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를 살짝 들었다가 자기도 모르게 다시 의자에 앉았다

오늘이 아버지 기일인가 봐요

좀 전에 대화 나누는 걸 봤거든요

아까 그 술. 마시면 취해요?

보기보다는 센 술이라서요

그가 저와 같은 날 가족을 잃었다는 것

겨우 그런 걸로 낯선 이에게 곁을 내어 주는 거냐 묻는다면...

그쪽이 마시고 있는 술은 더 독한 거죠?

전 16년 전인데도 못 잊는걸요

오늘 저도 제 동생을 보낸 날이거든요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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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에게 거짓말은 통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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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음을 비운 지 오래됐잖아

차라리 네가 부럽지

사랑을 하면서 힘든 건 그래도 부러운 거야

한때 사랑했었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질질 끌려다니는 내 삶이 엿 같은 거지

그는 더 이상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다

언제부터 집이 이렇게 조용했을까

집이 절간도 아니고 왜 이리 조용하지

아침마다 문 밖에서 들려오던 친구의 목소리가 사라진 것이다

고작 한 달을 있다가 건 것 뿐이었는데...

토요일 아침은 얼마든지 게을러도 되는 날이었다

엄마의 일상은 매사 그런 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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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한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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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거기 가담할 생각 없어요

자존심 세울 때가 아니에요

생각 없으면 돌아가요

갑작스러운 변심에 황당해서 가만히 있자 그가 가방을 내밀었다

혼자 있게 되니 슬슬 현실감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퇴사한 뒤로는 전부 그랬다

설령 계속 연락하고 지냈더라도 오늘 일을 말할 수는 없었다

그놈이랑 섹스하려다 그놈 아들한테 들켰어

나이 차이 나는 남자를 항상 반대하던 친구

이제 와서 후회해 봤자 소용 없었다

소주라도 사올걸...

이대로 숨이 막혀 죽을 수 있다면 좋겠다

기억도 거품처럼 씻어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더 아파야 잊을 수 있을 텐데 그건 무서웠다

이렇게 겁이 많으면서 왜 그한테는 조심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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