퉁퉁 부어오른 입술을 보면서 그는 묘한 배덕감을 느껴야 했다

머리는 괜찮아?

그녀가 옷을 벗었다고?

벗긴 건 자신이었다

눕히기 편하기 위해 옷을 벗겼었다

하지만 그녀가 울면서 그에게 안겨들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집은 옮기도록 하지

사실 그 할멈이 당신 사주라고 돈 많이 줬어

오늘도 데이트 한다고 생각하고 나한테 모든 걸 맡겨

사모님 흥분하시면 안 됩니다

그 집에서 잘못한 자료들이 얼마나 많아

내 양녀 삼을 테니 법적인 문제는 알아서 처리해

내 손녀야. 입양하는 거? 그것 하나 못할까 봐

속에서 벌건 핏물이 끓어 넘쳤다

나도 벌은 받겠지만 그자들은 용서하지 않을 거야

그렇게 아들도 며느리도 손자도 죽을 줄 모르고...

사실 그녀도 알고는 있었다

그런 남자에게 거지 같은 여자는 어울리지 않았다

지금이야 신기할 것이다

그녀는 그가 자신을 동정한다고 착각했다

착한 사람이라 그 동정을 착각하는 거라고

뭐.. 키스도 한 사이인데

그녀의 눈이 동공에 지진이 난 듯 떨리더니 입을 빠끔거렸다

맛없으면 다른 거 먹자

돈을 돌려 달라 했으니 뱉어내기 어렵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시간 벌려고 그러는 것 같습니다

그는 다정하게 이야기하며 그녀를 죄어들었다

그녀는 누군가의 보호를 받아본 적이 없어 이런 호의를 쉽게 거절하지 못했다

호적 정리에 결혼만큼 좋은 게 어디 있어

내가 죽기 전에 그 아이가 그 집 호적에서 빠져야지

유산은 변호사를 통해 양도 가능해도 호적은 어쩔 수 없잖아

너 언제 내 손녀랑 결혼할래

네 아비를 원망하려거든 나도 원망해야지

내 손녀만 책임져 주면 원하는 건 뭐든 주마

면접을 본다는 말에 참관하러 왔는데

아버지가 내려올 정도면 아마 그 할멈이 입을 열었다는 소리였다

이 애와 결혼하고 나면 나는 지금처럼 여유로울 수 있을까

분명 자신은 그녀를 구속하고 감시하러 들 것이다

모든 게 처음이라니까 좋은데?

그녀가 숨을 참지 못해 고개를 돌렸다

지난 번부터 하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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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이 높다 못해 오만한 놈

회사에서 말하는 그에 대한 평판이었다

그의 순발력은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혔다

그 순간에도 그런 생각을 하고 곧바로 입 밖으로 내뱉다니

대표님... 차라리 저를 죽여 주세요

눈을 질끈 감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회사에서 잘릴지도 몰랐다

비서의 운명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대표의 곁을 떠날 수 없는 것

하.. 나는 진짜 죽었다

요 며칠 무슨 일이 있길래 넋을 빼놓고 있습니까

일에 사적인 감정 끌고 오지 마세요

연봉을 많이 주는데도 모텔 갈 돈은 없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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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

지금 그거 괜찮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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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인지 그녀와 같은 마음인지 알 수 없었다

왜 사람을 밟아요!

며칠간 책방 좀 운영했다고 주인 행세하나?

왜 시키지도 않은 단독행동을 해?

주인을 위해서라도 거스를 수 없었다

익숙한 구두 굽 소리가 가까워졌다

눈길은 여전히 바닥에 머물렀다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바둥거렸다

내가 꽤 신경 쓰이나 봐?

터치에 극도로 예민하네

미친놈한테 동요하지 마. 나쁜 새끼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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닿을까. 그럼 어쩌지

봐... 이럴 줄 알았지

보이는 그대로였다

...싫은 거 아니야

지금 네 얼굴을 보고 말해

그녀는 대답 없이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갔다.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내가 다른 사람을 좋아해서 혹시 불편해?

체념, 포기. 나 이제 그거 해 보려고

그가 착각하든 오해하든 나는 이걸 기회 삼아 널 완전히 지울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걸었다

싫다고 해야 하는데

그럴 이유가 없네...

틀렸다는 걸 알았다

인간의 어리석음이라는 게 이런 걸까

끝이 보이는 관계를 시작하는 멍청이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멍청이가 바로 여기 이곳에 있었다

코앞까지 다가온 입술이 열렸다

그래... 이건 사랑이 아니다

이건 그냥.. 놀이일 뿐

남녀 간의 놀이. 뜨거울 테고 즐거울 것이다

쾌락을 얻되 기대를 버릴 것이다

욕심을 채우되 마음을 지울 것이다

쓸데없는 감정 소모 따위도 필요 없어 편리한 관계

원래 아무 생각 없이 해야 재미있는 거야

이 관계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다니...

시원했던 밤공기에 식었던 뺨이 금방 달아올랐다

깊고 진하게 엉켜 드는 입술은 떨어질 줄 몰랐다

룸에 들어오기 직전 그는 마지막까지 그녀에게 기회를 주었다

그녀는 이런 걸 느껴본 적이 없었다

잘못된 걸 알면서도 멈추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회의감

뭐가 이렇게 급해?

짧게 단언한 그가 다시 입술을 내렸다

낯설지만 겪어 본 적 있는 쾌감

나도 몰랐어. 내가 여자 때문에 이럴 줄

그때도 생각했어. 여기 예쁘다고

그는 가슴을 좋아했고 또 가슴에 집착했다

괴로움과 쾌락은 오직 그녀의 몫이었다

그녀는 몸이 마치 제 것 같지 않았다

제멋대로 뜨거워지고 제멋대로 그를 껴안았다

전시품 보는 것처럼 보지 말아 줄래?

그럼 너도 감상해. 노력으로 다져진 몸이야

이런 건... 싫어

그녀가 입술을 들썩였다

왜 네가 미련을 떠는지 알겠다

나 지금 왜 변명하고 있는 거지

앞으로 나랑 할 때는 휴대폰 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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