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인 모든 일들을 겪어냈고  우리는 그 시간을 함께 견뎠다. 

이미 모두가 들어 알고 있는 이야기. 내 생애 가장 짜릿하고 쫄깃했던 결말이 여기 있다. 


통쾌한 4월 4일 저녁,

할머니가 뚝닥 연탄불에 구운 생선과 돌솥밥을 내어주는 밥집에 갔다. 

우리가 반찬 하나 남기지 않고 싹싹 먹는 동안

벽에 걸린 티비에서 '파면' 멘트가 반복해서 들렸다. 할머니는 그 말에 답하듯 재깍 채널을 돌려버렸다. 

속내가 궁금했다.

나와 다를지 모르지만 그렇더라도 내가 할머니를 미워하지 않을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평소와 다르지 않은 평범한 일상이 나를 감싸고 있었으니까. 

이제 결정문도 어제의 밥처럼 맛있게 씹어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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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내 안에서 조용하게 일어나는 반항으로 인해 만들어진 확신의 흔적이다. 어제보다 선명하다 여겼다가 쓱쓱 없애기 위한 의미 없어보이는 반복이다. 습관처럼 읽고 쓰는 건 흔적을 만들기 위한 방편 중 하나일 뿐이다. 산책 중의 우연한 만남처럼, 오늘의 커피를 마시면서 이어지는 헝클어진 생각처럼. 나만 아는 수치심을 지워나가기 위한 멀고 먼 길이다. 형체 없는 믿음을 끌어안는 일은 손톱을 물어뜯는 막막함과 같다.  


한 사람을 봤다. 삶은 언제나 다양한 종류의 불안으로 가득하지만 어떤 종류의 두려움은 스스로 없앨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안도했다. 그건 어떤 거창한 해방도 대단한 풍요로움도 아니라고 했다. 그저 두려움의 일부를 없애나가면서 나에게 주어진 시간과 인생을 긍정하는 방향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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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을 변화 시키려는 욕망을 드러내는 사람들을 대체로 싫어한다. 귀찮아서 신경질적으로 반응하진 않지만 최대한 긍정적으로 그럴 수도 있지,라며 넘어가거나 글쎄,라는 말로 냉소를 표한다. 긍정의 단계에서 나는 조금 변한다. 엄청난 변화일지도 모르지만. 냉소로 넘어가는 지점에 대해 고민한다. 그건 확률적 현상들의 집합이라 언제나 분명하지 않음으로 끝나는 쳇바퀴다. 


끈적이는 감정의 연속선 위에서 내 기억의 파편들은 불쑥 튀어나오고 재구성을 반복한다. 지금의 나는 누구에게 감정이입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넘어가는 일이 소설을 읽는 재미라 할 수 있다. 나는 언젠가 또 변할 것이 분명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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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 예가체프 하루 수케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3년 9월
평점 :
품절


설명대로 산미와 바디감이 좋아 만족. 단맛이 약해 애프터 테이스트는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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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정권은 출판사든 서점 주인이든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는 시대였고 출판사 등록도 막았고 정기 간행물의 발행도 허락하지 않았다. 2024년에 다시 맞이할 뻔한 현실을 온몸으로 겪어낸 사람들이 있었다. 정기간행물이 안된다면 부정기간행물을 만들겠다고 힘을 모은 사람들. 그들은 책(book)도 잡지(magazine)도 아닌 둘의 형식을 조합해서 만든 부정기간행물 무크(mook)를 만들어냈다. 


그 시대에 있었다는 무크의 현재 모양을 알고있다. 한강 작가와 동료들이 함께 만든 무크지 메일링을 받아보았기 때문이다. 글이 있고 사진이 있고 소리가 있었다. 정기간행물인냥 8월과 9월 그리고 노벨상 발표가 있었던 10월까지 메일링은 때맞춰 도착했다. 경사와 소란과 혼란으로 잠잠해진 무크지 '보풀'의 소식을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 


결국 혼자 4권까지 모두 읽었다. 누군가와 함께 1권을 읽기 시작했던 시간과 공간이 떠올랐다. 역사는 반복되곤 한다는 뻔한 말을 내가 했을 것이다. 그때는 몰랐던 미래에 도착해서야 역사는 과거가 아니라는 사실을 곱씹으면서 선택적 장면들을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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