현병 환자는 실제로 치료는 커녕 병원에 가는 일 조차 꺼린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현대 정신의학과에서는 조현병 치료는 현대 의학상 약물 치료 밖에 존재 하지 않는다. 사실 이 부분은 아직 미지의 우주를 모두 연구하지 못한 것 처럼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다. 어찌됐건, 어느 병원을 가더라도 조현병에 치료방식은 약물치료 밖에 없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조현병 환자들이 먹는 약은 복잡하게 돌아가는 환자의 뇌의 활성을 떨어뜨려 강제 휴식을 취하게 한다. 그로인해 행동이 느려지고 말과 지각이 둔해지며 계속해서 졸리고 무기력해진다.

하지만 이렇게 뇌의 기능 일부를 저하시키면, 일단 조현병 환자는 스스로 만들어내던 망상을 멈춘다. 이는 누군가와 말싸움을 하다가 낮잠을 자고 다시 만나면, 화가 누그러뜨려지는 것처럼, 일시적으로 뇌를 쉬어주는 역할을 한다. 저자의 말처럼 조현병 진료를 시작하면 의사는 약 부터 처방한다. 그리고 기약없는 치료가 시작된다. 이 기간은 최초 3개월로 시작해도 6개월, 1년, 2년, 4년 이런 식으로 늘어난다.

환자들은 약물로 인해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게 되고 기존 정신분열증의 병증을 넘어 새로운 형태의 정신병자로 삶을 살게 된다. 하지만 의사가 기약하는 이 병의 기한은 '평생'인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복잡하게 돌아가는 조현병 환자의 뇌를 쉬게 해야 하는 일이 눈에 보이는 증상을 경감시키기 때문이다.

예전에 뉴질랜드에서 사용하던 노트북은 30만원짜리 도시바 노트북이었다. 조금만 켜서 영상을 보아도 곧 폭발할 것 처럼 발열현상이 일어난다. 계속해서 발열현상과 소음이 심하던 노트북은 귀를 '윙~ 윙' 하게 하고 방을 뜨겁게 할 정도로 심하다. 이렇게 발열이 심하면 종착에는 뜨거워진 하드웨어 때문에 소프트웨어 상의 문제가 생겨난다. 켜고 있던 동영상이 심하게 끊기고 인터넷도 버벅거린다.

이처럼 소프트웨어가 문제가 생겼을 때, 다시 조금이라도 이 컴퓨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방법은 하나다. 노트북 뚜겅을 덮고 컴퓨터가 식기를 기다리면 된다. 그리고 다시 몇 분을 사용하면 된다.

여기서 노트북의 뚜껑을 닫는 행위는 조현병 환자에게 약물 치료를 하는 것과 같다. 약물을 꾸준하게 넣어줌으로써 과열된 하드웨어를 식혀주는 일로 조현병 환자는 뇌가 편해진다. 하지만 일상을 잃는다. 컴퓨터의 목적은 가만이 있기 위함이 아니다. 사용되어지기 위함이다. 그렇다면, 컴퓨터가 뜨거워지기 때문에 계속해서 뚜껑을 닫아두어야 하는 걸까?

컴퓨터 발열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정상적인 하드웨어를 갖고 있는 컴퓨터가 엄청난 고사양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돌릴 경우이다. 이 경우는 평범한 컴퓨터라고 하더라도 발열이 일어난다. 그러면 다시 컴퓨터를 끄고 조금 쉬고 나면 괜찮아진다. 고사양 소프트웨어를 다시 켜서 빨리 마무리한다면, 다시는 그런 현상이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만들어지기 부터 하드웨어 상, 고사양 프로그램을 돌릴 수 없던 나의 도시바 컴퓨터 같은 경우는 방법은 한 가지 밖에 없다. 그런 고사양 프로그램을 돌리지 않는 방법 뿐이다.

사실 조현병의 주 원인은 유전적 뇌의 기형에 외부적인 스트레스 때문이다. 유전적 영향만으로 조현병이 발병하지 않고, 스트레스만으로도 이 병은 발병하지 않는다. 스트레스에 취약한 사람들 중 외부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 겪는다. 그렇다면 이 컴퓨터 뚜껑을 끝까지 열어보지 않듯, 10년이고 20년이고 약물 치료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컴퓨터는 사용되어지기 위해 만들어졌다.

사람도 마찮가지다. 그가 가지고 있는 정신 스트레스의 임계치를 인지하고 그 이상을 받지 않도록 잘 유지해 주어야한다. 스트레스를 내려 놓기 위해서, 명상이나 기도는 확실히 효과적이다. 하지만 태어나기를 감당 할 수 있는 스테체스의 범위가 작은 사람이 스스로 자신의 스트레스 임계치를 인정하지 않고 자신도 고사양 프로그램을 돌릴 수 있다고 착각한다면, 이 병은 결코 낫지 않는다.

자신이 이 병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건, 가혹하지만 그들이 가져야할 숙명과도 같다. '고사양 프로그램'을 돌려야 꼭 좋은 컴퓨터인 것은 아니다. 우리는 데스크탑보다 훨씬 떨어지는 성능의 스마트폰을 더욱 좋아한다.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더 많은 업무를 하고, 더 많이 사용한다. 조현병은 그렇다. 내가 감내하지 못할 일들에 대해 내려놔야한다. 주변 스트레스로부터 스스로 해방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한다. 그런 방법은 내부에서 진행할 수 있으면 가장 좋다. 하지만 외부에서도 가능하다. 저자와 같이 심리학자의 상담이나 교회나 절에서 기도와 수양으로도 충분히 해결이 가능하다.

인터넷에 조현병으로 검색을 하면, 지금도 '영적치유'를 하고 있는 많은 교인들이 보인다. 그 방식은 사실 명쾌하기는 하다. 그들이 마음이 그것으로 안정된다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믿음을 곡해 시킬 여지가 충분히 있다. 때문에 조현병 환자가 종교에 빠지는 일은 상당히 무섭다. 믿음이라는 또다른 논리가 다른 망상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모쪼록 나는 생각한다. 조현병을 치료하는 방식에 현대의학을 절대 신뢰하는 것도 위험하지만, 교회나 절 혹은 성당에서 치료하는 방식은 더욱 위험하며, 가장 위험한 것은 스스로 그 병에 대한 인지가 있느냐다. 누군가 가까운 사람으로 부터 진자한 '조현병' 진단 권유를 받는다면 무서워하거나 치욕스러워 할 필요 없다. 다만 남들에 비해 스트레스 임계치가 낮구나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이면된다.

우리나라에는 조현병 환자가 50만 명이 있다. 대한민국 국민 100명 중 한 명은 조현병을 앓고 있다. 이는 부끄러운 병도 아니고, 위험한 병도 아니다. 스스로 그 병에 대한 병식만 있다면 불치의 영역도 아니다. 부디 많은 사람들이 이 글을 읽고 조현병에 대한 나빴던 인식을 바꾸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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