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만에 잠잠해진 바다가 낯선 아침이었다. 잦아든 파도가 따뜻함의 징표가 아니었다. 나에게 가까운 바닷물은 꽁꽁 언 하얀 얼굴이었다. 밤새 식었던 방안의 온기는 쉬이 돌아오지 않았다. 차갑게 돌아선 이가 돌아보는 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란 걸 아는 마음 한구석을 무용하게 헤집어보는 시간을 보냈다. 짠 바닷물이 얼 정도로 추운 날이다. 어제까지 찢어질 듯 펄럭이던 깃발도 얼어버린 듯 움직임이 없다. 요란하고 소란했던 바람소리와 파도의 난리법석이 끝난 후엔 얼어붙은 고요가 도착한 것이다. 온기일 줄 알았는데 잔인한 차가움이었다. 차가운 바닥에 미동 없이 누워있는 길고양이의 죽은 몸을 본 오늘 밤 밝은 달 주위에서도 반짝이는 많은 별들이 내 눈에 박혔다. 차마 보지 못한 얼굴, 다시는 보지 못할 것들은 결국 별이 되길 바란다고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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