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서 법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고 복종하는 태도는 민주주의사회와 어울리지 않는다. 무조건적인 복종은 전체주의의 특징이다. 존 롤스는 저서 『정의론』에서, "사회가 동등한 사람들 간의 협동체제로 해석되는 경우에는, 심각한 부정의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은 복종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시민은 단순히 통치를 당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잡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니 다음 롤스의 말처럼 때때로 시민 불복종 civil disobedience 이 오히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의를 이루는 방도가 된다.

사실상 시민 불복종(그리고 또한 양심적 거부)은 비록 그 정의로 봐서 불법적인 것이긴 하나 입헌체제를 안정시키는 방도이다. 자유로운 정규 선거 및 반드시 성문법이 아니더라도)헌법을 해석할 권한을 가진 독립적인 사법부와 더불어 적절한 제한조건과 건실한 판단을 통해서 이용되는 시민 불복종은 정의로운 제도를 유지하고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 P165

롤스에 따르면 시민불복종이란 "법이나 정부의 정책에 변혁을가져올 목적으로 행해지는 공공적이고, 비폭력적이며, 양심적이긴하지만 법에 반하는 정치적 행위"를 말한다." 단순히 법을 어긴다고 시민 불복종이 되는 것이 아니다. 대개 사람들이 법을 어길 때는 개인의 이익을 위해 남모르게 행동한다. 반면 시민불복종은 공개적으로 위법 행동을 함으로써 대중에게 문제 상황을 알린다.
시민불복종은 일종의 ‘말걸기‘ 행위다. 매우 절실한 형태의 말걸기다. 사안의 긴급함과 중요성이 주목받지 못하고 이해되지 못할 때, 그래서 통상적인 경로를 통해 효과적으로 의견이 전달되지않을 때 시민 불복종이 사용된다. 합법적인 수단으로는 효과가 없고, 소수자의 의제에 다수자가 무관심하거나 변화의 의지가 없을때, 불복종의 방식으로 대중과 언론의 관심을 모으고 사안에 대해알리는 것이다. - P166

누군가의 말처럼, 정의는 누구를 비난해야 하는지 아는 것이다. 누가 혹은 무엇이 변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세상은 아직 충분히 정의롭지 않고, 부정의를 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유효하다. -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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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데닛은 도킨스의 밈 이론의 가장 강력한 옹호자임에도불구하고 도킨스의 정신 바이러스 이론이 밈의 무법자outlaw측면만을 지나치게 강조했다고 비판한다. 그리고 그는 종교religious meme을 ‘야생밈wild-type meme‘과 ‘길들여진 밈‘으로 구분하고 현대의 고등 종교는 후자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즉 현대의 고등 종교는 경전, 신학교, 교리문답, 신학자 등과 같은 기구들이 없이는 존재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에게 길들여져 있는 밈이다. 그렇다면 종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종교밈의 작동, 확산, 대물림, 진화 메커니즘을 밝혀야 한다는 뜻이 된다. 바로 이 대목에서 그의 지향성 이론이 들어온다. 그에 따르면 종교밈은 유전자와 마찬가지로 일종의 복제자이기 때문에 복제자의 전달및 진화 메커니즘에 따라 행동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는 종교의 역학dynamics 이 꼭 병리적이라고 전제할 필요는 없다고본다. 이것은 유전자가 행동적 측면에서 ‘이기적‘임에도 불구하고 상위 수준에서는 협동적이거나 이타적일 수 있는 이치와 동일하다. 특정 종교의 행동 자체는 ‘이기적‘이지만 수많은 종교들로 구성된 상위 수준의 종교 현상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다. 이런 논의는 도킨스가 처음으로 제안한 밈 이론보다 더 발전된 형태의 논의이며, 오히려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이론과 더 일관적인 형태라고도 할 수 있다.  - P305

굴드와 엘드리지의 단속평형론은 적어도 다음의 두 주장으로이루어져 있다. 첫째, 진화적 변화는 적어도 중요한 부분에 있어서 지질학적으로 짧은 기간 동안 급속하게 폭발적으로 일어난다. 둘째, 단속적인 폭발 이후에는 상대적으로 긴 안정 상태가 존재한다. 그렇다면 왜 상대적으로 아주 긴 안정 상태가 지속되다가 갑자기 그 상태가 깨지는 것일까? 도대체 안정 상태를 유지하게 해주는 메커니즘은 무엇이고, 그것을 깨뜨리는 메커니즘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들은 질적으로 서로 다른 것인가?
이런 물음들은 단속평형론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들이다. - P315

그러나 엄청난 표현형적 효과를 가지는 거대돌연변이가 환경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더욱 확고해지면서 골드슈미트의 ‘희망의 괴물‘은 역사 속으로 ‘당분간‘ 사라지게 되었다.
그러자 굴드도 더 이상 자신의 이론을 이 괴물과 연결시키지 않으려 했고, 1990년대에 들어와서는 종분화 메커니즘보다는 오히려 그 반대 현상, 즉 멸종에 대해서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종 솎아내기 species sorting‘에 대한 그의 개념도 이때 등장하게 된다(Gould & Eldredge, 1993).
이 대목에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숨어 있다. 지난 20여 년동안 생물학계의 큰 통합 흐름 중에 진화를 발생학적 관점에서파악하려는 ‘진화발생생물학evolutionary developmental biology" (줄여서 이보디보)이라는 분야가 급부상했다. 이보디보는 동물의 배 발생과정을 결정하는 혹스 유전자 Hox genes의 발현 메커니즘을 밝혀냄으로써, 진화를 ‘유전자 빈도의 변화‘가 아닌 ‘유전자 발현의변화‘로 이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또한 그동안 블랙박스로 남겨졌던 변이의 발생 메커니즘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시작하면서 ‘혁신적 변이‘가 어떻게 출현하는가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제공했다. 이런 맥락에서 굴드가 포기한 골드슈미트의 ‘희망의 괴물‘ 가설은 이보디보의 부상과 함께 최근에 부활했다 - P317

 굴드는 엘리자베스 브르바Elisabeth Vrba 와 함께 역사적 관점을 취했는데, 이들에 따르면 적응이란현재의 기능 때문에 과거에 선택되어 유지되어온 형질을 가리킨다. 적용을 이런 식으로 규정하면 적응의 외연이 상당히 좁아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처음에 선택된 이유가 지금까지 지속되어야 하기 때문이다(Gould & Vrba, 1982). 가령 바닷속에서 음영정도를 구분할 수 있어서 포식자를 피하는 데 도움을 준 시각장치는 현재에도 비슷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적응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곤충의 날개는 처음에 체온 조절 기능때문에 진화했다가 현재는 비행 기능 때문에 보존되는 경우이므로 적응이 아니다.
굴드와 브르바는 이런 경우를 적응과 구분짓기 위해 ‘변용형질exaptation‘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냈다. 여기서 ‘변용형질‘이란 곤충의 날개처럼 과거에는 지금과는 다른 기능 때문에 선택되었다가 어느 시점에 현재의 기능으로 변용된 형질이다(Gould & Vila, 1982), 즉 변형질은 기원 시점과 현재 사이에서 한 번 이상의 용도 변경이 일어났던 형질이다. - P322

술꾼 모형, 4할 타자가 사라진 이유, 왼쪽 벽, 오른쪽 벽……도대체 이런 이야기들이 진화에 추세가 있는지 없는지, 그 추세가 복잡성의 증가인지 아닌지 등의 논의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우선 술꾼 모형을 다시 기억해보자. 그 남자는 그저 아무렇게나 비틀거렸을 뿐인데 외견상으로는 도랑을 향해 이동하고있는 것처럼 보였다. 왼쪽 벽이 결과적으로 이동의 방향을 정해준 셈이다. 굴드는 이와 마찬가지로 생명의 진화가 복잡성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된 듯이 보이지만, 생명이 가장 간단한 형태로 왼쪽 벽에서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그렇게 보일 뿐이라고 말한다. 이때 왼쪽 벽의 역할을 하는 것은 가장 간단한 형태의 생명체를 가능하게는 물리화학적 제약이다. 그에 따르면 이런 이유 때문에 술꾼이 도랑을 향해 이동했다고 말할 수 없는것과 마찬가지로 생명이 더 높은 복잡성을 향해 변화했다고 말할 수 없다. 물론 38억년 전에 존재했던 가장 복잡한 생명체와 현재 존재하는 가장 복잡한 생명체(인간)를 비교하면 후자의 복잡도는 훨씬 높다. 즉 복잡성에 있어서 최댓값이 과거에 비해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굴드의 주장은 최댓값의 증가와 변이 폭의 확대가 곧바로 추세로 해석되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 P341

도킨스가 염두에 두고 있는 진보 개념은 크게 두 가지인데, 그중에서 ‘진화력의 진화evolution of evolvability‘를 도입하여 진보론을 옹호하는 대목이 매우 인상적이다. 그는 생명체의 발생 과정에서 생긴 주요한 혁신들이 새로운 진화 공간을 열어줬고 이로써 진정한 의미의 진보적 발전이 일어날 수 있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가령 염색체, 원핵세포, 감수분열과 성, 진핵세포, 그리고 다세포의 출현 등은 생명의 진화 역사에서 일어난 분수령과 같은 대사건이다. 그는 이런 대단한 사건들이 생명의 진화력을 몇 단계 상승시켰기 때문에 그것들에 ‘진보‘라는 꼬리표를 달아주는 일은 전혀 어색하지 않다고 말한다. - P344

 그러고 보니 해밀턴의 장례식으로 시작한 <다윈의 식탁》을 해밀턴 밈(그의 포괄 적합도 이론)의 죽음을 선언하는인터뷰로 끝내게 되었습니다. 그의 밈을 여전히 중요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으로서 살짝 불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해밀턴에대한 꿈으로 시작해 그에 대한 하나의) 현실로 끝내는 방식도 괜찮아 보입니다. 오히려 현실의 이 사건은 《다윈의 식탁》이 말하고자 하는 가장 큰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환기시킵니다. 그렇습니다. 과학은 논쟁입니다! - P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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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는 월터와 리처드 사이에 동성애적인 뭔가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필자가 지금 생각해보면 형제간의 경쟁심 같은 게 아닌가 싶다. 항상 형에게 두들겨 맞거나 무시당하고, 동시에 동생을 짓누르고 무시해온 월터가형제들과 그런 관계에서 벗어나자 가족 안에서는 더 이상 상대를 찾을 수없게 되어 애증의 감정을 표현하고 경쟁할 또 하나의 형제가 필요했는지도모른다. 그리고 월터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의문은, 필자가 보기에는 리처드가 동생인지 형인지, 문제인지 영웅인지, 상처 받은 사랑하는 친구인지위협적인 경쟁자인지 분명하지 않다는 점이다. - P179

 그날 월터와 리처드의 우열관계는 월터에게 무척 만족스러운 상태였다. 리처드는 가난하고 의기소침하고, 너무 여위었으며, 함께 온 여자는 지나치게 과묵하고 표정이 어두웠다. 의심할 여지없이 ‘형‘ 자리를확보한 월터는 편안하게 몸을 기댄 채 리처드가 이룩한 성공을 자신의 성공적 인생을 더 멋지게 장식해주는 액세서리로 여기며 통쾌함을 맛보았다. - P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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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전자>의 초판 맨 마지막 장에서 저는 이미 ‘밈meme‘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낸 적이 있습니다. 그 이후에 어떤 분들은 ‘밈‘과 비슷한 뜻을 담은 용어, 예컨대 ‘문화유전자‘ 등을쓰기도 했죠. 여기서 ‘밈‘이란 인간의 문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한 용어인데요, ‘기억memory‘이나 ‘모방imitation‘의 ‘m‘과 ‘유전자gene‘에서 따온 ‘eme‘를 합성해 만들었습니다. ‘대물림 가능한 정보의 기본 단위‘, 또는 ‘문화와 관련된 복제의 기본 단위‘라는 의미를 담고 있지요. 예를 들어 감미로운 멜로디, 축구에대한 광적인 집착, 인종 편견, 요리법 등은 한 인간에서 다른 인간에게로 복사되는 밈의 사례입니다. - P241

제가 셋째 날, 이기적 유전자에서 어떻게 이타적인 개체가 진화할 수 있는지를 논의하면서 인간이 유전자의 운반자vehicle고 말씀드린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그런데 인간은 동물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유전자뿐 아니라 밀도 운반하고 전달하는 그런 존재입니다. 때로는 유전자의 ‘명령‘과의 ‘명령‘이 상충하기도 합니다. 가령 독신이나 만혼의 예를 생각해봅시다.
현대 사회에서 이 밈들은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요. 주로 교육받은 사람들 사이에서 더 흔한 현상입니다. 그런데 이 밈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유전적 적합도를 생각해봅시다.
분명히 적합도는 낮아집니다. 그럼에도 밈들은 계속 사람들 사이에서 복제되지요. 이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우리는 밈이마치 자신의 복사본을 더 많이 퍼뜨리기 위해 행동한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제가 <이기적 유전자> 초판의 맨 마지막 문장을,
"우리만이 이기적 유전자의 독재에 항거할 수 있다"고 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분은 제 이론을 ‘이기적유전자 이론‘이라고 하지 말고, 밈까지를 포괄한 이론으로서 아예 ‘이기적 복제자 이론‘으로 부르자고 제안하기도 합니다.
- P242

그렇다면 정신 바이러스는 무엇입니까? 그것은 인간의 정신을 숙주로 삼아 자신의 정보를 복제하는 기자입니다. 인간의정신은 세포와 컴퓨터만큼이나 바이러스에 쉽게 감염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와 컴퓨터가 본래의 작동을 멈추고 그 바이러스의 명령에 따라 작동하듯이, 정신 바이러스에 감염된 인간은 그 바이러스를 더 많이 퍼뜨리는 방식으로자신의 행동을 수정하게 됩니다.
왜 종교가 일종의 정신 바이러스일까요? 제 이론은 이렇습니다. 어린아이들은 어른들이 하는 말이면 대개 의심을 하지 않죠.
진화론적으로는 다 이해가 가는 행동입니다. 아이들은 언어를배워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사회적 관습을 배워야 하죠. 또 그러려면 여러 규칙들을 배울 필요가 생깁니다.  - P244

이 코드들은 대개 부모의 가르침으로 자식에게 전달됩니다. 가령 이슬람교인 부모 밑에서 자란아이들은 대개 이슬람교인이 됩니다. 부모와 자식의 종교가 일치할 개연성은 실제로 상당히 높지요.
2001년 9월 11일, 뉴욕의 국제무역센터가 주저앉는 모습을 여기 앉아 계신 모든 분이 생생하게 기억하실 겁니다. 도대체 왜 그와 같은 어처구니 없는 테러가 자행되었을까요? 저는 감히,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점을 가르치는 종교 때문이라고 분석합니다. 9·11테러가 발생했을 때 많은 전문가들이 여러 측면에서 분석을 했지만, 제가 보기에는 모두 핵심에서 벗어난 이야기들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가디언》에 ‘종교의 오발탄‘이라는제목의 글로 제 생각을 알렸죠.
만일 사람이 죽으면 모든 게 끝이라는 사실을 모든 사람들이 믿고 있다고 해봅시다. 그러면 자살 테러 같은 것은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 것이고, 어떻게든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들겁니다. 사후세계에 집착하는 종교는 사람들을 언제든 살인 무기로 만들 수 있는 정신 바이러스의 일종입니다! 감사합니다. - P245

굴드 : 종교는 정신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치료하고 제거해야 한다는 도킨스 교수의 생각에는 종교에 대한 그의 무지가 잘 드러납니다. 또한 죄송한 말씀이지만, 과학의 역사에 대한 공부도 더 필요하신 것 같습니다. 흔히들 과학과 종교, 예컨대 진화론과 기독교는 양립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즉 진화론이 맞으면 기독교는 잘못된 것이고, 기독교가 진리라면 진화론은 거짓이라고말이죠. 하지만 종교와 과학은 각자 자기만의 탐구 영역과 방법론, 그리고 해답을 가지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과학은 사실에 대한 경험적 탐구인 반면 종교는 의미와 가치, 그리고 도덕에 관한 담론입니다. 여기 칠판에 그린 두 원처럼 두 세계는 서로 만나는 지점이 없습니다. (앉아 있는 도킨스 교수를 바라보며) 서로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할 이유가 전혀 없어요. 대부분의 과학자와 종교 지도자가 바로 이런 견해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갈릴레오, 아인슈타인, 심지어 다윈 자신도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인간성을 충분히 경험하기 위해서는 과학만큼이나 종교도 필요합니다. 9·11테러가 종교 바이러스 때문에 발생했다는 발상은 참으로 유치하기 짝이 없습니다. 도킨스 같은 영향력 있는 학자가 역사적 사건을 그렇게 단순한 인과관계로 본다는 사실에서우려를 금할 수가 없네요. - P247

굴드 : 우선, 자연선택은 유전자의 수준부터 개체, 개체군, 종, 심지어 종 이상의 분류군 수준에서도 작용합니다. 이건 단지 하나의 가능성이 아니라 자연계에서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현상입니다. 예컨대 종이 가지고 있는 특성 중 어떤 것들은 그 종을 망하는 길로 이끌지만, 다른 특성들은 오히려 그 종을 더욱 번성케 합니다. 만약 어떤 종이 풍부한 변이성을 지닌 유전자 풀로구성되어 있다면, 그 좋은 그런 특성 때문에 그렇지 않은 종보다 환경 변화에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죠. 또한 구성원들이넓게 분포되어 있는 종들은 좁은 서식지만을 갖는 종들에 비해변화에 대한 완충 능력이 더 뛰어나기 때문에 멸종으로 쉽게 나아가지 않습니다. 종 선택species selection은 이런 이유 때문에 실제로 일어납니다. 다윈과 도킨스 모두가 간과한 부분이죠. - P254

굴드 : ‘창조과학creation science‘이나 ‘지적 설계론intelligent designtheory‘ 이 미국 개신교 사회에서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는 현실을 저도 잘 압니다. 진화론자의 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창조론자들이 제 ‘NOMA‘ 원리를제발 좀 이해하고 수용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그 원리에 대해 뭐라고 했습니까? 종교는 가치와 의미만을 얘기할 뿐 객관적실재에 대해서는 의미 있는 주장을 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창조론자들은 정확히 이 원리를 어기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성서의 내용을 문자 그대로 마치 객관적 사실인 것 마냥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성서 어디에서 창조에 대한 ‘어떻게how‘를 얘기한단 말입니까? 창세기는 인류 탄생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만들어진 서아시아 지역의 신화일 뿐입니다. 창조론자들과 괜히 과학적인 주제들에 대해 논쟁할 필요가 없습니다.
해봤자 그들이 견해를 바꾸지도 않을 거고요. 그저 "너나 잘하세요!" 하고 충고하는 방법밖엔 없습니다. 그런데도 참 이상하죠. 그런 충고가 잘 안 먹히는 것 같아요. 계속 늘어나니.
굴드 : - P259

이런 구분에 따르면, 어떤 서열이 능동적 복제자가 된다는 것은 그것이 다음 세대에 더 많은 복제본을 남기기 위해 다른 서열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복제자들끼리 ‘이기적‘경쟁이 발생하는 것이다. 어떤 DNA 서열을 동일한 길이의 다른서열로 대체시키면 그 서열을 담고 있는 유기체의 적합도가 변화되거나 그 서열이 다른 서열들과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경우 (예컨대 ‘감수분열 분리비틀림 meiotic drive‘과 같은 경우)에 그 DNA 서열은 유전자가 된다. 이런 맥락에서 유전자가 ‘이기적‘이라는 말은 의미가 좀 더 명확해진다. 그것은 복제자의 일차적인 목표가 자기 자신의 사본을 더 많이 남기는 일이라는 것이다. 일부 비판자들의 주장처럼 유전자가 어떤 의도나 의식을 갖고서 그런일을 한다는 뜻은 내포되어 있지 않다. 오히려 도킨스는 그런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이기성 selfishness‘ 이라는 단어가 (분자들의)행동적 차원이지 심리적 차원이 아님을 명확히 밝혔다. - P282

생물철학자 킴 스티렐니와 필립 키처도 도킨스의 것과 유사한 유전자 개념을 제시한 바 있다. 그들은 유전자 선택론의 타당성이 비판받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유전자는 차이 제조자difference maker 이며 그것이 만드는 차이들 덕분에 유전자는 선택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어떤 대립유전자를 갖고 있음으로 인해 표준적 환경에서 푸른색 눈보다는 갈색 눈이 나올 개연성이 더 높아진다면 그 대립유전자는 ‘갈색눈을 위한 대립유전자‘로 불릴 수 있다. 이것이 차이를 만드는 자원으로서의 유전자 개념이다. 도킨스는 유전자가 만드는 이런 차이 때문에 자연선택으로 인해 궁극적으로 영향을 받는 대상이 유전자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 P283

 왜냐하면 "유전자가 그 자신의 복제본을 더 많이 퍼뜨리기 위해 개체(운반자)를 고안했다"는 주장을 넘어서
"그 유전자가 자신의 목적을 위해 ‘다른‘ 개체들마저도 자신의운반자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너무 과한 주장 아닌가?
하지만 놀랍게도 이 확장된 표현형의 사례들은 적지 않다. 그중에는 기상천외한 것들도 있다. 예컨대 숙주인 게에 딱 달라붙어서 자기 자신을 단세포 상태로 변형을 시킨 다음 그게 속에 잠입하는 조개삿갓의 경우를 보자. 기생자인 조개삿갓은(만약 숙주가 수컷이라면 게를 생화학적으로 거세하고 암컷화한 다음 숙주가 기생자인 자신의 알을 돌보는 존재가 되도록 만들어버린다. 기생자가 자신의 유전자를 더 많이 퍼뜨리기 위해 숙주에게까지 마수를 뻗치고 있는 광경이다. 어이없이 당하는 숙주의 모습은 기생자 유전자의 확장된 표현형인 셈이다. - P286

자연선택이 도대체 뭐기에 창조자로서의 신의 자리마저 대신할 수 있단 말인가? 도킨스는 자연선택을 시계공에 비유한다.
여기까지는 페일리와 똑같다. 하지만 그 시계공이 장님이란다.
즉 생물의 진화 과정은 시계공이 설계도에 따라 부품들을 조립하듯 진행되지 않고 오히려 설계도도 볼 수 없는 장님이 손을더듬으며 부속을 이리저리 끼워 맞추는 식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자연선택의 결과인 생명체들을 보면 마치 숙련된 시계공이 있어서 그가 설계하고 고안한 것 같은 인상을 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인상일 뿐 실제의 자연선택은 앞을 내다보지도 못하고 절차를 계획하지도 않으며 목적을 드러내지도않는 그런 과정이다. 그렇다면 그런 눈먼 시계공이 과연 인간의복잡한 눈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도플러 효과를 이용해 물체의 위치를 파악하는 박쥐의 반향 위치 결정 능력이 과연 그런 미덥지 않은 과정으로 진화할 수 있을까?
이런 의문에 대해 도킨스는 아무렇게나 자판을 두들겨 특정한 문장을 만들 개연성을 실제로 계산해보는 방식으로 답을 한다. 이때 중요한 전제 중 하나는 우연히 맞춘 알파벳은 보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식의 누적적이고 점진적인 과정이 단지 몇십 번만 반복되어도 특정한 뜻이 담긴 문장이 만들어질 수 있음을 매우 설득력 있게 보여주었다. 그는 복잡한 기능의 생명체가 진화할 확률이 마치 고철더미 위에 태풍이 분 후에 보잉 747 이 만들어질 확률과 비슷하며 그것은 명백히 0‘이라는 창조론자들의 해묵은 비판에 맞서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가결코 그런 식으로 일어나지 않는다고 논박하고 있는 셈이다. 그에 의하면 자연선택 과정이 무작위적이라는 주장은 오해일 뿐이다. 그 과정은 오히려 무작위적인 변이 생성을 추려주는 누적적이고 창조적인 과정이다. 따라서 그의 논리대로라면 자연계에 만연해 있는 놀라운 적응 형질들도 충분한 시간만 주어지면자연선택에 의해 얼마든지 진화가 가능하다. - P292

 하지만 우리집강아지가 갑자기 껑충껑충 뛰는 행동, 옆집 아기가 자지러지게 우는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른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물리법칙 혹은 설계원리만을 들이댄다고해서 이해되는 행동이 아니기 때문이다. 데닛은 바로 이 대목에서 ‘지향적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마치 행위자가 어떤믿음과 욕구를 가지며 그에 따라 행동한다고 보는 그런 자세 말이다. 데닛의 용법으로는 유전자와 밈은 지향체계intentional system이고 우리는 지향적 자세로 그것들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다.
더 이상 유전자와 밈의 비유비적disanalogical 요소 때문에 걱정할필요가 없다.
이 지향성 이론을 종교 현상을 이해하는데 사용해보면 어떤결과가 나올까? 이런 접근에는 크게 두 견해가 있다. 하나는 종교를 ‘정신 바이러스virus of mind‘로 이해하는 도킨스의 견해와다른 하나는 종교를 ‘길들여진 밈domesticated meme‘으로 해석하는 데닛의 견해다. - P302

그렇다면 왜 도킨스는 종교가 정신 바이러스라는 것일까? 종교적 세계관에 감염된 신앙인들이 엉뚱한 행동을 한다고 보기때문일까? 물론 그는 그동안 종교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온갖 비인도적 만행들을 또 한 번 들춰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논증은 조금 더 과학적이다. 우선 그는 부모로부터 자식에게 전달되는 수직적 믿음에 대해 주목한다. 아이는 어른의 말과 행동을 - P303

거의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존재다. 유아기 시절 부모의 지속적보살핌을 오랫동안 받아야만 생존이 가능한 인간 종에게 있어서 부모의 말과 행동을 무작정 따라하고 배우는 능력은 진화적으로도 매우 유용한 형질이었을 것이다.  - P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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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건 아니겠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는 게 가능한 경우가 있다. 인종차별을 피하기 위해 복합적인 혈통을 가진 사람들 중 일부는 자신의 겉
모습을 따라 ‘백인‘인 척 행동한다. 낙인을 피하기 위해 사회가 ‘정상‘ 또는 ‘주류‘로 여기는 정체성으로 보이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다. 이를 어빙 고프먼은 패싱passing 이라고 부른다. 성소수자는 패싱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 대개 본인이 스스로 밝히기 전까지는 성소수자라는 사실을 알기 어렵다. 그러니 성소수자가 굳이 성소수자임을 밝히는 커밍아웃coming"out은 이상해 보일수 있다. 본인 스스로 사회적 낙인과 차별에 자신을 노출시키는 행위이니 말이다. 개인의 성적지향(누구에게 끌리는가)이나 성별정체성(자신의 성별을 어떻게 인식하는가)이 지극히 사적인 정보라는 점에서기본적으로 이것을 대중에게 공개할 이유가 별로 없다.
그런데 그런 점에서 보면 성별, 나이, 인종, 장애, 경제적 수준 등도 별반 다르지 않다. 모두 지극히 사적인 특성들이다. 사실은 공적인 장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차별이 사적인 개인의 특성에서 시작된다. 그러니 "왜 사적 특성을 공적 영역에서 드러내느냐?"라는질문은 적반하장에 가깝다. 실제로는 특정한 사적 특성만을 받아들이고(예로 남성, 성인, 이성애자), 특정한 사적 특성은 그 이유로 거부하기 때문이다(예로 여성, 아동, 동성애자).
- P140

사라 아메드 Sara Ahmed는 감정이 단순한 심리적 성향이 아니라 사회규범에 투하한 일종의 자본이라고 말한다." 사회적으로 부정적감정을 투자한 결과는 좋지 않다. 혐오는 정동적 경제affective economy를 순환하며 부정의를 생산한다. 혐오가 생산하는 부정의는 때로 폭력의 형태를 띤다. 인천 퀴어문화축제에서의 반대는 단지 언어에 그치지 않았다. 차량을 파손하고 사람을 밀치고 때리며 깃발을 빼앗아 부수는 범죄행위였다.
이를 증오범죄hate crime, 다른 말로 편견이 동기가 된 범죄bias-motivated crime 라고 한다. -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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