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보여준 독특한 시선의 원근법을 배운 동료, 후배 화가들은 신의 관점이 아닌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그림을 그리게 된다. 만테냐는 70세가 넘어 생의 마지막까지 작업을 이어갔고, 1506년 만토바 공국의 교회에서 영원히 잠든다. 16세기에 교회에 무덤을 가지는 영예를 얻은 화가는 만테냐가 유일했다. 그가 만토바와 후대사람들에게 얼마나 존경받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P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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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시먼스는 사람들이 자율성을 기초로 한 도덕성에서 공동체를 기초로 한 도덕성으로 넘어갈 때 그들의 판단이 어떻게 뒤집어지는가에 주목했다.

어떤 사람이, 공포에 사로잡혀 울부짖는 어린 소녀를 묶어 놓고 면도칼로 소녀의 외음부를 도려낸 다음 소변과 월경이 가능한 구멍만 남겨둔채 다시 꿰매어 놓는다면, 유일한 문제는 그 사람을 얼마나 가혹하게 응징해야 하는가, 그리고 사형이 과연 충분히 가혹한 처벌이 될 수 있느냐하는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수백만의 사람들이 이런 짓을 저지르면, 그 극악함이 수백만 배가 되는 것이 아니라, 갑자기 그것은 "문화"가 되고, 그래서 끔찍함이 더해지기보다는 오히려 줄어들고 심지어 페미니스트를비롯한 서양의 일부 "윤리 사상가들로부터 옹호를 받게 된다." - P478

한편 많은 행동들이 비도덕화를 거친 결과, (사람들 눈에) 도덕적 결점이 아니라 생활 방식의 차이로 비치게 되었다. 비도덕화를 거친 행동의 예로는 이혼, 사생(私生, 또는 서출(庶出)), 직업을 가진 어머니, 마리화나, 동성애, 자위, 남색, 오럴 섹스, 무신론, 비서구 문화의 모든 관습등이 있다. 이와 동시에 많은 고통들이 죄악의 대가에서 불운의 결과로재평가되었다. 과거에 노숙자들은 "부랑자"나 "떠돌이"로 불렸다. 성적접촉에 의한 질병 (sexually transmitted diseases)도 예전엔 "성병 (venereal diseases)"이라 불렀다. 오늘날 마약 중독을 치료하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마약 중독이 부도덕한 선택이 아니라 일종의 질환이라고 주장한다.
문화적 우익, 특히 자신을 도덕적 다수라 부르는 분파에게 이 모든현상은 도덕성이 문화 엘리트의 맹공에 처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반면에 좌익은 사적인 행동을 비난하는 것은 구시대적인 억압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청교도 정신을 "누군가가 어디에선가 행복할지 모른다는 지속적 두려움"으로 정의한 H. L. 멩컨이 좋은 예이다. 이 문제에 있어서는 양쪽 다 옳지 못하다. 최근 수십년동안 비도덕화를 거친 모든 행동들을 보상하기라도 하듯 우리는 새로운 행동들을 도덕화하는 운동을 열심히 전개하고 있다. 속물 같은 실업가와 극단적인 청교도는 사라지고 보모 국가를 위해 노력하는 운동가와 외교 정책까지 고민하는 대학가가 그 자리를 메웠지만, 과거나 현재나 도덕화의 심리는 똑같다.  - P483

테틀록은 상대방에 대해 가격을 매기지 않는 것이 바로 그에 대한 충실함의 본질이라고 지적한다. "이 규범을 위반하는 것, 우정이나 자식이나 국가에 대한 충성심에 금전적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야말로 자기자신의 사회적 역할을 박탈하는 행위이며, 진실한 친구, 부모, 시민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 주는 증거이다.  금기를 지킬 것인가 위반할 것인가의 취사 선택은 신성한 가치와 세속적 가치(가령 돈)의 대립으로, 이런 취사 선택에는 "도덕적 부식성이란 특징이있다. 즉 추잡한 제안을 오래 숙고할수록 도덕적 정체성은 그만큼 녹이 슬게 된다."‘"
- P487

게다가 비극적 관점에서 보면 인간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 종교, 가족, 사회적 관습, 성적 관습, 정치 제도 등과 같은 전통들은 오랜 시간동안 증류되고 남은 인간 본성의 단점들을 보완하기 위한 장치들이다. 그것들은 비록 누구도 그 이론적 근거를 설명하지는 못하지만 처음 만들어졌을 때와 똑같이 인간에게 적합하다. 아무리 불완전한 사회라도 우리는 그 사회를 평가할 수 있는데 이때 평가의 기준은 미래의 가상적인 조화와 풍요가 아니라 과거에 실재했던 잔인성과 빈곤이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다소나마 체계적으로 돌아가는 사회에서 살고 있으며, 인간 본성은 언제든 우리를 야만인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주어진 최우선의 과제는 그 사회를 망가뜨리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 누구도 한 사회 안에서 상호 작용을 주고받는 수백만 명의 행동은 물론이고 단 한 명의 행동을 예측해 낼만큼 영리하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는 하향식으로 사회를 뜯어고치려는 어떤 공식에도 신뢰를 보내지 말아야 한다. 그런 공식은 대개 예기치 않은 결과를 초래해서 사태를 처음보다 악화시킬 뿐이다.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좋은 결과와 나쁜 결과의 총합에 대한 피드백을 반영하고 그에 따라 계획을 지속적으로 조정해 가면서 점진적인 변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또한 우리는 범죄나 가난 같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경쟁하는 개인들이 모여 사는 사회에서는 한 사람의 이익이 다른 사람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비용과 비용을 상쇄시키는 것이다.  - P505

유토피아적 관점을 가진 사람들은 전쟁을 명백한 낭비성과 잔인성을 들어, 전쟁을 오해, 근시안, 비합리적 열정에서 발생하는 병리적 현상으로 본다. 전쟁을 막는 방법은 평화적 감정의공개적 표현, 잠재적 적대국 간의 활발한 의사 소통, 무력 과시용 수사법의 축소, 무기 감축과 군사동맹의 축소, 애국심 조장의 자제, 전쟁을 피하기 위한 필사적인 협상 등이다. 반면에 인간 본성을 냉소적으로 보는 비극적 관점의 지지자들은 전쟁이 그들 자신이나 조국을 위해 무엇인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합리적이고 매력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계산은 어떤 경우에든 판단 착오일수 있고 패자의 고통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도덕적으로 개탄할만하지만, 말 그대로 정신병적이거나 비합리적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이 관점에서 평화를 추구하는 유일한 방법은 무기 개발, 애국심 고취, 용감한 행동에 대한 보상, 무력과 결단력의 과시, 협박을 막기 위한 힘의 협상 등을 통해 잠재적 공격자의 전쟁 비용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 P512

소웰은 마르크스주의가 두 관점의 혼혈이라고 지적한다." 과거를 해석할 때에는 비극적 관점에 의존한다. 과거의 생산 양식을 봉건제와 자본주의라는 두 가지 사회 형태로만 설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래에 대해서는 유토피아적 관점에 의존한다. 우리는 물리적·사회적 환경과의 변증법적 상호 작용을 통해 우리의 본성을 개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새로운 세계에서 사람들은 자기 이익보다는 자기 실현을 위해 움직이고, 따라서 능력에 따라 생산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한다." 라는 이상이 실현된다. 마르크스는 공산주의 사회가 다음과 같을 것이라 말했다.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의 대립이 완전히 해소된다. 그것은 존재와 본질, 객관화와 자아 확인, 자유와 필연, 개인과 인류의 갈등이 진정으로해소되는 것이다. 그것은 역사의 수수께끼가 풀리는 것이다.

이보다 더 유토피아적인 그림은 불가능하다. 마르크스는 보편 의지를수행하는 사람은 이기심과 지배 성향 때문에 타락할 수밖에 없다는 걱정을 간단히 일축했다. 예를들어 그는 노동자가 관리직에 오르면 전제적으로 변할 것이라는 무정부주의자 미하일 바쿠닌의 걱정을 한마디로 일축했다. "바쿠닌 씨가 노동자 협동 조합의 관리직을 잘 안다면 권위에 대한 모든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 P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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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에코가 옆 사람의 불편이나 다른 사람의 생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멋대로 행동하는 데 비해 전혀 능동적으로 움직일 힘이 없는 유키코가 그 이후 도쿄의 하늘 아래서 쓸쓸하게 생활하고 있을 모습이 자주 사치코의 머리에 떠올랐다. 작년 9월, 큰집 언니와 도쿄 역 앞에서 헤어졌을 때 거듭 유키코의 혼담을 부탁한다는 말을 들었던 일, 올해는 유키코의 액년이라서 어떻게든 작년에 치르려고 했는데 허사가 된일, 적어도 올 춘분까지는....…… 하고 말했던 그 춘분도 이제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것, 그리고 혹시 자신이 추측한 것처럼 다에코의 좋지 못한 평판이 유키코의 혼담에 방해가 된다면 자신에게도 절반의 책임이 있다는 것 등을 생각하자 점점 더 유키코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사치코는 요즘 다에코에게 품고 있는 자신의 불만을 가장 잘 이해해 줄 사람은 유키코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녀를 불러와 마음껏 이야기를하고 싶은 마음이 진작부터 있었음에도 다에코의 새로운 연애 사건이 그녀에게 미칠 심리적 영향을 고려해서 삼가 왔다. - P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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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치코는 자신이 살고 있는 아시야 일대의 하늘이나 땅의 쾌청한 색, 공기의 부드러운 감촉을 떠올렸다. 여기가 교토 시내라면 어쩌다 처음으로 시가로 나가더라도 전부터 알고 있던 거리 같은 친밀함을 느끼고 문득 주변 사람들에게 말이라도 걸어 보고 싶어지는데, 도쿄라는 곳은 언제 와도 자신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서먹서먹한 땅일 뿐이었다. 사치코는 이런 도회지에 순수한 오사카 사람인 언니가 지금 실제로 살고 있다는 것이 아무래도 믿기지않는 듯한.....… 꿈속, 전혀 본 적이 없는 길을 걸어 어머니나 언니가 살고 있는 집에 이르러, 아아, 어머니와 언니가 이런데서 살고 있구나 하고 생각하는...……… 바로 그런 것과 비슷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어쨌든 언니는 이런 데서 용케 살고있다고 생각했으나 실제로 거기에 도착할 때까지는 여전히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 P369

울 때면 사치코는 개구쟁이 같은 얼굴이 되었다. 새빨갛게 상기되어 분한 눈물을 머금고 있는 아내의 얼굴에서 데이노스케는 항상 이런 표정으로 자매들끼리 싸움을 했을 먼 옛날 어릴 때의 모습을 정다운 듯 그려 보았다. - P475

데이노스케는, 다에코가 집에 있으면 사치코나 유키코의 설교를 듣는 게 귀찮아서 그것을 피하려고 그러는 게 아닌가하고 생각했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이번만은 다에코와 두 자매의 감정이 소원해지지나 않을까, 특히 유키코와의 사이가 어떻게 될 것인가 하고 내심 걱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저녁 집에 돌아온 데이노스케는 사치코가 보이지 않았으므로 찾아볼 생각으로 욕실 앞 다다미 여섯 첩 크기 방의 장지문을 열었다. 유키코가 툇마루에 무릎을 꿇고 앉아있고 다에코가 발톱을 깎아 주고 있었다.
「언니는?」
「언닌 구와야마 씨 댁에 갔어요. 아마 곧 올 거예요.」
다에코가 이렇게 말하는 사이에 유키코는 발등을 살며시 옷자락 안으로 감추며 앉음새를 바로 했다. 데이노스케는 여기저기에 흩어져서 반짝반짝 빛나는 발톱을 다에코가 무릎을 꿇고 하나하나 손바닥에 주워 담는 모습을 흘깃 보고는 곧 문을 닫았다. 그 한순간 자매의 아름다운 정경이 오랫동안 인상에 남았다. 그리고 이 자매들은 의견의 차이는 있을망정 사이가 틀어지는 일은 좀처럼 없다는 것을 새삼 알게된 것 같았다.
- P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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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에코, 이것 좀 해줘 ……」복도에서 들어온 다에코가 등 뒤로 거울에 비치자 사치코는 그쪽은 돌아보지도 않고 목덜미에 바르고 있던 분 브러시를 건넸다. 그리고 눈앞에 비친 것을 뒤로 젖혀 목덜미가 드러나도록 입은 긴 속옷 바람의 자기 얼굴을 마치 다른 사람의 얼굴이라도 보는 듯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물었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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