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적인 기만은 아니지만 기억하는 과정의 작은 결함이 원인인 듯하다. 목격자의 증언이 종종 충돌하는 상황도 마찬가지로 기억의 근본적인 유연성에서 나온다. 하지만 왜 그럴까? 다행스럽게도 신경과학자들은 오랫동안 기억의 변덕스러움에 매혹되었고, 올리버 색스Oliver Sacks는 이 주제를 상세하게 설명했다. 색스는 자서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런던 블리츠 근처에서 터마이트 소이탄(마그네슘과 알루미늄에 산화철을 혼합한 소이제를 넣은 폭탄. 비인도적 재래식무기 엄금협약으로 사용이 금지되었다. 옮긴이)이 터져 지상을 맹렬하게 뒤흔들었던 끔찍했던 경험을 자세히설명했다. 책이 출간된 후, 색스의 형은 그에게 폭탄이 떨어졌을때 색스가 거기에 없었다고 말했다. 아마 이 사건을 상세하게 써보냈던 형의 편지에서 색스의 선명한 기억이 튀어나온 것 같았다. 어린 색스를 매혹했던 인상적인 이야기는 색스의 기억과 혼란스럽게 뒤섞였다.

소중히 간직한 기억의 일부가 일어나지도 않았거나 내가 아닌다른 사람에게 일어났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은 매우 놀랍다.나는 온전히 내 것이라 여긴 많은 열정과 충동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내게 큰 영향을 준 다음 잊힌 타인의 제안에서 비롯한 것은 아닌가 의심하곤 한다. - P214

뒤늦게나마 이 문제는 확실히 밝혀졌다. 사실상 이들은 어린이의 분명한 대답을 부인하거나 새로운 생각을 어린이에게 주입하는 식으로 어린 목격자에게 거짓 증언을 유도했다. 타인의영향을 받기 쉽고 칭찬에 약한 어린이들은, 어른들이 제시한 질문에 그들이 듣고 싶어 하는 답을 말하려 열심히 노력했다. 설상가상으로 이런 암시는 아이들이 전혀 겪어보지 못했던 끔찍한학대의 기억을 만들어냈다. 이런 방식은 기본적으로 결함이 있으며 어린이들은 나중에 더 강하게 주장하라는 지시도 받았다.
지나치게 열성적인 신도들과 무비판적인 언론이 갈수록 기이해지는 어린이들의 주장이 이상하다는 점을 전혀 몰랐다는 사실역시 전형적인 특징이다. 어린이들은 지하 터널에서 날아다니는마녀들에게 학대당했다는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로프터스의 연구에서는 어린이 중 하나가 여러 사진 중에서 배우척 노리스 Chuck Norris를 학대자로 지명했으며, 이는 열기구 여행 이야기처럼 윤색된 것이었다. - P223

조지 오웰은 <<1984>>에서 역사 기록을 편집하는 사악한 행위를 묘사했다.

매일매일, 거의 시시각각 과거는 새롭게 갱신되었다. 이런 방식으로 당이 내놓았던 모든 예측은 옳았다는 기록이 증거로 보존되었고, 현재의 요구와 상반되는 기사나 의견은 기록으로 남길수 없었다. 모든 역사는 필요할 때마다 깨끗하게 긁어내고 정확하게 다시 새기는 양피지와 같았다. 어쨌든 일단 이렇게 하고나면 어떤 위조가 일어났어도 입증할 수 없었다.

외부 요인이 인간의 정신 기록을 편집한다는 생각은 정말이지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확실히 언론과 각자가 속한 사회 집단이 우리의 기억과 인식에 미치는 영향을 걱정할 만하다. 언론의주목, 사회 압력, 맹목적 암시에서 나오는 힘은 종종 우리의 기억과 인식을 뒤흔들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외부 영향이 없어도 기록으로서 인간의 기억이 오웰의 소설에 나오는 오류와 노골적인위조로 범벅이 된 신문처럼 불완전하다는 생각은 훨씬 더 끔찍하다. 기억은 우리 인간에게 매우 중요하지만, 기억이 절대적으로 확실하다고 여겨서는 안 된다. 이는 굴러다니는 바위에 닻을내린 격이며 가라앉을 위험을 초래한다. - P228

전자 음성 현상을 향한 관심은 주류 문화를 덮쳤고, 지금까지도 이 초자연적 현상의 열광적인 지지자가 남아 있다. 신봉자들은 변화가 없는 소음을 사후세계에서 온 메시지라고 해석했지만 사실 전파 방해와 희망적인 사고만 있다면 설명 불가능한 메시지는 없다. 무작위 자료에서 패턴을 찾아내는 이 현상을 심리학적 용어로 아포페니아apophenia라고 한다. 같은 맥락으로, 가정용녹음기가 보급되면서 대중음악을 거꾸로 틀면 숨겨진 메시지가들린다는 이야기가 퍼졌다. 그러자 이질적인 두 집단이 녹음테이프를 거꾸로 듣는 데 집착하는 별난 광경이 연출되었다. 음악에 관심이 많고 자유시간도 너무나 많은 10대들과, 록 음악에 악마의 메시지가 숨어 있다고 확신하고 도덕적으로 격분한 종교집단이었다. - P232

당연하겠지만 사기극을 열성적으로 폭로하는 후디니는 심령론자들에게 인기가 없었고, 그는 그 열정 때문에 친구 하나를잃었다. 이 친구는 두려움을 모르는 탐정 셜록 홈스의 창조자 아서 코난 도일 경Sir Arthur Conan Doyle이었다. 아들을 제1차 세계대전에서 잃은 후, 도일 경은 영적인 모든 것을 믿었다. 후디니가 속임수를 밝혀내도 도일 경은 자신의 믿음을 요지부동으로 지켰고, 결국 후디니가 엄청나게 좌절하면서 두 사람은 멀어졌다. 심지어 도일 경은 젊어서 세상을 떠난 후디니에게도 초자연적 힘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P248

 이 실험은 최초로 포러 효과Forer effect, 즉 아주 모호해서 수많은 사람에게 해당하는 성격 설명이 자기에게만 특별하게 적용된다고 믿고 높은 점수를 매기는 성향이 있다는 관찰 결과를 학술적으로 증명했다. 이런 열린 결말의 진술을전설적인 서커스 기획자이자 사기꾼인 바넘의 이름을 따서 바넘진술BarnBarnum statement이라고도 부른다.
이어진 연구는 더 미묘한 차이를 보여주었다. 사람들은 평가자의 권위를 믿을수록, 읽는 글이 자기에게 특화되었다고 믿을수록 더 잘 속았다. 물론 평가 내용도 중요하며, 가장 확실한점은 실험대상자들은 부정적인 글보다 아첨하는 설명을 더 잘믿었다. 과학자들이 실험대상자의 정확한 성격 평가 문구와 포괄적인 바넘 진술을 함께 썼을 때의 실험 결과는 특히 흥미로웠다. 어떤 평가 문구가 가장 정확했는지 물었을 때, 실험대상자 대부분은 개인 맞춤형 평가보다 알랑거리는 바넘ㅍ진술을 선택했다. 현실을 압도하는 자만심의 승리였다. - P256

플라세보 효과는 효과 없는 다수의 치료법이 치료 효과를나타내는 근거를 제공한다. 하지만 반대의 효과가 날 수 있을까?
해당 치료법이 전혀 해롭지 않은데도 환자가 해롭다고 생각한다면 그에게 해롭게 작용할까? 답은 ‘그렇다‘이다. 사람이 완전히동요해 그렇게 믿는다면, 같은 심리적 매커니즘에 따라 해롭지않은 약에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내는 경향이 있다. 플라세보의반대 효과를 노세보 효과nocebo effect라고 하며, 이는 플라세보 효과보다 훨씬 강력하다. 해롭지 않은 사촌, 즉 플라세보 효과처럼 노세보 효과도 라틴어에서 기원했으며, ‘나는 아플 것이다‘라는 뜻이다. 용어 자체는 1960년대가 되어서야 만들어졌지만, 개념이나타난 시기는 최소한 1500년대, 교회 권위자들이 악령에게 홀렸다고 생각한 환자에게 가짜 성유물을 팔던 시기까지 거슬러올라간다. 고통받는 사람들이 이런 사기에 폭력으로 대응하면 이들이 악령에게 홀린 것은 초자연적 현상이라기보다 어리석기 때문이라고 여겼다. - P264

사회심리학에서는 이를 우월감 환상illusory superiority이라고 부른다. 타인과 비교해서 자기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현상이다. 이들은 "지금 일어나는 문제의 근본 원인은 현대 세계의 멍청이들이 지나치게 자신만만한 데 비해 지식인들은 의심으로 가득 차있다는 데 있다"라는 철학자 러셀의 금언을 마음 깊이 새겨야 할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모든 종류의 절대론자와 원리주의자가 대중 인식에 불규칙한 영향을 미치는 실질적인 이유일지도 모른다. 현실에서 총체적인 객관성은 인간이 닿지 못할 이상이다. 우리의 기대감은 언제나 우리의 인식과 반응을 형성한다. 우리가점술가와 점성술을 믿는 이유는 타당성을 찾으려 하기 때문이며,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효과에 대한 작은 암시만으로도 충분히 본능적인 반응을 끌어낼 수 있다.
의식하지 않더라도 인간은 근본적으로 사회적 동물이며, 이사실은 우리가 인정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우리의 인식에 강력한 역할을 하는 기대감은 주변 사람과 우리가 노출된 것에 의해 형성된다. 특히 우리가 소비하는 미디어·광고·정보는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언론 보도로 백신 공포가 커진 것도, 전자기 과민성과 수돗물 불소화에 대한 공포가 유사 과학 블로그에서 불이 붙은 것도 우연이 아니다. - P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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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조한 가짜 이북 쌀과 두 실향민 노인 사이에 이루어지는 역사적인 해후 장면은 극적이다 못해 괴이쩍기마저 했다. 노인들은 양손으로 욕심껏 퍼 올린 쌀을 마치 모래놀이 하는 어린애들처럼 손가락 새로 줄줄이 흘러내리게 하는 장난질을 몇 차례고되풀이했다. 그런 다음 쌀 속에다 코끝을 박은 채 킁킁 냄새를맡아보기도 하고, 쌀을 움켜 뺨에 대고 살살 비비대기도 했다.혀끝에 대고 쌀의 겉 맛을 살피는가 하면 실제로 입안에 넣고는조심조심 씹어 그 속 맛을 두고두고 천천히 음미하기도 했다.마치 보석을 감정하듯이 낱알 몇 개를 집어 올려 일일이 형광등불빛에 비춰보는가 하면 그것도 모자라 아예 확대경까지 동원해서 쌀알의 표면을 세밀히 관찰하기도 했다. 아무리 너그럽게잘 봐주고 싶어도 그것은 온전한 사람들이 말짱한 정신으로 벌이는 정상적인 행동이 아닌 것 같았다. - P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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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사실상 말하기 껄끄러운 중요한 문제를 제기한다. 지금까지는 추론의 일반적인 비형식적 오류를 살펴보았지만, 여기서 잠시 멈추고 우리가 살펴봤던 수많은 사례를 관통하는 공통주제, 바로 논리와 믿음의 전투를 생각해보자. 믿음이 추론에 미치는 영향은 지금까지 우리가 회피했던 문제와 관련 있다. 불완전한 추론이 가장 중립적이며 부주의한 관찰자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그보다는 동기가 종종더 의심스러울 때가 많다. 논리적으로 잘못된 추론은 단순한 오해에서 비롯될 수도 있지만, 우리의 믿음이 올바르게 사고하는능력에 해로운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인간은 선입견을 과도하게 신뢰하면서 편향된 렌즈를 통해주장을 거를까? 우리가 소중히 간직한 신념을 지키려 잘못된 추론을 할 가능성이 더 클까? 만약 그렇다면 그건 의도적일까 아니면 의식적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걸까? 추론에 대한 도전을 진실로 이해하려면 논리와 인간의 복잡성을 별개로 보아서는 안 된다. 인간이 실수하는 이유를 제대로 알려면 우리 모두에게 피할수 없는 영향을 미치는 인간의 특성을 반드시 탐색해야 한다. - P186

「리센코의 사례는 한 남자의 자만심에 관한 이야기를 넘어서 우리에게 인간의 조건을 말해준다. 리센코의 업적이 그토록 숭배된 이유는 이념에 치우쳤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비판적으로 평가한 증거 대신 이미 가진 신념을 재확인하며 의도적으로 해석하는 너무나 인간적인 심리적 오류, 동기화된 논증motivated reasoning의 전형적인 특징이 보인다. 본질적으로 편향된 감정적인 의사결정 방식이다. 자신의 신념에 반하는 증거에는 매우 엄중한 기준을 내세우면서도 욕구에 맞는 생각은 얄팍한 증거를 비판 없이 수용한다. 동기화된 논증은 신념을 확인하거나 부인할 증거를 이성적으로 평가하기보다는, 편향을 활용해서 우리가 이미믿는 것에 들어맞는 증거만 보고 우리를 뒤흔드는 증거는 무시한다.
동기화된 논증은 확증편향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확증편향은 자기 신념과 세계관에 맞는 정보를 추구하고 기억하고틀에 맞추는 한편, 반대되는 정보는 최소화하려는 성향을 말한다. 정보를 거르는 내부 문지기가 있다는 생각은 이제 새롭지않다. - P195

였다. 믿음에 관한 중대한 연구인 저서 《예언이 끝났을 때》에서 이 일이 일어나기 위한 다섯 가지 조건을 설명했다.

•믿음에 확신이 깊고 행동, 즉 신도가 무엇을 하는지 혹은어떻게 행동하는지와도 연관성이 있어야 한다.
•믿음을 가진 자는 헌신해야 한다. 즉 믿음을 위해서라면 하기 힘든 중요한 행동을 해야 한다. 대체로 더 중요한 행동일수록, 되돌리기 어려운 행동일수록 믿음에 대한 개인의헌신은 더 크다.
•사건이 분명하게 믿음을 반박할 수 있도록 믿음은 매우 특별하고 현실 세계와 충분히 깊이 연관되어야 한다.
•믿음이 진실이 아니라는 부인할 수 없는 증거가 반드시 나타나야 하며 믿음을 가진 자에게 인지되어야 한다.
•각각의 신도는 사회적으로 지지받아야 한다. (만약) 확신을가진 개인이 모인 집단이 (..) 서로서로 지지해주면 믿음은유지될 수 있고, 신도는 신도가 아닌 사람에게 믿음이 올바르다고 설득하거나 개종시키려 할 것이다. - P200

음모론자에게 신념의 충돌이 일어나지 않았던 이유는 믿음 자체의 세부 사항은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음모론의 서사가 존재하는 한 이들의 세계관은 보존되었다. 연구팀은 "음모론 믿음의 본질은 음모론이 서로 직접적으로 지지하는 형태가 아니라보편적인 음모론을 지지하는 더 폭넓은 믿음이다."라고 결론 내렸다.
인간에게 자신이 가진 신념과 충돌하는 정보는 걸러내고 이념적으로 끌리는 것을 믿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다. 이것은 우리 모두를 괴롭히는 문제이자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경계해야 할 문제다. - 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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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는 뭐가 그래서요? 그런 형편이니까 그자 생각으로는자기가 내 목숨을 노리는 이상 내가 틀림없이 무서워서 벌벌 떨면서 목숨을 뺏기지 않겠다고 아등바등 도망칠 거라고 예상하고 있잖겠소."
"그래서요?"
"그래서 나는 그자 속셈을 거꾸로 이용할 생각이요. 도망치긴커녕 외려 즐거운 맘으로 그자가 원하는 것을 선뜻 내주는 거요. 그자 예상을 완전히 뒤엎어버린다 이거요. 그렇게만 한다면그자는 제 마누라한테 배반당했을 때만큼이나 쓴맛을 보게 될것이고, 나는 또 살아서 못 한 세번째 복수를 죽어서 귀신이 돼서라도 본때 있게 할 수가 있잖겠소."
내 방법이 과연 어떠냐는 듯이 그는 득의양양한 표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나는 한동안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어리석을 정도로 선량한 인간이 악마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스스로 자기 목숨을 내맡기는 방법뿐이라고 한다면 그 이상 소름 끼치는 노릇이 달리 또 어디 있단 말인가. 악마는 역시 악마였다. 그로 하여금 그런 계교를 짜내게 만든다는 그것부터가 벌써 악마가 지닌 탁월한 능력이자 선량한 인간들을 마음대로 괴롭힐 수 있는 확실한 자격인 셈이다. - P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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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비슷하게 많은 사람이 노숙자나 극빈자의 곤경을 무시하기도 한다. 이들의 상황이 통제할 수 없는 사회적, 경제적 요인 탓이 더 크다는 불편한 생각을 떠올리기보다는 그들이 본질적으로 결점이 있다고 확신한다. 타인의 불운이나 나쁜 짓은 그들이나쁜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믿는 경향이 지배적이며, 여기에 개입했을 상황 요인은 생각하지 않는다. 자연에의 호소 오류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행동과 형편없는 추론을 합리화하는 편리한방편으로 너무 자주 활용된다. 또한 모든 민족에게 카인이라는뚜렷한 표식을 남겨 유혈이 낭자한 억압적인 결과로 이끌었다.타인을 비인간화하는 짓을 정당화하고 싶다면, 그들에게 본질적으로 결함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가장 강력한 방법이다.
우리가 인간이라는 종으로서 마주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조건 반사처럼 튀어나오는 본질주의를 조심해야 한다. 사람과상황은 본질적으로 복잡하고, ‘좋다‘ ‘나쁘다‘처럼 지나치게 단순화한 개념은 사람이나 주장 어느 것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주장이나 상황에 마주쳤을 때, 우리는 선입견에서 벗어나야 한다. 장점을 보고 주장을 평가해야 하며 부적절하게 매도해서는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복잡한 문제를 무언의 익살극으로, 온갖미묘한 뉘앙스를 가진 사람들을 이차원적 영웅이나 악당으로 단순하게 격하할 수도 있다. 적어도 이는 무수히 많은 사람과 다양한 관점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서로에게 더 친절해지는 원동력이될 것이다. - P164

다윈의 이론이 현대 진화생물학의 주춧돌이 되었으므로 오늘날에는 그의 업적이 미치는 영향력을 부정할 수 없다. 다윈 이론의 핵심은 우아하고 강력하다. 집단에서 나타나는 무작위 돌연변이는 각 개체 사이에 심각한 변이를 일으킨다. 가끔 부모는 이런특성을 자녀에게 물려준다. 먹이와 자원 경쟁이 치열해지면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개체는 살아남아 번식하기가 어렵다. 반대로 환경에 잘 적응한 개체는 번식할 가능성이 더 크며 그들의 특성을 후손에게 전할 수 있다. 이 과정을 자연 선택 natural selection 이라고 하며, 서서히 시간이 지나면 돌연변이와 변이가 축적되면서새로운 종의 탄생으로 이어진다. 철학자이자 생물학자인 허버트스펜서 Herbert Spener는 이를 ‘적자생존‘이라고 했고, 다윈과 진화론의 선구자적 동료인 앨프리드 러셀 윌리스 Alfired Russel Wallace가 이단어를 채택했다. 자연 스스로 활발하게 선택하고 있다는 오해를피하려는 의도였다. - P167

다윈의 주장을 왜곡하는 오언의 비뚤어진 전략은 허수아비strawman argument의 전형적인 사례다. 이 논증의 가장 기본은 ‘미끼와 바꿔치기‘ 전략이며, 상대방의 주장을 반박하는 대신 무너뜨리기 더 쉬운 대체물을 공격해서 반박했다는 인상을 준다. 허수아비 논증은 특히나 적절한 이름인데, 검사가 자신의 공격을막아낼 수 있는 적 대신 짚으로 만든 모형을 상대로 기량을 뽐내는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모형은 쓰러뜨리기 쉽고, 바꿔치기한대상에 진짜 주장과 표면적으로나마 비슷한 점이 있다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본래부터 항상 악의가 있지는 않으며, 기량이 부족해서 다른 두 개념을 실수로 융합했을 수도 있다. 위대한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러셀은 종종 일어나는 이 문제를 두고 피곤하다는 듯 이렇게 말했다.
"어리석은 사람이 현명한 사람의 말을 정확하게 전달하기란불가능하다. 어리석은 자는 자신이 들은 말을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아는 말로 바꾸기 때문이다" - P172

슬프게도 진화는 이 공허한 수사법의 주요 표적으로 남았다. 1860년의 난폭했던 논쟁 이후, 다윈의 주장은 증거가 쌓이면서 완벽하게 정당성을 입증했고, 진화는 여러 도전을 극복하면서 근본적인 생물학 원칙이 되었다. 그러나 150년이 넘는 시간동안 진화를 거부하는 종교단체들의 허수아비 논증식 반박도 빠르게 이어졌다. 진화론은 인간이 현대 원숭이에서 진화했다고언급한 적 없어도 혹은 새로운 종이 출현하려면 특정 종이 멸종해야 한다고 언급한 적 없어도, 무시든 고의적 악의든 "만약 인간이 원숭이에서 진화했다면 왜 여전히 원숭이가 존재하는가?"라는 주제의 변주는 끝없이 쏟아진다. -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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