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유전자>의 초판 맨 마지막 장에서 저는 이미 ‘밈meme‘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낸 적이 있습니다. 그 이후에 어떤 분들은 ‘밈‘과 비슷한 뜻을 담은 용어, 예컨대 ‘문화유전자‘ 등을쓰기도 했죠. 여기서 ‘밈‘이란 인간의 문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한 용어인데요, ‘기억memory‘이나 ‘모방imitation‘의 ‘m‘과 ‘유전자gene‘에서 따온 ‘eme‘를 합성해 만들었습니다. ‘대물림 가능한 정보의 기본 단위‘, 또는 ‘문화와 관련된 복제의 기본 단위‘라는 의미를 담고 있지요. 예를 들어 감미로운 멜로디, 축구에대한 광적인 집착, 인종 편견, 요리법 등은 한 인간에서 다른 인간에게로 복사되는 밈의 사례입니다. - P241
제가 셋째 날, 이기적 유전자에서 어떻게 이타적인 개체가 진화할 수 있는지를 논의하면서 인간이 유전자의 운반자vehicle고 말씀드린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그런데 인간은 동물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유전자뿐 아니라 밀도 운반하고 전달하는 그런 존재입니다. 때로는 유전자의 ‘명령‘과의 ‘명령‘이 상충하기도 합니다. 가령 독신이나 만혼의 예를 생각해봅시다. 현대 사회에서 이 밈들은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요. 주로 교육받은 사람들 사이에서 더 흔한 현상입니다. 그런데 이 밈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유전적 적합도를 생각해봅시다. 분명히 적합도는 낮아집니다. 그럼에도 밈들은 계속 사람들 사이에서 복제되지요. 이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우리는 밈이마치 자신의 복사본을 더 많이 퍼뜨리기 위해 행동한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제가 <이기적 유전자> 초판의 맨 마지막 문장을, "우리만이 이기적 유전자의 독재에 항거할 수 있다"고 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분은 제 이론을 ‘이기적유전자 이론‘이라고 하지 말고, 밈까지를 포괄한 이론으로서 아예 ‘이기적 복제자 이론‘으로 부르자고 제안하기도 합니다. - P242
그렇다면 정신 바이러스는 무엇입니까? 그것은 인간의 정신을 숙주로 삼아 자신의 정보를 복제하는 기자입니다. 인간의정신은 세포와 컴퓨터만큼이나 바이러스에 쉽게 감염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와 컴퓨터가 본래의 작동을 멈추고 그 바이러스의 명령에 따라 작동하듯이, 정신 바이러스에 감염된 인간은 그 바이러스를 더 많이 퍼뜨리는 방식으로자신의 행동을 수정하게 됩니다. 왜 종교가 일종의 정신 바이러스일까요? 제 이론은 이렇습니다. 어린아이들은 어른들이 하는 말이면 대개 의심을 하지 않죠. 진화론적으로는 다 이해가 가는 행동입니다. 아이들은 언어를배워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사회적 관습을 배워야 하죠. 또 그러려면 여러 규칙들을 배울 필요가 생깁니다. - P244
이 코드들은 대개 부모의 가르침으로 자식에게 전달됩니다. 가령 이슬람교인 부모 밑에서 자란아이들은 대개 이슬람교인이 됩니다. 부모와 자식의 종교가 일치할 개연성은 실제로 상당히 높지요. 2001년 9월 11일, 뉴욕의 국제무역센터가 주저앉는 모습을 여기 앉아 계신 모든 분이 생생하게 기억하실 겁니다. 도대체 왜 그와 같은 어처구니 없는 테러가 자행되었을까요? 저는 감히, 죽음이 끝이 아니라는 점을 가르치는 종교 때문이라고 분석합니다. 9·11테러가 발생했을 때 많은 전문가들이 여러 측면에서 분석을 했지만, 제가 보기에는 모두 핵심에서 벗어난 이야기들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가디언》에 ‘종교의 오발탄‘이라는제목의 글로 제 생각을 알렸죠. 만일 사람이 죽으면 모든 게 끝이라는 사실을 모든 사람들이 믿고 있다고 해봅시다. 그러면 자살 테러 같은 것은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 것이고, 어떻게든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들겁니다. 사후세계에 집착하는 종교는 사람들을 언제든 살인 무기로 만들 수 있는 정신 바이러스의 일종입니다! 감사합니다. - P245
굴드 : 종교는 정신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치료하고 제거해야 한다는 도킨스 교수의 생각에는 종교에 대한 그의 무지가 잘 드러납니다. 또한 죄송한 말씀이지만, 과학의 역사에 대한 공부도 더 필요하신 것 같습니다. 흔히들 과학과 종교, 예컨대 진화론과 기독교는 양립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즉 진화론이 맞으면 기독교는 잘못된 것이고, 기독교가 진리라면 진화론은 거짓이라고말이죠. 하지만 종교와 과학은 각자 자기만의 탐구 영역과 방법론, 그리고 해답을 가지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과학은 사실에 대한 경험적 탐구인 반면 종교는 의미와 가치, 그리고 도덕에 관한 담론입니다. 여기 칠판에 그린 두 원처럼 두 세계는 서로 만나는 지점이 없습니다. (앉아 있는 도킨스 교수를 바라보며) 서로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할 이유가 전혀 없어요. 대부분의 과학자와 종교 지도자가 바로 이런 견해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갈릴레오, 아인슈타인, 심지어 다윈 자신도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인간성을 충분히 경험하기 위해서는 과학만큼이나 종교도 필요합니다. 9·11테러가 종교 바이러스 때문에 발생했다는 발상은 참으로 유치하기 짝이 없습니다. 도킨스 같은 영향력 있는 학자가 역사적 사건을 그렇게 단순한 인과관계로 본다는 사실에서우려를 금할 수가 없네요. - P247
굴드 : 우선, 자연선택은 유전자의 수준부터 개체, 개체군, 종, 심지어 종 이상의 분류군 수준에서도 작용합니다. 이건 단지 하나의 가능성이 아니라 자연계에서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현상입니다. 예컨대 종이 가지고 있는 특성 중 어떤 것들은 그 종을 망하는 길로 이끌지만, 다른 특성들은 오히려 그 종을 더욱 번성케 합니다. 만약 어떤 종이 풍부한 변이성을 지닌 유전자 풀로구성되어 있다면, 그 좋은 그런 특성 때문에 그렇지 않은 종보다 환경 변화에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죠. 또한 구성원들이넓게 분포되어 있는 종들은 좁은 서식지만을 갖는 종들에 비해변화에 대한 완충 능력이 더 뛰어나기 때문에 멸종으로 쉽게 나아가지 않습니다. 종 선택species selection은 이런 이유 때문에 실제로 일어납니다. 다윈과 도킨스 모두가 간과한 부분이죠. - P254
굴드 : ‘창조과학creation science‘이나 ‘지적 설계론intelligent designtheory‘ 이 미국 개신교 사회에서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는 현실을 저도 잘 압니다. 진화론자의 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창조론자들이 제 ‘NOMA‘ 원리를제발 좀 이해하고 수용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그 원리에 대해 뭐라고 했습니까? 종교는 가치와 의미만을 얘기할 뿐 객관적실재에 대해서는 의미 있는 주장을 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창조론자들은 정확히 이 원리를 어기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성서의 내용을 문자 그대로 마치 객관적 사실인 것 마냥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성서 어디에서 창조에 대한 ‘어떻게how‘를 얘기한단 말입니까? 창세기는 인류 탄생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만들어진 서아시아 지역의 신화일 뿐입니다. 창조론자들과 괜히 과학적인 주제들에 대해 논쟁할 필요가 없습니다. 해봤자 그들이 견해를 바꾸지도 않을 거고요. 그저 "너나 잘하세요!" 하고 충고하는 방법밖엔 없습니다. 그런데도 참 이상하죠. 그런 충고가 잘 안 먹히는 것 같아요. 계속 늘어나니. 굴드 : - P259
이런 구분에 따르면, 어떤 서열이 능동적 복제자가 된다는 것은 그것이 다음 세대에 더 많은 복제본을 남기기 위해 다른 서열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복제자들끼리 ‘이기적‘경쟁이 발생하는 것이다. 어떤 DNA 서열을 동일한 길이의 다른서열로 대체시키면 그 서열을 담고 있는 유기체의 적합도가 변화되거나 그 서열이 다른 서열들과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경우 (예컨대 ‘감수분열 분리비틀림 meiotic drive‘과 같은 경우)에 그 DNA 서열은 유전자가 된다. 이런 맥락에서 유전자가 ‘이기적‘이라는 말은 의미가 좀 더 명확해진다. 그것은 복제자의 일차적인 목표가 자기 자신의 사본을 더 많이 남기는 일이라는 것이다. 일부 비판자들의 주장처럼 유전자가 어떤 의도나 의식을 갖고서 그런일을 한다는 뜻은 내포되어 있지 않다. 오히려 도킨스는 그런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이기성 selfishness‘ 이라는 단어가 (분자들의)행동적 차원이지 심리적 차원이 아님을 명확히 밝혔다. - P282
생물철학자 킴 스티렐니와 필립 키처도 도킨스의 것과 유사한 유전자 개념을 제시한 바 있다. 그들은 유전자 선택론의 타당성이 비판받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유전자는 차이 제조자difference maker 이며 그것이 만드는 차이들 덕분에 유전자는 선택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어떤 대립유전자를 갖고 있음으로 인해 표준적 환경에서 푸른색 눈보다는 갈색 눈이 나올 개연성이 더 높아진다면 그 대립유전자는 ‘갈색눈을 위한 대립유전자‘로 불릴 수 있다. 이것이 차이를 만드는 자원으로서의 유전자 개념이다. 도킨스는 유전자가 만드는 이런 차이 때문에 자연선택으로 인해 궁극적으로 영향을 받는 대상이 유전자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 P283
왜냐하면 "유전자가 그 자신의 복제본을 더 많이 퍼뜨리기 위해 개체(운반자)를 고안했다"는 주장을 넘어서 "그 유전자가 자신의 목적을 위해 ‘다른‘ 개체들마저도 자신의운반자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너무 과한 주장 아닌가? 하지만 놀랍게도 이 확장된 표현형의 사례들은 적지 않다. 그중에는 기상천외한 것들도 있다. 예컨대 숙주인 게에 딱 달라붙어서 자기 자신을 단세포 상태로 변형을 시킨 다음 그게 속에 잠입하는 조개삿갓의 경우를 보자. 기생자인 조개삿갓은(만약 숙주가 수컷이라면 게를 생화학적으로 거세하고 암컷화한 다음 숙주가 기생자인 자신의 알을 돌보는 존재가 되도록 만들어버린다. 기생자가 자신의 유전자를 더 많이 퍼뜨리기 위해 숙주에게까지 마수를 뻗치고 있는 광경이다. 어이없이 당하는 숙주의 모습은 기생자 유전자의 확장된 표현형인 셈이다. - P286
자연선택이 도대체 뭐기에 창조자로서의 신의 자리마저 대신할 수 있단 말인가? 도킨스는 자연선택을 시계공에 비유한다. 여기까지는 페일리와 똑같다. 하지만 그 시계공이 장님이란다. 즉 생물의 진화 과정은 시계공이 설계도에 따라 부품들을 조립하듯 진행되지 않고 오히려 설계도도 볼 수 없는 장님이 손을더듬으며 부속을 이리저리 끼워 맞추는 식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자연선택의 결과인 생명체들을 보면 마치 숙련된 시계공이 있어서 그가 설계하고 고안한 것 같은 인상을 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인상일 뿐 실제의 자연선택은 앞을 내다보지도 못하고 절차를 계획하지도 않으며 목적을 드러내지도않는 그런 과정이다. 그렇다면 그런 눈먼 시계공이 과연 인간의복잡한 눈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도플러 효과를 이용해 물체의 위치를 파악하는 박쥐의 반향 위치 결정 능력이 과연 그런 미덥지 않은 과정으로 진화할 수 있을까? 이런 의문에 대해 도킨스는 아무렇게나 자판을 두들겨 특정한 문장을 만들 개연성을 실제로 계산해보는 방식으로 답을 한다. 이때 중요한 전제 중 하나는 우연히 맞춘 알파벳은 보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식의 누적적이고 점진적인 과정이 단지 몇십 번만 반복되어도 특정한 뜻이 담긴 문장이 만들어질 수 있음을 매우 설득력 있게 보여주었다. 그는 복잡한 기능의 생명체가 진화할 확률이 마치 고철더미 위에 태풍이 분 후에 보잉 747 이 만들어질 확률과 비슷하며 그것은 명백히 0‘이라는 창조론자들의 해묵은 비판에 맞서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가결코 그런 식으로 일어나지 않는다고 논박하고 있는 셈이다. 그에 의하면 자연선택 과정이 무작위적이라는 주장은 오해일 뿐이다. 그 과정은 오히려 무작위적인 변이 생성을 추려주는 누적적이고 창조적인 과정이다. 따라서 그의 논리대로라면 자연계에 만연해 있는 놀라운 적응 형질들도 충분한 시간만 주어지면자연선택에 의해 얼마든지 진화가 가능하다. - P292
하지만 우리집강아지가 갑자기 껑충껑충 뛰는 행동, 옆집 아기가 자지러지게 우는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른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물리법칙 혹은 설계원리만을 들이댄다고해서 이해되는 행동이 아니기 때문이다. 데닛은 바로 이 대목에서 ‘지향적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마치 행위자가 어떤믿음과 욕구를 가지며 그에 따라 행동한다고 보는 그런 자세 말이다. 데닛의 용법으로는 유전자와 밈은 지향체계intentional system이고 우리는 지향적 자세로 그것들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다. 더 이상 유전자와 밈의 비유비적disanalogical 요소 때문에 걱정할필요가 없다. 이 지향성 이론을 종교 현상을 이해하는데 사용해보면 어떤결과가 나올까? 이런 접근에는 크게 두 견해가 있다. 하나는 종교를 ‘정신 바이러스virus of mind‘로 이해하는 도킨스의 견해와다른 하나는 종교를 ‘길들여진 밈domesticated meme‘으로 해석하는 데닛의 견해다. - P302
그렇다면 왜 도킨스는 종교가 정신 바이러스라는 것일까? 종교적 세계관에 감염된 신앙인들이 엉뚱한 행동을 한다고 보기때문일까? 물론 그는 그동안 종교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온갖 비인도적 만행들을 또 한 번 들춰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논증은 조금 더 과학적이다. 우선 그는 부모로부터 자식에게 전달되는 수직적 믿음에 대해 주목한다. 아이는 어른의 말과 행동을 - P303
거의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존재다. 유아기 시절 부모의 지속적보살핌을 오랫동안 받아야만 생존이 가능한 인간 종에게 있어서 부모의 말과 행동을 무작정 따라하고 배우는 능력은 진화적으로도 매우 유용한 형질이었을 것이다. - P3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