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엉거주춤 일어섰다

역거운 건 냄새보다 남자였다

보금자리에 살면서 매달 생활비도 챙겨줄 테니까 잠자코 있어

아저씨가 뭔데 내 인생을 마음대로 도와줘요?

격해진 언성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돌아보았다

내 인생이 장난 같아요?

깡패한테 함부로 대드는 발칙한 객기가 치솟았다

비밀 언덕 하나 없는 주제에 용감무쌍해져 갔다

다 남자 탓이다

이 남자가 먼저 선을 넘었다

그는 함부로 그녀에게 말도 안 되는 선의를 베풀려 한다

겁도 없이 공짜에 적응했다가 어떠한 잔인한 지옥 구덩이에 처박힐지

세상은 그녀에게 한 번도 도타운 적이 없었다

아무리 깡다구가 있다 해도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았다

폭탄을 몸에 두르고 거리를 배회하는 기분

제 품에 손을 넣어 접힌 종이를 건네주었다

합법적으로 돈 버는 데니까 의심하지 말고

깡패한테 대가성 없는 호의 받았다가 그 후환을 어떻게 감당하라고요

답답한 사람은 그녀였다

당장이라도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한다

젊은 남자가 그녀를 보며 걸어왔다

니가 앞으로 일할 곳이야

니가 할 일은 잡념 떨치고 공부하는 거야

첫날부터 이러면 앞으로는 뻔했다

일어나지 않은 미래가 파노라마로 보였다

마음이 불편하니 글이 안 써지는 건 당연했다

낯선 배려는 책방 문을 닫을 무렵에 피날레를 장식했다

너무 당황해 얼이 나갈 지경이었다

할머니 말대로 정말로 미친 놈이었다

사람의 의견 따위는 아랑곳없이 독단적으로 강행하는 나쁜 새끼

익숙해지면 안 되는데

오늘 하루가 참 복잡다단했다

과거 일이 되어버린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눈이 완전히 감기려는 찰나였다

나랑 같이 먹고 싶으면 멍 때리고 있어

무서워서 제자리에 서서 눈만 굴리며 살펴보았다

혼자가 된 외로움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아득했다

누가 감히 너한테 일하래?

이거 주인이 시킨 일이야?

두 사람의 시선이 미묘하게 얽혀들었다

괜히 심장 부근이 간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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