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을까. 그럼 어쩌지

봐... 이럴 줄 알았지

보이는 그대로였다

...싫은 거 아니야

지금 네 얼굴을 보고 말해

그녀는 대답 없이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갔다.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내가 다른 사람을 좋아해서 혹시 불편해?

체념, 포기. 나 이제 그거 해 보려고

그가 착각하든 오해하든 나는 이걸 기회 삼아 널 완전히 지울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걸었다

싫다고 해야 하는데

그럴 이유가 없네...

틀렸다는 걸 알았다

인간의 어리석음이라는 게 이런 걸까

끝이 보이는 관계를 시작하는 멍청이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멍청이가 바로 여기 이곳에 있었다

코앞까지 다가온 입술이 열렸다

그래... 이건 사랑이 아니다

이건 그냥.. 놀이일 뿐

남녀 간의 놀이. 뜨거울 테고 즐거울 것이다

쾌락을 얻되 기대를 버릴 것이다

욕심을 채우되 마음을 지울 것이다

쓸데없는 감정 소모 따위도 필요 없어 편리한 관계

원래 아무 생각 없이 해야 재미있는 거야

이 관계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다니...

시원했던 밤공기에 식었던 뺨이 금방 달아올랐다

깊고 진하게 엉켜 드는 입술은 떨어질 줄 몰랐다

룸에 들어오기 직전 그는 마지막까지 그녀에게 기회를 주었다

그녀는 이런 걸 느껴본 적이 없었다

잘못된 걸 알면서도 멈추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회의감

뭐가 이렇게 급해?

짧게 단언한 그가 다시 입술을 내렸다

낯설지만 겪어 본 적 있는 쾌감

나도 몰랐어. 내가 여자 때문에 이럴 줄

그때도 생각했어. 여기 예쁘다고

그는 가슴을 좋아했고 또 가슴에 집착했다

괴로움과 쾌락은 오직 그녀의 몫이었다

그녀는 몸이 마치 제 것 같지 않았다

제멋대로 뜨거워지고 제멋대로 그를 껴안았다

전시품 보는 것처럼 보지 말아 줄래?

그럼 너도 감상해. 노력으로 다져진 몸이야

이런 건... 싫어

그녀가 입술을 들썩였다

왜 네가 미련을 떠는지 알겠다

나 지금 왜 변명하고 있는 거지

앞으로 나랑 할 때는 휴대폰 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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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그 변태가 있는 건가

대체 저한테 뭘 하실 작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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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사람 위로할 줄 몰라

내가 아는 방법은 하나뿐이라서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툭 하고 그의 뜨거운 입술이 그녀의 입술 위로 내려앉았다

키스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그런 것을 하고 그는 입술을 떼어냈다

울음은 그친 거야?

이렇게 당황하는 여자는 처음이었다

추워서 옷을 껴입고 자던 그녀였다

이제 풀어줘도 되겠네

참고로 옷을 벗긴 건 내가 아니야. 당신이 벗었어

자꾸 튀어나가려고 해서 잡고 잘 수 밖에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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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비서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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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엉거주춤 일어섰다

역거운 건 냄새보다 남자였다

보금자리에 살면서 매달 생활비도 챙겨줄 테니까 잠자코 있어

아저씨가 뭔데 내 인생을 마음대로 도와줘요?

격해진 언성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돌아보았다

내 인생이 장난 같아요?

깡패한테 함부로 대드는 발칙한 객기가 치솟았다

비밀 언덕 하나 없는 주제에 용감무쌍해져 갔다

다 남자 탓이다

이 남자가 먼저 선을 넘었다

그는 함부로 그녀에게 말도 안 되는 선의를 베풀려 한다

겁도 없이 공짜에 적응했다가 어떠한 잔인한 지옥 구덩이에 처박힐지

세상은 그녀에게 한 번도 도타운 적이 없었다

아무리 깡다구가 있다 해도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았다

폭탄을 몸에 두르고 거리를 배회하는 기분

제 품에 손을 넣어 접힌 종이를 건네주었다

합법적으로 돈 버는 데니까 의심하지 말고

깡패한테 대가성 없는 호의 받았다가 그 후환을 어떻게 감당하라고요

답답한 사람은 그녀였다

당장이라도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

젊은 남자가 그녀를 보며 걸어왔다

니가 앞으로 일할 곳이야

니가 할 일은 잡념 떨치고 공부하는 거야

첫날부터 이러면 앞으로는 뻔했다

일어나지 않은 미래가 파노라마로 보였다

마음이 불편하니 글이 안 써지는 건 당연했다

낯선 배려는 책방 문을 닫을 무렵에 피날레를 장식했다

너무 당황해 얼이 나갈 지경이었다

할머니 말대로 정말로 미친 놈이었다

사람의 의견 따위는 아랑곳없이 독단적으로 강행하는 나쁜 새끼

익숙해지면 안 되는데

오늘 하루가 참 복잡다단했다

과거 일이 되어버린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눈이 완전히 감기려는 찰나였다

나랑 같이 먹고 싶으면 멍 때리고 있어

무서워서 제자리에 서서 눈만 굴리며 살펴보았다

혼자가 된 외로움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아득했다

누가 감히 너한테 일하래?

이거 주인이 시킨 일이야?

두 사람의 시선이 미묘하게 얽혀들었다

괜히 심장 부근이 간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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