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정권은 출판사든 서점 주인이든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는 시대였고 출판사 등록도 막았고 정기 간행물의 발행도 허락하지 않았다. 2024년에 다시 맞이할 뻔한 현실을 온몸으로 겪어낸 사람들이 있었다. 정기간행물이 안된다면 부정기간행물을 만들겠다고 힘을 모은 사람들. 그들은 책(book)도 잡지(magazine)도 아닌 둘의 형식을 조합해서 만든 부정기간행물 무크(mook)를 만들어냈다. 


그 시대에 있었다는 무크의 현재 모양을 알고있다. 한강 작가와 동료들이 함께 만든 무크지 메일링을 받아보았기 때문이다. 글이 있고 사진이 있고 소리가 있었다. 정기간행물인냥 8월과 9월 그리고 노벨상 발표가 있었던 10월까지 메일링은 때맞춰 도착했다. 경사와 소란과 혼란으로 잠잠해진 무크지 '보풀'의 소식을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 


결국 혼자 4권까지 모두 읽었다. 누군가와 함께 1권을 읽기 시작했던 시간과 공간이 떠올랐다. 역사는 반복되곤 한다는 뻔한 말을 내가 했을 것이다. 그때는 몰랐던 미래에 도착해서야 역사는 과거가 아니라는 사실을 곱씹으면서 선택적 장면들을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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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스카페의 블렌드 원두는 맛이 좋아서 마켓컬리에서 종종 주문한다. 부산 블렌드는 브라질80%, 에티오피아20%였다. 평소대로 35g의 원두를 분쇄한 후 400g의 물을 투입해 드립 커피 두 잔을 만들었다. 고소함과 산미가 있었지만 씁쓸한 뒷맛이 아쉬웠다. 이럴땐 원두양을 줄여본다. 아니면 물 투입 속도를 빠르게 해본다. 추출 시간을 줄이면 잡미를 없앨 수 있다. 진하면서도 산미있는 커피를 좋아하기 때문에 브라질의 비중이 큰 이 원두는 나에겐 아쉬운 선택이었다. 


그래서 요나스가 작가에게 내어준 카다멈 커피가 생각났다. 원두는 27g으로 줄이고 1g의 카다멈을 뿌렸다. 작가의 레시피는 '카다멈 한꼬집'이다. 350g의 물을 투입했다. 두 잔의 카다멈 커피가 만들어졌다. 두둥! 이런 사소한 도전 같은 요리 레시피를 좋아한다.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박하사탕같은 카다멈 맛과 커피가 너무 잘 어우러져서 웃음이 났다. 요나스처럼 밀크 초콜릿도 '냠'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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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밤눈이 좋아지라고 날당근을 먹고(정말 효과가 좋아) 틈틈이 요가를 해.'


'돌아가면 우리 열심히 토론하자, 미국과 우리에 대해서. 왜냐하면 내가 너를 잃고 있는 것처럼, 서로를 이해하는 데 구멍이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거든. 그건 아마 내 잘못일 테고, 그래서 신경 쓰여.'


프랑수아즈 쿠아레였던 프랑수아즈 사강의 편지 중 가장 기억하고 싶은 말이었다. 자주 만날 수 없는 그리운 사람들에게 할 수 있는 건 어쩌면 저 두가지 이야기의 변주와 반복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모른다. 삶이 흐트러지지 않게 요즘 어떤 습관을 지켜내며 살아가고 있는지로 시작해서 우리가 만나면 함께 무엇을 하고 싶다는 말로 끝날 편지는 계속 쌓여간다. 우리는 결국 만나서 '구멍'의 일부를 메우려고 실컷 떠들다가 헤어질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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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만에 잠잠해진 바다가 낯선 아침이었다. 잦아든 파도가 따뜻함의 징표가 아니었다. 나에게 가까운 바닷물은 꽁꽁 언 하얀 얼굴이었다. 밤새 식었던 방안의 온기는 쉬이 돌아오지 않았다. 차갑게 돌아선 이가 돌아보는 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란 걸 아는 마음 한구석을 무용하게 헤집어보는 시간을 보냈다. 짠 바닷물이 얼 정도로 추운 날이다. 어제까지 찢어질 듯 펄럭이던 깃발도 얼어버린 듯 움직임이 없다. 요란하고 소란했던 바람소리와 파도의 난리법석이 끝난 후엔 얼어붙은 고요가 도착한 것이다. 온기일 줄 알았는데 잔인한 차가움이었다. 차가운 바닥에 미동 없이 누워있는 길고양이의 죽은 몸을 본 오늘 밤 밝은 달 주위에서도 반짝이는 많은 별들이 내 눈에 박혔다. 차마 보지 못한 얼굴, 다시는 보지 못할 것들은 결국 별이 되길 바란다고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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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온다고 외치는 사람들의 아우성은 나에게 소문일 뿐이었다. 꾹꾹 찍히는 눈 위의 발자국도, 눈오리도, 거대하고 괴이한 눈사람들도 모두 과거의 기억에 불과했다. 눈이 오면 고요에 휩싸였던 풍경을 아직은 잊지 않았다. 


눈이 오지 않아도 적막한 공간에서 호수같이 고요한 바다를 내내 바라본다. 분명한 다른, 우유를 부어놓은 것 같은 아침바다를 봤다. 서늘하게 쨍한 파란빛이었던 바닷물이 파스텔톤의 하늘과 색을 맞춘 듯 하나로 보였다. 구름을 바닷물에 담가놓은 듯 부드러워진 바다는 점점 부옇게 부옇게 하늘과 닮아갔다. 그리고 솜털같은 눈이 바람과 함께 창문 틈으로 날아들었다. 바람을 타는 눈의 양이 점점 늘어 거대한 스노우볼 형상이었다. 내리는 눈이 아닌 날리는 눈을 목격하며 즐겼던 건 순간이었다. 스노우볼을 잠깐 흔들어 내려놓았을 때처럼, 짧은 축제는 금세 끝이났다. 흔적을 남기지 않은 첫눈의 축제. 목격하지 못한 사람은 믿지 않을 소문같은 눈을 봤다. 

눈이 귀한 바다에서 나는 눈을 기다렸던가. 한국이지만 좀처럼 눈이 내리지 않아 타국에 있는 것만 같은 착각을 즐기고 있었던가. 어쩌면 오늘의 짧은 만남은 누구에게도 전해지지 않을 비밀이 될지도 모르는 일. 감쪽같이 고요한 스노우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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