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에 대한 이해가 현상의 신비를 앗아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듯하다. 이해는 모호함, 불확실함, 애매함, 혼동의 제거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사실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무지개의 색들이 생겨나는 원인을 알아도, 무지개의 경이로움은 손상되지 않는다. 얇은 연구 대상이 된 현상의 아름다움을더 깊이 음미하고 심지어 경외하게 한다. 과학적 이해는 온갖 요소들이 어떻게 결합하여 우리를 둘러싼 경이로운 세계를 형성하는지 알려준다. - P21

보렐은 원숭이들이 타자기를 아무렇게나 두드린 결과 셰익스피어의 모든작품이 타이핑되는 일을 예로 들었다. 보렐의 주장은 이렇다. "이런 유형의 사건은 그 불가능성을 합리적으로 증명할 수 없더라도 사리분별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단언할 것이다. 누군가가 이런사건을 목격했다고 주장한다면, 우리는 그가 우리를 속이고 있거나 아니면그 역시 사기를 당했다고 확신할 것이다."
요컨대 보렐은 ‘확률이 희박하다‘는 말을 인간적인 잣대로 이해한다. 어떤 사건은 인간의 관점에서 발생 확률이 워낙 낮기 때문에 언젠가 일어나리라고 예상하는 것이 비합리적이다. 따라서 그런 사건은 불가능하다고 간주해야 마땅하다. 이것이 그가 확률이 아주 낮은 사건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 이유다. 실제로 그는 ‘가능성에 관한 유일한 법칙‘을 제시한 뒤에 이렇게 덧붙였다. "또는 최소한 어떤 상황에서든지 그런 사건은 ‘불가능한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 - P22

우리 눈에 띄지만 어떤 원인도 없고 단지 우연인 패턴은 보통 미신의 기반을이룬다. 미신이란 실제로는 없는 인과관계가 존재한다는 믿음이다. 예컨대 도박판에서 주사위를 던지기 전에 입맞춤을 하면 6이 나올 확률이 높아진다는 믿음, 우산을 가지고 다니면 비가 올 확률이 낮아진다는 믿음(내가 런던에산다는 점에 유념하라)은 미신이다.
패턴을 알아채고 그것이 반영된 인과관계를 추론하는 능력의 진화적 유용성은, 동물의 경우에도 이와 똑같은 방식으로 ‘미신‘이 형성된다는 사실에의해 입증된다. 행동심리학자 B. F. 스키너 Burrhus F. Skinner는 굶주린 비둘기들을새장 안에 넣은 뒤 새들이 무슨 짓을 하든 상관없이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먹이를 주는 장치도 함께 넣었다. 그 후 관찰해보니, 새들은 먹이 공급과 그때 자신이 하는 행동을 연결 지어 학습한 듯했다. 새들이 앞서 먹이가 공급될 때 자신이 했던 행동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는 먹이를 더 많이 얻기 위해서라고 추측할 수 있다. 관련하여 스키너는 이렇게 말했다.

이 실험은 일종의 미신을 입증한다고 할 만하다. 새는 자신의 행동과 먹이 제공 사이에인과관계가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그런 인과관계는 없는데도 말이다. 인간의 행동에도 이와 유사한 예가 많다. 도박꾼들이 자신의 운수를 바꾸기 위해 하는 관례적인 동작이 좋은 예다. 어떤 동작과 좋은 결과가 우연히 두세 번 연결되기만 하면, 그 동작은 효험이 없는 경우가 많더라도 관례로 채택되고 유지된다. 볼링을 할 때 사람들은 공이 손에서 떠난 뒤에도 마치 공의 진로를 조정하기라도 하듯 팔과 어깨를 움직이고 몸을 꼬는데, 이 또한 마찬가지다. 당연히 이런 행동들은 도박꾼의 운이나 공의 진로에 아무영향도 미치지 못한다. 이는 실험에서 비둘기들이 아무 짓도 안 하더라도, 심지어 다른짓을 하더라도 먹이는 변함없이 일정하게 공급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 P30

그 바탕에 원인이 없는 패턴이 일으킨 믿음의 예로 ‘카고 컬트 Garge cult (화물숭배)‘를 들 수 있다. 원래 이 명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남서 태평양 섬들의토착민이 발전시킨 주술적 활동을 가리킨다. 그들은 먼저 일본군이, 이어서연합군이 활주로를 건설하고 착륙하는 비행기를 인도하고 특정한 스타일의옷을 입는 것을 보았다. 그들 눈에 이 낯선 행동들은 이색적인 재화를 가득실은 거대한 비행기의 도착과 관련이 있었다. 그 통조림 식품, 옷, 탈것, 총, 라디오, 코카콜라 등을 외지인들은 ‘카고‘라고 불렀다. 전쟁이 끝나고 외지인들이 떠나자, 토착민들은 자기네가 똑같은 행동들을 하면 비행기가 돌아올 것이라고 여겼다. 그리하여 그들은 지푸라기와 코코넛으로 활주로를 만들고 대나무와 밧줄로 관제탑을 지은 뒤 전쟁 중에 본 군복과 비슷한 옷을 해 입었다. 그리고 나무를 깎아 헤드셋까지 만들어 쓰고 관제석에 앉는가 하면 ‘활주로‘에 서서 손짓으로 착륙 신호를 보내는 모습도 모방했다. 그들은 패턴-외지인들의 기이한 행동에 연이어 풍부한 보상이 주어지는 것-을 관찰하고서 어떤 연결, 즉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론한 것이다.  - P31

예언의 목적은 미래에 관한 불확실성의 제거지만, 역설적이게도 예언을산출할 때의 메커니즘은 보통 무작위성의 형태를 띤 불확실성이다. 대표전인 예로 찻잎의 무작위한 운동을 들 수 있다. 무작위성이 ‘정보‘를 알아내는열쇠의 구실을 하는 셈이다. 테오필 고티에Theaphile Gautier는 이에 대해 "어쩌면우연은 신이 서명하고 싶지 않을 때 사용하는 가명일지도 모른다"라는 멋진 말을 남기기도 했다. 찻잎은 초자연적인 메시지를 해석하려면 특별한 지식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실제로 신비주의자, 성직자, 선견지명을 가진 도인,
예언자, 계시 전달자가 사회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이들이 때로는높은 곳에서 내려온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로서 대체 불가능한 중재자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타키투스 시대의 게르만 성직자들이 룬문자를 새긴 나무껍질 조각들을 무작위로 선택하는 방식으로 결정을 내리거나 유대인들이 제비뽑기로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이 무작위는 우월한 존재가 자신의 의지를 드러내는 방법인 것이다. 성서에 따르면 "제비는 사람이뽑지만, 결정은 주께서 하신다." (<잠언> 16장 33절) - P36

이 같은 예언의 특성들을 감안하여 성공적인 예언자가 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을 쓴다면 다음 세 가지 기본 원리를 훌륭한 출발점으로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1) 당신 이외에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징후를 활용하라.
(2)모든 예언을 애매하게 하라.
(3)최대한 다양한 예측을 하라.

처음 2개의 원리를 정반대로 뒤집으면 과학적 방법의 기초가 됨을 주목하라.

(1)당신의 측정 과정을 명확하게 서술하여 당신이 무엇을 했는지를 다른 사람들이정확히 알게 하라.
(2)당신의 과학적 가설이 함축하는 바를 명확하게 서술하여 언제 그 가설이 틀렸다고 판정해야 하는지 밝혀라. - P37

신은 정의상 자연의 제약에 얽매이지 않는다. 즉 신은 초자연적이다. 얼핏 생각하면신을 언급하는 것은 우연한 사건을 설명하는 훌륭한 방식처럼 보인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도 그런 설명은 쓸모가 없음을 알 수 있다. 신을 언급하는설명은 한마디로 너무 강력하다. 왜냐하면 무엇이든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어떤 사건도 아무리 기이한 사건이라도 이 설명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 없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지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신이 그렇게했다." 설명이 유용하려면 반드시 한계를 가져야 한다. 그러니까 놀라운 설명인걸. 하지만 난 이 설명이 옳은지 잘 모르겠어"라고 말할 여지가 있어야한다. 그럴 수 없다면 모든 것이 시간 낭비일 뿐이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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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직자의 옷을 입은 것은치마를 입은 것이 아니오, 로하스 대위. 그리고 군에서는 여성적 성향을 지닌 군종신부를 너그럽게 봐주지 않소.
복음에서 말하는 유순함을 잘못 이해했는지 아니면 단지 귀관의 무력함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종교인들이 남자가 아니며 가슴에털도 없는 나약한 사람들이고, 사원에서 장사치들과 맞서 채찍을 휘두르셨던 그리스도를 본받을 수 없는 경멸스러운 존재라는 인상을 주는 데 귀관이 이바지했다면, 그건 지극히 유감스러운 일이오.
품위를 지키고 보다 용기를 내기 바라오, 로하스 대위!
제5군사지구 군종신부단 단장 고도프레도 벨트란 칼릴라 중령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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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우연의 일치‘

운은 선장이 없는 배들을 끌어들인다.
- 윌리엄 셰익스피어 William Shakespeare

도저히 믿을수 없어

1972년 여름, 영국 영화배우 안소니 홉킨스Anthony Hopkins는 조지 파이퍼 George Fifter의 소설 《페트로브카에서 온 소녀A Girl from Petrovka)>를 각색한 영화의 주연을 제안받고는 책을 사기 위해 런던 시내로 갔다. 그런데 그곳의 대형 서점에는그 책이 없었다. 집에 돌아가기 위해 레스터 스퀘어 지하철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던 그는 옆 자리에 버려져 있는 책을 발견했다. 그 책은 바로 《페트로브카에서 온 소녀》였다.
우연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얼마 뒤 소설의 저자 파이퍼를 만난 흡킨스는 런던에서 겪은 일을 말해주었다. 파이퍼는 놀란 표정으로 1971년 11월에 자신이 가지고 있던 페트로브카에서 온 소녀》를 친구에게 주었는데 친구가 그 책을 런던의 베이스워터에서 잃어버렸다고 했다. 그 책은 미국판 출간을 위해 영국식 영어를 미국식 영어로(이를테면 Labour‘를 ‘labor‘로 바꿀 대목들을 표시하고 주석을 단 것이었다. 홉킨스는 자신이 주운 책을 파이퍼에게 보여주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것은 파이퍼가 주석을 달고 그의 친구가 잃어버렸던 바로 그 책이었다. - P16

이제껏 거론한 예들은 소소하고 개인적인 수준의 사건이었다. 그러나 우연이 거대한 스케일로 작용하는 경우도 무수히 많다. 만약 좀처럼 개연성이없어 보이는 그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인류뿐 아니라 은하도 생겨나지 않았을지 모른다. 오늘날 인간이라는 복잡한 종이 존재하는 것은 유전물질에 미세하고 무작위한 변화라는 비개연적 사건들이 이어진 결과이며,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 목성의 존재, 심지어 기본 물리상수들의 값 역시 비개연적 사건과 관련이 있다. 이 비개연적 사건들을 맹목적인 우연으로 설명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혹 다른 힘들과 영향들이 배후에서 작용하는 것은아닐까.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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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향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은 면적의 크고 작음에 얽매이지 않고 개체군 생존 능력에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으며, ‘핵심종keystone species‘이라는 개념에 주목하게 되었다. 핵심종이란, 오랜 시간에걸쳐 전체 생태계 군집의 응집력을 유지하는 데 특별히 중요한 동물과 식물을 말한다. 술레와 심벌로프는 자연 보호 구역을 설계할 때에는 핵심종과 개체군 생존 능력이 필수 고려 요소라고 강조했다.  - P735

졸리는 이렇게 말했다. "베도는 사람들의 시샘 때문에 살해되었어요. 거기에는 우리도 일부 책임이 있어요."
우리에게 일부 책임이 있다는 말은 외국인 관광객과 과학자들이 베도에게 많은 돈을 주는 바람에 그가 살고 있는 세계의 평형을 깨뜨렸다는 뜻이다. 이 말에는 일리가 있다. 하지만 이와 대조적인 견해도 일리가있다. 즉, 그의 죽음은 우연한 사건이라는 것이다.
내가 베도의 죽음에 대해 이것저것 묻고 다니는 사이에 베도는 페리네에 묻혔다. 하지만 이것은 일시적 매장이다. 나중에 그의 시체는 북쪽에 있는 가족의 조상들이 묻힌 묘지로 옮겨질 것이다. 그리고 만약 가족이 마다가스카르의 파마디하나 옮기기) 관습을 따른다면, 몇년뒤에그 무덤을 파헤쳐 베도의 유해를 다시 수습할 것이다. 한편, 베도를 아는 일부 과학자들과 자연 보호 담당 공무원들은 베도를 기리는 다른 방법에 대해 논의했다. 베도를 기념하는 장학 기금을 조성해 장래가 유망한 마다가스카르의 소년들을 박물학자로 키우자는 의견이었다.
"우리는 그를 바바코토라 불렀지요. 숲 속에서 이 동물들이 노래를 부르는 한, 우리는 그를 기억할 겁니다." 라고 랜팅이 말했다.
하지만 불확실한 문제가 한 가지 있다. 그 노래가 얼마나 오래 계속될까 하는 것이다. - P742

그로부터 몇 년 지나지 않아 블랙리버 사육장에서 야생으로 돌려보낸 황조롱이는 200마리가 넘는다. 그리고 전에 황조롱이가 자취를 감추었던 모리셔스 섬의 여러 장소(밤부스 산맥과 트루아마멜을 포함해)에 작은개체군들이 자리를 잡고 살아가기 시작했다. 블랙리버 협곡의 야생 개체군은 수십 년 이래 가장 많은 수로 불어났다.
오늘날 모리셔스황조롱이는 모든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 서식지 부족, 섬의 작은 크기, 인구 증가 등을 감안할 때 안전을 완전히 보장할 수는 없다. 모리셔스황조롱이 이야기는 단지 잠정적 성공에 불과하다. 하지만 기회와 희망이 사라져가는 세상에서는 잠정적 성공, 특히 도저히 가망이 없어 보이던 것이 거둔 성공도 상징적으로 중요하다. 네덜란드로 떠나기 전에 존스는 내게 말했다.
"모리셔스황조롱이를 구할 수 있다면, 우리는 어떤 종이라도 구할 수있습니다." - P769

만약 황조롱이의 유효 개체수가 고질적으로 적다면, 근친교배를 할수밖에 없을 것이다. 황조롱이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첫 수천 년 동안은가까운 혈족끼리 근친교배를 자주 했을 것이다. 근친 교배가 상습적으로 일어났음을 뒷받침하는 경험적 증거는 없지만, 그렇게 추정해도 큰무리는 없다. 그런데 바로 여기에 아이러니가 있다. 상습적인 근친교배는 생물학적으로 한 가지 이점이 있으니, 바로 유전적 하중이 무겁게 누적되는 것을 막아준다. 그리고 치명적인 돌연변이가 발생할 잠재적 위험을 개체군에서 점진적으로 제거한다.
근친 교배가 상습적으로 일어날 때, 한 세대에서 일부 자손에게만 해로운 열성 대립 유전자가 동형접합자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운 나쁜이 개체들은 생식 능력이 없거나 일찍 죽음으로써 후손을 남기지 않고사라진다. 따라서 해로운 대립 유전자들은 유전자 풀에서 제거되고, 개체군의 유전적 하중이 가벼워진다. 이것은 부정적 돌연변이를 긴 시간에 걸쳐 분산시킴으로써 개체수가 격감한 위기의 순간에 같은 충격이집중되지 않게 해준다.
유전적 하중이 가벼운 개체군에서는 근친교배에서 반드시 근교 약세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모리셔스황조롱이의 유전적 하중은 가벼웠을가능성이 아주 높다. 모리셔스황조롱이는 해로운 열성 대립 유전자의하중을 무겁게 유지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러한 열성 대립 유전자들을 온전한 상태로 저장할 수 있는 이형접합자 개체들로 이루어진 개제군이 크게 존재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돌연변이가 만들어내는 해로운 열성 대립 유전자들과 그것이 겉으로 표현되는 동형접합자 개체들은 세월이 흐르면서 계속해서 제거돼왔다.
따라서 황조롱이는 자연적 희귀 상태로 긴 역사를 거쳐오는 동안 근친 교배가 심하게 일어나는 시기를 근교 약세 문제를 심각하게 겪지 않으면서 견뎌낼 수 있었다. 하지만 더 큰 세계에 사는 다른 종들은 그런이점이 없다. - P771

길핀과 술레는 이 모든 문제를 논의했다. 그들은 단 하나의 최소값으로 표현되는 MVP(생존가능최소개체군 minimum viable population)개념이 불충분하다는 데 동의했다. 하지만 일반화된 경험 법칙은 자원 관리자가 사용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기 쉽고, 대중들이 이해하기에도 쉽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나 초기의 MVP 연구는 일반화를 지나치게 추구했다. 길핀과 술레는 그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들은 어떤 종에게 영향을 미치는 위험 요소들은 복잡하고 다차원적이며 그 상황에만 특별한 방식으로 상호작용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피드백이나 시너지 효과도 나타날 것이다. 일정 크기의 개체군은 어떤 환경에서는 생존 능력이 있는 반면, 다른 환경에서는 생존 능력이 없을 수있다. 또, 그 크기의 개체군이라면 어떤 좋은 생존 능력이 있더라도 다른 좋은 생존 능력이 없을 수도 있다. 모리셔스황조롱이 50마리가 직면한 불확실성의 시련은 미국흰두루미 50마리가 직면한 것과는 다를 것이다. 파충류와 곤충도 다를 것이고, 육식 포유류와 초식 동물도 다를 것이다. 큰 섬에 사는 종과 작은 섬에 사는 종도 다를 것이다.
"따라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을 평가할 수 있는 분석 과정이라는 결론을 얻었지."라고 길핀은 말했다.
그들은 그 과정을 개략적으로 기술하고, 그것을 개체군 생존 능력 분석 population viability analysis, 줄여서 PVA라고 불렀다. 길핀과 술레는 PVA와 MVP의 관계가 전체적인 건강 검진과 콜레스테롤 수치의 관계와 같다고 상상했다. - P773

여러 가지 문제 중에서 근교 약세가 심각할 가능성이 높다. 남부양털거미원숭이는 모리셔스황조롱이와는 달리 풍부하던 상태에서 갑자기 희귀한 상태로 전락하여 상습적인 근친교배로 그 부작용을 완화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즉, 유전적으로 격리된 삶을 살아갈 준비가 아직되지 않은 상태에서 격리를 맞이했다. - P781

젊은 경관은 그렇게 말했다(아니면 순전히 내 추측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고 나서 그들은 내 진술을 들으려고 했다. "중요한 질문들이니 지금 즉시 대답하세요."라고 말한 것 같다. 사실 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한 합리적 노력이었다. 하지만 그다음에는 내 귀에 꽥꽥 꽉꽉 후바두비두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이 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세상의 모든 섬과 조각난 본토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단 하나의 언어로 말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영어라면 더 좋겠지만, 영어가 아니더라도 한 가지 언어만 사용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다음 순간 나는 경찰들과 함께 폴크스바겐을 타고 씽씽 달리고 있었다. 경찰들은 아직도 권총을 빼들고 있다. 아마 권총집이 없나보다. 폴크스바겐은 리우 시내의 혼잡한 도로와 줄지어 늘어선 고가교를 달리고, 좁은 길 사이를 요리조리 피해 잘 빠져나가는데, 내귀에 요란한 총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는 지금 강도를 당한 하찮은 사건과는 별도로 치열한 추격전을 벌이는 것처럼 보였다. 이 추격전에서 사고로 죽지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가 쫓는 마약왕이나 테러리스트가 틀림없이 우리를 죽일 것이다. 마침내 올 것이 왔어. 내 내면의 우울한 목소리가 속삭인다. 이제 남부양털거미원숭이를 보는 것은 물 건너갔다. 차라리 집에 머물면서 스트라이어의 논문이나 읽을걸.
하지만 내면의 우울한 목소리가 한 이야기는 틀렸고, 나는 아직 운이좋았다. 폴크스바겐은 제3파출소 앞에 멈춰섰다. 총소리는 자동차 엔진에서 난 소리였다. 내가 너무 신경과민이었나 보다. - P790

 배경 멸종은 쉽게 말해서 종들이 사라져가는 평균 속도를 말한다. 이것은 일반적으로 새로운 종이 진화하는 속도인 종 분화 속도와 상쇄된다. 이 두 가지, 멸종과 종 분화는 또다른 형태의 교체를 빚어내는데, 이 경우에는 전 지구적 규모의 교체를말한다. 먼 과거에 일어난 멸종 속도는 정확하게 계산할 수 없다. 화석기록의 간극 때문에 어떤 종들이 사라졌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데이비드 재블론스키 David Jablonski 라는 고생물학자는 근거있는 추측을 제시했는데, 배경 멸종 수준을 "거의 모든 종류의 생물은100만 년에 몇 종 정도"라고 제시했다. 즉, 100만 년이 지날 때마다 포유류 몇 종, 조류 몇 종, 어류 몇 종이 멸종한다. 이 정도 멸종 속도라면종 분화에 의한 새로운 종의 추가가 그 손실을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 손실은 이익으로 보충되기 때문에 생물 다양성의 순 손실은 없다. 배경멸종 수준으로 일어나는 멸종은 정상적이며 지속 가능한 과정이다.
그런데 이런 배경 멸종과는 별도로 큰 사건이 몇 차례 일어났다. 통상적인 것에서 벗어나는 이러한 격변적 사건은 대멸종인데, 오늘날의 과학자들은 이것을 생명의 역사에서 일어난 중요한 마침표로 본다. 유명한 대멸종 사건이 몇 가지 있는데, 백악기 대멸종과 페름기 대멸종이 바로 그런 예이다. 비교적 짧은 기간에 걸쳐 그러한 대멸종이 일어날 때에는 멸종 속도가 종 분화 속도를 훨씬 능가해 생물다양성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많은 생태적 지위가 텅 빈 상태로 남는다. 생태계를 이루는관계들의 복잡한 네트워크가 붕괴하고, 전체 생태계가 누더기 상태로변한다. 종 분화를 통해 그런 간극들을 메우고 생물 다양성이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가기까지는 수백만 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 P820

 아가일은 종들 사이에 진화적 변화는 일어날 수 있다고인정했다. 그렇지만 그것을 일어나게 하는 것은 자연 선택이 아니라, 마술 같은 재주를 가진 하느님이라고 주장했다. 그 놀라운 변형들은 하느님이 직접 정하고 유도했다. 유전과 진화적 변화의 메커니즘을 조작함으로써 지나친 아름다움들을 만들어낸 것은 바로 하느님이다. 그렇다면 하느님은 왜 그런 일을 했을까? 좋은 질문이다. 바로 그것은 하느님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아가일은 대답했다. 하느님은 인류를 교화하려는 목적에서 지나친 아름다움을 만들어냈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공작의 꽁지깃 같은 것이 존재할 수 있겠는가?
이것은 일종의 잡탕이론으로, 특별한 창조론을 여전히 선호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든 진화론이었다. 월리스는 그 무렵에 아가일의 책을 혹독하게 비평하면서 이 주장을 논박했다. 그리고 《말레이 군도》에서 아루 제도의 새들을 떠올리면서 아가일의 주장을 다시 한 번 간접적으로논박했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아름다운 동물들이 사람이 살 수 없는 야생 자연 속에서만 자신의 매력을 뽐내며 살아가다가, 아직 찾아오진 않았지만 장차 절망적인 야만 행위에 희생될 운명이라니 너무나도 슬퍼 보인다. 다른 한편으로는, 문명 세계의 사람들이 이 먼 땅에 도착하여 오지의 처녀림에 도덕적·지적·물리적 빛을 가져온다면, 그 사람들은 이곳의 잘 조화된 유기적 · 무기적 자연의 균형을 교란시켜, 오직 사람만이 제대로 감상하고 즐길수 있는 경이로운 구조와 아름다움을 가진 이 동물들을 사라지게 하고 결국은 멸종에 이르게 할 것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사람을 위해서 만들어진 게 아님이 분명하다. - P827

처음엔 오솔길조차 없었다. 우리는 덤불을 베어내면서 언덕을 올라산둥성이 쪽으로 걸어갔다. 석회암 위에 낙엽과 부엽토가 얇게 덮여 있고 흙은 거의 없는 지형이라, 가파른 비탈에서도 충분한 접지력을 얻어어렵지 않게 올라갈 수 있었다. 피터는 맨발로 걷고 있다. 나는 언덕을올라갈 때에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자연 경관을 음미했다. 가이테와사무엘이 말한 것처럼 이곳에는 정말로 훌륭한 열대우림이 보존돼 있다. 이곳의 숲은 나뭇가지를 베어내는 칼과 도끼를 일시적으로 경험했을지 모르지만, 동력은 아직까지 경험하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두 번째 산등성이에 있는 레킹 나무에 도착하기 전에 내가 아루 제도에 대해 품었던 의문은 이미 풀렸다. 전 세계의 수많은 곳에서 일어난 슬프고도 처참한 일들, 즉 생물학적 제국주의, 서식지 대량 파괴, 서식지 분열, 근교 약세, 적응 능력 상실, 생존 능력을 잃을 지경에 이른 야생 개체군 감소, 생태계 붕괴, 영양 단계 연쇄 반응, 그리고 멸종은 아직이곳에서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 일들이 이곳에도 곧 닥칠지 모른다. 하지만 아직은 시간이 있다. 시간이 희망이라면, 아직 희망은 있다.
우리 머리 위 어딘가에서 새들이 지저귀는 합창 소리가 들려온다. 그것은 한 떼의 거위들이 발악하며 우는 소리 같다.
"미스터."
조니가 나를 불렀다. 이곳 깊은 숲 속에서도 그는 여전히 ‘COOL AS ICE‘ 모자를 쓰고 있다. 그렇지만 조니도 지금은 잔뜩 흥분한 것 같다.
"수다, 수아라 첸드라와시!"
벌써, 첸드라와시의 노래예요! - P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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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수국초특
문서번호 1
발신: 수비대와 국경 및 인근 초소를 위한 특별봉사대
제목: 지휘초소 설치 및 가능한 징집 장소 평가
취급: 1급 기밀
날짜 및 장소: 1956년 8월 12일, 이키토스
본인 페루 육군 병참부대 대위 판탈레온 판토하는 아마존 전 지역의 수비대와 국경 및 인근 초소를 위한 특별봉사대 조직과 운영을 위임받았으며, 이에 육군 행정과 보급 및 병참사령부 사령관인 펠리페코야소스 장군에게 정중하게 보고함.
1. (1) 본인은 이키토스에 도착한 즉시 제5지구 아마존 사령부에출두하였으며, 지구사령관인 로헤르 스카비노 장군에게 신고함. 장군은 다정하고도 정중하게 본인의 신고를 받았으며, 본인에게 부여된임무를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실행에 옮기기 위해 취한 몇 가지 조처를 통보하였음. 즉, 군 기관의 명성을 보호하고자 본인이 결코 개인적으로 사령부나 군 막사에 모습을 보이지 말 것을 지시함. 또한 군복을 착용하지 말 것이며, 군 기지에 거주할 수 없으며, 기지의 장교들과의 접촉도 금하였음. 이것은 본인이 주로 만날 사람들과 자주 출입할 장소 - 사창가 및 빈민굴-가 군 대위의 접촉 범위에 부적합하므로 항상 민간인으로 활동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함. - P46

 하지만 그들은 이미 단추를 푼 채그의 눈 밑을 지나가고 있다. 단춧구멍은 텅 비어 있고, 박음질한 셔츠의 가장자리는 너울거리고, 오뚝 선 병사들의 젖꼭지가 휙 지나가면서 희고 매끄러운 몸들이 뒤뚱거린다. 그리고 섬세하고 속된 가슴은 행진에 맞춰 흔들린다. 그러나 판토하 대위는 이미 중대를 이끌고있으며, 칼을 높이 쳐들고 있다. 그의 엄한 옆모습과 고귀한 이마, 그리고 맑은 눈은 단호하게 하나, 둘, 하나, 둘 구령에 맞춰 아스팔트를 밟고 있다. 그가 얼마나 자신의 운명을 저주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고통은 뼛속에 사무치고 그가 느끼는 수치심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의 뒤로 군인다움은 기대할 것도 없고 진흙탕에 빠진 암말들처럼 겁을 집어먹은 채 최근에 복무하기 시작한 신병들이 터덜터덜 걸어오기 때문이다. 그들은 젖꼭지가 드러나지 않도록 가슴을 제대로여밀 줄도 모르고, 눈가림으로 셔츠를 걸칠 줄도 모르며, 규정에 따라 5센티미터 이내로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도 모르고, 손톱을 잘라야 한다는 것도 모른다. 판토하 대위는 그들이 자기 뒤를 따라오고 있음을느끼면서 남성적인 표정을 흉내내려고 하지도 않은 채 자신들의 여성성을 과감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짐작한다. 그러니까 그들이 가슴을꼿꼿이 세우고, 허리를 비틀고 꿈틀거리며, 엉덩이를 떨고, 긴 머리카락을 흔든다는 사실을 보지 않아도 익히 알 수 있다.  - P67

3

1956년 8월 26일, 이키토스

사랑하는 치치에게
오랫동안 편지 쓰지 못해서 미안해. 너는 너를 너무도 사랑하는 언니에게 화내고 있겠지. 그러면서 이 바보 같은 포차가 어떻게 지내는지, 왜 이곳 아마존 생활에 대해 너에게 이야기해주지 않는지 화난 목소리로 말하고 있겠지. 하지만 치치, 사실대로 말하자면 나는 이곳에도착한 이후 줄곧 네 생각을 했고 네가 너무도 보고 싶었지만, 편지쓸 시간도 쓸 마음도 없었어. (화내는 건 아니지?) 이제 내가 왜 그랬는지 이야기해줄게. 치치, 이키토스는 나를 그리 반갑게 맞아주지 않았어. 이 새로운 변화가 별로 만족스럽지 않아.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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