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는 생각했다. ‘이제부터 벌어질 일은 도로시와 잭과 아기를 저 멀리 하늘까지 날려버릴 거야. 내 결혼생활도 끝날 거고, 내가 모든 걸 박살내는 거야.‘ 거의 억제할 수 없을 만큼 즐거워졌다.
그녀는 도로시, 잭, 아기, 남편, 반쯤 성인이 된 두 아이가 모두흩어져, 폭발 뒤의 잔해처럼 하늘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모습을 그려보았다.
잭의 입술이 그녀의 뺨을 따라 입을 향해 움직이자 그녀의 온몸이 기쁨 속에 녹아버렸다. 그때 감은 눈꺼풀 속에서 담요로 꽁꽁 감싼 아기가 보였다. 그녀는 몸을 뒤로 빼며 힘껏 소리쳤다. "망할 도로시, 젠장, 젠장, 정말 죽여버리고 싶어...
잭도 폭발하듯 분노한 목소리로 나직하게 말했다. "당신들 둘다 나빠! 두 사람 목을 전부 꺾어버리고 싶네……."
두 사람의 얼굴은 1피트(약 30센티미터) 거리로 떨어져 있었다. 두 사람의 눈에서 적의가 번들거렸다. 만약 스텔라가 그 무기력한 아기의 모습을 보지 않았다면, 지금쯤 잭과 부둥켜안고 있었을 것이다. 두 대의 발전기처럼 애정과 욕망을 뿜어내고 있었겠지. 그녀는 메마른 분노로 부들부들 떨면서 혼자 중얼거렸다.
"이러다 기차 놓치겠어." 그녀가 말했다.
"내가 당신 겉옷을 가져올게." 그는 텅 빈 마당에 그녀를 무방비하게 내버려두고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다시 밖으로 나온 그는 그녀의 몸에 손이 닿지 않게 겉옷을 걸쳐주면서 말했다. "서둘러. 내가 차로 데려다줄게." 그는 앞장서서 자동차로 향했다. 그녀는 거친 잔디밭 위를 얌전히 따라갔다. 정말로 아름다운 밤이었다. - P138

"자, 그럼, 어디 보자, 최근에 가족을 만난 적이 있습니까?"
"지난 크리스마스 때요. 가족을 만나기 싫어서가 아니라, 거기서는 공부를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노조 회합과 텔레비전 소리와 돈커스터의 영화들 속에서 한번 공부해봐요. 직접 해보시라고, 의사선생. 게다가 식구들이 마음을 상하지 않게 조심하는 데 가진 기운을 죄다 써야 하는 판인데 실제로 나 때문에 식구들 마음이 상하니까. 이봐요, 의사선생, 나처럼 장학금을 받고대학에 온 사람들이 계층을 뛰어넘을 때 고통받는 건 내가 아니라 식구들이에요. 나는 돈 덩어리거든. 게다가 •••••• 당신이 논문을 하나 써봐요. 나도 읽고 싶으니까 •••••• 제목은 "노동계층이나 중하층 출신 장학금 학생의 존재가 식구들에게 항상 그들이 무지하고 문화도 모르는 시골뜨기들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현상의 장기적인 효과"라고 하면 되겠네. 그거 논문 주제로 어때요, 의사선생? 이런, 나도 그런 논문을 하나 쓸 수 있겠는걸.‘
"나라면 며칠 집에 다녀오겠습니다. 거기서는 절대 공부하려고 하지 마세요. 영화관에도 가고, 잠도 자고, 맛있는 것도 먹고, 식구들이 호들갑을 떨게 내버려두세요. 이 처방을 실천한 다음에 다시 오세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그렇게 할게요." ‘당신도 좋은 뜻에서 하는 말이지.‘ - P171

그녀가 가장 최근에 사귄 애인(그녀는 이 사람이 마지막 애인이기를 바랐다)인 잭 볼스가 6개월 전 그녀를 버리고 가버렸을 때 그녀는 산산이 부서졌다. 그리고 20년, 아니 겨우 10년 전만 해도 자신이 애인을 버리는 쪽이었음을 떠올렸다. 잭이 그랬듯이 당혹스럽고 미안한 표정으로 "미안해. 용서해줘. 난 가볼게"라고말하는 사람은 그녀였다. 중요한 것은, 그런 이별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녀가 계산한 적이 없고, 마땅히 자신의 몫이라고 생각한 돈 외에는 남자에게서 돈을 받은 적이 없으며, 언제나 자신을 잃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잭과 함께 지낼 때 그녀는 그를기쁘게 해주려고 자신의 것이 아닌 의견을 피력했다. 잭은 여자들이 자기 말에 반박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남자였다.) 무엇보다도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할지 조금도 걱정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잭이 몇 달 동안 신문기사로도 날 만큼 떠들썩하게 사귀다가 (유명 영화감독과 화가 모린 제프리스가 칸에서 동거‘) 그녀를 차버렸을때, 그녀가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이거였다. ‘난 웃음거리가 될거야.‘ 그녀는 그때까지 그가 자신과 결혼할 것이라고 모두에게 말했다. 그렇게 생각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그가 떠난 뒤 그녀는 생각했다. ‘잭이 나랑 사귄 지 1년도 안 됐어. 지금까지 나한테 이렇게 빨리 싫증을 낸 사람은 처음이야.‘ 그다음에 든 생각은 이거였다. ‘잭이 날 버리고 만나는 여자는 나랑 비교도 안 돼. 요리도 할 줄 모르는 여자라고. 그러고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사람들이 날 비웃을 거야.‘
자조가 독처럼 그녀를 오염시켰다. 그녀가 책을 놓지 못하고,
전화와 편지로, 비난과 그의 결혼약속을 상기시키는 말로, 그를쫓아다닌 것이 오염을 더욱 부추겼다. 그녀는 자신이 그에게 해준 것을 입에 담았다. 사실상 자신이 경멸하던 여자들의 행동을 모두 그대로 따라했다. 무엇보다도 그가 최근 향후 5년치 세를 지불해둔 이 아파트를 그녀는 떠나지 않았다. 다시 말해서, 그가 이 아파트를 뇌물처럼 그녀에게 빌려주었다는 뜻이었다.
그녀는 옷가지를 꾸려서 당장 이 아파트를 떠나지 않고(옷가지는 확실히 그녀의 것일까?), 계속 여기 남아서 외모를 가꾸며 두려움을 억눌렀다. - P220

19호실로 가다

이것은 지성의 실패에 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롤링스 부부의 결혼생활은 지성에 발목을 붙잡혔다.
결혼했을 때 두 사람은, 결혼한 다른 친구들보다 나이가 많은편이었다. 세상물정을 알 만큼 아는 20대 후반. 두 사람 모두 씁쓸하기보다는 달콤한 연애를 여러 번 겪었다.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진 것은(두 사람은 정말로 사랑에 빠졌다) 서로 알고 지낸 지 조금 되었을 때였다. 두 사람은 "진짜 연애"를 위해 서로를 아껴두고 있었다고 농담을 주고받았다. 이 진짜 사랑을 위해 그토록 오래(하지만 너무 오래는 아니었다) 기다렸다는 사실이 바로 자기들의 현명한 분별력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말도 했다. 두 사람의 친구들 중에는 일찍 결혼한 사람이 많았는데, 두 사람이 느끼기에는 그로 인해 잃어버린 기회들을 아쉬워하는 것 같았다. 반면 아직 결혼하지 않은 친구들은 스스로를 믿지 못하고 황량한 삶을사는 것 같았으며, 필사적인 마음 또는 낭만적인 사랑에서 우러난 결혼을 할 것 같았다. - P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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