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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끝났다고 말하는 사람을 볼때마다 나는 1999년에 일어난 일과 일어나지 않은 일을 생각한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나는 유체 이탈, 도플갱어, 예지몽, 인체자연발화, 공중부양 등등 불가사의한 능력이나 현상에 관심이 많았다. 당시 정기 구독하던 어린이 잡지에 매달 그런 기사가 한 꼭지는 실렸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사회 전반적으로도 역술이나 점, 단학 따위가 판을 치고 있었다. 한강 다리가 무너지거나 IMF 사태로 대량 실직이 일어나는 등예측 불허의 현실 속에서 다들 경제적으로 힘들게 살 때라 그런 비과학적인 말들에서 위안을 찾으려고 했던 모양이다. - P9

그러다가 2012년 ‘춤추는 말의 숫자에 달린 원이 아홉개가 되는 때, 고요한 아침으로부터 종말이 올 것‘이라는 그의 예언시가 다시 주목을 받았다. 그 예언을 싸이의 <강남스타일> 유튜브 조회수가 십억 회가 넘어가면 지구 종말이 온다는 의미로 해석했기 때문이었는데, 예언이라는 게 이런 식으로 이현령비현령의 사후 추정이라는 걸 이보다 잘 보여주는 예는 없을 것이다.
말춤이라서 말세인가? 말장난을 하려는 게 아니다. 소설가로서 나는 예언의 내용보다는 그 형식이 언어여야만 한다는 게 더 흥미롭다. 어떤 예언가가 환상 속에서 미래의 뭔가를 봤다고 해도 그는 그것을 자신의 지식 수준에 맞춰 언어로 표현해야만 한다. 실제로 자신이 본 것을 그대로 보여준다면 모를까, 그걸 언어로 변환한 이상 그 진의는 온전히 전달되지 않는다. 게다가 번역까지된다면 왜곡은 피할 길이 없다. 결국 예언은 그 형식 때문에 빗나갈 가능성이 많은 셈이다.  - P10

"그 한 문장으로 판매금지가 결정될 수 있단 말인가요?"
"군부가 판매금지를 시킬 때는 이유를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아요. 그냥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요. 그게 독재정권이 하는 일입니다. 이유는 우리가 스스로 찾아야 해요. 정권이 싫어하는 게 뭔지를 그렇게 독재정권하의 사람들은 스스로 내적 검열관을 만들어가는 거예요. 그런 탓에 판매금지된 책을 구해 읽어보면 가끔 어리둥절할 때가 있어요.  - P16

"과거는 제가 분명히 겪은 일이지만, 앞으로 이 친구와 결혼한다는 건 가능성일 뿐이잖아요."
나는 그 이야기가 기억나지 않았지만 지민은 그렇게 말했다고한다.
"과거는 자신이 이미 겪은 일이기 때문에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데, 미래는 가능성으로만 존재할 뿐이라 조금도 상상할 수 없다는 것. 그런 생각에 인간의 비극이 깃들지요.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과거가 아니라 오히려 미래입니다."
"미래를 기억한다는 게 무슨 뜻인가요?"
"그건 지민씨의 엄마가 소설에 쓴 말이에요. 소설 속 연인은 두번의 시간여행을 통해 시간이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요. 시간이 없으니 과거도 없고 미래도 없어요. 오직 이 순간의 현재만 존재하죠. 그럼에도 인간은 지나온 시간에만 의미를 두고 과거에서 현재의 원인을 찾습니다. 시간이 20세기에서 21세기로 흐르든, 19세기로 흐르든 마찬가지예요. 안타까운 건 이런 멋진 소설을 쓰고서도 지민씨의 엄마가 이십 년 뒤의 지민씨를 기억하지 못했다는 사실이에요. 가장 괴로운 순간에 대학생이 된 딸을 기억할 수 있었다면 아마도 선택은 달라졌을 겁니다. 용서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기억할 때 가능해집니다. 그러니 지금 미래를 기억해, 엄마를 불행에 빠뜨린 아버지와 그 가족들을 용서하길 바랍니다." - P29

1999년 여름, 1학기 종강파티가 끝나고 지민이 내게 자신은곧 죽을 사람이라고 말할 때만 해도 나 역시 이런 미래를 상상하지 못했다. 어릴 때 내가 상상한 미래는 지구 멸망이나 대지진, 변이 바이러스의 유행이나 제3차세계대전 같은 끔찍한 것 아니면 우주여행과 자기부상열차, 인공지능 등의 낙관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우리가 계속 지는 한이 있더라도 선택해야만하는 건 이토록 평범한 미래라는 것을.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한 그 미래가 다가올 확률은 100퍼센트에 수렴한다는 것을, 1999년에 내게는 일어난 일과 일어나지 않은 일이 있었다. 미래를 기억하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과 일어날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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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가 그녀를 잠식했다. (수전은 이런 감정이 어리석다고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분노를 느꼈다.) 그녀는 포로였다. (수전은 이 생각도 살펴보았다. 이것이 우스꽝스러운 생각이라고 속으로 되뇌었지만 소용없었다.) 매슈에게 반드시 말해야 했다. 하지만 뭘? 수전은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는 감정, 그녀 스스로 경멸하는 감정으로 가득차 있었다. 감정들이 너무나 강렬해서 떨쳐버릴 수 없었다.
방학이 또 다가왔다. 이번에는 거의 두 달이나 되는 방학이었다. 수전은 의식적으로 차분하고 점잖은 태도를 유지하느라 미쳐버릴 것 같았다. 그녀는 욕실 문을 걸어 잠그고 들어앉아서, 욕조 가장자리에 걸터앉아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려고 애썼다. 아니면 평소에 비어 있는 여분의 방으로 올라갈 때도 있었다. 그녀가 거기에 있을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아이들이 "엄마, 엄마" 하고 외치는 소리가 들려도 그녀는 죄책감을 느끼며 침묵을 지켰다. 혼자서 정원 끝까지 갈때도 있었다. 거기서 그녀는 천천히 흘러가는 갈색 강을 바라보았다. 강물을 바라보다가 눈을 감고 천천히 심호흡을 하며 자신의 존재 속으로, 혈관 속으로 강을 받아들였다.
그러고 나서 수전은 다시 아내이자 엄마가 되어 식구들에게돌아왔다. 미소를 잃지 않고 책임감 있는 모습으로. - P296

호텔 방은 평범한 익명의 장소였다. 수전이 원하는 바로 그런곳. 수전은 가스히터에 1실링을 넣어 작동시킨 뒤, 더러운 창문을 등진 더러운 안락의자에 앉아 눈을 감았다. 그녀는 혼자였다. 그녀는 혼자였다. 그녀는 혼자였다. 자신을 짓누르던 압박이 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처음에는 도로의 자동차 소리가 아주 크게 들리더니 곧 희미하게 사라지는 것 같았다. 어쩌면 그녀가 살짝 잠이 들었던 것 같기도 했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지배인인 미스 타운센트가 직접 찻잔을 들고 와 있었다. 수전이 너무 오랫동안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아서 혹시 어디가 아픈가 하고 걱정하고 있었다.
미스 타운센드는 쉰 살의 고독한 여성이었다. 최대한 정직하게이 호텔을 운영하고 있는 그녀는 수전에게서 자신을 이해해주는 동료의 가능성을 보았다. 그래서 방에 남아 수전과 이야기를 나눴다. 수전은 몸이 아프다는 거짓말을 자신이 더욱더 환상적으로 꾸며내고 있음을 깨달았다. 리치먼드의 큰 집, 부자 남편, 네 아이라는 조건에 맞는 이야기를 꾸며내려고 하다 보니 이야기가 점점 황당해졌다. 그 대신 수전이 이렇게 말했다면 어떨까.
‘미스 타운센드, 저는 몇 시간 동안 혼자 있고 싶어서 이 호텔을 찾아왔어요. 내가 있는 곳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완전히 혼자있고 싶어서요."수전은 머릿속으로만 이 말을 하면서, 노처녀인 미스 타운센드의 얼굴에 필연적으로 나타날 표정을 역시 머릿속으로만 그려보았다. "미스 타운센드, 우리 네 아이와 남편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아요. 이해하시겠어요? 그런데 당신 눈에서 히스테리의 기운이 번들거리고 있네요. 오로지 외로움을 간신히 참고 있는 사람에게서만 나타나는 눈빛이죠. 그걸 보니, 제 삶이 곧 당신이 원하는 이상적인 삶 그대로라는 걸 알겠어요. 하지만요 미스 타운센드, 저는 그런 삶을 전혀 원하지 않아요. 원하신다면 제 삶을 가져가세요, 미스 타운센드, 저는 당신처럼 이 세상에서 철저히 혼자였으면 좋겠어요. 미스 타운센드, 일곱 악마가 저를 포위하고 있어요, 미스 타운센드, 그 악마가 쫓아올 수 없는 이 호텔에 머무르게 해주세요 •••••." 수전은 이런 말 대신 단순히 빈혈이 있다고만 말했다. - P304

낮 12시였다. 수전은 자유였다. 그녀는 안락의자에 앉았다. 그냥 앉았다. 눈을 감고 앉아서 혼자가 되었다.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 아무도 몰랐다. 문에서 노크소리가 나자 그녀는 짜증이 났다. 짜증을 숨길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은프레드였다. 그녀의 지시대로 5시가 되었다고 알리러 온 것이다. 프레드는 날카롭고 작은 눈으로 방을 한번 훑어보았다. 가장 먼저 침대, 흐트러진 흔적이 전혀 없었다. 마치 이 방에 아무도 없었던 것 같았다. 수전은 프레드에게 고맙다고 인사한 뒤, 모레 다시 오겠다고 말하고는 그곳을 떠났다. 그녀는 시간에 맞춰 집으로 돌아와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아이들을 재우고, 남편과 자신이 먹을 저녁식사를 다시 요리했다. 그리고 친구와 함께 영화를 보고 돌아온 소피를 반갑게 맞았다. 이 모든 일을 수전은 유쾌하게, 기꺼이 했다. 하지만 그동안 내내 그 호텔 방을 생각하며, 온 마음으로 그곳을 갈망하고 있었다. - P317

이 방에서 수전이 뭘 했을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충분히쉬고 나면 의자에서 일어나 창가로 가서 양팔을 쭉 뻗고 미소를지으며 밖을 내다보았다. 익명의 존재가 된 이 순간이 귀중했다. 여기서 그녀는 네 아이의 어머니, 매슈의 아내, 파크스 부인과 소피트라우브의 고용주인 수전 롤링스가 아니었다. 친구, 교사, 상인 등과 이런저런 관계를 맺고 있는 그 수전 롤링스가 아니었다. 정원이 딸린 크고 하얀 집의 안주인도 아니고, 이런저런 행사에딱 맞게 차려입을 수 있는 다양한 옷을 갖고 있는 사람도 아니었다. 그녀는 존스 부인이고 혼자였다. 그녀에게는 과거도 미래도없었다. 오랫동안 결혼생활을 하면서 아이들을 키우고, 여러 책임들을 수행한 내가 지금은 여기에 있어. 그녀는 생각했다. 나는언제나 똑같아. 하지만 가끔은 매슈 롤링스의 아내로서 수행해야 하는 역할들 외에는 내게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그래, 난 지금 여기에 있어. 만약 다시는 식구들을 만나지 못하게 되더라도, 난 여기에 있을 거야……정말 이상하지!
그녀는 창턱에 몸을 기대고 거리를 내려다보며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느꼈다. 모르는 사람들이었으니까. 그녀는 거리 저편의 쓰러져가는 건물들, 축축하고 우중충하지만 가끔 파랗게개기도 하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건물이나 하늘을 생전 처음 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녀는 텅 빈 상태로 다시 의자에 앉았다. 머릿속이 하얀 백지 같았다. 가끔은 아무 말이나 소리 내어 말하기도 했다. 아무 의미 없는 감탄사 같은 것. 그다음에는 얄팍한 카펫의 꽃무늬나 초록색 새틴 이불의 얼룩에 대해 한마디논평을 덧붙였다. 하지만 한없이 공상에 잠기며, 아니 이것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곰곰이 생각에 잠기고, 방황하고, 깜깜하게 어두워져서 공허함이 피처럼 혈관을 따라 즐겁게 도는 것을 느끼며 보내는 시간이 가장 많았다. - P318

그녀에게 남은 시간은 약 네 시간이었다. 그녀는 즐겁게, 어둡게 달콤하게 그 시간을 보내며 아주아주 부드럽게 강변을 향해 미끄러졌다. 그러다 딱히 의식을 차리지 않은 상태로 의자에서일어나 얄팍한 카펫을 문으로 밀고, 창문이 단단히 닫혔는지 확인하고, 벽난로 미터기에 2실링을 넣은 뒤 가스 밸브를 열었다. 그녀는 처음으로 이 방의 딱딱한 침대에 누웠다. 침대에서는 퀴퀴한 냄새, 땀과 섹스의 냄새가 났다.
초록색 새틴 이불 위에 똑바로 누워 있다 보니 다리가 싸늘해졌다. 그녀는 일어나서 서랍장 맨 아래 칸에서 개켜져 있는 담요를 찾아내 꼼꼼히 다리를 덮었다. 그렇게 누워서 가스가 작게 쉭쉭거리며 방 안으로, 그녀의 허파 안으로 뇌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꽤나 만족스러웠다. 그녀는 어두운 강물로 떠갔다. - P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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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학자들은 수년 동안 좋은 돌연변이에 관심을 집중해왔으며, 마치 대학과 산업체가 좋은 아이디어를 교차수정하는 것처럼, 성이 집단 안에 좋은 돌연변이를 퍼뜨리는 방법이라고 여겼다. 밖에서 새로운 기술 혁신을 끌어오기 위해서 기술에 ‘성‘이 필요하듯이, 단지 자신의 발명에만 의존하고 있는 동물이나 식물은 혁신이 느릴 것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다른 동물이나 식물의 발명을 구걸하거나훔치거나 빌려와 서로의 발명품의 복사본을 자신의 유선자와 함께 지니는 것이다. 벼에서 높은 수확과 짧은 줄기, 그리고 병충해에 대한 내성을 함께 얻고자 하는 식물육종가들은 마치 다량의 서로 다른 발명품을 다루는 생산자처럼 행동한다. 무성식물을 다루는 육종가는 동일 계열 안에서 서서히 축적되는 새로운 발명을 기다려야 한다. 흔히 아는 보통 버섯이 지난 300여 년 동안 양식되어오면서 거의 변하지 않은 이유는 버섯에 성이 없어서 선택적 육종이 가능하지않았기 때문이다. - P87

성의 유전자 조합의 파괴는 거의 성의 정의라고까지 할 수 있다. 유전학자들이 가장 강력하게 주장하는 것은 성이 ‘연관, 불평형‘을 감소시킨다는 것이다. 이 말은 만약 재조합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파란 눈과 금발의 유전자처럼 서로 연관된 유전자들은 언제나 함께 붙어다닐 것이기 때문에, 파란 눈과 갈색 머리를 지닌 사람이나 갈색눈과 금발을 지닌 사람이 전혀 존재하지 않게 된다는 뜻이다. 성 덕분에 연관된 것끼리 끊임없이 상승 효과를 일으키는 일은 좀처럼 없다. 성은 ‘부서진 것이 아니면 손대지 말라‘는 지엄한 명령을 따르지 않는다. 성은 무작위성을 증가시킨다. - P89

‘뮐러의 톱니바퀴 Müller‘s Ratchet‘로 알려지게 되었다.
그의 이론에 대한 간단한 예는 다음과 같다. 어항에 열마리의 물벼룩이 있다고 하자. 그중 한 마리만 완전하게 돌연변이와 무관하고나머지 다른 물벼룩들은 하나 혹은 두서너 개의 작은 결함을 지니고있다. 평균적으로 각 세대에서 다섯 마리만이 물고기에게 잡아먹히지 않고 자손을 낳는다. 결함이 없는 물벼룩이 자손을 낳을 수 없는확률은 50퍼센트다. 마찬가지로 가장 결함이 많은 물벼룩도 같은확률을 가지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 결함이 없는 물벼룩이 일단 죽고 나면 어항 내에 다시 결함이 없는 물벼룩이 생기는 유일한 방법은 매우 가능성이 희박한 일이지만, 결함이 하나 있는 물벼룩이 돌연변이를 교정할 수 있는 다른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것이다.
자신의 유전자 어디엔가 하나의 결합을 가지고 있는 물벼룩이 유전자 다른 곳에 돌연변이를 또 일으키면 도리어 두 개의 결함을 지닌물벼룩이 쉽게 만들어진다. 다른 말로 하면, 어떤 혈통들을 무작위로 잃게 되면 집단 내의 결함 평균 수치는 점점 증가하게 된다. 마치한쪽 방향으로는 잘 돌아가지만 다른 방향으로는 잘 돌지 않는 톱니바퀴마냥 유전적 결함도 불가피하게 축적되는 것이다. 톱니바퀴가도는 것을 막는 유일한 방법은 완벽한 물벼룩이 성을 가지는 것이며, 결함이 없는 자신의 유전자를 죽기 전에 다른 물벼룩에게 물려주는 길뿐이다.
뮐러의 톱니바퀴 이론은 복사기를 이용하여 어떤 서류의 복사본의 복사본의 복사본을 만들 때 적용된다. 단계적으로 연속하여 복사할 때마다 복사본의 질은 점점 떨어지게 된다. 때묻지 않은 원본을잘 지키고 있어야만 깨끗한 복사본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원본을 복사본들과 함께 파일에 보관하는데, 파일에 복사본이 한 장밖에 없을 경우에만 복사본을 더 만든다고 가정해보자. 복사를 위해 파일에있는 복사본을 쓸 수도 있고 원본을 쓸 수도 있다. 일단 원본을 잃고나면, 최선의 복사본이라도 이전의 복사본만큼 좋지 않다. 그러나 최악의 복사본을 가지고 있을 경우에는 그것을 복사하게 되면 언제나 그보다 더 나쁜 복사본을 만들게 된다. - P90

만약 뮐러의 톱니바퀴가 큰 생물에게만 문제가 된다면, 왜 그렇게 많은 작은 생물들이 성을 지니고 있는가? 더구나 톱니바퀴를 멈추게 하는 데는 단지 간헐적으로 성을 지니기만 하면 되는데 말이다. 톱니바퀴를 멈추기 위해서라면 그렇게 많은 동물들이 하나같이 무성생식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이러한 어려움을 알고 있던 모스크바근교 포스치노에 있는 컴퓨터연구센터의 알렉세이 콘드라쇼프Alexey Kondrashov는 1982년에 뮐러의 톱니바퀴 이론에 반대되는이론을 찾아냈다. 콘드라쇼프는 무성생식 생물 집단에서는 생물체가 돌연변이 때문에 죽게 될 때마다 그 하나의 개체가 사라질 뿐임을 지적했다. 그런데 유성생물 집단에서 어떤 개체는 돌연변이를 많이 가지고 태어나며, 어떤 개체는 거의 돌연변이를 가지지 않은 채태어난다. 이때 돌연변이를 많이 지닌 개체가 죽게 되면, 성은 톱니바퀴를 거꾸로 돌리면서 돌연변이를 제거하는 셈이다. 대부분의 돌연변이는 해로운 것이니, 이것은 크나큰 이점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런 방법으로 돌연변이를 없애는가? 그냥 교정을 잘 봐서 돌연변이가 생기지 않게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콘드라쇼프는 왜 이런 방법이 이치에 맞는지 기발한 설명을 제안했다. 교정을 완벽하게 하려면 완벽에 가까워질수록 비용이 급격하게 높아진다. 마치 수익체감의 법칙과 같다. 실수를 약간 허용하는 대신 성을 가짐으로써 돌연변이를 제거하는 것이 아마도 더 싸게 들 것이다.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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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는 생각했다. ‘이제부터 벌어질 일은 도로시와 잭과 아기를 저 멀리 하늘까지 날려버릴 거야. 내 결혼생활도 끝날 거고, 내가 모든 걸 박살내는 거야.‘ 거의 억제할 수 없을 만큼 즐거워졌다.
그녀는 도로시, 잭, 아기, 남편, 반쯤 성인이 된 두 아이가 모두흩어져, 폭발 뒤의 잔해처럼 하늘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모습을 그려보았다.
잭의 입술이 그녀의 뺨을 따라 입을 향해 움직이자 그녀의 온몸이 기쁨 속에 녹아버렸다. 그때 감은 눈꺼풀 속에서 담요로 꽁꽁 감싼 아기가 보였다. 그녀는 몸을 뒤로 빼며 힘껏 소리쳤다. "망할 도로시, 젠장, 젠장, 정말 죽여버리고 싶어...
잭도 폭발하듯 분노한 목소리로 나직하게 말했다. "당신들 둘다 나빠! 두 사람 목을 전부 꺾어버리고 싶네……."
두 사람의 얼굴은 1피트(약 30센티미터) 거리로 떨어져 있었다. 두 사람의 눈에서 적의가 번들거렸다. 만약 스텔라가 그 무기력한 아기의 모습을 보지 않았다면, 지금쯤 잭과 부둥켜안고 있었을 것이다. 두 대의 발전기처럼 애정과 욕망을 뿜어내고 있었겠지. 그녀는 메마른 분노로 부들부들 떨면서 혼자 중얼거렸다.
"이러다 기차 놓치겠어." 그녀가 말했다.
"내가 당신 겉옷을 가져올게." 그는 텅 빈 마당에 그녀를 무방비하게 내버려두고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다시 밖으로 나온 그는 그녀의 몸에 손이 닿지 않게 겉옷을 걸쳐주면서 말했다. "서둘러. 내가 차로 데려다줄게." 그는 앞장서서 자동차로 향했다. 그녀는 거친 잔디밭 위를 얌전히 따라갔다. 정말로 아름다운 밤이었다. - P138

"자, 그럼, 어디 보자, 최근에 가족을 만난 적이 있습니까?"
"지난 크리스마스 때요. 가족을 만나기 싫어서가 아니라, 거기서는 공부를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노조 회합과 텔레비전 소리와 돈커스터의 영화들 속에서 한번 공부해봐요. 직접 해보시라고, 의사선생. 게다가 식구들이 마음을 상하지 않게 조심하는 데 가진 기운을 죄다 써야 하는 판인데 실제로 나 때문에 식구들 마음이 상하니까. 이봐요, 의사선생, 나처럼 장학금을 받고대학에 온 사람들이 계층을 뛰어넘을 때 고통받는 건 내가 아니라 식구들이에요. 나는 돈 덩어리거든. 게다가 •••••• 당신이 논문을 하나 써봐요. 나도 읽고 싶으니까 •••••• 제목은 "노동계층이나 중하층 출신 장학금 학생의 존재가 식구들에게 항상 그들이 무지하고 문화도 모르는 시골뜨기들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현상의 장기적인 효과"라고 하면 되겠네. 그거 논문 주제로 어때요, 의사선생? 이런, 나도 그런 논문을 하나 쓸 수 있겠는걸.‘
"나라면 며칠 집에 다녀오겠습니다. 거기서는 절대 공부하려고 하지 마세요. 영화관에도 가고, 잠도 자고, 맛있는 것도 먹고, 식구들이 호들갑을 떨게 내버려두세요. 이 처방을 실천한 다음에 다시 오세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그렇게 할게요." ‘당신도 좋은 뜻에서 하는 말이지.‘ - P171

그녀가 가장 최근에 사귄 애인(그녀는 이 사람이 마지막 애인이기를 바랐다)인 잭 볼스가 6개월 전 그녀를 버리고 가버렸을 때 그녀는 산산이 부서졌다. 그리고 20년, 아니 겨우 10년 전만 해도 자신이 애인을 버리는 쪽이었음을 떠올렸다. 잭이 그랬듯이 당혹스럽고 미안한 표정으로 "미안해. 용서해줘. 난 가볼게"라고말하는 사람은 그녀였다. 중요한 것은, 그런 이별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녀가 계산한 적이 없고, 마땅히 자신의 몫이라고 생각한 돈 외에는 남자에게서 돈을 받은 적이 없으며, 언제나 자신을 잃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잭과 함께 지낼 때 그녀는 그를기쁘게 해주려고 자신의 것이 아닌 의견을 피력했다. 잭은 여자들이 자기 말에 반박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남자였다.) 무엇보다도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할지 조금도 걱정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잭이 몇 달 동안 신문기사로도 날 만큼 떠들썩하게 사귀다가 (유명 영화감독과 화가 모린 제프리스가 칸에서 동거‘) 그녀를 차버렸을때, 그녀가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이거였다. ‘난 웃음거리가 될거야.‘ 그녀는 그때까지 그가 자신과 결혼할 것이라고 모두에게 말했다. 그렇게 생각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그가 떠난 뒤 그녀는 생각했다. ‘잭이 나랑 사귄 지 1년도 안 됐어. 지금까지 나한테 이렇게 빨리 싫증을 낸 사람은 처음이야.‘ 그다음에 든 생각은 이거였다. ‘잭이 날 버리고 만나는 여자는 나랑 비교도 안 돼. 요리도 할 줄 모르는 여자라고. 그러고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사람들이 날 비웃을 거야.‘
자조가 독처럼 그녀를 오염시켰다. 그녀가 책을 놓지 못하고,
전화와 편지로, 비난과 그의 결혼약속을 상기시키는 말로, 그를쫓아다닌 것이 오염을 더욱 부추겼다. 그녀는 자신이 그에게 해준 것을 입에 담았다. 사실상 자신이 경멸하던 여자들의 행동을 모두 그대로 따라했다. 무엇보다도 그가 최근 향후 5년치 세를 지불해둔 이 아파트를 그녀는 떠나지 않았다. 다시 말해서, 그가 이 아파트를 뇌물처럼 그녀에게 빌려주었다는 뜻이었다.
그녀는 옷가지를 꾸려서 당장 이 아파트를 떠나지 않고(옷가지는 확실히 그녀의 것일까?), 계속 여기 남아서 외모를 가꾸며 두려움을 억눌렀다. - P220

19호실로 가다

이것은 지성의 실패에 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롤링스 부부의 결혼생활은 지성에 발목을 붙잡혔다.
결혼했을 때 두 사람은, 결혼한 다른 친구들보다 나이가 많은편이었다. 세상물정을 알 만큼 아는 20대 후반. 두 사람 모두 씁쓸하기보다는 달콤한 연애를 여러 번 겪었다.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진 것은(두 사람은 정말로 사랑에 빠졌다) 서로 알고 지낸 지 조금 되었을 때였다. 두 사람은 "진짜 연애"를 위해 서로를 아껴두고 있었다고 농담을 주고받았다. 이 진짜 사랑을 위해 그토록 오래(하지만 너무 오래는 아니었다) 기다렸다는 사실이 바로 자기들의 현명한 분별력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말도 했다. 두 사람의 친구들 중에는 일찍 결혼한 사람이 많았는데, 두 사람이 느끼기에는 그로 인해 잃어버린 기회들을 아쉬워하는 것 같았다. 반면 아직 결혼하지 않은 친구들은 스스로를 믿지 못하고 황량한 삶을사는 것 같았으며, 필사적인 마음 또는 낭만적인 사랑에서 우러난 결혼을 할 것 같았다. - P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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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델은 유전적 특징은 유전자라고 알려진 구체적 실체로 전달된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그러나 이 이야기의 이면에는 검증되지 않은 이분법이 묻혀 있다. 적자가 생존하기 위해 애쓸 때 이들은 누구와 경쟁하는 것인가? 같은 종 안의 다른 개체들인가? 아니면 다른 종의 개체들인가?
••••••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의 심리학자 니콜라스 험프리 Nicholas Humphrey는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처음으로 명확하게 제기했다. 사람은 실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능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보다 한 술 더 뜨기 위해 지능을이용한다. 사람 속이기, 속임수 알아채기, 타인의 동기 알아내기, 사람 이용해 먹기 등과 같은 것들이 바로 지성을 이용해서 하는 일들이다. 따라서 중요한 점은 내가 얼마나 영리하고 재주가 있는가가아니고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얼마나 더 영리하고 많은이다. 지성의 가치는 무한하다. 같은 종 안에서 이루지는 선택은 언제나 종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선택보다 더 중요해진다.
- P67

동물의 세계를 보면 개체는 같은 종이거나 다른 종이거나 모두 다른 개체와 투쟁을 벌인다. 사실, 한 생물이 마주치게 되는 가장 가까운 경쟁자는 바로 같은 종의 일원이다. 자연선택은 아프리카 영양이한 종으로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유전자가 아니라 개개의영양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유전자를 고른다. 그러한 유전자는 유전자의 이점을 보여주기 훨씬 전에 벌써 사라져버릴 것이기 때문이다.좋은 한 국가가 다른 국가와 싸우는 것처럼 다른 종과 투쟁하지 않는다.
윈-에드워스는 동물들이 자기 종을 위한 일을 하거나 적어도 자기가 속하는 집단을 위한 일을 한다고 굳게 믿었다. 한 예로 그는 바다새들은 수가 많아지면 식량 공급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번식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가 쓴 책의 결과로 두 분파가 생겼다. 하나는 동물의 행동은 대부분 개체의 이익이 아니라 집단의이익에 의해 형성된다고 주장하는 집단선택론자들이고, 다른 하나는 개체의 이익이 언제나 앞선다고 주장하는 개체선택론자들이다. 집단선택론자들의 주장은 본질적으로 호소력이 있다. 사람들은 단체 정신이나 자비심이 도덕적이라는 분위기에 젖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의 주장은 동물들에서 관찰되는 이타주의를 설명할 수 있다. 꿀벌은 동료 벌들을 구하기 위해 적에게 침을 쏘고 죽는다. 새들은 적이 나타나면 동료에게 경고 신호를 보내고 동료의 어린 새끼에게 젖을 먹인다. 인간 사회에서도 다른 사람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희생적인 영웅심으로 기꺼이 목숨을 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곧 알게 되겠지만 이것들은 다 잘못 본 것이다. 동물의 이타주의는 꾸며낸 이야기이다. 가장 훌륭한 희생의 경우라도, 동물들은 사실 그들 자신의 유전자의 이기적 이익을 위해 봉사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설사 동물들이 몸을 희생하는 경우가 있다고 할지라도 그러하다. - P68

그러나 조지 윌리엄스가 말한 바는 그것이 아니다. 개개의 동물들도 때로는 협동을 하며, 인간 사회가 누구에게나 가차 없는 전쟁터가 아니라는 사실을 그는 완벽하게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협동이란 거의 항상 어머니와 아이들, 그리고 일벌들처럼 가까운 혈족관계에서 일어나거나, 직접 또는 궁극적으로 개인에게 이익이 되도록 일어난다는 것도 알았다. 여기에 예외는 거의 없다. 왜냐하면 이기주의는 이타주의보다 보상이 커서 이기적인 개체는 자손을 더 많이 낳게 되고 결국 이타적인 개체는 멸종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이타적인 개체가 친척을 돕는다면, 자신의 유전자를 나는 개체들을 돕는 셈이다. 그들이 공유한 유전자 어딘가에 이타성이 있었을것이다. 이타적인 개체는 전혀 의도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유전자는 멀리 퍼지게 된다. - P71

이 사고 실험유전자가 생물체를 무성생식하게 만들면은어마어마한 수치적 이점이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그래서 메이너드 스미스나 기린, 윌리엄스 같은 사람들은 고민에 빠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포유류와 조류, 무척추동물의 대부분 대다수의 식물과 곰팡이류, 상당수의 원생동물들이 유성생식을 한다고 할 때, 성의 이점을 보상할 수 있는 그 무엇인가가 존재하는 게아닐까?
‘성의 대가‘를 이야기한다고 해서 우리가 금전의 노예가 되어버렸다고 개탄하는 사람들이나, 이런 논쟁을 외양만 그럴듯한 것이라고아예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렇다면 어디 벌새에 대해 설명해보시라. 벌새가 살아가는 방법이 아니라, 도대체 벌새가 왜 존재하는가를 설명해보라. 만약 성의 대가가 없다면 벌새는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벌새는 꽃들이 곤충이나 새들을 유혹하여 수분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꿀을 먹고 산다. 식물은 어렵게 얻은 설탕으로 꿀을 만들어 벌새에게 선물로 준다. 이 선물을 주는 것은 벌새가 몸에 꽃가루를 묻혀서 다른 꽃으로 날라주기 때문이다. 다른 꽃과 사랑을 나누기 위해, 첫 번째 꽃은 꽃가루 전달자에게 꿀이라는 뇌물을 바치는 것이다. 따라서 꿀은 바로 식물이 성을 찾고자 할 때 생겨나는 순수하고 때묻지 않은 대가이다. 성에 대한 대가를 지불할 필요가 없었다면 벌새도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 P75

이쯤에서 잠깐 옆길로 벗어나 분자의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다. 유전자를 이루는 물질인 DNA는 네 가지 화학물질 ‘염기‘라는 간단한 알파벳으로, 마치 두 개의 점과 두 개의 짧은 선으로 이루어진 모스 부호처럼 정보를 전달하는 가늘고 긴 분자이다. 이 네 개의 염기를 각각 A, C, G, T의 영문 알파벳으로 부르자. DNA의 묘미는 각각의 글자가 다른 특정 글자와 상보적이라는 것인데, 이 말은 곧 각 글자가 특정 글자하고만 짝을 이룬다는 뜻이다. A는 T, T는 A와 짝을 이루며, C는 G와, G는 C와 짝을 이룬다. 이는 곧 DNA를 복제하는 데는 자동적인 방법이 있음을 의미한다. 즉 DNA 분자 가닥을 따라 내려가면서 상보적인 글자를 하나씩 맞춰가는 복제 방법이다.
AAGTTC라는 염기서열은 상보적 DNA 가닥에서는 TTCAAG가 된다. 이 염기서열을 한 번 더 복제하면 원래의 서열을 다시 얻을 수있다. 각 유전자는 DNA 가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상보적 서열은그 유명한 DNA 이중나선에 함께 꼬여 있다. 특수효소가 DNA 가닥을 오르내리며 이동하다가 끊어진 부분을 발견하면, 상보적 가닥을 참조로 하여 회복시킨다. DNA는 햇빛이나 화학물질에 의해 끊임없이 손상된다. 만약 복구효소가 없었다면 DNA는 무의미한 글자덩어리로 빠르게 전락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DNA의 두 가닥이 같은 곳에서 함께 손상되는 경우는어떻게 되겠는가? 이런 일은 아주 흔한데, 예를 들자면 채워진 지퍼위에 접착제 한 방울이 떨어진 것처럼 DNA의 두 가닥이 함께 붙어버린 경우이다. 이렇게 되면 DNA 복구효소들은 DNA의 무엇을 복구해야 할지 전혀 알 수가 없다. DNA 복구효소가 유전자가 어떤 모양이었는지 알기 위해서는 주형이 필요하다. 성은 이러한 주형을 제공해준다. 성은 다른 개체로부터 동일한 유전자의 복사본을 가져오거나(이종교배), 같은 개체 내의 다른 염색체로부터 유전자의 복사본을 얻게 된다(재조합). 이제 새로운 주형을 참조하여 DNA의복구가 진행된다. - P82

더구나 복구 이론자들이 재조합에 관해 주장하는 사실은 모두 유전자의 보조 복사본을 보유하자는 주장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일을하는 데는 염색체들 사이에서 유전자를 무작위적으로 교환하는 것보다 더욱 간단한 방법이 있다. 이를 이배성性이라고 한다." 난자와 정자는 반수이다. 이들은 남녀 유전자의 복사본을 하나씩 지니고 있다. 박테리아나 이끼와 같은 하등식물도 반수체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식물과 거의 모든 동물들은 이배체二倍體이다. 즉이들은 모든 유전자를 둘씩 가지고 있는데, 각각 부모에게 하나씩받은 것이다. 몇몇 생물, 특히 자연에서 유래한 식물들이나 크기가 커서 사람들에게 선택된 식물들은 배수체이다. 예를 들면, 대부분의 잡종 밀은 6배체이므로 모든 유전자의 복사본을 여섯 개씩가지고 있다. 고구마의 자성 식물은 8배체나 6배체인데, 음성식물은 4배체이다. 이 불일치는 고구마의 씨 없음을 일으킨다. 무지개송어의 어떤 종이나 닭의 어떤 종은 3배체이다. 몇년전에는 3배체인 앵무새 한 마리가 알려지기도 했다. 생태학자들은 식물에서 나타나는 배수성 일종의 성의 대체물이 아닌가 생각하이기 시작했다. 고도가 높은 지역이나 위도가 높은 지역에 사는 많은식물들이 성을 택하는 대신 무성생식의 배수성을 택한 듯하다.
생태학자들까지 언급하다니 너무 앞서갔다. 쟁점은 유전자 복구이다. 만약 이배체 생물이 성장하면서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염색체사이에 재조합을 조금씩 일으킨다면 유전자 복구의 기회는 풍부해질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유전자들 사이의 재조합은 마지막의 독특한 단계, 즉 난자와 정자를 형성하는 감수분열에서만 일어난다. -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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