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망상은 또 크루즈 여행이 진행되는 동안 내 안에서 꾸준히 악화된 어떤 심리적 증후군의 좋은 징후인데, 그 증후군이란 처음에는 하찮았던불만과 불평의 목록이 금세 절망에 가까운 수준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나는 이 증후군이 그저 일주일 동안 네이디어에 익숙해진 데서 생겨난 경멸의 감정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안다. 애초에 네이디어 호가 모든 불만의 근원이 아니라는 것도 안다. 그보다는 평범한 인간다운 의식을 가진 나,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응석받이와 수동적 쾌락을 갈구하고 거기에 반응하는 내 안의 원형적 미국인이원인이다. 내 안의 불만족하는 아기, 내 안에서 늘 또한 무분별하게무언가를 원하는 부분. 이 증후군 때문에 나는 가령 나흘 전만 해도선실 서비스로 공짜 음식을 시키는 것을 방종으로 인식하고 그것이 창피해서 꼭 열심히 일하느라 식사를 놓친 척하는 가짜 증거를침대에 늘어놓았던 반면 어젯밤에는 십오 분이 지나자 시계를 보고 진심으로 짜증을 내면서 벌써 쟁반을 갖고 나타났어야 할 빌어먹을 선실 서비스 직원은 대체 왜 안 오느냐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제 나는 쟁반에 놓인 샌드위치가 좀 작다는 것을 깨닫고, 딜피클의 모서리가 늘 빵 껍질 우현을 적신다는 것을 깨닫고, 다 먹은 선실 서비스 쟁반을 1009호실 문밖에 내놓기에는 망할 좌현 복도가 너무 좁기 때문에 쟁반을 밤새 선실 안에 둬야 하고 따라서아침이면 1009호실의 후각적 멸균성이 산패한 호스래디시 냄새로더럽혀진다는 것을 깨닫고, 호화 크루즈 여행 닷새째에는 이것이너무너무 불만스러운 일로 느껴진다는 것을 깨닫는다. - P113

심야 바다 위에서의 이 시점에서 우리 네이디어 호가 정교하게빛나는 모습을 본다. 천사처럼 하얗게, 안으로부터, 축제처럼, 웅장하게, 궁전처럼 빛을 발하는 모습을・・・ 그렇다. 바로 이거다. 궁전처럼. 배는 장엄하고 끔찍하게 바다에 뜬 궁전처럼 보일 것이다. 한밤중 바다 위에서 홀로 작은 보트에 탄 가련한 사람에게는, 혹은 보트조차 없고 그냥 끔찍하게 물에 떠서 선헤엄을 치며 시야에 육지라고는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사람에게는. 깊고 창조적인 시각적 무아지경은-나이절 엘러리가 무심결에 내게 안겨준 진정한 선물이다-이튿날 하루 종일 지속되었다. 그동안 나는 1009호 선실에 틀어박혀 침대에 앉은 채 주로 깨끗한 선창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쟁반이며 껍질 따위를 주변에 늘어놓고, 눈동자가 약간 흐리멍텅했을지는 몰라도 대체로 좋은 기분으로-이렇게 네이디어 호에 타고 있는 것도 좋고 곧 네이디어 호에서 내릴 것도 좋으며 (어떤 의미에서) 죽도록 응석받이당하는 일로부터 (어떤 의미에서) 살아남았다는 사실도 좋다- 침대에만 있었다. 그 무아지경의 정체 상태때문에 마지막 밤에는 클라이맥스인 ‘승객 장기자랑‘과 ‘석별 자정뷔페‘를 놓쳤고 토요일에는 정박을 구경하고 G. 파나요타키스 선장과 ‘여행 후‘ 사진을 찍을 기회도 놓쳤지만, 그래도 이후 육지에매인 현실에서 성인이 감당해야 할 일상으로 재진입했을 때 이 재진입은 이전에 내가 절대적으로 아무것도 안 하는 일주일 뒤에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했던 것만큼 그렇게까지 나쁘지는 않았다.
(1995년) -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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