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향적 사고를 하는 사람들은 면적의 크고 작음에 얽매이지 않고 개체군 생존 능력에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으며, ‘핵심종keystone species‘이라는 개념에 주목하게 되었다. 핵심종이란, 오랜 시간에걸쳐 전체 생태계 군집의 응집력을 유지하는 데 특별히 중요한 동물과 식물을 말한다. 술레와 심벌로프는 자연 보호 구역을 설계할 때에는 핵심종과 개체군 생존 능력이 필수 고려 요소라고 강조했다. - P735
졸리는 이렇게 말했다. "베도는 사람들의 시샘 때문에 살해되었어요. 거기에는 우리도 일부 책임이 있어요." 우리에게 일부 책임이 있다는 말은 외국인 관광객과 과학자들이 베도에게 많은 돈을 주는 바람에 그가 살고 있는 세계의 평형을 깨뜨렸다는 뜻이다. 이 말에는 일리가 있다. 하지만 이와 대조적인 견해도 일리가있다. 즉, 그의 죽음은 우연한 사건이라는 것이다. 내가 베도의 죽음에 대해 이것저것 묻고 다니는 사이에 베도는 페리네에 묻혔다. 하지만 이것은 일시적 매장이다. 나중에 그의 시체는 북쪽에 있는 가족의 조상들이 묻힌 묘지로 옮겨질 것이다. 그리고 만약 가족이 마다가스카르의 파마디하나 옮기기) 관습을 따른다면, 몇년뒤에그 무덤을 파헤쳐 베도의 유해를 다시 수습할 것이다. 한편, 베도를 아는 일부 과학자들과 자연 보호 담당 공무원들은 베도를 기리는 다른 방법에 대해 논의했다. 베도를 기념하는 장학 기금을 조성해 장래가 유망한 마다가스카르의 소년들을 박물학자로 키우자는 의견이었다. "우리는 그를 바바코토라 불렀지요. 숲 속에서 이 동물들이 노래를 부르는 한, 우리는 그를 기억할 겁니다." 라고 랜팅이 말했다. 하지만 불확실한 문제가 한 가지 있다. 그 노래가 얼마나 오래 계속될까 하는 것이다. - P742
그로부터 몇 년 지나지 않아 블랙리버 사육장에서 야생으로 돌려보낸 황조롱이는 200마리가 넘는다. 그리고 전에 황조롱이가 자취를 감추었던 모리셔스 섬의 여러 장소(밤부스 산맥과 트루아마멜을 포함해)에 작은개체군들이 자리를 잡고 살아가기 시작했다. 블랙리버 협곡의 야생 개체군은 수십 년 이래 가장 많은 수로 불어났다. 오늘날 모리셔스황조롱이는 모든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 서식지 부족, 섬의 작은 크기, 인구 증가 등을 감안할 때 안전을 완전히 보장할 수는 없다. 모리셔스황조롱이 이야기는 단지 잠정적 성공에 불과하다. 하지만 기회와 희망이 사라져가는 세상에서는 잠정적 성공, 특히 도저히 가망이 없어 보이던 것이 거둔 성공도 상징적으로 중요하다. 네덜란드로 떠나기 전에 존스는 내게 말했다. "모리셔스황조롱이를 구할 수 있다면, 우리는 어떤 종이라도 구할 수있습니다." - P769
만약 황조롱이의 유효 개체수가 고질적으로 적다면, 근친교배를 할수밖에 없을 것이다. 황조롱이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첫 수천 년 동안은가까운 혈족끼리 근친교배를 자주 했을 것이다. 근친 교배가 상습적으로 일어났음을 뒷받침하는 경험적 증거는 없지만, 그렇게 추정해도 큰무리는 없다. 그런데 바로 여기에 아이러니가 있다. 상습적인 근친교배는 생물학적으로 한 가지 이점이 있으니, 바로 유전적 하중이 무겁게 누적되는 것을 막아준다. 그리고 치명적인 돌연변이가 발생할 잠재적 위험을 개체군에서 점진적으로 제거한다. 근친 교배가 상습적으로 일어날 때, 한 세대에서 일부 자손에게만 해로운 열성 대립 유전자가 동형접합자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운 나쁜이 개체들은 생식 능력이 없거나 일찍 죽음으로써 후손을 남기지 않고사라진다. 따라서 해로운 대립 유전자들은 유전자 풀에서 제거되고, 개체군의 유전적 하중이 가벼워진다. 이것은 부정적 돌연변이를 긴 시간에 걸쳐 분산시킴으로써 개체수가 격감한 위기의 순간에 같은 충격이집중되지 않게 해준다. 유전적 하중이 가벼운 개체군에서는 근친교배에서 반드시 근교 약세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모리셔스황조롱이의 유전적 하중은 가벼웠을가능성이 아주 높다. 모리셔스황조롱이는 해로운 열성 대립 유전자의하중을 무겁게 유지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러한 열성 대립 유전자들을 온전한 상태로 저장할 수 있는 이형접합자 개체들로 이루어진 개제군이 크게 존재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돌연변이가 만들어내는 해로운 열성 대립 유전자들과 그것이 겉으로 표현되는 동형접합자 개체들은 세월이 흐르면서 계속해서 제거돼왔다. 따라서 황조롱이는 자연적 희귀 상태로 긴 역사를 거쳐오는 동안 근친 교배가 심하게 일어나는 시기를 근교 약세 문제를 심각하게 겪지 않으면서 견뎌낼 수 있었다. 하지만 더 큰 세계에 사는 다른 종들은 그런이점이 없다. - P771
길핀과 술레는 이 모든 문제를 논의했다. 그들은 단 하나의 최소값으로 표현되는 MVP(생존가능최소개체군 minimum viable population)개념이 불충분하다는 데 동의했다. 하지만 일반화된 경험 법칙은 자원 관리자가 사용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기 쉽고, 대중들이 이해하기에도 쉽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나 초기의 MVP 연구는 일반화를 지나치게 추구했다. 길핀과 술레는 그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들은 어떤 종에게 영향을 미치는 위험 요소들은 복잡하고 다차원적이며 그 상황에만 특별한 방식으로 상호작용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피드백이나 시너지 효과도 나타날 것이다. 일정 크기의 개체군은 어떤 환경에서는 생존 능력이 있는 반면, 다른 환경에서는 생존 능력이 없을 수있다. 또, 그 크기의 개체군이라면 어떤 좋은 생존 능력이 있더라도 다른 좋은 생존 능력이 없을 수도 있다. 모리셔스황조롱이 50마리가 직면한 불확실성의 시련은 미국흰두루미 50마리가 직면한 것과는 다를 것이다. 파충류와 곤충도 다를 것이고, 육식 포유류와 초식 동물도 다를 것이다. 큰 섬에 사는 종과 작은 섬에 사는 종도 다를 것이다. "따라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을 평가할 수 있는 분석 과정이라는 결론을 얻었지."라고 길핀은 말했다. 그들은 그 과정을 개략적으로 기술하고, 그것을 개체군 생존 능력 분석 population viability analysis, 줄여서 PVA라고 불렀다. 길핀과 술레는 PVA와 MVP의 관계가 전체적인 건강 검진과 콜레스테롤 수치의 관계와 같다고 상상했다. - P773
여러 가지 문제 중에서 근교 약세가 심각할 가능성이 높다. 남부양털거미원숭이는 모리셔스황조롱이와는 달리 풍부하던 상태에서 갑자기 희귀한 상태로 전락하여 상습적인 근친교배로 그 부작용을 완화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즉, 유전적으로 격리된 삶을 살아갈 준비가 아직되지 않은 상태에서 격리를 맞이했다. - P781
젊은 경관은 그렇게 말했다(아니면 순전히 내 추측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고 나서 그들은 내 진술을 들으려고 했다. "중요한 질문들이니 지금 즉시 대답하세요."라고 말한 것 같다. 사실 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한 합리적 노력이었다. 하지만 그다음에는 내 귀에 꽥꽥 꽉꽉 후바두비두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이 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세상의 모든 섬과 조각난 본토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단 하나의 언어로 말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영어라면 더 좋겠지만, 영어가 아니더라도 한 가지 언어만 사용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다음 순간 나는 경찰들과 함께 폴크스바겐을 타고 씽씽 달리고 있었다. 경찰들은 아직도 권총을 빼들고 있다. 아마 권총집이 없나보다. 폴크스바겐은 리우 시내의 혼잡한 도로와 줄지어 늘어선 고가교를 달리고, 좁은 길 사이를 요리조리 피해 잘 빠져나가는데, 내귀에 요란한 총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는 지금 강도를 당한 하찮은 사건과는 별도로 치열한 추격전을 벌이는 것처럼 보였다. 이 추격전에서 사고로 죽지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가 쫓는 마약왕이나 테러리스트가 틀림없이 우리를 죽일 것이다. 마침내 올 것이 왔어. 내 내면의 우울한 목소리가 속삭인다. 이제 남부양털거미원숭이를 보는 것은 물 건너갔다. 차라리 집에 머물면서 스트라이어의 논문이나 읽을걸. 하지만 내면의 우울한 목소리가 한 이야기는 틀렸고, 나는 아직 운이좋았다. 폴크스바겐은 제3파출소 앞에 멈춰섰다. 총소리는 자동차 엔진에서 난 소리였다. 내가 너무 신경과민이었나 보다. - P790
배경 멸종은 쉽게 말해서 종들이 사라져가는 평균 속도를 말한다. 이것은 일반적으로 새로운 종이 진화하는 속도인 종 분화 속도와 상쇄된다. 이 두 가지, 멸종과 종 분화는 또다른 형태의 교체를 빚어내는데, 이 경우에는 전 지구적 규모의 교체를말한다. 먼 과거에 일어난 멸종 속도는 정확하게 계산할 수 없다. 화석기록의 간극 때문에 어떤 종들이 사라졌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데이비드 재블론스키 David Jablonski 라는 고생물학자는 근거있는 추측을 제시했는데, 배경 멸종 수준을 "거의 모든 종류의 생물은100만 년에 몇 종 정도"라고 제시했다. 즉, 100만 년이 지날 때마다 포유류 몇 종, 조류 몇 종, 어류 몇 종이 멸종한다. 이 정도 멸종 속도라면종 분화에 의한 새로운 종의 추가가 그 손실을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 손실은 이익으로 보충되기 때문에 생물 다양성의 순 손실은 없다. 배경멸종 수준으로 일어나는 멸종은 정상적이며 지속 가능한 과정이다. 그런데 이런 배경 멸종과는 별도로 큰 사건이 몇 차례 일어났다. 통상적인 것에서 벗어나는 이러한 격변적 사건은 대멸종인데, 오늘날의 과학자들은 이것을 생명의 역사에서 일어난 중요한 마침표로 본다. 유명한 대멸종 사건이 몇 가지 있는데, 백악기 대멸종과 페름기 대멸종이 바로 그런 예이다. 비교적 짧은 기간에 걸쳐 그러한 대멸종이 일어날 때에는 멸종 속도가 종 분화 속도를 훨씬 능가해 생물다양성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많은 생태적 지위가 텅 빈 상태로 남는다. 생태계를 이루는관계들의 복잡한 네트워크가 붕괴하고, 전체 생태계가 누더기 상태로변한다. 종 분화를 통해 그런 간극들을 메우고 생물 다양성이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가기까지는 수백만 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 P820
아가일은 종들 사이에 진화적 변화는 일어날 수 있다고인정했다. 그렇지만 그것을 일어나게 하는 것은 자연 선택이 아니라, 마술 같은 재주를 가진 하느님이라고 주장했다. 그 놀라운 변형들은 하느님이 직접 정하고 유도했다. 유전과 진화적 변화의 메커니즘을 조작함으로써 지나친 아름다움들을 만들어낸 것은 바로 하느님이다. 그렇다면 하느님은 왜 그런 일을 했을까? 좋은 질문이다. 바로 그것은 하느님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아가일은 대답했다. 하느님은 인류를 교화하려는 목적에서 지나친 아름다움을 만들어냈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공작의 꽁지깃 같은 것이 존재할 수 있겠는가? 이것은 일종의 잡탕이론으로, 특별한 창조론을 여전히 선호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든 진화론이었다. 월리스는 그 무렵에 아가일의 책을 혹독하게 비평하면서 이 주장을 논박했다. 그리고 《말레이 군도》에서 아루 제도의 새들을 떠올리면서 아가일의 주장을 다시 한 번 간접적으로논박했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아름다운 동물들이 사람이 살 수 없는 야생 자연 속에서만 자신의 매력을 뽐내며 살아가다가, 아직 찾아오진 않았지만 장차 절망적인 야만 행위에 희생될 운명이라니 너무나도 슬퍼 보인다. 다른 한편으로는, 문명 세계의 사람들이 이 먼 땅에 도착하여 오지의 처녀림에 도덕적·지적·물리적 빛을 가져온다면, 그 사람들은 이곳의 잘 조화된 유기적 · 무기적 자연의 균형을 교란시켜, 오직 사람만이 제대로 감상하고 즐길수 있는 경이로운 구조와 아름다움을 가진 이 동물들을 사라지게 하고 결국은 멸종에 이르게 할 것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사람을 위해서 만들어진 게 아님이 분명하다. - P827
처음엔 오솔길조차 없었다. 우리는 덤불을 베어내면서 언덕을 올라산둥성이 쪽으로 걸어갔다. 석회암 위에 낙엽과 부엽토가 얇게 덮여 있고 흙은 거의 없는 지형이라, 가파른 비탈에서도 충분한 접지력을 얻어어렵지 않게 올라갈 수 있었다. 피터는 맨발로 걷고 있다. 나는 언덕을올라갈 때에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자연 경관을 음미했다. 가이테와사무엘이 말한 것처럼 이곳에는 정말로 훌륭한 열대우림이 보존돼 있다. 이곳의 숲은 나뭇가지를 베어내는 칼과 도끼를 일시적으로 경험했을지 모르지만, 동력은 아직까지 경험하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두 번째 산등성이에 있는 레킹 나무에 도착하기 전에 내가 아루 제도에 대해 품었던 의문은 이미 풀렸다. 전 세계의 수많은 곳에서 일어난 슬프고도 처참한 일들, 즉 생물학적 제국주의, 서식지 대량 파괴, 서식지 분열, 근교 약세, 적응 능력 상실, 생존 능력을 잃을 지경에 이른 야생 개체군 감소, 생태계 붕괴, 영양 단계 연쇄 반응, 그리고 멸종은 아직이곳에서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 일들이 이곳에도 곧 닥칠지 모른다. 하지만 아직은 시간이 있다. 시간이 희망이라면, 아직 희망은 있다. 우리 머리 위 어딘가에서 새들이 지저귀는 합창 소리가 들려온다. 그것은 한 떼의 거위들이 발악하며 우는 소리 같다. "미스터." 조니가 나를 불렀다. 이곳 깊은 숲 속에서도 그는 여전히 ‘COOL AS ICE‘ 모자를 쓰고 있다. 그렇지만 조니도 지금은 잔뜩 흥분한 것 같다. "수다, 수아라 첸드라와시!" 벌써, 첸드라와시의 노래예요! - P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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