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데닛은 도킨스의 밈 이론의 가장 강력한 옹호자임에도불구하고 도킨스의 정신 바이러스 이론이 밈의 무법자outlaw측면만을 지나치게 강조했다고 비판한다. 그리고 그는 종교religious meme을 ‘야생밈wild-type meme‘과 ‘길들여진 밈‘으로 구분하고 현대의 고등 종교는 후자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즉 현대의 고등 종교는 경전, 신학교, 교리문답, 신학자 등과 같은 기구들이 없이는 존재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에게 길들여져 있는 밈이다. 그렇다면 종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종교밈의 작동, 확산, 대물림, 진화 메커니즘을 밝혀야 한다는 뜻이 된다. 바로 이 대목에서 그의 지향성 이론이 들어온다. 그에 따르면 종교밈은 유전자와 마찬가지로 일종의 복제자이기 때문에 복제자의 전달및 진화 메커니즘에 따라 행동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는 종교의 역학dynamics 이 꼭 병리적이라고 전제할 필요는 없다고본다. 이것은 유전자가 행동적 측면에서 ‘이기적‘임에도 불구하고 상위 수준에서는 협동적이거나 이타적일 수 있는 이치와 동일하다. 특정 종교의 행동 자체는 ‘이기적‘이지만 수많은 종교들로 구성된 상위 수준의 종교 현상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다. 이런 논의는 도킨스가 처음으로 제안한 밈 이론보다 더 발전된 형태의 논의이며, 오히려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이론과 더 일관적인 형태라고도 할 수 있다.  - P305

굴드와 엘드리지의 단속평형론은 적어도 다음의 두 주장으로이루어져 있다. 첫째, 진화적 변화는 적어도 중요한 부분에 있어서 지질학적으로 짧은 기간 동안 급속하게 폭발적으로 일어난다. 둘째, 단속적인 폭발 이후에는 상대적으로 긴 안정 상태가 존재한다. 그렇다면 왜 상대적으로 아주 긴 안정 상태가 지속되다가 갑자기 그 상태가 깨지는 것일까? 도대체 안정 상태를 유지하게 해주는 메커니즘은 무엇이고, 그것을 깨뜨리는 메커니즘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들은 질적으로 서로 다른 것인가?
이런 물음들은 단속평형론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들이다. - P315

그러나 엄청난 표현형적 효과를 가지는 거대돌연변이가 환경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더욱 확고해지면서 골드슈미트의 ‘희망의 괴물‘은 역사 속으로 ‘당분간‘ 사라지게 되었다.
그러자 굴드도 더 이상 자신의 이론을 이 괴물과 연결시키지 않으려 했고, 1990년대에 들어와서는 종분화 메커니즘보다는 오히려 그 반대 현상, 즉 멸종에 대해서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종 솎아내기 species sorting‘에 대한 그의 개념도 이때 등장하게 된다(Gould & Eldredge, 1993).
이 대목에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숨어 있다. 지난 20여 년동안 생물학계의 큰 통합 흐름 중에 진화를 발생학적 관점에서파악하려는 ‘진화발생생물학evolutionary developmental biology" (줄여서 이보디보)이라는 분야가 급부상했다. 이보디보는 동물의 배 발생과정을 결정하는 혹스 유전자 Hox genes의 발현 메커니즘을 밝혀냄으로써, 진화를 ‘유전자 빈도의 변화‘가 아닌 ‘유전자 발현의변화‘로 이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또한 그동안 블랙박스로 남겨졌던 변이의 발생 메커니즘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시작하면서 ‘혁신적 변이‘가 어떻게 출현하는가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제공했다. 이런 맥락에서 굴드가 포기한 골드슈미트의 ‘희망의 괴물‘ 가설은 이보디보의 부상과 함께 최근에 부활했다 - P317

 굴드는 엘리자베스 브르바Elisabeth Vrba 와 함께 역사적 관점을 취했는데, 이들에 따르면 적응이란현재의 기능 때문에 과거에 선택되어 유지되어온 형질을 가리킨다. 적용을 이런 식으로 규정하면 적응의 외연이 상당히 좁아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처음에 선택된 이유가 지금까지 지속되어야 하기 때문이다(Gould & Vrba, 1982). 가령 바닷속에서 음영정도를 구분할 수 있어서 포식자를 피하는 데 도움을 준 시각장치는 현재에도 비슷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적응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곤충의 날개는 처음에 체온 조절 기능때문에 진화했다가 현재는 비행 기능 때문에 보존되는 경우이므로 적응이 아니다.
굴드와 브르바는 이런 경우를 적응과 구분짓기 위해 ‘변용형질exaptation‘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냈다. 여기서 ‘변용형질‘이란 곤충의 날개처럼 과거에는 지금과는 다른 기능 때문에 선택되었다가 어느 시점에 현재의 기능으로 변용된 형질이다(Gould & Vila, 1982), 즉 변형질은 기원 시점과 현재 사이에서 한 번 이상의 용도 변경이 일어났던 형질이다. - P322

술꾼 모형, 4할 타자가 사라진 이유, 왼쪽 벽, 오른쪽 벽……도대체 이런 이야기들이 진화에 추세가 있는지 없는지, 그 추세가 복잡성의 증가인지 아닌지 등의 논의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우선 술꾼 모형을 다시 기억해보자. 그 남자는 그저 아무렇게나 비틀거렸을 뿐인데 외견상으로는 도랑을 향해 이동하고있는 것처럼 보였다. 왼쪽 벽이 결과적으로 이동의 방향을 정해준 셈이다. 굴드는 이와 마찬가지로 생명의 진화가 복잡성을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된 듯이 보이지만, 생명이 가장 간단한 형태로 왼쪽 벽에서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그렇게 보일 뿐이라고 말한다. 이때 왼쪽 벽의 역할을 하는 것은 가장 간단한 형태의 생명체를 가능하게는 물리화학적 제약이다. 그에 따르면 이런 이유 때문에 술꾼이 도랑을 향해 이동했다고 말할 수 없는것과 마찬가지로 생명이 더 높은 복잡성을 향해 변화했다고 말할 수 없다. 물론 38억년 전에 존재했던 가장 복잡한 생명체와 현재 존재하는 가장 복잡한 생명체(인간)를 비교하면 후자의 복잡도는 훨씬 높다. 즉 복잡성에 있어서 최댓값이 과거에 비해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굴드의 주장은 최댓값의 증가와 변이 폭의 확대가 곧바로 추세로 해석되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 P341

도킨스가 염두에 두고 있는 진보 개념은 크게 두 가지인데, 그중에서 ‘진화력의 진화evolution of evolvability‘를 도입하여 진보론을 옹호하는 대목이 매우 인상적이다. 그는 생명체의 발생 과정에서 생긴 주요한 혁신들이 새로운 진화 공간을 열어줬고 이로써 진정한 의미의 진보적 발전이 일어날 수 있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가령 염색체, 원핵세포, 감수분열과 성, 진핵세포, 그리고 다세포의 출현 등은 생명의 진화 역사에서 일어난 분수령과 같은 대사건이다. 그는 이런 대단한 사건들이 생명의 진화력을 몇 단계 상승시켰기 때문에 그것들에 ‘진보‘라는 꼬리표를 달아주는 일은 전혀 어색하지 않다고 말한다. - P344

 그러고 보니 해밀턴의 장례식으로 시작한 <다윈의 식탁》을 해밀턴 밈(그의 포괄 적합도 이론)의 죽음을 선언하는인터뷰로 끝내게 되었습니다. 그의 밈을 여전히 중요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으로서 살짝 불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해밀턴에대한 꿈으로 시작해 그에 대한 하나의) 현실로 끝내는 방식도 괜찮아 보입니다. 오히려 현실의 이 사건은 《다윈의 식탁》이 말하고자 하는 가장 큰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환기시킵니다. 그렇습니다. 과학은 논쟁입니다! - P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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