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드랴프카의 차례 - 요네자와 호노부, 권영주 역, 엘릭시르(2014)

쿠드랴프카의 차례 (Welcome to KANYA FESTA!) (고전부 시리즈 3)

줄거리
에너지 절약주의자이자 고전부 부원인 오레키 호타로. 시월에 접어들어 가미야마 고등학교도 학교 축제가 시작되었다. 고전부는 축제에 출품할 문집 ‘빙과’를 너무 많이 제작한 탓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편, 교내에는 십문자라는 범행 성명과 함께 각 동아리에서 물건이 없어지는 연속 도난 사건이 발생한다. 이 사건을 해결해 문집을 매진할 결심을 한 고전부는 십문자에게 도장을 던지는데…….

페이지
pp.162-163
네가 지금 당장 활용할 수 있을 초보적인 방법이라면 ‘기대‘일 거야.
알겠어? 상대방한테 ‘이 녀석은 나한테 부탁하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게 하는 거야. 자기가 유일무이한 기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인간은 쉽사리 애써 주게 마련이야. 자기희생조차 마다하지 않는 경우도 드물지 않아. 상대방한테 기대를 거는 거야. 시늉만이라도 좋으니까.
그때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어. 문제를 너무 커 보이게 하면 안 돼. ‘내가 도와주면 이 녀석은 죽느냐 사느냐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게 하면 안 되는 거야. 자기 도움으로 타인이 막대한 이익을 얻거나 치명적인 불이익을 회피하는 걸 반기는 사람은 많지 않거든, 자기한테는 작은 일이지만 상대방한테는 그런대로 중대한 일 같다, 정도로 공략하는 게 중요해. 우월감을 만족시켜 주니까.
그리고 또 하나. 될 수 있으면 남들이 안 보는 데서 이성한테 부탁해.˝

pp.280-281
가미야마 고등학교에 들어와 지탄다라는 흔치 않은 촉매를 접하면서 호타로는 변했다. 아니, 진가를 발휘했다고 해야 할까. 호타로는 그때까지 내 앞에서 보인 적이 없는 예리함, 명민함, 또는 직감력, 뭉뚱그려 말하자면 추리 능력이라 할 것을 가지고 있었다. 그날, 지탄다가 지학 교실에 혼자 있었던 날부터 나는 호타로 때문에 몇 번 놀랐는지 모른다. 호타로는 회색 일색의 무개성 무능력 인간이 아니었다. 내 쪽이 아니라 내가 바라보는 쪽 인간, 내가 더없이 사랑하는 의외성을 감춘 인간이었던 것이다.
능력 있는 매는 발톱을 감춘다고 한다. 호타로에게 매의 일면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나는 과연 진심으로 그것을 유쾌한 일이라고 생각했을까?

pp.374-375
“자기한테 자신이 있을 땐 기대란 말을 쓰면 안 돼.”
나는 마야카의 항의를 가로막고 말했다. 반대의 경우는 있어도 내가 남의 말을 가로막는 일은 좀처럼 없다. 마야카는 뭐라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요란하게 장식된 복도 저 끝을 바라보며 웃는다. 웃는 얼굴은 내 특기다. 진지한 표정을 잊어버릴 만큼.
“뭐든 ‘국어사전에 따르면’ 하고 글을 시작하는 건 틀에 박힌 표현이라던데. 그럼 난 ’국어사전에 어떻게 나와 있는지 모르지만’ 하고 시작할까. 국어사전에 어떻게 나와 있는지 모르지만, 마야카, 기대란 건 체념에서 나오는 말이야.”
“…….”
대꾸 정도는 해 주면 좋겠는데. 독백 같아지지 않나.
“시간이라든지 자금, 능력, 그런 면에서 못 미친다는 체념이 기대가 되는 거야. 넬슨이 전투를 앞두고 수기 신호로 영국은 제군이 의무를 다하기를 기대한다고 했을 때, 넬슨은 자기 혼자 프랑스한테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 안 했어. 기대란 건 그럴 수밖에 없다, 어쩔 방법이 없다, 그런 게 없으면 영 거짓말 같아져.
다니는 나한테 기대 같은 거 하지 않았어. 자기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그런 소리를 왜 해? 젊은 세대의 일본어 오용이 참 심각해. 국어 교육의 전환기야. 기대란 건 말이지, 예컨대…….”
마야카는 역시 훌륭하다. 잠자코 듣는가 싶더니, 어딘지 모르게 화난 듯한, 즉 평소와 다름없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예컨대 후쿠가 오레키한테 한 것 같은 거?”

p.411
“절망적인 차이에선 기대가 발생해. 하지만 그 기대에 전혀 부응해 주지 않으면, 기대의 끝은 실망이야. 지난 일 년간 난 무네가 다시 한번 그려 줄 거라고 믿었어. 무네에 대한 기대를 아직 버리고 싶지 않았어.”
이제 알겠다. 다나베가 정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뭐였는지.
다나베는 이제 입을 다물고 땅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절망적인 차이에서 기대가 발생한다는 말이 타당하다면, 나는 어떤 방면에서도 차이를 심지어 알아차리지도 못하는 모양이다. 나는 몸이 떨릴 만큼 절실한 기대라는 것을 모른다. 동경을 모른다. 눈 아래 갈구하는 별이 없다.
……아니면 언젠가 내게도 ‘차례’가 돌아올까?

분류(교보문고)
소설 > 일본소설 > 미스터리/스릴러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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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19(水) (1판 4쇄)
나
까.

2016.10.17(月) (1판 4쇄)
이
자.

한 줄
시기도 질투도 용납되는 학창 시절이라는 마법

오탈자 (1판 4쇄)
p.88 위에서 4번째 줄
마켓가 → 마켓이

확장
쿠드랴프카(Кудрявка) (1954-1957)
성별 : 암컷
품종 : 잡종견(허스키x테리어)
라이카라는 이름이 대중적으로 알려졌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이쪽은 별명에 가깝고 실제 이름은 쿠드랴프카(곱슬머리)였다.
원래는 모스크바 시내를 배회하던 떠돌이 개로, 빈민가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주워 먹으며 살았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러시아 과학자들은 우주로 보낼 개를 길거리에서 찾아 포획했는데 그 중에는 라이카가 있었다.
길거리를 떠돌아다니는 견공을 택한 이유는 이 개들이 길을 떠돌며 받는 스트레스를 가지고도 적응, 생존하고 있었기 때문에 극한의 환경인 우주에서 잘 적응할 것이라고 믿은 것이었다. 아무튼 라이카는 모스크바의 항공의학연구소에 들어가 쿠드랴프카(Кудрявка)로 개명되어 알비나, 무슈카라는 개들과 함께 우주견 훈련을 받았다.
몇 개월의 훈련을 받은 끝에 ‘알비나‘와 함께 2마리의 최종 후보 자리에 올랐고 곧 그를 제치고 적임으로 발탁되었다. 이유는 사람 손을 안 타던 떠돌이 개치고는 매우 영리했고 연구원들을 잘 따랐으며 무엇보다 항상 침착하고 온순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마침내 라이카는 1957년 11월 3일 우주로 올라갔다.

빙과 - 타케모토 야스히로(2012)
원작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이번 축제 편은 애니메이션이 낫다고 생각한다. 등장인물들이 워낙 많이 나오기도 하고 축제 전반의 분위기, 그리고 『저녁에는 송장이』를 둘러싼 이야기들이나 만연 멤버들의 코스프레 복장은 시각으로 확인하는 편이 편하고 즐겁다.

저자 - 米澤穂信(1978-)

원서 - クドリャフカの順番 「十文字」事件(2005)

원서 - クドリャフカの順番 「十文字」事件(2008)

원서 - クドリャフカの順番 「十文字」事件(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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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갈증 - 미시마 유키오, 이수미 역, 빛소굴(2024)

사랑의 갈증 (페이지터너스 11)

줄거리
시골 마을에 반강제적으로 갇힌 상류계급 출신 도시 여성 ‘에쓰코’의 열렬하고 비밀스러운 사랑을 그리고 있다. 미시마 특유의 섬세한 관찰이 빛을 발한 이 소설에서 에쓰코의 아슬아슬한 감정선이 작품 전반을 관통하고, 그녀의 감정을 자극하는 주변 인물들(끔찍한 고통 속에 죽어간 남편, 고압적이고 음흉한 시아버지, 조력자를 가장하면서 추문을 탐하는 가족들, 순진무구한 눈으로 젊음의 기운을 내뿜는 하인 등)과의 관계가 사건을 극적으로 이끌어 간다.

페이지
p.76
이 순간 에쓰코의 체념을 혹은 단순한 타락을, 안일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사람이 목이 마르면 녹이 슨 탁한 물도 마실 수 있듯이, 에쓰코도 이를 받아들인 것일까? 그럴 리가 없다. 에쓰코는 목마르지 않았다. 그녀는 격리병원, 전염병이라는 그 무시무시한 자기만족의 근거지를 다시 찾아 마이덴 마을로 온 것이다……. 어쩌면 에쓰코는 물에 빠진 사람이 어쩔 수 없이 바닷물을 마시게 되는 것처럼, 자연의 법칙에 따라 그걸 마셨을 뿐인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은 선택의 권한을 잃는 것이다. 그렇게 말하기 전에 마셔버려야 한다. 그게 바닷물일지라도…….
……그러나 그 후의 에쓰코에게도 익사하는 여자의 비통한 표정은 찾아볼 수 없었다. 죽음의 순간까지 그녀의 익사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채 지나갈지도 모른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지 않는다. 자기 손으로 재갈을 물린 이 여자는.”

p.94
나는 남편의 죽음으로 맛보았던 그 지독하도록 격렬한 자각을 다시 느끼고 싶다. 그것이 바로 행복이다…….

p.149
˝에쓰코 씨 입장에선 정말 힘들겠다. 저 사람은 왜 이리 불행한 걸까?˝
˝습관성 유산처럼 습관성 실연이라는 것도 있잖아. 신경 조직인지 뭔지에 습관이 들어서 연애할 때마다 반드시 실연하는 버릇이 생기는 거야.˝

p.233
여태까지 귀찮고 성가신 응대에 지쳐 있는 동안 사부로가 가끔씩 눈을 치뜨고 바라본 에쓰코는 여자가 아니라 일종의 정신적인 괴물이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정신의 살덩어리, 괴로워하고 고통스러워하고 피를 흘리기도 하고, 기뻐서 비명을 지르기도 하는, 노골적인 신경조직의 덩어리였다.

분류(교보문고)
소설 > 일본소설 > 일본소설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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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18(火) (초판 1쇄)
처
다.

한 줄
채워질 수 있을까

오탈자 (초판 1쇄)
못 찾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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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증 - 나카시마 테츠야(2014)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2014년작 영화. 원작은 소설가 후카마치 아키오가 쓴 ‘끝없는 갈증(果てしなき渇き)‘이라는 소설로 2004년 제 3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25만 부 이상이 팔리면서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 국내에선 오일북스를 통해 ‘갈증‘이라는 제목으로 발매되었다.
‘갈증‘이라는 단어를 왜 사용했을까 궁금해서 단어 ‘갈증‘을 검색해 보니 이런 영화가 있었다. 『사랑의 갈증』과의 연관성은 잘 찾지 못하겠지만 이 영화 뭐랄까 참… 평이 극과 극이다. 잘 만든 영화인지 못 만든 영화인지. 각자의 평가에 맡긴다. 대부분 동의하는 것은 코마츠 나나 외모에 대한 찬사뿐.

도쿠가와 이에야스 - 요코야마 미츠테루
『대망』은 읽어볼 엄두를 못 내고 꿩 대신 닭으로 읽어본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만화 버전. ‘쿨가이 관우‘로 알려진 그 삼국지의 작가 맞다. 전란이라는 시대 상황을 따져야겠지만 새 남편감을 찾는 부인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읽을 당시 조금 어리둥절했던 기억이 났다. 정략적 가문의 결합이 아니라 진짜 새 남편을 찾는 느낌이 들어서 의아했었다. 확신하는 기억은 아니다. 시간이 나면 다시 한번 읽어봐야지.

저자 - 三島由紀夫(1925-1970)

원서 - 愛の渇き(1950)

구판 - 사랑의 갈증(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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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3: 시오리코 씨와 사라지지 않는 인연 - 미카미 엔, 최고은 역, 디앤씨미디어(2013)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3: 시오리코 씨와 사라지지 않는 인연

줄거리
오래된 책에 관한 사건을 함께 겪어온 시오리코와 다이스케. 조금씩 가까워져 가는 그들 사이에는 시오리코의 행방을 감춘 어머니, 지에코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고서 교환전‘에서 일어난 기묘한 사건, 제목도 저자도 모를 책의 수수께끼, 미야자와 겐지의 <봄과 아수라> 초판본 도난 사건 등을 통해 그들은 마침내 지에코가 남긴 흔적에 다가가지만…….

페이지
p.15
책을 덮고 생각에 잠겼다.
내가 이걸 쓰는 것도 비슷한 심리일지 모른다. 주변 사람들에게는 못하는 이야기를 몰래 쓰고 있으니까.
이건 나에게 강가에 판 구덩이 같은 것이다.
언제까지 계속할지는 모르지만, 구덩이 속에는 아무도 없다.

그렇게 생각하려고 한다.

p.106
도둑질까지 할 정도로 원했던 책을 왜 순순히 돌려주려 왔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결혼의 추억이 담긴 물건을 되찾았지만 큰 만족은 얻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그가 되찾고 싶었던 건 아마 책이 아닐 것이다.

p.289
“지에코와는 다른 의미로 가차 없는 성격이네요. 지에코였다면 이런 건 눈감아줬을 거예요. 성의 표시만 제대로 했다면.”
순간 시오리코 씨의 까만 눈동자가 흔들렸다.
“저는 부정한 거래는 하지 않습니다. 어머니와는 달라요.”
그녀는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달라야 해요.’
그녀가 마음속으로 덧붙인 말이 들리는 듯했다.

분류(교보문고)
소설 > 일본소설 > 미스터리/스릴러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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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17(月) (1판 2쇄)
한
뿐.

2016.10.18(火) (1판 2쇄)
오
다.

2014.06.27(金) (1판 2쇄)
시
다.

한 줄
한 박자 쉬어가도 재미있으리란 기대는 줄지 않겠지

오탈자 (1판 2쇄)
p.12 밑에서 9번째 줄
니시오 → 니시노

p.215 위에서 9번째 줄
정서를 → 장서를

p.274 위에서 7번째 줄
사오코가 → 사토코가

확장
체브라시카(Чебурашка)
애니메이션에 묘사된 캐릭터만 검색이 되어서 너구리같은 동물의 삽화를 찾기가 힘들었다. 작가는 이런 정보를 어디서 얻었을까? 소설을 쓴다는 것은 나에게 참 미지의 세계이다.

봄과 아수라 - 미야자와 겐지, 정수윤 역, 읻다(ITTA)(2018)
3권이 처음 나왔을 때는 우리나라에 번역된 책이 없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이런 상업성이 희미해 보이는 외국의 시집도 출간이 되었다. 점점 더 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외국의 도서들도 번역되는 범위가 늘고 있다. 시오리코 씨라면 읽을 책이 늘어서 좋아하려나.

저자 - 三上延(1971-)

원서 - ビブリア古書堂の事件手帖3 〜栞子さんと消えない絆〜(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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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의 고백 - 미시마 유키오, 양윤옥 역, 문학동네(2009)

가면의 고백 (세계문학전집 11)

줄거리
쇠락해가는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난 나는 몇 차례나 죽음의 위기를 겪는 병약한 아이였기에 할머니의 과보호를 받으며 자란다. 다섯 살 무렵부터는 주로 육체적 활력에 넘치는 젊은이들이나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는 동화 속 자에 대한 동경심을 품게 된다. 중학교에 들어가서는 연상의 동급생 오미에게 은밀한 열정을 느끼기도 한다. 친구의 여동생 소노코와 연인 사이가 되지만, 자신은 이성과의 관계가 불가능한 존재라고 확신하게 되는데……

페이지
p.75
하지만 내 최초의 사랑이 어떤 형태로 종말을 고할 것인지, 내가 희미하게나마 예감하지 못했을 리는 없었다. 어쩌면 그런 예감이 몰고 온 불안이 내 쾌락의 핵심이었는지도 모른다.

pp.82-83
겐로쿠 시절의 우키요에 판화에는 서로 사랑하는 남녀의 얼굴이 놀랄 만큼 닮게 그려져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스 조각에서 표방하는 미의 보편적인 이상도 서로 닮은 남녀에게로 향했다. 여기에 사랑의 비밀스러운 의미가 담겨 있는 게 아닐까. 사랑의 아주 깊은 내면에는 한 치의 다름도 없이 상대를 닮고 싶다는 불가능한 열망이 흐르는 게 아닐까. 이 열망이 인간을 몰아세워서, 절대로 불가능한 것을 반대의 극점으로부터 가능하게 만들려고 무익한 몸부림을 치는 저 비극적인 이반(離反)으로 인도하는 게 아닐까. 즉 서로 사랑한다는 것이 완벽하게 서로 닮는 것이 되지 못한다면, 차라리 서로 조금도 닮지 않으려고 애쓰는 그러한 이반을 그대로 환심을 사는 데 이용하려는 심리적 시스템이 있는 게 아닐까. 더구나 서글프게도 서로 닮는 것은 한순간의 환영인 채로 끝나버린다. 왜냐하면 사랑하는 소녀는 과감해지고 사랑하는 소년은 내성적이 된다고 해도, 그들은 서로 닮으려고 애쓰다가 언젠가는 서로의 존재를 건너뛰어 저 너머로, 이미 대상도 없는 저 너머로 떠나가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pp.252-253
이 책은 내가 이제까지 살아왔던 죽음의 영역에 남기려는 유서이다. 이 책을 쓴다는 것은 나에게 역설적인 자살을 의미한다. 투신자살을 영화로 찍어서 되돌리면 자살자가 맹렬한 속도로 계곡 밑으로부터 절벽 위로 날아 올라 되살아난다. 이 책을 씀으로써 내가 시도한 것은 그러한 삶의 회복술이다.
고백이라고는 하지만 이 소설 속에서 나는 ‘거짓말‘을 방목했다. 원하는 곳에서 그 거짓말들이 풀을 먹게끔 했다. 그러면 거짓말들은 만복이 되어 ‘진실‘의 밭을 헤집지 않게 된다.
같은 의미로, 살에까지 파고든 가면, 살집이 달린 가면만이 고백을 할 수 있다. 고백의 본질은 불가능이다라는 것이다.
나는 무익하고 정교한 하나의 역설이다. 이 소설은 그 생리학적 증명이다. 나는 시인이라고 스스로 생각하지만, 어쩌면 나는 시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 시 자체는 바로 인류의 치부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수많은 작가들이 자신에 관한 ‘젊은 날의 예술가의 초상‘을 썼다. 내가 이 소설을 쓰려 한 것은 그 반대의 욕구에서이다. 이 소설에서는 ‘쓰는 사람‘으로서의 내가 완전히 사상(捨象)된다. 작가는 작중에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여기에 적힌 것과 같은 생활은 예술이라는 지주가 없었더라면 순식간에 붕괴되는 성질의 것이다. 따라서 이 소설 속의 모든 것이 사실에 입각하고 있다 하더라도 예술가로서 생활이 적혀 있지 않은 이상 모든 것은 완전한 허구이며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완전한 고백의 픽션을 만들려 했다. ‘가면의 고백‘이라는 제목에는 그러한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분류(교보문고)
소설 > 일본소설 > 고전소설/문학선

기록
2025.11.16(日) (초판 1쇄)
내
다.

한 줄
독백이 긴 고백

오탈자 (초판1쇄)
못 찾음

확장
성 세바스티아누스 - 구이도 레니(1615)
p.46
그것은 제노바의 팔라초 로소에 소장된 구이도 레니의 <성 세바스티아누스>였다.
프랑스 나르본 지방 출신으로 초기 그리스도교 역사에서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에 의해 순교한 군인으로, 서양권에서는 끊임없이 다루어진 성인. 축일은 1월 20일(가톨릭)·12월 18일(정교회). 군인, 운동선수 그리고 궁술가의 수호성인이자 전염병의 수호성인이다.
묶여 있는 헐벗은 백인이 화살을 맞은 성화는 대체로 그이다. 그는 저렇게 화살을 맞고도 숨이 끊어지지 않았고, 성녀 이레네의 치료를 받고 회복된다. 회복된 후에도 황제에게 그리스도교 박해에 대해 직언하다 결국 몽둥이로 맞아 순교했다. 로마에 유해가 묻힌 부근에 자리한 성 세바스티아노 성당이 있다. 현대에 와서도 회화나 사진으로 재해석되고 있으며, 미시마 유키오는 생전에 같은 구도로 사진을 찍은 적이 있다.
해당 포즈와 구성은 BDSM의 클리셰다. 정확히는 에세머 게이(혹은 남성 서브미시브)의 클리셰. 화살에 맞으며 죽어가는 저 표정이 오르가슴에 달한 표정처럼 보인다는 사람이 많은데(사실 저 표정은 서양 미술사에서 종교적 황홀경을 묘사할 때 쓰는 전형적인 기법인데 그러한 전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나오는 현상이다), 서양에서는 저 회화를 보고 BDSM에 눈을 뜨는 게이가 엄청나게 많다고 한다. 사디스트 성향으로 알려진 미시마 유키오의 가면의 고백을 보면 세바스티아누스의 순교를 그린 회화를 보고 흥분해서 성기를 만지다 처음으로 사정을 깨닫는 장면이 나온다.
사실 안드레아 만테냐의 작품 말고도 성 세바스티아노의 그림은 자주 그려졌는데 그 이유가 자못 비범하다. 당시에는 가톨릭 교회의 엄격한 도덕적 엄숙주의로 인해 여성은 물론이고 일반적인 남성의 누드를 그리기 어려웠는데 때마침 발가벗겨진 채 화살을 맞은 성 세바스티아노는 화가들에게 남성의 벗은 몸을 그릴 수 있는 ‘합법적인‘ 소재거리였다고 한다.

금각사 - 미시마 유키오, 허호 역, 웅진지식하우스(2017)
미시마 유키오의 정점인 『금각사』로 가는 첫걸음. 『금각사』가 더 읽기 쉬운 건 왜 그럴까. 미시마 유키오의 여정을 따라가보겠다.

저자 - 三島由紀夫(1925-1970)

원서 - 仮面の告白(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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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11-22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사미 유키오는 전후 일본의 대표적인 군국주의자인데 그는 자신의 소설 우국에서처럼 자위대에게 군사 쿠데타를 종용하다 실패하여 할복 자살한 것으로 유명하며 이는 70년대 당시 한참 고도 성장기의 일본에서 일어난 일이어서 다시 서양 지성게에 커다란 충격을 준 사건이었죠.아무리 훌륭한 문학 작품이더라도 이런 생각을 가진 작가의 작품을 굳이 세계문학전집에 포함해서 한국에서 출간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슬람교를 위한 변명 - 박현도, 불광출판사(2024)

이슬람교를 위한 변명 (무함마드에 대한 우리의 오만과 편견에 관하여) (종교문해력 총서 4)

줄거리
이 책은 전쟁유발자, 테러리스트 등 폭력적이고 비이성적인 종교 전통으로 이슬람교를 받아들이는 우리의 오만과 편견에 종식을 선언한다. 무슬림(이슬람교를 따르는 사람) 사회에 정통한 중동·이슬람 전문가인 저자는 이슬람교를 평화롭고 영성적이며, 하나님(알라)의 가르침을 굳게 믿고 따르는 종교 전통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이슬람이 폭력적인 종교 전통이라고 믿는 무슬림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책은 이슬람교에 대한 오해가 쌓여 생긴 편견을 잣대로 ‘폭력적인 종교’라고 오만하게 평가하는 우리 사회에 이해를 구한다. 일례로 흔히 ‘성전(聖戰)’으로 번역하는 ‘지하드(Jihad)’가 있다. 지하드는 물리적인 전쟁과 거리가 멀다. 무함마드가 전한 하나님의 계시에 어긋나는 마음과 벌이는 ‘내적인 투쟁’이다. 하지만 알카에다. IS, 하마스 등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관련된 전쟁에 다수 인용하면서 뜻이 왜곡됐다. 저자는 7세기 아라비아의 상황과 현재 우리가 처한 시대를 오가며 이슬람교에 대한 우리의 오만과 편견의 두꺼운 장막을 하나씩 벗겨낸다.

페이지
p.59
무슬림이 하나님을 믿는 것은 부자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다. 올바르게 살기 위해서다. 하나님이 명령한 도덕적으로 올바른 길, 곧게 난 길을 따라 걷기 위해서다. 그 길을 벗어날 때 인간은 하나님을 믿지 않는 자가 된다고 믿는다. 경제적 약자를 모르는 체하고 부자들만을 위하는 가르침은 이슬람에 없다. 물질적으로 부자가 되는 법을 가르치는 설교도 기도도 없다.
이슬람은 하나님을 믿고 따라 내면적으로 부자가 되는 법을 가르치는 신앙이다. 가난한 사람을 돕는 것은 바로 그런 내면적 부자가 되는 지름길 중 하나다. 그래서 무슬림은 남모르게 재산을 선뜻 희사한다. 모두 다 행복한 공동체를 위해서다. 여유가 되는 사람은 수시로 더 희사하기도 한다. 말없이, 조용히, 티 내지 않고 말이다.

p.168
자기 자신을 이기는 것, 불신자와 하는 전쟁보다 더 힘들고 고귀한 내적인 싸움. 이를 두고 이슬람에서는 ‘지하드(Jihad)’라고 부른다. 보통 성전(聖戰)으로 번역하는데, 사실 투쟁이 더 맞는 말이다.

p.204
이슬람 신앙 고백문은 ˝하나님 외에 신은 없고, 무함마드는 하나님의 사도이다˝라는 두 문장이다. 첫 번째 고백은 이슬람이 유대교나 그리스도교와 마찬가지로 유일신 신앙의 보편성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 준다. 유대인이나 그리스도인이 부정할 수 없는 선언이다.
그러나 두 번째 고백은 이슬람의 고유성을 담보한다. 유대인이나 그리스도인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말이다. 따라서 이슬람을 유대교나 그리스도교와 가르는 경계선은 무함마드를 하나님의 사도로 인정하는지 아닌지에 달려 있다.

pp.233-234
신성한 것도 비판할 수 있다는 정신은 올곧다. 잘못된 것을 종교적 권위를 내세워 미화하거나 포장하는 종교인들이나 신앙 형태는 당연히 철저하게 비판해야 한다. 그러나 비판의 근거가 잘못되었을 경우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만평 때문에 지나치게 흥분하여 방화나 폭력을 일으키는 일부 무슬림의 모습이 아름답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착하게 사는 사람을 화나도록 심하게 건드려 놓고 흥분한다고 욕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더더욱 화내는 사람을 비이성적인 종교 근본주의자로 치부한디면, 그런 우리야말로 진정 세속적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아 종교적 권위에 못지않은 힘을 휘두르는 극단적 세속 근본주의자임을 자처하는 꼴이다. 자유의 뜻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고 자기모순에 빠져 신실한 종교적 삶을 다듬는 신앙인을 세속의 잣대로 맘대로 재단하는 세속 근본주의 역시 종교적 근본주의와 다를 바 없이 위험한 생각이다.

pp.383-384
우리나라에서 이슬람의 역사는 짧고 무슬림은 극소수이고 주로 외국인이다. 아직 우리 한국인이 편히 이해할 만큼 세련된 우리말로 이슬람에 관해 써서 알릴 지식층이 탄탄하게 형성되지 않았다.
이 책은 그러한 날이 올 때까지 한시적으로 도움을 주기 위해 썼다. 한국 무슬림이 믿음을 담아 친절하게 우리말로 이슬람을 설명하는 좋은 책이 나올 때까지 조금이라도 이슬람 문맹을 깰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비무슬림의 이슬람 설명서‘로 너그러이 받아주길 바라며….

분류(교보문고)
종교 > 그외종교 > 이슬람교

기록
2024.12.02(月) (초판 1쇄)
유
다.

한 줄
비무슬림의 이슬람 설명서

오탈자 (초판 1쇄)
p.258 위에서 10번째 줄
있을가? → 있을까?

p.377 위에서 4번째 줄
달리파키스탄의 → 달리 파키스탄의

확장
무함마드와 이슬람 제국 - 윤병언, 그림 위싱스타, 주니어김영사(2018)
이슬람교 이해를 위한 입문서를 찾고 있었는데 마땅한 책을 찾지 못했다. 마침 학습만화로 나온 편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무함마드의 일생에 더 초점이 맞추어있고 내용도 유익하다.

이슬람의 진짜 모습을 알아보는 시간 - 삼프로TV 3PROTV(2024)
거의 유일한 중동, 이슬람 전문가라서 방송 출연분이 많다. 하지만 우리의 배경지식이 미비하여서 거의 매번 같은 기초 지식만 전달해야 하는 고충도 있다고 한다. ‘역사를 보다‘ 채널도 좋지만 이 영상의 내용이 가장 알찬 내용이었다. 3시간이 넘는 분량이지만 책의 내용도 들어가 있고 너무 딱딱하지 않게 풀어가며 설명해서 시간 가는지 모르고 보았다.

저자 - 박현도(1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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