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사가 보여 주고 싶은 곳을 보게 할 것. 마리아는 비올라가아니다. 마리아로 나는 안나의 얼굴을, 피에트라달바라고 불렸던 마을에서 가장 순수한 감미로움을 담고 있는 그 표정을활용했다.
그리스도를 제대로 보아야만 한다. 비올라를 보아야만 한다. 나는 그날 폐허에서 봤던 그녀를 살짝 어긋난 다리와 눕혀 놓았기에 더욱더 납작해져 존재하지 않는 가슴과 얼굴에흘러내린 머리카락까지 망가진 모습 그대로 숭고한 육신을조각했다. 하지만 거기 누워 있는 건 아무리 양성적으로 보인다 하더라도 분명 여자로서, 여자의 쇄골과 여자의 가슴과 여자의 엉덩이를 지니고 있다. 눈이 남자를 기대하면 남자가 보이겠지만, 감상자의 온 감각이 담아 내는 것은 눈에 거의 보이지 않고 은밀한 만큼 더욱더 폭발적인 여성성, 맹신자들의박해로 단절되었다가 분출하는 여성성이다. 어떤 관객들은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그저 어깨를 으쓱하고 만다.극도로 민감한 다른 사람들에게서는 격렬한 반응이 터져 나오고, 그러한 반응은 이해하지 못한 자들, 결국 모두에게서 엉뚱하고 설명할 길 없는 욕망으로까지 나아간다. 그들은 악마와 과학과 기타 등등을 찾아다녔지만, 사실 비올라만 존재했다. 본의 아니게, 베드로 성인도 울고 갈 정도로 나 스스로보기 좋게 배신했고 부인했던 비올라. - P616

그 일이 어떻게 벌어질지 알고 싶다. 문턱을 넘어서기, 마지막으로 내쉴 숨. 시작한 문장을 미처 맺지 못하고 떠나게되는 걸까? 허공에 걸린 말들, 그러고는 더는 아무것도 없고아름다운 침묵, 뒤따르는 안도? 아니면 내 육신으로부터 나의 영혼을 빼내어 가는 동안 침대에 가만히 누워 있어야 하는걸까?
트라몬타나, 시로코, 리베치오, 포넨테, 미스트랄, 나는 이모든 바람의 이름으로 너를 부른다.
나는 나의 삶을, 겁쟁이와 배신자와 예술가의 삶을 사랑했고, 비올라가 내게 가르쳐 줬듯이 우리는 사랑하는 어떤 것을돌아보지 않고서는 그것과 이별하지 않는 법이다. 누군가가나의 손을 쥐는 게 느껴진다. 어떤 수도사, 어쩌면 그 선량한빈첸초 본인일 수도. - P618

트라몬타나, 시로코, 리베치오, 포넨테, 미스트랄 나는 이모든 바람의 이름으로 너를 부른다.
아, 코르누토, 코르누토! 우리에게 출발에 대해 말해 줘. 다같이 노래 한 곡 뽑자고!
번개가 칠 때 그 빛에 드러나는 프라 안젤리코의 그림들을꼭 보기를…… - P619

하늘에 새들이 날던 시절 태어났던 미모 비탈리아니는 위성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 - P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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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폭스콘의 이익은 생산량이 증가할수록 높아진다. 제품 하나를생산해 고작 몇 센트 벌어들일 뿐이라면 그리 성공적으로 보이지 않지만, 제품을 셀 수 없이 만들어 내면 수지가 맞아떨어진다. 애플의 아이패드는 출시 두 달 만에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6000만 대가 팔렸다. 고객들이 신제품을 기다리며 줄을 길게 늘어서는 바람에 제품은 금세 팔려 나갔다. 제품을 더 많이 더 빨리 생산하라는 압력이 애플은 물론 폭스콘에 가해졌다. 공급 업체를 바꾼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폭스콘은 아이패드 같은 대형 계약을 통해 애플을 어디도 못 가게 꽉 붙잡았다. - P90

"폭스콘이 내년에 허난 성 지역으로 이사 간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어요. 여기서 계속 일하려면 저도 같이 옮겨야겠죠. 물론 고향하고는 가까워지겠지만 허난성 지역에서는 월급이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실제로 2010년, 폭스콘 측에서 허난 성으로의 이주가 임박했다고 발표했다. 자살 사건이 벌어지기 전에 폭스콘은 선전의 합법적인 최저 임금 수준인 한 달 1100위안(18만9000원)을 어기고 있었다. 그때 임금을 인상한 것은 자살 사건에 이은 언론의 극심한 취재 열기 때문이었다. 애플과 델 등은 소비자들이 폭스콘 사건에 당신들도 간접적 책임이 있는 것아니냐며 염려의 목소리를 높이자 철저한 조사에 들어갔다. 의심할 것도 없이 이들 기업은 폭스콘에 자사의 불편 사항을 충분히 인식시켰다.
그런데 최저 임금이 600위안(10만3000원)밖에 안 되는 허난 성 지역으로이주하면 폭스콘은 고객 기업과의 약속을 지키면서 최저 임금 의무도이행할 수 있을뿐더러, 임금을 절반 가까이 삭감해 제품의 단가를 낮은수준으로 유지하는 등 추가로 상당한 이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애플은 폭스콘의 이주에 대해 노동자들이 고향과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을것이라고 밝혔다.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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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당신만의 연례행사가 생기기를

제철을 챙기는 마음은 언제 싹터서 이만큼 자라났을까.
하루에 버스가 몇 대 다니지 않는 시골 마을에서 자랄 때에는 그저 더 넓은 곳으로 가는 게 소원이었다. 내가 사는 곳이 좁다 여겼을 뿐 문밖의 자연이 크고 너른 줄은 몰랐던 시절. 열아홉에 서울로 올라와 낡고 좁은 방들을 전전하며 20대를 보낼 적엔 이 도시에서 내 자리 한 칸을 마련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늘 고단했으므로 어디든 무엇이든 ‘마음 붙일‘ 곳이 필요했다. 모든 것이 낯선 도시에서 유일하게 익숙한건 해마다 돌아오는 계절뿐이었다. - P4

24절기란?
실제로는 지구가 1년 동안 태양 둘레를 공전하지만, 지구의 관측자에게는 상대적으로 태양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천구상에서 태양이 1년에 걸쳐 이동하는 경로‘를 ‘황도‘라 부른다. 황도 한 바퀴인360도를 15도 간격으로 나누어 계절을 세밀하게 구분한 것이 24절기. 해가 만들어내는 1년간의 계절 변화를 스물네 개의 이름으로 표현한 셈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각각에 여섯 절기가 속하며, 한 절기의 길이는 약 15일로 한 달에 두 번 들어 있다.

절기 알기
음력이 아니라 양력 
절기는 천문현상을 관찰해 계절의 변화를 헤아리려 한 과학적인 역법, 태양의 겉보기운동을 기준으로 만들어졌으며,종종 음력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지만 양력(태양력)에 따른 것이다.
하루가 아니라 보름 남짓 
"오늘은 절기상 입춘입니다" 보통 우리는절기를 하루인 것처럼 말하지만, 사실 황도상에서 15도 간격으로 나눈 각 지점을 태양의 정중앙이 통과할 때가 24절기가 시작되는 시점이며, 다음 절기까지의 기간을 한 절기로 본다. 달력에 적힌 일자는입기일入氣日 (절기가 시작되는 날)이다. - P11

입춘이라 해도 2월은 아직 겨울 추위의 기세가 남아 있을 때라 누군가는 이게 무슨 봄이냐 투덜대고 누군가는 절기를 엉터리라 여기기도 한다. 잘못한 것도 없이 눈총 받아 서러울 입춘을 대신해 말하자면, 이런 차이는 24절기 명칭이 중국주나라 때 화북 지방, 지금의 황하 유역 기후를 바탕으로 한것이라 한반도 기후와 다소 다른 데서 발생한다. 하지만 도리어 그 차이에서 빚어지는 의미도 있다.
내게 입기는 늘 ‘배웅‘과 ‘마‘의 시간이다. 입춘은 떠나는 겨울을 시간 들여 배웅하고, 다가오는 봄을 마중 나갈때라고 알려준다. 미루다 놓친 겨울의 즐거움이 있다면 이참에 챙겨두라고 눈을 내려주기도 하고, 이른 꽃 소식을 통해봄엔 어떤 즐거움들을 통과하고 싶은지 묻기도 하면서.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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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도 소리를 질러 대서 스테파노는 사무실 문을 닫지않을 수 없었다.
「넌 나한테 거짓말을 했어, 개자식아! 너희의 그 개 같은 수용소에서 그 여자를 내보내!
그는 진정하라고 명령하더니 자신은 아무런 나쁜 짓도 하지 않았다고 단언했는데, 그건 사실이었다. 악의 아름다움은바로 악이 아무런 노력도 요구하지 않는 것이기에 그 누구도결코 나쁜 짓을 저지르지 않는다. 그저 악이 지나가는 것을바라보기만 하면 된다. - P528

그리고 제 연설은 오르시니 가문과 그리고 물론 저 자신의 전언이기도 한 친구의 말을 빌려서 매듭을 짓고자 합니다. <Ikh darf ayer medalye af kapores....... in ayertatnstatnarayn!> 발음은 봐주십시오, 이디시어랍니다. 글자그대로 옮기면, 이 메달, 그것을 당신 아버지의 아버지 안에집어넣어라> 혹은 덜 시적이고 보다 현대적인 이탈리아어로옮기면 <당신의 메달을 받아서 똥구멍에 처박아라>」대경실색으로 인한 침묵이 청중 위로 내려앉았다. 그 충격 - P538

파가 어찌나 거센지 지구가 축에서 살짝 벗어났던 것 같다.그러고는 형언할 수 없는 항의와 야유의 천둥이 터져 나왔다.평온한 표정의 마치스테는 팔짱을 낀 채 놀라 나를 응시했다.
「미모 비탈리아니와 오르시니 가문은 여러분에게 경의를표합니다. 사랑하는 친구들! 나는 시끄러운 소리를 누르기위해 고함을 질렀다. 「우리는 이 암살자들의 정권을 위해 결코 다시는 일하지 않을 겁니다!」나는 문지방을 넘기도 전에 체포되었다. 곁눈으로 보니 두명의 남자가 깜짝 놀란 스테파노를 양옆에서 에워싼 채 출구로 끌고 가는 것이 보였다. 나는 그 누구에게도 얻어맞지 않았지만, 그 뒤로는 모든 것이 암흑이 되어 버렸다. 아마도 아주 오랜만에 처음으로, 바로 직전 순간에 내가 환한 빛을 발했기 때문이 아닐까. - P539

「트라몬타나, 시로코, 리베치오, 포넨테, 미스트랄, 어쨌든그렇게 어렵지는 않잖아!」 비올라가 역정을 냈다. 「이곳에 부는 바람은 다섯 개뿐이라고.」「트라몬타나, 시로코, 리베치오...... 포넨테, 그리고 미스트랄.」「한번더.」「트라몬타나, 시로코, 리베치오, 포넨테, 미스트랄.」불행히도 그만 「바람이 부네」라고 말하는 바람에 이 사달이 났다. 짜증이 난 비올라는 내 어깨를 한 대 때렸었다.
「말에는 의미가 있어, 미모, 명칭을 불러 주는 건 그걸 이해한다는 거야. <바람이 부네>, 그건 아무 의미도 없다고. 죽음을 몰고 오는 바람인가? 파종의 바람인가? 수확하기도 전에식물을 얼려 죽이거나 태워 죽이는 바람인가? 만약 말들에의미가 없다면 내가 어떤 의원 노릇을 할까? 다른 의원들과다를 게 하나도 없겠지.」「됐어 됐다고 이해했어.
「그러면 한 번 더 말해 봐.」「트라몬타나, 시로코, 리베치오, 포넨테, 미스트랄.」 - P566

 그날 저녁 잠자리에 들면서 나는 그 뒤로 벗어나지 못할 습관을, 아마도 미신적일 버릇을 하나 들였는데, 어둠과망각으로 빠져들기 전에 트라몬타나, 시로코, 리베치오, 포넨테,
미스트랄을 외우는 거였다. - P568

정오가 되기 전에 가장 먼저 비올라를 발견했다. 비올라의침실은 토사 더미에 파묻히지 않은 쪽 마지막 층에 있었다.나는 붙잡는 손들을 뿌리치고서 외침을 듣자마자 뛰어갔다.
공병 한 명이 폐허 더미 약간 아래쪽에 있던 또 다른 공병에게 비올라를 넘겼다. 그 두 번째 공병이 두 팔에 비올라를 받아 안고서 바닥에 눕히려고 막 쭈그려 앉은 참이었다. 비올라는 벌거벗었고 먼지로 뒤덮였다. 나는 그녀 곁에 무릎을 꿇고서 그녀의 얼굴을 만졌고 그곳에 굴러다니던 찢어진 커튼을끌어다가 몸을 가려 줬다. 오르시니 가문은 죽음과 이상한 협약을 맺었다. 그들을 훼손하지 않고서 데려간다는 협약, 비올라는 산산조각이 난 기차 옆에서 발견된 오빠 비르질리오처럼 말끔했다. 몇 군데 긁힌 상처와, 하늘을 난 지 30년이 지난지금까지도 다리와 팔과 상반신에 남아 있는, 나는 결코 본적 없는 엄청난 흉터를 제외한다면, 나는 무수한 봉합 자국을보고 나서야 비올라가 견뎌야만 했던 것이 무엇인지를 비로소가늠하게 됐다. 오른쪽 다리가 무릎 아래에서 살짝 어긋나있었다. - P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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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리의 이야기에 이런 빈 구멍들을 만들어 냈다고 비올라를 원망했다. 티끌 한 톨 지나갈 틈 없을 정도로 우리 사이가 가까웠는데, 나를 밀쳐내고 멀리 보내 버렸다고. 나는그녀를 원망했고, 그렇다는 것을 그녀에게 이해시키는 가장좋은 방법으로 떠나는 것 말고 다른 수단을 찾아내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나는 내 쪽에 잘못이 있다고 느끼기 시작했다.비올라를 그런 식으로 취급하다니, 나는 비올라가 나의 우정을 누릴 자격이 없는 만큼이나 그녀의 우정을 누릴 자격이 없었다. 비올라는 나의 그림자가 되었다. 나는 비올라에게 욕하고 격노했고, 그 애도 그곳에서, 겨울의 차갑고 짙은 안개가밀려들면 오렌지에 서리가 내리는 그녀의 고원에서 똑같이그러고 있을 거라고 상상했다. 똑같은 격분한 몸짓, 똑같은쓸데없는 비난. 우리는 둘 다 옳았고, 우리는 누가 누구의 거울인지 더는 알지 못했다. 스스로를 탓할수록 내가 스스로를탓하게끔 만든 비올라를 더더욱 원망했다. 그 애가 사과하지않는 한 다시 보지 않을 거라고 맹세했다. 착실한 그림자로서, 그 애도 그쪽에서 나만큼 그러고 있을 터였고, 우리는 그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서로의 삶에서 빠져나왔다. 이 끔찍한악순환, 이 희비극적 우로보로스가 그 뒤로 이어진 여러 해를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 P330

프란체스코에게서는 누이에게 있는 무언가가, 가령 상대방에게 말을 하면서 고개를 숙이는 독특한방식이라든가 갑자기 멍해지는 눈길 등이 보였다. 프란체스코가 몽상가가 아니라는 사실에 눈감는다면, 스물세 살 청년답게 몽상에 잠긴 태도라고 믿을 법했다. 하지만 그건 전나무꼭대기에서 생쥐 열 마리의 공포에 질린 달음박질을 동시에쫓아가며, 그들이 그릴 궤적을 예측하고 열 수 앞서 자신의먹잇감을 고르는 독수리의 자세였다. 그는 목소리에 그 시퍼런 날을, 고통 없이 목숨을 앗아 가는 그 예리한 날을 갖고 있었다. 그는 어조를 높이는 법 없이 위기의 뇌관을 뽑아 버렸다. 나는 거친 짐승 같은 작자들이 그의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그는 나를 대등하게 대했다. 그리고 오늘날 허풍 없이 말하건대, 나는 실제로 대등했다. 이 세상에서 단 한 사람만이 지성과 야망에 있어서 우리를 고갯짓과 어깻짓으로 지배했지만 우리는 절대 그 사람 이름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 P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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