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에 대한 이해가 현상의 신비를 앗아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듯하다. 이해는 모호함, 불확실함, 애매함, 혼동의 제거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사실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무지개의 색들이 생겨나는 원인을 알아도, 무지개의 경이로움은 손상되지 않는다. 얇은 연구 대상이 된 현상의 아름다움을더 깊이 음미하고 심지어 경외하게 한다. 과학적 이해는 온갖 요소들이 어떻게 결합하여 우리를 둘러싼 경이로운 세계를 형성하는지 알려준다. - P21

보렐은 원숭이들이 타자기를 아무렇게나 두드린 결과 셰익스피어의 모든작품이 타이핑되는 일을 예로 들었다. 보렐의 주장은 이렇다. "이런 유형의 사건은 그 불가능성을 합리적으로 증명할 수 없더라도 사리분별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단언할 것이다. 누군가가 이런사건을 목격했다고 주장한다면, 우리는 그가 우리를 속이고 있거나 아니면그 역시 사기를 당했다고 확신할 것이다."
요컨대 보렐은 ‘확률이 희박하다‘는 말을 인간적인 잣대로 이해한다. 어떤 사건은 인간의 관점에서 발생 확률이 워낙 낮기 때문에 언젠가 일어나리라고 예상하는 것이 비합리적이다. 따라서 그런 사건은 불가능하다고 간주해야 마땅하다. 이것이 그가 확률이 아주 낮은 사건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 이유다. 실제로 그는 ‘가능성에 관한 유일한 법칙‘을 제시한 뒤에 이렇게 덧붙였다. "또는 최소한 어떤 상황에서든지 그런 사건은 ‘불가능한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 - P22

우리 눈에 띄지만 어떤 원인도 없고 단지 우연인 패턴은 보통 미신의 기반을이룬다. 미신이란 실제로는 없는 인과관계가 존재한다는 믿음이다. 예컨대 도박판에서 주사위를 던지기 전에 입맞춤을 하면 6이 나올 확률이 높아진다는 믿음, 우산을 가지고 다니면 비가 올 확률이 낮아진다는 믿음(내가 런던에산다는 점에 유념하라)은 미신이다.
패턴을 알아채고 그것이 반영된 인과관계를 추론하는 능력의 진화적 유용성은, 동물의 경우에도 이와 똑같은 방식으로 ‘미신‘이 형성된다는 사실에의해 입증된다. 행동심리학자 B. F. 스키너 Burrhus F. Skinner는 굶주린 비둘기들을새장 안에 넣은 뒤 새들이 무슨 짓을 하든 상관없이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먹이를 주는 장치도 함께 넣었다. 그 후 관찰해보니, 새들은 먹이 공급과 그때 자신이 하는 행동을 연결 지어 학습한 듯했다. 새들이 앞서 먹이가 공급될 때 자신이 했던 행동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는 먹이를 더 많이 얻기 위해서라고 추측할 수 있다. 관련하여 스키너는 이렇게 말했다.

이 실험은 일종의 미신을 입증한다고 할 만하다. 새는 자신의 행동과 먹이 제공 사이에인과관계가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그런 인과관계는 없는데도 말이다. 인간의 행동에도 이와 유사한 예가 많다. 도박꾼들이 자신의 운수를 바꾸기 위해 하는 관례적인 동작이 좋은 예다. 어떤 동작과 좋은 결과가 우연히 두세 번 연결되기만 하면, 그 동작은 효험이 없는 경우가 많더라도 관례로 채택되고 유지된다. 볼링을 할 때 사람들은 공이 손에서 떠난 뒤에도 마치 공의 진로를 조정하기라도 하듯 팔과 어깨를 움직이고 몸을 꼬는데, 이 또한 마찬가지다. 당연히 이런 행동들은 도박꾼의 운이나 공의 진로에 아무영향도 미치지 못한다. 이는 실험에서 비둘기들이 아무 짓도 안 하더라도, 심지어 다른짓을 하더라도 먹이는 변함없이 일정하게 공급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 P30

그 바탕에 원인이 없는 패턴이 일으킨 믿음의 예로 ‘카고 컬트 Garge cult (화물숭배)‘를 들 수 있다. 원래 이 명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남서 태평양 섬들의토착민이 발전시킨 주술적 활동을 가리킨다. 그들은 먼저 일본군이, 이어서연합군이 활주로를 건설하고 착륙하는 비행기를 인도하고 특정한 스타일의옷을 입는 것을 보았다. 그들 눈에 이 낯선 행동들은 이색적인 재화를 가득실은 거대한 비행기의 도착과 관련이 있었다. 그 통조림 식품, 옷, 탈것, 총, 라디오, 코카콜라 등을 외지인들은 ‘카고‘라고 불렀다. 전쟁이 끝나고 외지인들이 떠나자, 토착민들은 자기네가 똑같은 행동들을 하면 비행기가 돌아올 것이라고 여겼다. 그리하여 그들은 지푸라기와 코코넛으로 활주로를 만들고 대나무와 밧줄로 관제탑을 지은 뒤 전쟁 중에 본 군복과 비슷한 옷을 해 입었다. 그리고 나무를 깎아 헤드셋까지 만들어 쓰고 관제석에 앉는가 하면 ‘활주로‘에 서서 손짓으로 착륙 신호를 보내는 모습도 모방했다. 그들은 패턴-외지인들의 기이한 행동에 연이어 풍부한 보상이 주어지는 것-을 관찰하고서 어떤 연결, 즉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론한 것이다.  - P31

예언의 목적은 미래에 관한 불확실성의 제거지만, 역설적이게도 예언을산출할 때의 메커니즘은 보통 무작위성의 형태를 띤 불확실성이다. 대표전인 예로 찻잎의 무작위한 운동을 들 수 있다. 무작위성이 ‘정보‘를 알아내는열쇠의 구실을 하는 셈이다. 테오필 고티에Theaphile Gautier는 이에 대해 "어쩌면우연은 신이 서명하고 싶지 않을 때 사용하는 가명일지도 모른다"라는 멋진 말을 남기기도 했다. 찻잎은 초자연적인 메시지를 해석하려면 특별한 지식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실제로 신비주의자, 성직자, 선견지명을 가진 도인,
예언자, 계시 전달자가 사회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이들이 때로는높은 곳에서 내려온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로서 대체 불가능한 중재자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타키투스 시대의 게르만 성직자들이 룬문자를 새긴 나무껍질 조각들을 무작위로 선택하는 방식으로 결정을 내리거나 유대인들이 제비뽑기로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이 무작위는 우월한 존재가 자신의 의지를 드러내는 방법인 것이다. 성서에 따르면 "제비는 사람이뽑지만, 결정은 주께서 하신다." (<잠언> 16장 33절) - P36

이 같은 예언의 특성들을 감안하여 성공적인 예언자가 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을 쓴다면 다음 세 가지 기본 원리를 훌륭한 출발점으로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1) 당신 이외에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징후를 활용하라.
(2)모든 예언을 애매하게 하라.
(3)최대한 다양한 예측을 하라.

처음 2개의 원리를 정반대로 뒤집으면 과학적 방법의 기초가 됨을 주목하라.

(1)당신의 측정 과정을 명확하게 서술하여 당신이 무엇을 했는지를 다른 사람들이정확히 알게 하라.
(2)당신의 과학적 가설이 함축하는 바를 명확하게 서술하여 언제 그 가설이 틀렸다고 판정해야 하는지 밝혀라. - P37

신은 정의상 자연의 제약에 얽매이지 않는다. 즉 신은 초자연적이다. 얼핏 생각하면신을 언급하는 것은 우연한 사건을 설명하는 훌륭한 방식처럼 보인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도 그런 설명은 쓸모가 없음을 알 수 있다. 신을 언급하는설명은 한마디로 너무 강력하다. 왜냐하면 무엇이든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어떤 사건도 아무리 기이한 사건이라도 이 설명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 없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지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신이 그렇게했다." 설명이 유용하려면 반드시 한계를 가져야 한다. 그러니까 놀라운 설명인걸. 하지만 난 이 설명이 옳은지 잘 모르겠어"라고 말할 여지가 있어야한다. 그럴 수 없다면 모든 것이 시간 낭비일 뿐이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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