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로이즈는 호텔로 돌아가는 정글 길을 지나갈 때 몹시 더웠지만 자기도 모르게 속으로 멜에게 말을 하며 어린아이처럼 깡충깡충 뛰면서 걸었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행복했던 게 언제였는지 생각해보았다. 멜이 죽고얼마 안 되었을 때 티브이에서 막스 브라더스의 쇼를 보았다. <오페라의 밤> 엘로이즈는 티브이를 꺼야 했다. 도저히 혼자 웃을 수 없었다. - P178

그들은 물위로 떠올랐다. 초록색 물은 그 아래 무엇이 있는지 드러내지 않았다. 그녀는 해의 위치를 보고 잠수한 지 한 시간도 채 안 되었다는것을 알았다. 무게를 느끼지 못하면 판단 기준으로서의 자신을 잃는다.
시간 속 자신의 위치를 잃는다.
"고마워요." 엘로이즈가 말했다.
"고마워요. 덕분에 조개를 많이 잡았어요."
"레슨비는 얼마죠?"
"나는 선생이 아닙니다."
엘로이즈는 베르나르도의 간판 쪽을 턱으로 가리켰다. "레슨비 500페소."
"손님은 베르나르도의 손님이 아니죠. 우리한테 오셨잖아요"
그게 전부였다. 나중에 엘로이즈는 아침 식탁에서 생각했다. 그들에게 받아들여졌다는 느낌은 그들이 그녀를 좋아한다거나 그녀가 그들과 잘맞는다거나 그런 것이 아니었다. 단순히 그들에게 왔기 때문이다. 바로 그 청년처럼. 그는 그러고 어디론가 사라졌지만. 어쩌면 잠수부들은 그광대한 공간 속, 그런 물속에 들어가 있는 시간이 많아서 그런지도 모른다. 모든 일을 예상했다는 듯이, 똑같이 대수롭지 않게 취급했다. - P184

"너 그 바보같은 생활로 돌아가면 안 돼! 가지 마! 날 떠나지 마." 우리가 그녀의 아파트가 있는 길가에 도착할 때까지 그녀는 계속 그런 말만 했다.
나는 "안녕히 계세요. 모두 고마웠어요"라고 했던가 뭐랬던가, 아무튼 그런 멍청한 말을 했다. 나는 그녀를 내려주고, 트럭이 모퉁이를 돌아 갈때까지 운전사 쪽으로 시선을 돌린 채 눈물을 참았다.
우리 집 하녀들이 문에 기대 이웃집 경비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집에 아무도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아버지가 골프를 치러 가기 위해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오늘은 일찍 집에 왔네. 어디 갔다 왔니?" 아버지가 물었다.
"소풍갔었어요. 역사 선생님이랑."
"응, 그래. 그 선생님 어때?"
"괜찮아요. 공산주의자예요."
그만 그 말이 툭 튀어나왔다. 정말 비참한 날이었다. 도슨 선생님이라면 넌더리가 났다. 하지만 내가 아버지에게 한 그 한마디로 모든 게 처리되었다. 도슨 선생님은 그 주에 해고되었고 다시는 보이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내 친구들은 그녀가 없어진 걸 기뻐했다. 대학교에 가면 미국 역사 과목을 보충해야 할 테지만, 지금 그과목의 수업 시간은 우리 세상이었다. 나는 말할 상대가 없었다. 미안하다고 할 상대가. - P209

다음 주 일요일, 로레타는 늦게 그들의 집에 갔다. 일찍 일어나기는 했지만 할 일이 태산 같았다. 정말 집에 있고 싶었지만, 전화로 약속을 취소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늘 그렇듯, 현관문이 잠겨 있어서 집 뒤의 계단을 통해 들어가려고 뒤뜰로 향했다. 뒤뜰에서 주변을 휙 둘러보았다. 토마토, 호박, 깍지완두가 무성했다. 느른한 꿀벌 소리. 아나와 샘은 계단 위 베란다에 나와 있었다. 로레타는 그들이 대화에 열중하고 있어서 소리쳐 부르려다 말을 거두었다.
"로레타가 늦은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안 올지도 모르겠네."
"응, 오겠지•••••. 로레타에게 여기서 보내는 아침 시간들은 아주 소중하니까."
"가엾은 것. 너무 외로워서는, 로레타에겐 우리가 필요해요. 가족이라곤 정말 우리밖에 없잖수."
"내 이야기를 정말 재미있어하는데, 망할.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해줄지 하나도 생각이 안나."
"생각나겠지•••••."
" 저 왔어요!" 로레타가 외쳤다. "집에 계세요?" - 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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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 이전의 문화 -오로지 서사적으로 물려받은 지식, 범신론과정령 신앙에 따른 세계 모형, 협력과 조정에 강하게 의존하는 최대 150명의 개인으로 구성된 사회 집단을 지닌 문화에서 이야기는 이타심과 공평함을 통해 함께 어울리고 최적의 문제 해결을 통해 나란히 앞서 나가며 근본적인 창조 신화와 인과성 신화를 통해 세상을헤쳐가는 기능을 수행했다. 이 마지막 기능을 통해 오늘날 중동의 초기 문자 문화에서 놀라울 만큼 유사한 서사 구조와 규범을 가진 최초의 종교가 발생했다. 그 후 기원전 500년경에 오늘날의 그리스, 특히 아테네와 에게해 주변의 도시국가에서 기이한 현상이 일어났다. 그것은 바로 개인의 발견이다.
스토는 이 현상의 근원을 무엇보다 그리스의 지형에서 찾는다. 즉 가파른 해안으로 깊은 틈이 많아 넓은 평야에서의 농업처럼 집단기반 활동보다는 개인 위주의 생업 (어업, 올리브오일 생산, 무역)이 더 적합하다. 스토는 "고대 그리스에서 이 세상을 통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립이었다. 개인의 자립이 성공의 열쇠였기 때문에 전능한 힘을 가진 개인이 문화적 이상이 되었다."고 말한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최초 문화의 하나로서 명성, 완벽함, 위신과 같은 현대적 가치를 추구하려고 했다. 스토에 따르면 "그들은 자신을 상대로 싸우는 전설적인 경기인 올림픽을 만들었고, 50년 동안 민주주의를 실천했으며, 자기 자신에 너무 초점을 맞춘 나머지 나르시스의 이야기에서 감당할 수 없는 자기애를 경고해야 했다. 폭군, 운명, 신의 변덕의 노예가되지 않고 원하는 삶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자기의 힘의 장소가바로 개인이라는 구상은 혁명적이었다." - P141

그런데 이러한 서사적 자기 고행은 무엇을 위해서일까? 함께 어울리면서 앞서기 위해서다To Get Along and Get Ahead. 그렇게 하면 가혹할 정도로 부당한 상황을 나름대로 가장 빨리 이해할 수 있었다. 중세 봉건 계급사회에서는 대다수 사람이 소수의 엘리트 계층인 귀족과 성직자에게 예속되었다. 또한 언제든지 질병에 걸려 죽거나 굶주리거나 더 강력한 사람들에게 죽임을 당할 수 있었다. 고난과 기도로가득 찬 짧은 삶은 이미 특권이었다. 그러한 시대에는 부당함과 양립•할 수 있는 이야기가 필요했다. 기독교의 기원은 노예 신분의 사람들에게 완벽한 스토리였다. 이승에서 희생하면 내세에서 보상받는다는 스토리는 기발한 착상이었다. 고통을 통해서만 더 나아질 수 있다고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면 놀랍게도 그들은 고통을 훨씬 더 잘 감당할 수 있게 된다. 크나큰 고통 속에서 순종하는 것, 바로 이것이 함께 어울리고 나아가 앞서 나갈수있는 핵심 능력이었다. - P144

이와 비슷한 시기에 고대 그리스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던 세계 반대편의 한 학자는 그 당시의 고행에 대해 매우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즉 완만한 언덕과 넓고 비옥한 평야에서 마을 전체 지역이 협력하여 급수와 수확에 힘쓴다면 쌀과 밀을 훌륭하게 재배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와 관련하여 윌 스토는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이 세상을 통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개인이 아니라 집단을 성공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는 고개를 숙이고 하나의 팀 플레이어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집단 통제 이론은 자아의 집단적 이상으로 이어졌다. "중국 철학자 공자는 『논어』에서 ‘우월한 인간‘은 ‘자신을 과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덕목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라고 설명한다. 그러한 사람은 ‘우호적인 조화를 증진하고 균형과 조화의 상태가 완벽하게 지속되도록 한다.‘ 이러한 특성은 7천 킬로미터 떨어진 아테네에서 보였던 것과 완전히 반대였다. 그리스인에게는 주된통제 수단이 개인이었다면 중국인에게는 집단이었다.  - P145

이러한 현실 경험 차이로부터 서로 다른 서사 형식이 생겨났다. 그리스 신화는 일반적으로 3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즉 아리스토텔레스의 시작, 중간, 끝(위기, 싸움, 해결)이 그것이다. 종종 영웅의 주요 역할은 끔찍한 상대와 싸우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간계나 힘으로 상대를 정복하는 것이다. 이는 한 명의 용감한 사람이 정말로 모든 것을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전달하는 개인주의 선전과 다름없다. 반면 중국 동화와 전설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공동체에 봉사함으로써 지위를획득했다. 그리고 주인공들의 결말은 크게 비극적이지도 행복하지도않다. 한국의 심리학자 김의철 박사는 중국 이야기의 가장 중요한 특징을 열린 결말이라고 본다. "중국 이야기에서는 결코 답을 얻지 못한다. 결말도, 해피엔딩도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스스로 선택해야 하는 한 가지 물음이 남는다. 이것이 이야기의 재미다. 개인에 초점을맞춘 동양의 이야기에서 영웅의 지위는 일반적으로 집단과 관련된 방식으로 획득된다." 아시아에서는 희생하는 사람이 영웅이 된다. 회생하는 사람이 가족과 공동체, 국가를 보살핀다. - 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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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렌트는 이렇게말한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인간의 본질은 [...] 이야기만을 남긴다. 따라서 모든 인간의 다이몬은 자신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마침내 불멸의 인간 이야기로 응축되는 자신의 서사다. 오디세우스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자신의 다이몬뿐만 아니라 에우다이모니아의 불가능성도 인식한다. 영원한 방황은 그의 명예욕에 대한 대가다.
그렇다면 파이아케스 궁전의 오디세우스 일화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 아주 간단하다. 즉 우리는 우리 자신을 결코 자립적으로 구성하지 않고 항상 사회적으로 구성한다. 우리는 이야기능력을 가짐으로써 비로소 유일무이한 인간이 된다. 오디세우스와같은 영웅은 모든 인간의 욕구를 과장해서 표현한 형태이며, 다른 사람들에 의해 인식되고 이야기된다. - P129

그러나 이러한 거울은 일방통행이 아니다. 거울에서는 마법과 같은 일이 벌어진다. 즉 어린아이는 자기 모습을 비춰주고 이를 통해 자신과 소통할 수 있는 영혼을 지닌 다른 존재가 있다는 것을 거울을 통해 처음으로 이해한다. 그 후 자신도 다른 사람들을 투영할 수 있고그들과 함께 이에 대해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운다. 말하자면 자신도 영혼과 의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처럼 아이는 타인에게 투영된 자기의 모습을 보고 처음으로 내가 존재한다는 것을 이해한다.
볼프강 프린츠는 "타인이 먼저고 그다음에 자기 자신이 온다."고 설명한다. 우리 자신에 대한 정보의 출처로서 타인이 매우 귀중한 이유는 우리가 누구인지 알고자 할 때 우리가 가진 유일한 출처이기 때문이다. 이야기하는 원숭이는 이렇게 대답한다. 우리는 타인의 의식이라는 무대에서 연기하는 사람이다. 우리의 존재는 우리가 믿는 것, 다른 사람들이 우리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오디세우스은 눈눌을 흘렸다. - P130

그래서 리쾨르는 이러한 ‘나‘를 파악하기 위해 정체성의 두 가지양상을 구분한다. 즉 ‘자체성idem‘과 ‘자기성ipse‘의 개념이다. 동등 혹은 상대적 불변성인 ‘자체성‘은 예를 들어 대상을 정의할 때 사용될 수있다(테세우스의 배에서 확인한 것처럼 복잡해질 수 있지만). 반면 개인은 자신이 추구하려는 일관성에 대해 자기 성찰을 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우리는 더 배우게 되고 나아가 자신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우리 자신의일관성에 대해 성찰함을 통해 바로 이 일관성의 해답을 얻을 수 있다.
이에 대해 리쾨르는 우리가 인간으로서 자신의 일관성을 타인에게 제공하려고 한다고 말한다. ‘자체성‘과 ‘자기성‘, 이 양극의 변증법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서사적 자아다. 서사적 자아라는 개념은 모든 개인은 자기 자신에 대해 항상 새롭게 이야기함으로써 비로소 확립된다는 이념을 바탕으로 한다.  - P135

서사적 정체성 Narrative Identity은 다음과 같은 내면 거울의 두가지 측면을 결속시킨다. 즉 오래도록 지속되는 불변의 특성과 지금의 자신이 되기까지 끊임없는 자기실현이 그것이다. 그리고 자기실현은여러 이야기와 지속적인 해석, 수정을 허용하기 때문에 결코 최종적이거나 완결될 수 없다. 이처럼 자기실현은 자기 서사의 도움으로 자신이 살아온 경험의 독단성이나 무작위성을 방지하고 자기 삶의 주인공으로서 내적 일관성을 이루는 사람을 (자기)이해하게 한다. 리쾨르에 따르면 ‘자기성‘은 서사와 뗄 수 없는 관계에 묶여 있다.
우리는 우리 존재의 시간성을 성찰하는 능력, 실패와 승리를 파악하는 능력, 시작과 목표가 있는 이야기, 시간 순서대로 그리고 인과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난관 극복 에피소드를 형성하는 능력 덕분에 우리가 누구인지 인식한다. "나는 불변의 존재이자 발전의 존재다. 왜냐하면 나는 나의 이야기이자 동시에 그 속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다음과 같이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나는 보물이자 보물 지도이며 보물을 찾으러 가는 여정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나의 정체성은 무엇이며 누구이며 어떤지는내가 자신에 대해 하는 이야기를 통해 확립된다.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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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가들은 인간이 복잡한 사건을 상상할 때 그러한 사건을 볼 때 사용되는 것과 동일한 인지 - 운동 메커니즘 중 일부를 활성화한다고설명한다. 이는 우리가 어떤 내용을 듣고 이를 정신적으로 재현해낼때 생성되는 인지에 기반한 공간적 정신 모형 Mental Model에 반응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는 우리가 실제로 눈으로보지 않은 것도 볼 수 있도록 허용한다. 이를 마술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속임수가 들어 있다. 즉 이야기가 우리 뇌를새롭게 조립한다는 것이다. 에모리 대학교 Emory University의 그레고리번스 Gregory Berms 연구진은 소설을 읽으면 휴식 상태의 뇌 연결성에변화를 일으킨다는 사실, 즉 서로 다른 뇌 영역 사이를 결합하는 능력이 생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를 연구하기 위해 19일 동안 매일자기공명영상을 사용하여 휴식 상태의 피험자 뇌를 스캔했다. 먼저 5일 동안 읽기를 하지 않은 피험자의 뇌를 스캔했고, 그다음 9일 동안은 전날 저녁 로버트 해리스Robert Harris의 스릴러 소설 『폼페이의분의 1을 읽게 한 후 다음 날 아침 휴식 상태의 뇌를 스캔했다. 그리고마지막으로 소설을 다 읽은 후 5일 동안 뇌를 스캔했다. 마지막 5일동안 역사와 언어 이해, 타인의 관점을 수용하는 능력을 담당하는 뇌영역의 연결성이 증가했다. 이와 같은 뇌 활동은 피험자들이 뇌 스캔시점에 책을 읽지 않았는데도 증가했다. 마치 뇌가 환영을 상상하게나 상상 근육통을 보이는 것 같았다. 또한 뇌의 감각 운동 영역의 연결성도 증가했다. 이 영역의 신경은 신체 감각 표현과 관련이 있다. 연구진 대표 그레고리 번스는 "이 영역에서 연결성이 증가한 것은 놀라운 결과였다. 이는 독자가 책을 읽을 때 주인공의 몸이 된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한다.  - P114

과학저술가 제러미 애덤 스미스Jeremy Adam Smith는 신경전달물질에 의해 촉발된 문화적 효과에 대해 자신만의 개념을 만들었다. "주의를 환기하는 코르티솔이 사랑 호르몬 옥시토신과 섞이면 우리는 ‘몰입Transportation‘이라는 현상을 경험한다. 몰입은 주의 집중과 두려움이 우리의 공감과 결합할 때 발생한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우리는 사로잡힌다. 이야기가 지속되는 동안 우리의 운명은 상상속인 물의 운명과 뒤얽힌다." 몰입 현상이 일어나는 동안 우리 뇌는 호르몬칵테일에 의해 일종의 신경학적 가상현실로 옮겨가고 이 가상현실 안에서 우리는 등장인물의 감정을 함께 느낀다. 이것은 우리 뇌가이야기를 들을 때 생성하고 들은 내용을 재생할 수 있게 만드는 강력한 행복 알약이다. 발터 벤야민은 자신의 저서 「이야기꾼. 니콜라이레스코브의 작품에 관한 고찰Der Erzähler, Betrachtungen zum Werk NikolaiLesskows』에서 ‘몰입 Transportation‘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정확히 이러한 내러티브 몰입에 대해 궁극적으로 서술했다. "듣는사람이 자기 자신을 잊어버릴수록 그가 듣는 내용은 더 깊이 각인된다. 이야기 작업의 리듬이 그를 사로잡은 곳에서 그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재능이 저절로 자신의 것이 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듣는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재능이 내재된 그물망이 마련된다." - P116

켄들 헤븐은 이 현상을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뇌는 날것의 경험을 이야기의 형태로 변환한 다음 생각하고 고민하고 기억한다. 그런다음 자신이 처음에 경험한 내용이 아닌, 스스로 만들어낸 이야기를토대로 행동한다!" 이 말은 정보가 우리 의식에 도달하기 전에 이야기로 만들어진다는 뜻이다. 달리 표현하면 우리가 생각하는 모든 것은 정보에 대해 만들어진 이야기를 해석한 내용이다. 우리가 의식적으로 인지하는 모든 것은 우리 자신의 뇌가 만든 정신적 트로이 목마다.
헤븐은 이렇게 설명한다. "연구에 따르면 우리 인간은 정확한 단어를제대로 듣지 않는다. 우리는 요점을 듣는다. 그런 다음, 이 요지를 우리 자신의 어휘를 사용하여 우리 뇌 안에서 단어로 변형한다. 그러고 나서 우리가 자체 제작한 개인화된 버전을 다시 출처로 소급시키고 우리 자신의 버전이 실제로 단어 하나하나 화자가 말한 내용과 같다고 생각한다. -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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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
2018년 12명의 태국 소년이 물이 찬 동굴에 갇히고 그들의 구조가전 세계 언론의 큰 주목을 받았을 때 구원의 마스터플롯은 좋은 효력을 발휘했다.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소년들을 응원했다. 언론의 집중적인 보도는 그들 모두가 생존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했다. 반면같은 해 예멘 내전 중 굶주림으로 사망한 5세 미만의 어린이 85,000명에 대해서는 훨씬 적게 보도되었다. 이례적 사건이 지속적인 위기상황에 비해 뉴스 가치가 높다는 명백한 요인 외에도 예멘 어린이의 운명이 서사적 측면에서 너무 추상적이었다는 것이 결정적인 이유였다. 말하자면 예멘 어린이들을 주인공으로 연출할 수 있을 만큼 상징적인 개별적 사건이 없었고 위기 상황이 너무 애매모호했다. 예멘 어린이 이야기로는 태국 소년들을 동굴에서 구출하는 것과 같은 해피엔딩을 기대하면서 확실한 저널리즘 연출을 전개하기가 불가능했다. - P61

한스 블루멘베르크Hans Blumenberg의 저서 「신화 작업 Arbeit am Mythos』에 따르면 "스토리는 무언가를 몰아내기 위해 이야기된다. 그 무언가란 가장 무해하지만 가장 중요한 경우에는 시간, 그 외의 중대한 경우에는 공포를 말한다." 동굴 벽화와 함께 구술이 정보를 전달하는 유일한 방식이었던 시대에 이야기는 사라지지 않는 불멸의 것이었다. 또는 발터벤야민 Walter Benjamin 이 더 문학적으로 표현한 것처럼, 이야기는 "소진되지 않는다. 이야기는 자신의 힘을 모아서 간직하고 있으며 오랜시간이 지난 뒤에도 다시 펼쳐질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모든 존재에게는 자기보존이라는 가장 강한 욕구가 존재한다. 우리 인간 또한 죽지 않고 가능한 한 오래 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자신의 유한함을 알아야 죽음을 가급적 성공적으로 막기 위한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인간은 가능한 한 좋은 삶, 길고 행복한 삶을 만들어가기위해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도전과제를 극복할 때마다 자신의 유한성을 바탕으로 결정을 내린다. 이로써 우리는 성공적인 노력을 성찰하며 그로부터 배우고 그것을 이야기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다. - P78

이야기는 더 나은 삶을 위한 실질적 지침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모든 이야기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해결을 정확히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말해준다. 모든 이야기는 우리에게 배움을 가르쳐준다. 모든 이야기는 구체적이고 명백한 적응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이렇게 습관화된 문제해결 능력 덕분에 자신의 현실을, 나아가 끊임없는 적응을 통해 개선한 자신의 삶을 직접 구성하는 존재로 발전했다. 이 모든 것은 왜 스토리텔링이 불, 바퀴, 무기보다 훨씬 앞서 우리의 가장 중요한 도구가 되었는지, 미국의 서사구조 연구가이자 전문적인 이야기꾼인 켄들 헤븐 Kendall Haven이 말한것처럼 왜 우리가 최소 10만 년 전부터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지를 설명해준다. 우리가 호모 사피엔스, 즉 슬기로운 사람이라고 불리는사실이 옳은지는 모르겠다. 말하자면 우리는 아주 가끔씩만 슬기로울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항상 이야기 행위를 한다. 그러니 우리에게더 나은 이름이 주어졌어야 했을 것이다. - P91

 오늘날 인간의 신체적, 정신적 능력은 일련의 점진적 발달 단계의 맨 끝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말하자면 영국의 사회철학자 허버트 스펜서Herbert Spencer가 창안한 ‘적자생존Survival of the Fittest‘의 의미에서 볼 때 진화의 성공 스토리다. 이러한 점에서 인간이 두뇌와 더 높은 지능 때문에 언제부터인가 다른 유인원보다 더 똑똑해졌고 말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일 것이다. 원숭이 소리는 서서히 단어가 되었고 이 단어들은 언제부터인가 종교적 신화, 군사명령, 광고 슬로건이 되었다. 이와 같은 발전은 병행하며 이루어졌을 수도 있고 상호 의존적으로 이루어졌을 수도 있다. 결정적인 사실은 진화의 마지막에 호모나랜스Homo Narrans가 있다는 것이다. 호모나랜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언어 장치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다른 모든 생명체와 구분된다. 하지만 한 가지 심층적인 질문이 우리를 불편하게 한다.
즉 전혀 존재하지도 않는 것을 이야기하기 위해 말하기가 사용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인류가 언제 허구를 발명했는지 추적할 수 있을까? - P94

언어학자 노암 촘스키Noam Chomsky의 보편문법 이론은 언어 연구의 훌륭한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그의 견해에 따르면 인간에게 언어습득 능력이 있다는 점, 모든 언어가 문법 형식을 사용한다는 사실은 재귀성과 같은 통사적 특징뿐만 아니라 문장 구조가 보편적으로우리 뇌에 내재하여 있음을 암시한다. 실제로 전 세계의 언어는 문화와 관계없이 공통된 기본 구조를 가지고 있다. 우리의 언어는 통사론을 통해 순차적인 시간감각, 즉 인과적 맥락에서 시간 순서에 따라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표현한다. 다른 동물과는 달리 우리 인간은 타임라인이 어떻게 진행하는지를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간 좌표, 타임라인상의 ‘언제‘라는 개념, 전후의 감각도 가지고 있다. 우리의 의사소통은 대부분 언제 일이 일어났는지 혹은 일어날 것인지에 대한 진술로 구성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어떤 일을 계획하고 조정하고 준비하고 협력할 수 있다. 이것은 생존에 아주 유리한 능력이다. - P95

미국 작가 리차일드Lee Child는 자신의 에세이 「영웅 The Hero」에서 실제 사건을 말하기 위해 언어가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추론한다. 그의 고찰에 따르면 말하기가 처음에는 생존을 돕고 비축품을 조직하고 사냥을 계획하는 데 효율적이고 합목적적으로 사용되었다. 처음에 말한 내용이사실이어야 효과적일 수 있었다. 이를테면 매일 벌어지는 생존투쟁에서 ‘조심해! 저 밖에 검치호랑이가 있어!‘와 같은 말은 실제로 그곳에 검치호랑이가 없고 모든 부족 구성원이 동굴에 안전하게 있었다면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거짓말은 쓸모없고 비생산적이었다. 모든 사람을 이유 없이 놀라게 하고 불안감을 퍼뜨릴 이유가 있겠는가? 지금도 사람들 앞에서 우리의 거짓말이 들통나면 귀가 빨개지고 사회적 죽음을 맞는 것은 충분한 이유가 있다. 거짓말이 부족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었기 때문에 가혹한 제재를 가해야 했다. 이는 시대의 유산이라고 볼 수 있다. 진화적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화자에게 의사소통을 창의적으로 구성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언어는 순전히 정보를 전달하는 데 사용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언어의 기능이 언제부터인가 매우 실용적으로 바뀌었다. 차일드는 우리 조상 일부의 생명을 앗아간 갑작스러운 혹한기와 관련하여 이를 설명한다.

강자만이 이 끔찍한 인구 감소에서 살아남았다. 말하자면 사색을 하고 전략을 펼치고 조정하고 토론하고 예측하고 적시에 플랜 B - 상황에 따라 플랜 C나 플랜 D- 를 세우는 일을 가장 능숙하게 하는 사람만이 살아남았다. 진실한 객관성이 승리했다. 하지만 이러한 객관성은 점점 새롭고 이질적인어떤 것과 섞이게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그들은) 존재하지도 않았던 사람들에게 일어났다고 하는 일들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이는 언어의 진화적 가치를 위태롭게 하는 의미의거짓말이 아니었다. 이는 완전히 다른 방향을 향한 한 번도시도한 적 없는 과격한 정신적 도약이었다. 여기서 중요한것은 경험에 바탕을 두었지만 사실의 제약을 받지 않는 평행우주 혹은 이론적 우주를 상상하는 것이었다. 

b‘있는 일을 이야기하기‘가 갑자기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기‘, ‘있을 수있는 일을 이야기하기‘로 바뀌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동굴 안이나 앞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사람들은 그곳에 있지도 않았던 검치호랑이에 관해 이야기했는데, 이는 언젠가 정말로 검치호랑이를마주칠 때를 대비하여 정신적으로 무장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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