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선택 자체는 진화가 아니다. 다윈에 따르면 자연선택은 진화를이끄는 메커니즘일 뿐이다. 피터와 로즈메리 그랜트가 말한 것처럼,
자연선택은 한 세대 안에서 일어나지만 진화는 여러 세대에 걸쳐 일어난다.
- P151

 즉, 대프니메이저에서 끔찍한 가뭄이 일어나는 동안 자연이 가장 강력하게 선택한중간땅핀치는 ‘큰 몸집과 두꺼운 부리를 가진 것‘이었다. 자연은 ‘긴부리‘를 선택하지 않았는데, 이는 긴 부리를 가진 중간땅핀치가 가뭄에 특별히 유리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또한 자연은 넓은 부리를 가진 새들을 거부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요컨대 자연의 선택을 받은 새들의 특징은 ‘몸집이 크고, 부리가 두꺼우면서 좁은 것‘으로 요약될 수있었다. 피터 그랜트는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남가새의 분열과를 찢고 비틀고 깨물어 씨앗을 꺼내는 작업은 매우 어려우며, 이 작업을 수행하는 데 가장 적절한 장비는 ‘좁고 두꺼운 부리‘였다."
그러므로 새들은 가뭄을 겪는 동안 단순히 몸집만 불어난 게 아니었다. 핀치들은 개혁되고 개량되었다. 죽음은 새들을 변화시키고, 상실은 새들의 부리를 형성했다.
- P156

그런데 궁금한 점이 하나 있다. 만약 새까만 수컷이 암컷을 더 잘얻는다면, 모든 수컷이 가능한 한 빨리 까맣게 변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어떤 수컷들은 첫해에 까맣게 변하는 데 반해, 어떤 수컷들은 트레버가 측정한 강력한 성선택 압력에 직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몇 년동안 매력 없는 갈색 깃털을 유지하는 이유는 뭘까? 핀치의 깃털에 커다란 변이가 존재한다는 것은 ‘까만색 깃털에도 숨겨진 비용이 있고,
갈색 깃털에도 숨겨진 이득이 있음을 암시한다.
암컷들이 수컷들의 영토 위를 날아다니며 품평회를 하는 동안, 수컷들은 화산암 조각들로 이루어진 영토를 확장하기 위해 이웃의 수컷들과 전쟁을 벌인다. 그런데 까만색 수컷은 갈색 수컷보다 더 많이 싸움에 말려들므로 가장 활발한 수컷은 많은 영토를 소유한 까만색 수컷‘이다.
갈색을 유지하는 수컷은 빈번한 싸움에 불필요하게 말려들지 않을수 있으므로 소리소문 없이 자신의 영토를 확보할 수 있다.  - P166

만약 자연선택과 성선택 중 오직 하나의 힘만 작용했다면 구피들은 이처럼 주목할 만한 방향으로 진화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연선택이 없고 성선택만 있었다면 모든 구피들은 더 화려해졌을 것이고, 성선택이 없고 자연선택만 있었다면 더 화려해진 구피들은 한 마리도 없었을것이다. 그러나 성선택으로 인해 청색 반점이 추가되면서 구피라는 물고기는 훨씬 더 다채로워졌다. 거의 모든 수컷 구피는 몸 어딘가에 청색 반점을 갖고 있으며, 심지어 가장 위험한 포식자가 존재하는 하류에 사는 수컷 구피도 마찬가지이다. 구피의 망막이 청색에 특히 민감한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청색 반점은 십중팔구 수컷 구피의 특별한 매력포인트, 즉 구혼의 필수요소인 것 같다. - P178

이제 ‘수컷 구피의 반점에서 그렇게 무한한 변이가 나타나는 이유‘
가 명확해졌다. 위장camouflage 이라는 측면에서 무작위적 패턴을 가진 무수한 반점들 간에 우열관계는 없으며, 모두 동등한 위장 수단이라고할 수 있다. 왜냐하면 하천 바닥의 패턴 자체가 무작위적이기 때문이다. 다른 구피들과 똑같은 패턴을 보인다는 것은 구피에게 도움이 될게 없으며, 사실상 그들에게 해가 될 것이다. 만일 구피들이 모두 똑같이 생겼다면 천적들은 탐색 이미지 search image, 즉 내면의 주형 inner template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군중 속에서 친구의 얼굴을 찾듯, 그들은 이 주형을 이용하여 패턴을 탐색할 것이다. 따라서 회귀한부적응자are misit는 매우 유리하다. 한편 암컷들도 그 특이한 수컷을 좋아하게 되어 패턴을 점점 더 다양한 쪽으로 유도할 것이다. 이 점에서볼 때 자연선택과 성선택은 상반되는 움직임을 멈추고 수컷을 같은 방향, 즉 거의 무한한 다양성 쪽으로 유도할 것이다.
- P179

1949년 진화학자 J. B. S 홀데인!. B. S Haldane 은 "살아 있는 것에서 일어났든, 오래전에 멸종한 동물계나 식물계에서 일어났든, 진화의 속도는 보편적인 단위universal unit 로 기술해야 한다" 라고 주장했다. ‘발견자의 이름을 따서 대륙과 대양의 이름을 붙인다‘ 라는 정신에 따라 그는 이단위를 ‘다윈darwin‘ 이라고 불렀다.
단순화를 위해 홀데인은 ‘darwin‘을 ‘어떤 형질의 길이에 나타난변화‘로 정의하자고 제안하고, Idarwin을 ‘100만 년당 1퍼센트의 변화‘라고 정의했다. - P202

대프니 메이저의 가장자리에서 자연선택을 많이 관찰했다고 해서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니지만, 우리는 더 이상 생명의 스토리를 느리고 정적인 것‘이라고 묘사해서는 안 된다. 암석 속에 들어 있는 화석은 더 이상 진화적 변화의 주요 상징이 아니다. 우리가 묘사해야 하는것은 화석이 아니라 ‘움직이는 생명의 상징이다. 우리 자신을 포함한모든 종에서 생명의 진정한 모습은 즉시 날아오를 채비를 갖추고, 사주경계를 하며 앉아 있는 새‘, 바로 연작류이다. 생명은 항상 땅을 박차고 오를 준비가 되어 있다. 멀리서 보면 그것은 밝은 하늘이나 어두운 땅을 배경으로 조용히 실루엣을 보여주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이쪽저쪽으로 가볍게 몸을 움직이고 있다. 마치1,000가지 방향 중 어느 한곳을 향해 하시라도 이륙할 준비를 하고있음을 세상에 은근히 과시하는 듯… : - P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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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로 하여금 작은 변이로 인해 사는 자와 죽는 자가 결정된다‘라는 사실을 일단 받아들이게 한 후, 다윈은 자신의 주제를 한 단계더 밀고 나간다. 즉, ‘유리한 변이 favoradble variation 는 자손에게 대물림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주장한다. 유리한 변이는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전달됨으로써 집단 전체에 퍼지는 반면, 불리한 변이(집단의 개체를 해치는 변이)는 줄어들다가 결국 사라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다윈주의가 쇠퇴하던 시기에 이 부분은 다윈이론의 나머지 부분과 마찬가지로 ‘사실이냐 아니냐‘의 문제보다 ‘믿느냐 믿지 않느냐‘의 문제처럼 보였다. 그래서 신봉자들은 받아들였고, 회의론자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예컨대 1930년대 영국의 진화학자 롭슨과 리처드는 ‘진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라고 주장한 논문 몇 편을 분석하여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심지어 자연선택 작용의 개연성이 높은곳에서도 사례연구들은 다윈의 관점을 증명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문제가 되는 변이가 대물림되지 않았고, 대물림되지 않은 변이는 진화로연결될 수 없기 때문이다."
- P131

‘변이가 대물림되는가?‘라는 문제는 ‘변이 자체가 존재하는가?‘라는 문제만큼이나 ‘부리의 진화‘나 ‘변이가 개체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문제였다. 이 문제를 유전학 용어로 유전성 heritability 이라고 하는데 오늘날의 독자들은 실소를 금할 수 없겠지만, 그 당시에는 유전성을 야생에서 실제로 측정하려고 시도해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변이의 유전성이 높을수록, 다시 말해서 변이가 정확히 재생산reproduction될수록 다윈핀치들 중에서 진화가 진행되는 속도는 더욱더 빨라져요. 그러나 유전성을 실제로 측정하지 않는다면 우리에게는 판단할 근거가 전혀 없어요"라고 보그는 설명한다.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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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장
로체스터 씨는 나에게 일주일 휴가밖에 주지 않았는데,
내가 게이츠헤드를 떠날 때까지는 한 달이란 시일이 흘러가 버렸다.  - P7

그러나 젊음처럼 외고집을 부리는 것이 또 어디 있을까?
무경험처럼 맹목적인 게 또 어디 있을까? 로체스터 씨가 나를 보아주건 보아주지 않건, 그분을 다시 볼 수 있는 것만 해도 기쁜 일이라고, 젊음과 무경험은 단언하였다. 그리고 또 말하는 것이었다. ‘어서 가자! 어서! 곁에 있을 수있을 때 곁에 있어야 해, 이제 앞으로 며칠, 기껏해야 몇주일, 그러곤 그 분과는 영 이별이란 말이야!‘ 그러고 나서나는 새로 생겨난 고민 —— 내 것으로서 가지고 싶지도 않고 키우고 싶지도 않은 흉측한 그것 —— 을 묵살해 버리고는 달음질쳤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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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내가 너를 아주 극도로 미워했기 때문이지. 그러니까 네가 잘되는 일에 조력을 안 했던 거야. 네가 내게 한 짓을 나는 잊을 수가 없었다. 제인, 언젠가 네가 내게 행패를 부렸던 일, 이 세상 누구보다도 나를 미워한다고 잘라 말하던 그 말투, 나를 생각하기만 해도 지긋지긋하다고 말하고, 내가 너를 말할 수 없이 가혹하게 다룬다고 하던 그 어린애답지 않던 목소리와 눈초리. 나는 네가 내게 대들어 네 본심으로 독설을 퍼부어 대던 때의 기분을 잊어버릴 수가 없었어. 난 무서웠다. 마치 내가 때려주고 밀어붙인 짐승이 사람의 눈을 하고 노려보며 사람의 목소리로나를 저주하는 것만 같았다. 나 물 좀 다오! 아! 빨리!"
- P444

그 시신은 나에게기이하고도 엄숙한 물체였다. 나는 우울하고 고통스러운마음으로 그 시신을 응시하였다. 부드러움도 다정함도 연민도 희망도 안도도 그것은 느끼게 해주질 않았다. 오로지-나의 손실이 아니라 그녀의 괴로움에 대한 불쾌한 고통과, 이런 꼴로 죽지나 않을까 하는 공포에서 생겨나는 우울하고 눈물도 안 나오는 당황뿐이었다.
일라이자는 태연하게 모친을 바라보고 있었다. 얼마 동안의 침묵 끝에 그녀는 말했다.
"어머니의 체질이면 오래오래 사실 수 있었을 텐데, 걱정 때문에 감수(減壽)하신 거야."
그러고 나서 그녀의 입은 잠깐 경련을 일으켰다. 경련이 가라앉자 그녀는 돌아서서 방을 나갔다. 나도 나왔다. 우리 둘 다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2권에 계속) - P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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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전 세계에는 약 9,000종의 조류가 살고 있으며, 그들의 다양한 부리는 페일리가 ‘신의 창의력‘을 확신하는 데 기여했다. 홍학의 부리에는 깊은 홈통과 섬세한 필터가 있어 혀로 퍼 올린 물과 진흙이 이곳을 통과하며 여과된다. 물총새의 부리 안쪽에는 튼튼한 버팀대와 받침대가 있어 ‘나르는 착암기‘ 처럼 땅을 연거푸 들이박음으로써 강둑에터널을 뚫을 수 있다. 어떤 핀치의 부리는 목공소를 방불케 한다. 새들의 윗부리 안쪽에는 턱ridge 이 져 있는데, 이것이 내장된 바이스vise(기계공작에서 공작물을 끼워 고정하는 기구 옮긴이) 처럼 씨를 고정시키는 동안 아랫부리로 씨를 썰어서 열 수 있다.
그러나 모양이 소박하는 화려하든, 각각의 부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몇 가지로 한정되어 있다. 홍학의 부리는 연못물을 여과하는 데 적합하며, 매의 부리는 토끼, 여우, 또는 다른 새를 갈기갈기 찢는 데 적합하다. 만약 홍학과 매가 전문분야를 맞바꾼다면 매는 더러운 연못물에빠지고 홍학은 눈이 찔릴 것이다.
다윈은 이상과 같은 큰 변이들을 기반으로 하여 개체 간의 작은 변이들을 추론한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개체의 부리 모양에 나타난 최소한의 특징조차도 때때로 그 새의 식생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변이는 이런 식으로 새의 삶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데, 그 이유는 새들이 잠자지 않는 시간을 대부분 먹는 데 투자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특정한 부리의 형태는 궁극적으로 새의 수명을 연장하거나 단축시킬 것이다. 다윈은 이렇게 말했다. "저울이 삶과 죽음 중 어느 쪽으로 기울지를 결정하는 것은 가장 작은 낟알 하나이다."
- P106

이상과 같은 실험들은 ‘동일한 먹이를 동일한 방식으로 섭취하는 종들은 하나의 시험관, 바위, 섬에서 평화롭게 공존할 수 없으며, 반드시 한 종이 다른 종을 멸종시킨다‘ 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다윈의 상상과 비슷하다. 다윈은 "경쟁과 갈등이 계통수의 수많은 가지와 잔가지들을 멸종으로 이끌 수 있다" 라고 상상한 적 있다. 중간 가지들은 하나씩 죽고, 살아남은 가지들은 구부러지거나 뒤틀리거나 양쪽으로 갈라지는데, 이는 경쟁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능한 한 달라짐을 의미한다.
••••••
그러나 간혹 비슷한 부리를 가진 종들이 충분한 부분적 차이 local difference 를 진화시켜 경쟁의 강도가 약해지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될 경우 두 종은 모두 생존한다.

- P113

서로 뿔을 맞부딪치는 수사슴들이나, 먹잇감의 턱을 물어뜯는 사자따위는 잊어라. 다윈주의 경쟁은 이빨과 발톱을 피로 물들이는 전쟁이아니다. 경쟁자들끼리 서로 치고받는 경쟁이 아니다. 전투 소리라고는남가새 열매를 깨뜨릴 때 나는 소리가 전부인 사막섬에서 경쟁이란 마지막 먹이를 향해 나란히 달려가는 침묵의 레이스이다. 떼 지어 함께 먹이를 먹는 동안에도 핀치들은 목숨을 건 전쟁에 내몰리고 있다. 그것은 총성 없는 전쟁이다. 힘든 시기가 왔을 때 그들의 목숨은 ‘먹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찾을 수 있는가‘, 즉 ‘얼마나 적은 에너지를 소모하여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보상받을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핀치들은 굶주림과 갈증을 겪으며 에너지의 수지균형을 맞추려 노력한다. 가난한 미코버 씨Mr. Micawher (찰스 디킨스의 소설 『데이비드 코퍼필드에 등장하는 낙천적 인물_옮긴이)가 늘 말했던 것처럼 1년에 20파운드를 벌면서 19파운드 19실링 6펜스를 쓰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는 길이고, 똑같이 1년에 20파운드를 벌면서 20파운드 6펜스를 쓰는 것은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 되는 길이다.
••••••
"저울이 삶과 죽음 중 어느 쪽으로 기울지를 결정하는 것은 가장작은 난알 하나이다" 라는 다윈의 말을 상기하라. ‘남가새 열매를 깨뜨릴 수 있는 부리‘와 ‘그럴 수 없는 부리‘의 차이는 겨우 0.5밀리미터이다.
- P126

그 결과 핀치가 많이 사는 곳에 서식하는 남가새의 경우 분열과의 씨앗이 적은 반면 가시는 더 길고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반대로 핀치가 거의 살지 않는 곳(경사가 급하고 바위가 많은 외진 곳)에 서식하는 남가새의 경우, 분열과의 씨앗이 많은 반면 가시는 더 짧고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피터는 남가새가 핀치에 대응하여 진화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생존경쟁이 치열한 곳에서는, 에너지를 가시에 많이 투자하고 씨앗에덜 투자하는 남가새가 성공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그러나 더 안전하고 외진 곳에서는 씨앗을 만드는 데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고 그것을 보호하는 데 에너지를 덜 소비하는 남가새가 가장 적합하다. 남가새가핀치의 진화를 추동하는 사이, 핀치도 남가새의 진화를 추동하고 있는지 모른다.
-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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