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드랴프카의 차례 - 요네자와 호노부, 권영주 역, 엘릭시르(2014)
쿠드랴프카의 차례 (Welcome to KANYA FESTA!) (고전부 시리즈 3)
줄거리
에너지 절약주의자이자 고전부 부원인 오레키 호타로. 시월에 접어들어 가미야마 고등학교도 학교 축제가 시작되었다. 고전부는 축제에 출품할 문집 ‘빙과’를 너무 많이 제작한 탓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편, 교내에는 십문자라는 범행 성명과 함께 각 동아리에서 물건이 없어지는 연속 도난 사건이 발생한다. 이 사건을 해결해 문집을 매진할 결심을 한 고전부는 십문자에게 도장을 던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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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162-163
네가 지금 당장 활용할 수 있을 초보적인 방법이라면 ‘기대‘일 거야.
알겠어? 상대방한테 ‘이 녀석은 나한테 부탁하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게 하는 거야. 자기가 유일무이한 기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인간은 쉽사리 애써 주게 마련이야. 자기희생조차 마다하지 않는 경우도 드물지 않아. 상대방한테 기대를 거는 거야. 시늉만이라도 좋으니까.
그때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어. 문제를 너무 커 보이게 하면 안 돼. ‘내가 도와주면 이 녀석은 죽느냐 사느냐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게 하면 안 되는 거야. 자기 도움으로 타인이 막대한 이익을 얻거나 치명적인 불이익을 회피하는 걸 반기는 사람은 많지 않거든, 자기한테는 작은 일이지만 상대방한테는 그런대로 중대한 일 같다, 정도로 공략하는 게 중요해. 우월감을 만족시켜 주니까.
그리고 또 하나. 될 수 있으면 남들이 안 보는 데서 이성한테 부탁해.˝
pp.280-281
가미야마 고등학교에 들어와 지탄다라는 흔치 않은 촉매를 접하면서 호타로는 변했다. 아니, 진가를 발휘했다고 해야 할까. 호타로는 그때까지 내 앞에서 보인 적이 없는 예리함, 명민함, 또는 직감력, 뭉뚱그려 말하자면 추리 능력이라 할 것을 가지고 있었다. 그날, 지탄다가 지학 교실에 혼자 있었던 날부터 나는 호타로 때문에 몇 번 놀랐는지 모른다. 호타로는 회색 일색의 무개성 무능력 인간이 아니었다. 내 쪽이 아니라 내가 바라보는 쪽 인간, 내가 더없이 사랑하는 의외성을 감춘 인간이었던 것이다.
능력 있는 매는 발톱을 감춘다고 한다. 호타로에게 매의 일면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나는 과연 진심으로 그것을 유쾌한 일이라고 생각했을까?
pp.374-375
“자기한테 자신이 있을 땐 기대란 말을 쓰면 안 돼.”
나는 마야카의 항의를 가로막고 말했다. 반대의 경우는 있어도 내가 남의 말을 가로막는 일은 좀처럼 없다. 마야카는 뭐라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요란하게 장식된 복도 저 끝을 바라보며 웃는다. 웃는 얼굴은 내 특기다. 진지한 표정을 잊어버릴 만큼.
“뭐든 ‘국어사전에 따르면’ 하고 글을 시작하는 건 틀에 박힌 표현이라던데. 그럼 난 ’국어사전에 어떻게 나와 있는지 모르지만’ 하고 시작할까. 국어사전에 어떻게 나와 있는지 모르지만, 마야카, 기대란 건 체념에서 나오는 말이야.”
“…….”
대꾸 정도는 해 주면 좋겠는데. 독백 같아지지 않나.
“시간이라든지 자금, 능력, 그런 면에서 못 미친다는 체념이 기대가 되는 거야. 넬슨이 전투를 앞두고 수기 신호로 영국은 제군이 의무를 다하기를 기대한다고 했을 때, 넬슨은 자기 혼자 프랑스한테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 안 했어. 기대란 건 그럴 수밖에 없다, 어쩔 방법이 없다, 그런 게 없으면 영 거짓말 같아져.
다니는 나한테 기대 같은 거 하지 않았어. 자기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그런 소리를 왜 해? 젊은 세대의 일본어 오용이 참 심각해. 국어 교육의 전환기야. 기대란 건 말이지, 예컨대…….”
마야카는 역시 훌륭하다. 잠자코 듣는가 싶더니, 어딘지 모르게 화난 듯한, 즉 평소와 다름없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예컨대 후쿠가 오레키한테 한 것 같은 거?”
p.411
“절망적인 차이에선 기대가 발생해. 하지만 그 기대에 전혀 부응해 주지 않으면, 기대의 끝은 실망이야. 지난 일 년간 난 무네가 다시 한번 그려 줄 거라고 믿었어. 무네에 대한 기대를 아직 버리고 싶지 않았어.”
이제 알겠다. 다나베가 정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뭐였는지.
다나베는 이제 입을 다물고 땅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절망적인 차이에서 기대가 발생한다는 말이 타당하다면, 나는 어떤 방면에서도 차이를 심지어 알아차리지도 못하는 모양이다. 나는 몸이 떨릴 만큼 절실한 기대라는 것을 모른다. 동경을 모른다. 눈 아래 갈구하는 별이 없다.
……아니면 언젠가 내게도 ‘차례’가 돌아올까?
분류(교보문고)
소설 > 일본소설 > 미스터리/스릴러소설
기록
2025.11.19(水) (1판 4쇄)
나
까.
2016.10.17(月) (1판 4쇄)
이
자.
한 줄
시기도 질투도 용납되는 학창 시절이라는 마법
오탈자 (1판 4쇄)
p.88 위에서 4번째 줄
마켓가 → 마켓이
확장
쿠드랴프카(Кудрявка) (1954-1957)
성별 : 암컷
품종 : 잡종견(허스키x테리어)
라이카라는 이름이 대중적으로 알려졌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이쪽은 별명에 가깝고 실제 이름은 쿠드랴프카(곱슬머리)였다.
원래는 모스크바 시내를 배회하던 떠돌이 개로, 빈민가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주워 먹으며 살았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러시아 과학자들은 우주로 보낼 개를 길거리에서 찾아 포획했는데 그 중에는 라이카가 있었다.
길거리를 떠돌아다니는 견공을 택한 이유는 이 개들이 길을 떠돌며 받는 스트레스를 가지고도 적응, 생존하고 있었기 때문에 극한의 환경인 우주에서 잘 적응할 것이라고 믿은 것이었다. 아무튼 라이카는 모스크바의 항공의학연구소에 들어가 쿠드랴프카(Кудрявка)로 개명되어 알비나, 무슈카라는 개들과 함께 우주견 훈련을 받았다.
몇 개월의 훈련을 받은 끝에 ‘알비나‘와 함께 2마리의 최종 후보 자리에 올랐고 곧 그를 제치고 적임으로 발탁되었다. 이유는 사람 손을 안 타던 떠돌이 개치고는 매우 영리했고 연구원들을 잘 따랐으며 무엇보다 항상 침착하고 온순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마침내 라이카는 1957년 11월 3일 우주로 올라갔다.
빙과 - 타케모토 야스히로(2012)
원작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이번 축제 편은 애니메이션이 낫다고 생각한다. 등장인물들이 워낙 많이 나오기도 하고 축제 전반의 분위기, 그리고 『저녁에는 송장이』를 둘러싼 이야기들이나 만연 멤버들의 코스프레 복장은 시각으로 확인하는 편이 편하고 즐겁다.
저자 - 米澤穂信(1978-)
원서 - クドリャフカの順番 「十文字」事件(2005)
원서 - クドリャフカの順番 「十文字」事件(2008)
원서 - クドリャフカの順番 「十文字」事件(한정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