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후에 아주 깊이 숨어 있는 ‘대안적 현실과 맞지 않는) 서사를 종종 ‘음모이론‘ 혹은 ‘음모 서사‘라고 부른다. 파시스트는 내집단의 이익을 위해 특정 외집단을 불신하게 만들거나 비방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그러한 대안적 현실 버전을 사용한다. 결국 중요한 문제는 사실인지 아닌지가 아니라 진실한 정보를 부정하는 것이 집단이나 정당, 부족에 정서적, 정치적,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주는지의 여부다. 원시 파시즘적 부족주의에서는 진실은 좋은 것이 아니며 강하게 만드는 것이 진실이 된다. 티머시 스나이더는 이렇게 설명한다. "듣고 싶은 말과 실제 사실이 다를 수 있음을 부정할 때 우리는 폭정에 굴복하게 된다. 이렇게 현실을 부정하는 것이 아주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느껴질수 있다. 그러나 그 결과 개인으로서 자신을 포기하고 나아가 개인주의에 기반을 두는 모든 정치 체제가 붕괴된다. " - P333
제이슨 스탠리는 특히 자기희생과 관련하여 미국 공화당과 독일을 위한 대안(Alternative fir Deutschland. AfD) 당 사이에서 유사성을 끌어낸다. 미국이 노예에게 저지른 만행에 대해 과거사 청산을 논의하는 가운데 트럼프 지지자들은 자신을 역사의 희생자로 꾸미려고 한다. 스탠리에 따르면 이와 유사하게 독일을 위한 대안당은 독일의 나치과거사정리를 독일 국민의 희생으로 묘사함으로써 지지표를 얻으려고 한다. 이러한 삐뚤어진 파시즘 해석에서 보면 오늘날의 독일인은 실제로 유대인의 희생자다. 왜냐하면 자신들의 만행을 상기하는 것이 자신의 과거를 신화화하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독일을위한 대안당 지도자 중 한 명인 비외른 회케Björn Höcke는 2021년 초 드레스덴에서 열린 연설에서 ‘무엇보다도 가장 먼저 우리를 조상의위대한 업적과 접하게 하는 기억 문화‘‘의 필요성에 대해 열성적으로 말했다. 스탠리에 따르면 ‘기억 문화‘에 대한 회케의 진술은 하인리히 힘러 Heinrich Himmler에 대한 메아리다." 하인리히 힘러는 1937년에 다음과 같이 썼다. "우리는 약 1천 년의 과거가 없을 뿐 우리는문화가 없는 야만 민족이 아니며 그렇기 때문에 먼저 문화를 세워야한다는 것을 우리 군사와 독일 민족에게 분명히 말하고 싶다. 우리는우리 민족이 자신의 역사를 다시 자랑스럽게 여기도록 만들고 싶고우리 민족에게 분명히 이렇게 말하고 싶다. 독일은 2천 년밖에 안 된로마보다 더 영원하다!" - P335
지금까지 디지털 인큐베이터의 역할은 여전히 과소 평가되고 있다. 이제는 ‘유튜브의 과격화‘가 진정한 연구 대상이 되었다. 유튜브가 지닌 새로우면서도 위험한 문제는 토끼 굴 입구를 의식적으로 찾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데올로기에 감명받지 않은 사람들도 유튜브에서는 간혹 무해한 관심 주제를 통해 이데올로기에 말려들 수 있다. 이를테면 여러분이 감기에 걸려서 생강차 레시피를찾는다고 상상해보라. 여러분은 뉴욕의 스타 셰프나 스칸디나비아지역의 인플루언서가 제시하는 생강과 꿀, 레몬의 완벽한 조합을 찾을 때까지 몇 가지 영상을 시청한다. 이를 학습한 알고리즘은 이제부터 유튜브 시작 페이지에 더 많은 민간요법 레시피를 당신에게 제시한다. 물론 주제별로 분류된 이러한 영상 중에서 당연히 특히 인기 있는 요리법만 보여준다. 생강으로 중증의 질병을 치료했다고 주장하는 어느 여성의 영상이 나타날 수도 있고 생강의 성욕 촉진 효과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대중 과학적인 영상이 뜰 수도 있다. 조금 더 보게 되면 주제가 교차적으로 연결된 영상들도 추가로 등장한다. 예를들면 물로 몸에 쌓인 독소를 제거하는 법, 비강 스프레이 의존도, 항생제 내성, 또는 제약업계 로비에 대한 불평을 다루는 비디오가 뜨기도 한다. 그다음에 유튜브에 접속하면 빌 게이츠와 세계보건기구WHO와의 연관성을 분석한 영상이 뜨고, 그 사이에 게임용 의자에 앉아서 ‘잘 생각해봐! 우리는 여기서 오로지 사실만을 전달하잖아!‘라고 외치는 남자들의 영상 두개가 뜬다. 간호사가빈 중환자실을 촬영하며 ‘환자들은 모두 어디에 있지?‘라는 코멘트를 하는 영상, 그리고갑자기 켄 옙센 (Ken Jebsen, 독일의 유명한 음모론자 편집자)이 배트맨의광기 어린 적수 조커로 분장한 비디오가 뜬다. 여러분은 그저 조커 분장 때문에 이 영상을 클릭하거나 조회 수가 4백만이라 궁금해서 클릭하기도 한다. 게이츠 재단이 코로나를 만들어냈을까? 코로나가 존재하기는 하는가? 이제 두 개의 영상만 더 있으면 디지털 토끼 굴 아래로 깊숙이 들어간다. 그리고 여러분은 코로나 팬데믹이 의문시되고 정치인이 유괴한 아동을 고문하는 그곳에 도달하게 된다. 이 모든것이 여러분의 감기와 약간의 생강차에서 시작되었다. - P342
한 국가 자체에 대한 사회문화적 서사인 딥 스토리는 사회의 역사적 스토리를 의미하는것이 아니라 사회에서 공유되는 내러티브를 의미한다. 말하자면 문화적 정체성, 근본가치, 한 사회 혹은 민족의 집단적 희망이나 불안에 대한 일련의 스토리라고 할 수 있다. 혹실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딥 스토리는 어떤 느낌이 드는 이야기다. 말하자면 감정이 상징의 언어를 사용하여 들려주는 이야기다. 이러한 이야기는 판단도 사실도 제거하며, 어떤 느낌인지를 이야기해줄 뿐이다. 이러한 이야기는 정치적 스펙트럼의 양쪽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한발 물러서서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이 어떤 주관적 프리즘으로 세상을 바라보는지탐구하게 한다. 나는 이와 같은 이야기가 없다면 좌파 우파든 누구의 정치적 입장도 이해할 수 없으리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모두딥 스토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 P356
말하자면 트럼프 지지자들은 모두가 자의식을 갖고 자기 차례가 오기를 성실하게 기다리면서 신교도 특유의 직업윤리와 개척 정신, 규칙 준수를 통해 아메리칸드림American Dream이라는 동경의 산을 오르려고 한다. 하지만 미국의사회경제적 구조상 이러한 대기줄에서 백인이 훨씬 앞에 서 있다는것은 안타까운 사실이다. 반면 백인이 아닌 사람, 소외되거나 차별을받는 사람은 저 뒤쪽에 있기에 약속된 산꼭대기까지 험난한 길을 오르는 데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와 같은 소수자들이 공격적으로 지원을 요구하기 시작하면 백인 노동 계층에게는 마치 언제나 자기 뒤에 서 있던 사람들 흑인, 이민자, 여성이 갑자기 자신들, 즉충성스럽고 참을성 있게 기다리는 미국인을 지나쳐 앞으로 나아가는것처럼 보인다. 혹은 더 나쁘게 표현하자면 그 사람들이 국가와 기관의 평등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아 침투한 것처럼 보인다. 이를테면 공공 기관이 일정한 다양성 할당량을 충족시키기 위해 소외층 지원자를 선호하는 경우처럼 말이다. 백인 노동 계층의 주관적인 관점에서 볼 때 그러한 편애는 불공평할 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집단적 이상에 대한 배신, 즉 사회적 지위와 출세를 스스로 얻을 수 있고 또 얻어야 한다는 능력주의 동화에대한 배신이다. 트럼프는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국가적 서사를 활성화하고 노동 계층에게 대기 줄의 맨 앞자리를 약속함으로써 (‘미국을 다시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노동 계층의 이러한 딥 스토리를 복고적인 대중영합주의의 수단으로 사용했다. - P358
1970~80년대에 이탈리아의 기호학자이자 작가인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와 프랑스의 미디어 이론가이자 철학자인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는 미국을 광범위하게 연구했다. 이 두 사람은 로스앤젤레스의 디즈니랜드를 방문한 후 깊은 인상을 받았고, 이를 미국의 하이퍼 리얼리티Hyperreality에 대한 구상으로 발전시켰다. 하지만이 둘은 각기 다른 결론에 도달했다. 에코에 따르면 하이퍼 리얼리티는 ‘진짜와 꼭 같은 복제"를 만들어 내거나 사실이고 진짜인 것을 얻기 위해 ‘절대적 거짓‘‘‘을 만들어야 한다. 한편 보드리야르는 하이퍼리얼리티가 ‘원본이나 사실성이 없는 실재‘이며 따라서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 두 사람 모두 자신들의 글에서 프랑스의 철학자 루이 마린 Louis Marin을 언급하고 있는데, 그는 두 사람보다 먼저 디즈니랜드를 방문했고 이곳을 ‘퇴폐한 유토피아‘라고 묘사했다. 루이 마린에 따르면 "퇴폐한 유토피아는 신화의 형태로 현실화된 이데올로기다." 그렇기 때문에 디즈니랜드는 유토피아인 척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깊은 숙고를 통해 이데올로기적으로 잘연출된 현장으로 방문객들에게 신화를 팔려고 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에코는 예를 들어 디즈니랜드 초입에 들어선 상점가가 환상적인 외관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우리를 마술처럼 보이는 세계로 장난스럽게 유인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가게 안에 들어가 보면 슈퍼마켓으로 가장되어 있을 뿐이다. 디즈니는 공원 밖의 현실을 날조하는 것이아니라 "날조되고 있는 것은 우리의 구매 욕구이며, 이러한 의미에서디즈니랜드는 그야말로 소비 이데올로기의 정수다." - P366
에코는 온갖 기술적 책략과 무대 장치를 갖춘 디즈니랜드가 환상을 직접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오히려 환상을 향한 우리의 욕구를 성공적으로 일깨운다는 것이다. "하지만 디즈니랜드는 위조된 자연이 공상을 향한 우리의 욕구에 훨씬 더 잘 부합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 디즈니랜드는 기술이 자연보다 더 많은 현실성을 줄 수 있음을 말해준다. 22 디즈니랜드는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환상의 세계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에코는 ‘총체 연극 TotalTheatre‘에 대해 말하면서 하이퍼 리얼리티라는 개념으로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러한 본연의 현실을 ‘진짜 같은 가짜‘라고 설명한다. 장 보드리야르는 한 걸음 더 나아간 분석을 했다. 먼저 그는 무엇보다 디즈니랜드가 일종의 미국 사회 축소판 혹은 코믹 버전으로서, 미국의 종교적 자유분방함과 모순적 가치를 농축시켜 놓은 장소로서성공했다고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디즈니랜드는 판타지랜드 안에 존재하는 일종의 압축된 판타지랜드로 볼 수 있다.
디즈니랜드는 ‘실제의 나라, ‘실제‘ 미국 전체가 디즈니랜드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존재한다(...). 디즈니랜드는 우리가 나머지 다른 세상을 사실이라고 믿게 만들기 위해 상상적 세계로 제시된다. 그런데 사실은 로스앤젤레스 전체와 그주변의 미국도 더 이상 실제가 아니며 하이퍼 리얼리티와 시뮬레이션Simulation의 영역에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더 이상사실성(이데올로기)의 거짓 재현이 아니라 사실성의 원칙을 감추기 위해 실재가 더 이상 실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숨기는것이다. - P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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