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만 몰랐던 매혹적인 바다이야기 27
고명석 지음 / 청미디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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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니스트 헤밍웨이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겨 준 소설이 있다. 그의 마지막 소설로도 유명한 '노인과 바다'이다. 늙은 어부 산티아고가 84일동안 물고기를 잡지 못해 괴로워하다 잡게된 청새치를 얻기 위해 분투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바다는 '삶'이다. 긴 무료함을 주고 찰라의 쾌락을 안겨준다. 고난과 역경을 주지만 결국은 허무하게 빈손으로 끝나는 인생과 같은 곳이 바다이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바다와 함께 있었다. 태어난 '섬'이라는 특수성은 평생을 벗어나지 못했다. 제주라는 섬에서 태어나,태어나 처음 해외여행을 떠난 곳은 '일본'이었다. 지난 10년 간 유학하고 사회생활 했던 곳은 '뉴질랜드'이다. 다시 돌아온 곳 또한 제주라는 섬이다. 이렇게 '섬'에서 '바다'를 곁에 두고 살다보니, 바다는 항상 나와 뗄 수 없는 공간이다. 차를타고 5분이면, 관광객들이 수 개월을 바라고 미루던 해안도로를 볼 수 있다. 해안도로 한 쪽 끄트머리에 차를 대어 놓고, 수 분을 오고 가는 파다를 바라보면, 걱정거리들이 위로 되기도 한다.

차에서 흘러나오는 에어콘 바람을 꺼두고, 창문을 조금만 열어 바다냄새를 맡으면, 나의 머릿속은 육신을 놔두고 혼자서 시간여행을 떠난다. 짧은 바지에 슬리퍼 하나만 대충 신고 현무암 돌덩이를 밟으며 바닷가에서 놀던 어린 시절이 아주 짧은 순간에 스쳐지나간다. 뉴질랜드의 바다도 참 아름다웠다. 무언가 아주 먼 외딴 섬에 어느 인류들과도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되면, 엄청나게 광활한 바다가 낮설기도 하지만, 때로는 막연한 상상에 잠기기도 한다.

저자인 고명석 작가는 작가 소개를 아주 간략하게 했다. 정확히 그거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알지 못하고 책을 펴들었다. 그저, 작가 소개에는 평범한 남자이다. 스포츠를 좋아한다. 해양 경찰에 몸담는다. 정도의 사소한 정보만 적혀 있다. 그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한채, 그가 바다를 좋아한다는 사실 단 하나만을 인지하고, 첫 페이지를 폈다. 누군지 모르는 사람의 글을 읽을 때는 뉴질랜드의 막연한 바다처럼 낮설기도 하지만 때로는 막연한 기대감을 주기도 한다.

책은 당돌하게도 '스타벅스 커피'의 명칭을 이야기 하며 시작한다. 이런 식의 전개는 독자들에게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스타벅스에서 커피로, 그리도 다시 바다로 넘어가는 전개는 매우 매끄럽고, 자연스럽다. 뒤로 갈수록 호기심을 자극하는 그의 문체 또한 좋다. 이 책은 그저 단순한 바다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 않다. 매우 포괄적인 상식들을 담았다. 이미 알고 있는 상식도 있지만, 헛웃음 나올 정도로 재밌는 상식들도 많다.

넘어가다보면 그린란드 상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린란드 상어는 수명이 500년 정도된다고 한다. 기존에 바다거북의 수명이 가장 많다고 알고 있던 내가 알게된 새로운 상식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2017년 노르웨이 근해에서 발견된 한 그린란드 상어는1502년에 태어난 걸로 밝혀졌다고 한다. 임진왜란이 일어났을때 그의 나이는 이미 90살이었던 샘이다. 이런 생물의 존재는 우리를 겸손하게 만든다. 이 상어는 150살이 되어서야 짝짓기와 번식을 한다고 한다. 그렇게 치자면, 나와 같이 태어난 녀석은 내가 죽을 때까지, 유아기도 벗어나지 못한 샘이다.

그 짧은 세월을 살고 있는 우리는 우리가 얼마나 짭은 인생을 살고 있는지 감 조차 잡지 못한다. 밤 중에 내 귓속을 '윙' 거리다. 죽는 모기의 수명은 3주다. 모기가 동물의 피를 빨아먹는 이유는 배가 고파서가 아니라고 한다. 모기는 짝짓기를 할 시기, 알을 낳을 영양분을 보충하기 위해 피를 빤다고 한다.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아이를 위해 모기는 그 짧은 3주의 인생을 다 살아보지도 못하고, 삶을 마감한다. 어쩌면 그린란드 상어에게 우리의 인생은 모기보다 조금 더 오래 사는 동물일뿐 일지도 모른다.

결국은 사람은 누구든 아이를 키우고 사랑을 하며 살아간다. 우리는 그래야할 짧은 인생을 즐기지도 못한다. 어쩌면 모기보다 못한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 인간을 모기에 비교하는 것이 비약이라고 볼수도 있다. 하지만, 책에는 재밌는 상식들이 참많다. 지구역사상 가장 큰 생명체인 대왕고래의 이야기도 있다. 대왕고래는 길이 33m에 200톤에 육박하는 거대한 생명체이다. 자그마치 혀의 무가만 하마와 비슷한 2.5톤이라고 한다. 우리는 어느 생명체의 '혀' 보다도 3분에 1도 안하는 무게를 갖고 태어난 존재이다. 인간의 존재를 한 없이 작고 초라하게 만들다 보면, 하늘에 떠있는 별과 우주로 생각을 확대해 가게 된다. 그렇게 확대하다보면, 우리의 근심과 걱정이 얼마나 티끌 같고 존재 없음의 존재인지를 알게 된다.

그런 우주로의 확대는 내가 경험해 볼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다. 어쩌면 우리는 밤 하늘을 바라보며 반구의 하늘에 우주를 생각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만 차를 타고 나가면, 끝없어 펼쳐진 바다 또한 우리의 기준에서 무한한 미지의 세계인 것은 우리라는 미개한 존재에게 우주와 동등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책은 역사와 생명 그리고 경제 등에서 헛웃음 날 정도로 재미난 상식들을 정리해 놓았다.

사람들과 이야기 하다보면,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외 종류의 책이 확실한 경우가 많다. '에세이를 좋아한다.' 혹은 '소설을 좋아한다.', '경제를 좋아한다.' 하지만 사실 책이라는 것은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를 집중적으로 읽어서도 좋지만, 왠지 내가 고르지 않을 것 같은 선택을 했을 때, 새로운 배움에 대한 희열을 느끼게 해주는 좋은 도구이기도 한다.

나는 인생 전체를 살펴보면, 남들이 경험해보지 못할만한 특이한 경험을 많이 하게 됐다. 그것은 내가 선택하는 습관에서 기원하였다. 나는 왠지 내가 선택하지 않을 것 같은 선택을 하는 걸 즐긴다. 원래의 내가 선택하지 않을 것 같은 선택들을 함으로써 운명을 거스르는 듯한 희열을 느낀다. 그렇게 하다보면, 아주 평범하고, 시시한 나의 성격과 정반대로, 재밌고 특이한 경험들을 많이 할 수 있다.

'바다에 대한 책'

어쩌면 누군가는 관심조차 두고 있지 않은 주제 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운명을 거스를때, 내가 운명을 주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재미난 책을 만날 확률은 내가 스스로에게 고립될수록 줄어든다. 좋은 책을 만나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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