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 유산과 대학 외에도 미국에 필적하는 18세기와 19세기독일의 가장 최근의 딥 스토리 중 하나는 고도로 기능적인 프로이센군대와 이곳의 금욕적인 사명감이었다. 의무를 다하는 것- 위계질서와 엄격한 규칙 준수-은 일반 대중에게 품위와 덕성의 전형이 되었다. 동시에 다른 유럽 국가들과 달리 식민지 보유국이 아니라는 열등의식으로부터 철저히 위장된 민족 우월주의에 대한 열망이 생겨났다. 눈에 띄게 더 커 보이려는 열성적이고 과시적인 노력의 이상은 점차더 위험한 것으로 바뀌었다. ‘규율 없이 제멋대로인 이웃들이여, 우리가 얼마나 모범적인지 보아라‘라는 생각이 ‘독일적인 것으로 세상이 치유되어야 한다‘는 지나치게 자신감 넘치는 생각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이러한 모범성과 품위의 가치를 그 자체로 인정할 수 있으려면 공공연하게 인식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사회적 인식의 상호성이 생겨난다. 말하자면 각자가 자신의 의무를 다했는지 인식할 수있듯이 누구나 다른 사람들이 그들의 의무를 어느 정도 수행했는지를 본다. 하지만 자신의 미덕을 뚜렷하게 드러내고 과시하는 것은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과 똑같이 사회적 관습을 깨는 행위다. 말하자면중요한 것은 자신의 성공이나 긍정적인 자아실현, 집단을 위해 자신이 뒤로 물러나는 겸손함이 아니라 야망 없는 야망, 사회적 제재에 대한 두려움에서 생겨나는 공명심이다. 여기서 ‘공명심 Ehrgeiz‘의 어원을 자세히 살펴보면 매우 흥미롭다. 그러한 사회에서는 서로가 서로에게 영원한 교정 수단이 된다. 만약 그 시대에 이 모든 것을 포함하는 소셜 미디어 프로필을 작성해야 했다면 우리는 1933년까지의 독일의 딥 스토리를 불완전하나마 다음과 같이 제안할 수 있다. ‘나는내 의무를 다하고 있을 뿐이다." 또는 "우리는 각자의 의무를 다하기만하면 된다." - P371

"대략 20대 안팎의 젊은 독일인들은 자기 삶의 모든 내용, 그러니까 좀더 깊은 감정, 사랑, 증오, 환희, 슬픔뿐만 아니라 모든 화젯거리와 자극의 소재까지도 공적인 영역에서, 말하자면 거저 받는 데 익숙해져 있었다[...]." 이와 함께 특정한 서사적 고정점이 만들어졌다. 즉 해방, 또는 극단적 적대주의를 통해 다른 민족들을 비인간화시키는것으로서의 최종 승리Endsieg가 그것이다. 1923년의 인플레이션, 빈곤과 굶주림의 경험은 독일을 특히 집단적으로 ‘모든 환상적인 모험‘
에 대비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유치한 집단취기‘를 통해 고난과 굴욕에서 해방되기를 원했다. 수많은 독일인은 조국과 가족을 위해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의무를 지킬 수 없게 되었다. 상처받은 자기이미지를 회복하는 유일한 자극제는 전투적인 것이었다. 생산적인딥 스토리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틈새를 히틀러가 메웠다. - P373

하프너에 따르면 1933년 히틀러가 집권했을 때 먼저 ‘역겨움의 마법‘이 독일인들을 매료시켰고, 그 후에는 사회 전체가 이 내러티브를 따랐다. 심지어 원래는 이러한 내러티브에 반대했던 많은 사람까지 말이다. "신화시대에, 전쟁에서 패한 부족이 누가 봐도 믿을 수 없는 자기의 부족신을 버리고 승리한 적의 부족신을 수호신으로 받아들일 때 일어났을 법한 과정이었다. 지금껏 믿고 따랐던 성(聖) 마르크스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누가 보더라도 성(聖) 히틀러가 더 강력했다. 마침내 그들은 다시 강력한 내집단, 즉 신화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의무라는 오랜 딥 스토리를 위한 목표를 갖게 되었다. 동참을 원하지 않았던 사람은 내적으로 또는 외적으로 망명을했다. 1934년에서 1938년까지 독일에서는 ‘유년기의 회상록, 가족소설, 전원시‘가 호황을 누리기도 했는데, 하프너는 이러한 현상을 다가오는 전체주의의 공포로부터의 서사적 도피로서 관찰한다. 행진과 집단 수용소, 군수공장과 나치 선전 신문 <돌격대Sturmer> 상자의한가운데서 아주 끈질긴 내면성과 시간 초월성을 지닌 문학이 대량으로 만들어졌다. " 동시에 그는 조용히 또는 큰 소리로 저항할 용기가있는사람이 얼마나 적은지, 사회의 모든 집단이 얼마나 빨리 체념했는지에 대해 한탄한다. 나치 체제가 맨 처음 확립되었을 때 복종적인 민족에게 깊이 내면화된 무조건적인 순종 의식은 큰 득이 되었다. 하프너는 전 세계의 많은 국가에서 점차 확산하고 있는 민족주의가궁극적으로 독일인을 참을 수 없는 잔인함으로 이끌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이를 독일인들의 특별한 ‘이타심‘, 즉 윤리와는 상관없는 의무감으로 바꾸어 말할 수도 있다고 본다. - P374

과학소설 작가 어슐러 르귄 Ursula K. Le Guin은 자신의 에세이 「구의 운반가방 이론 The Cartier Bag Theory of Fiction(1986)에서 영웅여정이 처음에 어떻게 생겨났는지 그리고 영웅 여정이 수천 년 동안 어떤 다른 서사 방식들을 억압했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인류 초기의 채집인들은 먹을 것을 조달하는 일만 하면 됐고 아주 많은 시간을 가지기는 했지만, 흥미진진하고 긴장감 넘치는 극적인 경험은 거의 하지못했다.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는 위험한 매머드와 대담한 용사들에대해 전하는 사냥꾼의 이야기 뒤에 가려져 있었다. 르귄은 ‘살육자이야기Killer Story‘와 ‘삶의 이야기 Life Story‘를 구분한다. 한편으로는 화살이 발사되어 과녁을 맞히는 것과 같은 선형적 갈등을 담고 있는 이야기, 다른 한편으로는 큰 소동을 중심으로 굽이굽이 흐르는 이야기. 이이야기는 도구와 무기를 거부하고 에너지(음식의 형태)를 밖으로 내뿜기보다는 그것을 담을 수 있는 용기와 가방을 칭송한다. 르귄은 살육이야기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자신이 여성이라는 사실과 명시적으로 연결 지으며, 소설 특히 과학소설에서 운반가방에 상응하는 것을찾는다. 그녀는 서사를 갈등으로 환원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느낀다. 그리고 영웅을 무대에 세우기보다 가방 안에 집어넣으면 ‘토끼나감자처럼 보인다. 이것이 내가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다. 즉 소설은 그안에 영웅 대신 사람들을 담는다." - P411

이스라엘의 사회학자 에바 일루즈에 따르면 자유화와 해방으로인해 불안이 증가하면서 과장된 남성성, 즉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확인하고 공격적인 행동으로 성장하는 남성 자기 서사의 한 형태가 생겨났다. 이러한 서사가 가장 직접적으로 묘사되는 것이 포르노그래피 Pornography다. 포르노그래피는 디지털화와 그에 따라 극도로 단순화된 제작 및 배포를 통해 명백히 여성 혐오적인 차원을 다시 한번 배가시켰다. 오늘날 인터넷에 접속하는 모든 14세 청소년은 온갖 성적표현이 난무하는 폭력적인 이야기들을 소비할 수 있다. 반면 ‘페미니스트 포르노라는 방편으로 모욕적인 남성의 시선과 주도적이고 자유로운 여성의 시선을 대비시키려는 최근의 시도들은 여전히 상업적돌파구를 찾고 있다. 포르노그래피를 자세히 살펴보면 대다수의 포르노가 우리가 이 장에서 파악하고 있는 내러티브를 정확히 재현하고 있다. 즉 여성을 물건이나 함정으로 남성을 지배자나 기계로 간주하며, 성을 투쟁으로, 쾌락을 자원으로 여긴다. - P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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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가씨, 잠깐만!" 하고 저는 말을 가로막았어요.
"아가씨를 나무라는 건 아니지만요. 아가씨가 그 댁에 가서 한 행동은 좋지 않아요. 히스클리프 도련님과 마찬가지로 헤어튼도 아가씨의 사촌이라는 걸 생각했다면 아가씨의그런 행동이 얼마나 온당치 못한 짓이었는지 알았을 거예요. 적어도 헤어튼 도련님이 린튼 도련님만큼 알고 싶어한다는 건 칭찬해 줄 만한 욕심이지요. 아마 그 도련님은그저 뽐내기 위해서 배운 게 아닐 거예요. 전에도 그 도련님이 글을 모른다고 아가씨가 창피를 준 일이 있지요. 틀림없어요. 그래서 그 도련님은 모르는 걸 배워가지고 아가씨를 기쁘게 해드리고 싶었던 거죠. 그 도련님의 노력이숫자를 모를 만큼 완전하지 못하다고 해서 그를 비웃는다는 건 아주 버릇없는 짓이에요. 아가씨가 만약 그 도련님과 같은 환경에서 자랐다면 얼마나 더 나았을 것 같아요? 그 도련님도 어렸을 적에는 아가씨와 마찬가지로 영리하고재주가 있었어요. 게다가 그 야비한 히스클리프 씨가 몹시학대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건데 이제 와서 그 도련님이멸시를 당하다니 저도 기분이 나빠요." - P412

아버님에 대한 애정이 역시 무엇보다도 강했던 것이지요. 그리고 그 어른은 화를 내며 말씀하시는 법이 없었답니다. 그분은 마치 자신의 보배를 위험과 원수들 사이에놓아두고 가려는 사람이 딸에게 남겨줄 수 있는 유일한 도움은 자신의 말뿐이라고 생각하고 하는 그런 자애 넘치는말씀을 하셨어요. - P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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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의 나날은 서방님과 제가 반씩 나누어 가졌다고말씀드렸지만, 서방님은 일찍 당신 방에 드셨고 저도 대개 6시만 지나면 아무것도 할 일이 없었으니, 그 뒤로는 아가씨의 자유 시간이었지요.
불행히도, 아가씨가 차 마시는 시간이 지난 뒤에는 혼자서 무엇을 하는지 저는 생각해 본 일이 없었어요. 그리고 가끔 제 방을 들여다보며 잘 자라고 인사할 때, 아가씨의 두 볼에 생기가 돌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불그레해진 것을 보기는 했지만, 설마 그것이 추운 들판을 말을 몰고 온 탓이라고는 상상도 못 하고 그저 서재의 뜨거운 난롯가에 있었기 때문이려니 생각했답니다. - P402

그런데 우린 한 번 싸울 뻔했어. 그 애가 그러는데 7월의 더운 날을 유쾌하게 지내는 방법은 말이지. 아침부터 저녁까지 벌판 가운데 있는 히스 나무 위에 누워서 꽃 사이를 꿈꾸듯이 윙윙거리며 날아다니는 벌 소리를 듣고, 머리 위로 높이 날며 지저귀는 종달새 소리도 듣고, 구름 한점 없는 푸른 하늘을 보면서, 내리쬐는 맑은 햇볕을 쬐는거라지 뭐야. 그게 린튼의 가장 완전한 행복이라는 거야.
그런데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행복은 말이지, 살랑거리는 푸른 나무 위에 앉아 흔들거리며, 불어오는 서풍을 받으며 맑고 흰 구름이 하늘을 흘러가는 것을 보면서 종달새뿐만 아니라 지빠귀, 굴뚝새, 방울새, 그리고 뻐꾸기 같은 새들이 사방에서 울어대는 소리가 들리고, 거기에 시원해보이는 으스름 골짜기를 드문드문 이루며 멀리 뻗쳐 있는 벌판이 보이고, 가까이는 산들바람에 물결치듯 나부끼는긴 풀이 무성한, 굽이치는 커다란 언덕이 있고 숲이며 소리 내며 흐르는 시내, 그리고 온 세상이 기쁨에 깨어 날뛰는 모습을 보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행복이라고 했어. 린튼은 모든 것이 평화의 황홀경에 취해 누워 있기를 원했고, 나는 모든 것이 눈부신 환희 속에서 빛나고 춤추는 것이더 좋다고 했지.
내가 그의 천국은 반만 살아 있고 반은 죽은 거라고 했더니 그 앤 내 천국이 술에 취한 상태라는 거야. 그래서그가 그리는 천국에서는 나 같으면 잠이 오겠다고 말하니가 그 애도 내가 그리는 천국 같은 데서는 숨을 쉬지 못할거라면서 골을 내잖아.  - P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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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후에 아주 깊이 숨어 있는 ‘대안적 현실과 맞지 않는) 서사를 종종 ‘음모이론‘ 혹은 ‘음모 서사‘라고 부른다. 파시스트는 내집단의 이익을 위해 특정 외집단을 불신하게 만들거나 비방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그러한 대안적 현실 버전을 사용한다. 결국 중요한 문제는 사실인지 아닌지가 아니라 진실한 정보를 부정하는 것이 집단이나 정당, 부족에 정서적, 정치적,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주는지의 여부다. 원시 파시즘적 부족주의에서는 진실은 좋은 것이 아니며 강하게 만드는 것이 진실이 된다. 티머시 스나이더는 이렇게 설명한다. "듣고 싶은 말과 실제 사실이 다를 수 있음을 부정할 때 우리는 폭정에 굴복하게 된다. 이렇게 현실을 부정하는 것이 아주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느껴질수 있다. 그러나 그 결과 개인으로서 자신을 포기하고 나아가 개인주의에 기반을 두는 모든 정치 체제가 붕괴된다. " - P333

 제이슨 스탠리는 특히 자기희생과 관련하여 미국 공화당과 독일을 위한 대안(Alternative fir Deutschland. AfD) 당 사이에서 유사성을 끌어낸다. 미국이 노예에게 저지른 만행에 대해 과거사 청산을 논의하는 가운데 트럼프 지지자들은 자신을 역사의 희생자로 꾸미려고 한다. 스탠리에 따르면 이와 유사하게 독일을 위한 대안당은 독일의 나치과거사정리를 독일 국민의 희생으로 묘사함으로써 지지표를 얻으려고 한다. 이러한 삐뚤어진 파시즘 해석에서 보면 오늘날의 독일인은 실제로 유대인의 희생자다. 왜냐하면 자신들의 만행을 상기하는 것이 자신의 과거를 신화화하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독일을위한 대안당 지도자 중 한 명인 비외른 회케Björn Höcke는 2021년 초 드레스덴에서 열린 연설에서 ‘무엇보다도 가장 먼저 우리를 조상의위대한 업적과 접하게 하는 기억 문화‘‘의 필요성에 대해 열성적으로 말했다. 스탠리에 따르면 ‘기억 문화‘에 대한 회케의 진술은 하인리히 힘러 Heinrich Himmler에 대한 메아리다." 하인리히 힘러는 1937년에 다음과 같이 썼다. "우리는 약 1천 년의 과거가 없을 뿐 우리는문화가 없는 야만 민족이 아니며 그렇기 때문에 먼저 문화를 세워야한다는 것을 우리 군사와 독일 민족에게 분명히 말하고 싶다. 우리는우리 민족이 자신의 역사를 다시 자랑스럽게 여기도록 만들고 싶고우리 민족에게 분명히 이렇게 말하고 싶다. 독일은 2천 년밖에 안 된로마보다 더 영원하다!" - P335

지금까지 디지털 인큐베이터의 역할은 여전히 과소 평가되고 있다. 이제는 ‘유튜브의 과격화‘가 진정한 연구 대상이 되었다. 유튜브가 지닌 새로우면서도 위험한 문제는 토끼 굴 입구를 의식적으로 찾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데올로기에 감명받지 않은 사람들도 유튜브에서는 간혹 무해한 관심 주제를 통해 이데올로기에 말려들 수 있다. 이를테면 여러분이 감기에 걸려서 생강차 레시피를찾는다고 상상해보라. 여러분은 뉴욕의 스타 셰프나 스칸디나비아지역의 인플루언서가 제시하는 생강과 꿀, 레몬의 완벽한 조합을 찾을 때까지 몇 가지 영상을 시청한다. 이를 학습한 알고리즘은 이제부터 유튜브 시작 페이지에 더 많은 민간요법 레시피를 당신에게 제시한다. 물론 주제별로 분류된 이러한 영상 중에서 당연히 특히 인기 있는 요리법만 보여준다. 생강으로 중증의 질병을 치료했다고 주장하는 어느 여성의 영상이 나타날 수도 있고 생강의 성욕 촉진 효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대중 과학적인 영상이 뜰 수도 있다. 조금 더 보게 되면 주제가 교차적으로 연결된 영상들도 추가로 등장한다. 예를들면 물로 몸에 쌓인 독소를 제거하는 법, 비강 스프레이 의존도, 항생제 내성, 또는 제약업계 로비에 대한 불평을 다루는 비디오가 뜨기도 한다. 그다음에 유튜브에 접속하면 빌 게이츠와 세계보건기구WHO와의 연관성을 분석한 영상이 뜨고, 그 사이에 게임용 의자에 앉아서 ‘잘 생각해봐! 우리는 여기서 오로지 사실만을 전달하잖아!‘라고 외치는 남자들의 영상 두개가 뜬다. 간호사가빈 중환자실을 촬영하며 ‘환자들은 모두 어디에 있지?‘라는 코멘트를 하는 영상, 그리고갑자기 켄 옙센 (Ken Jebsen, 독일의 유명한 음모론자 편집자)이 배트맨의광기 어린 적수 조커로 분장한 비디오가 뜬다. 여러분은 그저 조커 분장 때문에 이 영상을 클릭하거나 조회 수가 4백만이라 궁금해서 클릭하기도 한다. 게이츠 재단이 코로나를 만들어냈을까? 코로나가 존재하기는 하는가? 이제 두 개의 영상만 더 있으면 디지털 토끼 굴 아래로 깊숙이 들어간다. 그리고 여러분은 코로나 팬데믹이 의문시되고 정치인이 유괴한 아동을 고문하는 그곳에 도달하게 된다. 이 모든것이 여러분의 감기와 약간의 생강차에서 시작되었다. - P342

한 국가 자체에 대한 사회문화적 서사인 딥 스토리는 사회의 역사적 스토리를 의미하는것이 아니라 사회에서 공유되는 내러티브를 의미한다. 말하자면 문화적 정체성, 근본가치, 한 사회 혹은 민족의 집단적 희망이나 불안에 대한 일련의 스토리라고 할 수 있다. 혹실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딥 스토리는 어떤 느낌이 드는 이야기다. 말하자면 감정이 상징의 언어를 사용하여 들려주는 이야기다. 이러한 이야기는 판단도 사실도 제거하며, 어떤 느낌인지를 이야기해줄 뿐이다. 이러한 이야기는 정치적 스펙트럼의 양쪽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한발 물러서서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이 어떤 주관적 프리즘으로 세상을 바라보는지탐구하게 한다. 나는 이와 같은 이야기가 없다면 좌파 우파든 누구의 정치적 입장도 이해할 수 없으리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모두딥 스토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 P356

 말하자면 트럼프 지지자들은 모두가 자의식을 갖고 자기 차례가 오기를 성실하게 기다리면서 신교도 특유의 직업윤리와 개척 정신, 규칙 준수를 통해 아메리칸드림American Dream이라는 동경의 산을 오르려고 한다. 하지만 미국의사회경제적 구조상 이러한 대기줄에서 백인이 훨씬 앞에 서 있다는것은 안타까운 사실이다. 반면 백인이 아닌 사람, 소외되거나 차별을받는 사람은 저 뒤쪽에 있기에 약속된 산꼭대기까지 험난한 길을 오르는 데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와 같은 소수자들이 공격적으로 지원을 요구하기 시작하면 백인 노동 계층에게는 마치 언제나 자기 뒤에 서 있던 사람들 흑인, 이민자, 여성이 갑자기 자신들, 즉충성스럽고 참을성 있게 기다리는 미국인을 지나쳐 앞으로 나아가는것처럼 보인다. 혹은 더 나쁘게 표현하자면 그 사람들이 국가와 기관의 평등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아 침투한 것처럼 보인다. 이를테면 공공 기관이 일정한 다양성 할당량을 충족시키기 위해 소외층 지원자를 선호하는 경우처럼 말이다.
백인 노동 계층의 주관적인 관점에서 볼 때 그러한 편애는 불공평할 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집단적 이상에 대한 배신, 즉 사회적 지위와 출세를 스스로 얻을 수 있고 또 얻어야 한다는 능력주의 동화에대한 배신이다. 트럼프는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국가적 서사를 활성화하고 노동 계층에게 대기 줄의 맨 앞자리를 약속함으로써 (‘미국을 다시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노동 계층의 이러한 딥 스토리를 복고적인 대중영합주의의 수단으로 사용했다. - P358

1970~80년대에 이탈리아의 기호학자이자 작가인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와 프랑스의 미디어 이론가이자 철학자인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는 미국을 광범위하게 연구했다. 이 두 사람은 로스앤젤레스의 디즈니랜드를 방문한 후 깊은 인상을 받았고, 이를 미국의 하이퍼 리얼리티Hyperreality에 대한 구상으로 발전시켰다. 하지만이 둘은 각기 다른 결론에 도달했다. 에코에 따르면 하이퍼 리얼리티는 ‘진짜와 꼭 같은 복제"를 만들어 내거나 사실이고 진짜인 것을 얻기 위해 ‘절대적 거짓‘‘‘을 만들어야 한다. 한편 보드리야르는 하이퍼리얼리티가 ‘원본이나 사실성이 없는 실재‘이며 따라서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 두 사람 모두 자신들의 글에서 프랑스의 철학자 루이 마린 Louis Marin을 언급하고 있는데, 그는 두 사람보다 먼저 디즈니랜드를 방문했고 이곳을 ‘퇴폐한 유토피아‘라고 묘사했다.
루이 마린에 따르면 "퇴폐한 유토피아는 신화의 형태로 현실화된 이데올로기다." 그렇기 때문에 디즈니랜드는 유토피아인 척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깊은 숙고를 통해 이데올로기적으로 잘연출된 현장으로 방문객들에게 신화를 팔려고 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에코는 예를 들어 디즈니랜드 초입에 들어선 상점가가 환상적인 외관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우리를 마술처럼 보이는 세계로 장난스럽게 유인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가게 안에 들어가 보면 슈퍼마켓으로 가장되어 있을 뿐이다. 디즈니는 공원 밖의 현실을 날조하는 것이아니라 "날조되고 있는 것은 우리의 구매 욕구이며, 이러한 의미에서디즈니랜드는 그야말로 소비 이데올로기의 정수다." - P366

에코는 온갖 기술적 책략과 무대 장치를 갖춘 디즈니랜드가 환상을 직접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오히려 환상을 향한 우리의 욕구를 성공적으로 일깨운다는 것이다. "하지만 디즈니랜드는 위조된 자연이 공상을 향한 우리의 욕구에 훨씬 더 잘 부합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 디즈니랜드는 기술이 자연보다 더 많은 현실성을 줄 수 있음을 말해준다. 22 디즈니랜드는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환상의 세계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에코는 ‘총체 연극 TotalTheatre‘에 대해 말하면서 하이퍼 리얼리티라는 개념으로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러한 본연의 현실을 ‘진짜 같은 가짜‘라고 설명한다.
장 보드리야르는 한 걸음 더 나아간 분석을 했다. 먼저 그는 무엇보다 디즈니랜드가 일종의 미국 사회 축소판 혹은 코믹 버전으로서, 미국의 종교적 자유분방함과 모순적 가치를 농축시켜 놓은 장소로서성공했다고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디즈니랜드는 판타지랜드 안에 존재하는 일종의 압축된 판타지랜드로 볼 수 있다.

디즈니랜드는 ‘실제의 나라, ‘실제‘ 미국 전체가 디즈니랜드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존재한다(...). 디즈니랜드는 우리가 나머지 다른 세상을 사실이라고 믿게 만들기 위해 상상적 세계로 제시된다. 그런데 사실은 로스앤젤레스 전체와 그주변의 미국도 더 이상 실제가 아니며 하이퍼 리얼리티와 시뮬레이션Simulation의 영역에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더 이상사실성(이데올로기)의 거짓 재현이 아니라 사실성의 원칙을 감추기 위해 실재가 더 이상 실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숨기는것이다.  - P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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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의 역사가 헤로도토스에 따르면 기원전 480년경 테르모필레 전투에서 페르시아인은 그수가 훨씬 더 많았지만 그렇게 전설적으로 막강하지도 않았고 그리스 병력을 빠른 속도로 돌파하여 제압하지도 못했다. 이와 함께 스파르타인이 특별히 영웅적인 역할을 했는지는 전해지는 바가 없지만일반적으로 그럴 가능성은 없다. 고대 그리스에서 스파르타인은 번번이 전투에서 패배했기 때문에 특별히 유능한 전사로 간주하지 않았다. 다만 기원전 404년 아테네와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다른것도 아닌 바로 페르시아의 금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날 자주 회자하는 슬로건 ‘몰론 라베Moov LaBé‘(‘와서 가져가라! 즉항복하느니 죽음을 각오하고 무기를 가져가라는 뜻)와는 달리 스파르타인은 자주 항복했다. 그들은 그 시대의 다른 도시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타락하고 결함이 있고 기회주의적이었으며 결국 군사강국으로서 몰락을맞이했다.
프랭크 밀러Frank Miller가 1998년에 터무니없이 과장된 이영웅 이야기를 300』이라는 만화로 만들지 않았다면 오늘날 아무도 스파르타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았을 것이며, ‘거대한 인종반전Umvolkung (나치가 제3제국 식민지 국민을 ‘게르만화‘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사용한용어-옮긴이)이나 다른 공포 시나리오에 맞서는 문화 전쟁에서 스파르타가 전사 국가의 모범으로서 칭송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2006년 이 영웅 이야기는 할리우드에서 제라드 버틀러가 중심인물인 레오니다스 왕 역을 맡음으로써 어느 정도 믿음이 가는 우화의 등급으로 다시 한번 업그레이드되었다. 적어도 이것은 문화 쇼비니즘(자신이속한 국가나 사회의 문화가 가장 우수하다고 믿는 사상-옮긴이) 메시지와 관련이 있다. 역사적 진실은 훨씬 더 세속적이고 인간적이다. 하필 동성애에 빠져 있고 크세르크세스와의 유일한 전투에서 패배한 국가인 스파르타가 동성애와 이슬람을 혐오하는 허세꾼들의 이념적 동경의 장소가 되었다는 것은 정말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 P310

불굴의 스파르타인과 같은 신화는 현대 대중문화에서 파시즘적사상의 적응력과 호환성을 드러낸다. 파시즘이 존재하지는 않지만파시즘적인 미학은 존재한다. 이는 원시 파시즘 또는 부분적 파시즘, 즉 문화적으로 유사한 ‘순수한 역사적 파시즘의 정신을 잠재의식적으로 노련하게 전달한다. 이와 같은 파시즘의 파편들은 무수히 많은문화상품 속에 파묻혀 있으며, 이를 통해 이러한 문화상품은 파시즘을 계속해서 매력적으로 만드는 두 가지 서사적 특성을 보이게 된다. 즉 파시즘은 긴급한 위협을 이유로 들어 영웅을 일반 사례로 상승시킨다. 그리고 동시에 파시즘은 모든 파시즘 영웅에게 자신을 변화시켜야 하는 임무를 면제해준다. 이를테면 스파르타인처럼 그저 싸우고, 싸우고, 또 싸워야 할 뿐이다. - P312

스파르타 신화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파시즘은 오래전부터 우리가알아차리지 못하는 방식으로 미학적으로 형상화되었다. 전설과 신화의 프레임이 씌워진 대중문화산업의 제작물인 스타워즈 시리즈는파시즘의 미학이 어떻게 우리의 일상 코드와 광범위한 참조의 당연한 부분이 될 수 있었는지를 매우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서부극을 우주로 확장한 <스타워즈> 시리즈, 사무라이 영화, 플래시 고든, 기사의 무용담, 그리고 제3제국. 조지 루카스 감독은 내용으로나 시각적으로나 나치즘과 제2차 세계대전에서 영감을 얻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몇몇 카메라 앵글은 나치 선전, 더 정확히 말하자면 레니 리펜슈탈 Leni Ricfenstahl의 영화 <의지의 승리Triumpf des Willens>(1935)를 강하게 연상시킨다. 또한 의상 디자이너 존 몰로 John Mollo는 <스타워즈> 의상의 기원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조지 루카스 감독은 제국의 사람들이 능률적이고 전체주의적이며 파시즘적으로 보이고 선한 사람들인 반란군은 서부극과 미 해군 사람들처럼 보이기를 원했다." - P323

악을 정형화함으로써 악이 미화되는 것은 문제이다. 이를테면 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파시즘적 등장인물이 팬들이 감탄하는 우리대중문화의 당연한 일부가 될 때처럼 말이다. <스타워즈> 등장인물은 말 그대로 번역하면 ‘나치 돌격대‘라는 뜻을 가진 ‘스톰트루퍼‘ 헬멧을 착용하고 장교는 게슈타포처럼 보인다. <스타워즈> 등장인물들은 수많은 티셔츠에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고 중독성 강한 재미있는영상물 속에서 화려한 춤을 추기도 하며 어린이에게 인기 있는 카니발 의상이 되기도 한다. 디즈니랜드 테마파크의 제국군 스톰트루퍼퍼레이드를 생각해보면 그 심연은 더욱 명확해진다. 디즈니랜드조차자신의 웹사이트에서 마법 같은 잠자는 숲속의 미녀 성Sleeping Beauty Castle 앞에서 펼쳐지는 이러한 동화 같은 행진을 ‘복종과 힘의 위압적인 과시‘라고 묘사한다. 온 가족을 위한 파시즘이자 완벽한 휴가!
영화평론가 린제이 엘리스Lindsay Ellis는 이러한 현상을 ‘코스프레 파시즘Cosplay Fascism‘이라고 부른다. 말하자면 혼란에 빠뜨리는 시각적 왜곡으로, 레이디 가가 Lady Gaga, 마릴린 맨슨Marylin Manson또는 람슈타인 Rammstein에게서 보이는 파시즘 모티브의 대중문화화와 유사하다. 동화 세계를 모방한 테마파크라는 매우 인공적인 배경앞에서 대중문화에 대한 우리의 둔감함을 잠깐 느낄 수 있다. 낯설게하기 Verfremdung 효과로 파시즘의 역사를 놓치게 하는 이러한 연출 속에서 우리는 부분적으로 불쾌감을 인지하기는 하지만, 이를 소비하고 싶은 매혹을 느끼기도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어릴 때 자연스럽게 악당을 연기하거나 물리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 P327

탈중심화된 파시즘이 기술적으로 촉진됨으로써 디지털화된 사회는 근본적인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이에 대해 피엘리츠와 마크스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극우주의의 동력이 된 동일한 플랫폼들이이제는 민주주의를 수호할 것이라 예상된다. [..] 동시에 그 플랫폼들은 극단주의자와 심지어 테러리스트, 즉 자유민주주의의 공공연한적들도 사용하는 가상 조직구조를 제시한다. 이와 동시에 디지털가능성이 상징하는 모든 자유에도 불구하고 궁극적으로 민주주의적 자유에 어긋나는 역학이 생성된다. 디지털 파시즘은 그러한 역학이다. 20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많은 곳에서 인용되는 이탈리아 작가이그나치오 실로네Ignazio Silone의 발언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파시즘이 회귀한다면 파시즘은 ‘나는 파시즘이다!‘라고 말하지 않을것이다. 파시즘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나는 반파시즘이다!" 이 특수한 이데올로기는 언제나 자신을 새롭게 이야기할 수 있으며 다양한시대마다 주어진 서사적 상황에 적응할 수 있다. 필요하다면 자신과정반대의 것이 되면서도 말이다. 파시즘을 트로이의 카멜레온이라고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 P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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