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적 호화 크루즈 여행에는 견딜 수 없이 슬픈 무언가가 있다. 견딜 수 없이 슬픈 것이 으레 그렇듯 이것은 정체를 파악하기는 엄청나게 어렵고 원인은 복잡하지만 결과는 단순한 듯하다. 그결과란, 내가 네이디어 호에서 특히 밤에, 배의 놀이 활동과 안심과 즐거운 소음이 다 그친 뒤에 절망을 느꼈다는 것이다. 절망이 - P27
라는 단어는 워낙 남용되어 이제 진부해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진지한 단어이고, 나는 지금 이 단어를 진지한 의미로 쓰고 있다. 내게 절망이란 다음 두 가지의 혼합을 뜻하는 말이다. 죽음에 대한 이상한 갈망, 그리고 나 자신의 시시함과 쓸모없음에 대한 통렬한 자각에서 비롯한 죽음에 대한 공포. 어쩌면 이것은 사람들이 불안이나 고뇌라고 말하는 기분과 비슷할지도 모르지만, 이것들은 같지않다. 최소한 정확히 같지는 않다. 절망은 내가 참으로 작고 약하고이기적이고 의심의 여지없이 언젠가는 죽을 존재라는 사실을 인식할 때 느끼게 되는 견디기 힘든 기분으로부터 탈출하고 싶어서 죽고 싶은 것에 가깝다. 배 밖으로 뛰어내리고 싶은 기분이다. - P28
내가 저널리스트답게 집요하게 문의한 결과, 셀레브리티 홍보를 맡은 회사의언론 담당자는(매력적이고 목소리가 데브라 윙거를 닮은 비센 씨) 유쾌한 서비스에 대해서 이런 설명을 제공해주었다. "배에서 직접 느끼셨겠지만, 선상의 모든 직원도-스태프도 대가족의 일원입니다. 그들은 자신의 일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고객을 모시는 일을 좋아하며, 모든 고객의 바람과 필요에 주의를 기울입니다." 이것은 내가 관찰했던 바와는 다르다. 내가 관찰했던 바에 따르면, 네이디어는 아주엄격한 배였다. 냉혹한 그리스 장교들과 감독관들로 구성된 엘리트 간부단이 배를 운영했고, 하급 직원들은 늘 자신을 또랑또랑한 눈으로 관찰하는 그리스 상사들이 무서워서 겁에 질려 있었고, 승무원들은 진심으로 쾌활하기는 힘들어 보일 만큼 디킨스풍으로 중노동을 했다. 아마 ‘쾌활함‘은 그리스 상사들이 클립보드에 끼워 다니면서 수시로 체크하는 직원 평가지에 ‘민첩함‘과 ‘고분고분함‘과 함께 평가 항목으로 올라 있으리라. 많은 직원은 손님이 아무도 안 본다는 걸 확인하면, 저임금 서비스 노동자들이 일반적으로 드러내는 초췌한 피로함과 공포 어린 분위기로 금세 바뀌었다. 내가 볼때 승무원들은 사소한 과실로도 잘릴 수 있었다. 그리고 저 무서운 그리스 상사들에게잘린다는 것은 티끌 하나 없이 반들반들한 상사의 구두로 엉덩이를 뻥 차여서 무지무지 오랫동안 헤엄쳐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뜻할 것 같았다. 내가 관찰한 바, 하급 직원들이 승객들에게 애정을 느끼는 것 같기는 했다. 하지만 그것은 상대적인 애정이었다. 아무리 턱없는 요구를 하는 승객이라도 그리스 상사들의규율지상주의에 비하면 친절하고 이해심 있는 것처럼 보였고, 직원들은 그에 대해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것 같았다. 우리가 뉴욕이나 보스턴에서 아무리 기본적인 수준이라도 인간적인 예의를 접하면 그만 감동해버리는 것처럼. - P35
7NC 호화 크루즈여행에는 배가 롤링할 때 서로 걸음을 돕는 것 같은 뜻밖의 사소한낭만이 가득하다. 나이 든 커플들이 크루즈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를 알 만도 하다. 거친 바다는 숙면에도 좋았다. 첫 이틀은 ‘이른 아침 식사‘를먹으러 나온 사람이 거의 없었다. 다들 늦잠을 잤다. 불면증으로 몇년 고생해왔다는 사람들도 아홉 시간, 열 시간을 내리 잤다고 보고했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의 눈은 놀라움으로 천진하게 커졌다. 잠을 푹 잔 사람들은 더 젊어 보였다. 사람들은 낮에도 방자하게 낮잠을 잤다. 일주일이 끝날 무렵, 온갖 종류의 날씨를 다 겪은 뒤, 그제야 나는 거친 바다와 경이로운 숙면이 무슨 관계인지를 깨달았다. 거친 바다에서는 누가 당신을 흔들어 재워주는 느낌이 든다. 선창에서는 포말이 부드럽게 쉿쉿거리고, 엔진은 어머니의 맥박처럼두근두근 뛴다. - P65
그런데 프랭크 콘로이의 ‘에세이‘의 경우, 셀레브리티 크루즈는" 독자가 에세이에 취하는 태도, 예술에 (최소한 예술이 되고자 노력하는 것에) 취하는 태도, 즉 경계를 늦추고 무방비하게 대하는 태도를 끌어내는 방식으로 그 글을 배치했다. 예술인 척하는 광고는-아무리 훌륭하더라도 말하자면 당신에게 뭔가 바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따스하게 미소 짓는 사람과 같다. 이것은 부정직한일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해로운 것은 그런 부정직이 우리에게 미치는 누적적 영향이다. 진정한 선의 없이 선의의 완벽한 복사물이나 모조품만을 제공하는 그런 것을 자주 접하면, 우리는 차츰 혼란스러워져서 나중에는 진실된 미소와 진짜 예술과 진정한 선의마저경계하는 태도로 대하게 된다. 그리고 이 현상은 우리에게 혼란과외로움과 무력함과 분노와 두려움을 안긴다. 절망을 일으킨다. - P71
여러분도 이 미소를 알 것이다. 입 둘레 근막은 강하게 수축하지만 연관됭 광대 움직임은 부족한 미소, 미소자의 눈까지는 미치지 못한 미소, 미소자가 피미소자를 좋아하는 척함으로써 미소자의 이익을 도모하려는 계산된 시도에지나지 않는 미소, 고용주들과 감독들은 왜 프로 서비스 제공자들에게 프로페셔널 미소를 내보이라고 강요할까? 그런 미소를 과량 복용하면 절망감이 느껴지는 사람은 나뿐인가? 오늘날 멀쩡하고 평범해 보이는 사람이 쇼핑몰이나 보험 회사나 병원이나 맥도날드에서 갑자기 자동화기를 꺼내는 사건이 갈수록 느는 현상은 저런 장소가 누구나 아는 프로페셔널 미소 보급소라는 사실과 어떻게든 인과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사람은 나 혼자뿐인가? 대체 누가 프로페셔널 미소에 속는다고 그러는 것일까? 하지만 이제는 프로페셔널 미소의 부재 또한 절망을 일으킨다. 맨해튼 담배 가게에서껌을 사봤거나 시카고 우체국에서 소포에 ‘취급주의‘ 도장을 찍어달라고 부탁해봤거나사우스보스턴에서 여종업원에게 물 한잔 얻으려고 시도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서비스 노동자의 찌푸림이 우리 영혼을 짓누르는 효과를 알 것이다. 그것은 프로페셔널미소를 거부당한 데 대한 굴욕감과 적개심이다. 게다가 이제 프로페셔널 미소는 무시무시한 프로페셔널 찌푸림에 대한 내 적개심마저 왜곡시켰다. 나는 이제 맨해튼 담배가게에서 나올 때 점원의 인간성 혹은 선의의 부재를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내게 프로페셔널 미소를 주기를 거부한 그의 프로페셔널리즘 결핍을 미워한다. 미치고 팔짝 뛸만큼 엉클어진 상황이 아닌가.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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