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수렵채집 시대의 소부족 사회에서의 유행 추종은 오늘날보다 훨씬 유익한 관습이었을 것이다. 넓은 견지에서 보자면 인간 사회는 표범이나 사자 사회와는 달리 개체들의 집합이 아니다.
인간 사회는 집단으로 구성된 초유기체이다. 순응주의에 따라 조성되는 집단 간의 응집력은 여러 집단이 다른 여러 집단과 경쟁하기 위해 함께 행동해야만 하는 세계에서 매우 효과적인 무기이다.
옳은 결정인지보다는 그 결정이 만장일치로 이루어졌는지가 더중요하다. 
컴퓨터 과학자 허버트 사이먼 Herbert Simon도 이와 비슷한 생각을 했다. 그는 우리 선조들의 사회가 각 사회가 달성한 사회적 <유순도>, 즉 사회의 영향을 받아들이는 감수성의 정도에 비례해번성했다는 이론을 내놓았다. 비이기성의 미덕을 서로에게 끊임없이 설교하면서 살아가는 우리 자신을 생각해 보자. 우리가 이런종류의 사상 주입을 수용하도록 자연선택되었다고 한다면, 우리는 이타주의적 편향 덕분에 승리를 거두게 될 것이다. 어떤 일을 혼자서 해내려고 하기보다는 남들이 말하는 대로 따르는 것이 손쉬울 뿐 아니라 대개는 더 이익이다. - P259

집단 선택 이론을 부정하는 더 결정적인 근거가 있다. 인간이 순응주의자이며, 그렇기 때문에 집단과 운명을 함께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러나 내가 앞에서 든 사례들은 개체들이 각자의 사리 추구를 위해 협동하는 경우이다. 이 사례들은 집단 선택이 아니다. 집단성을 매개로 한 개체 선택이다. 집단 선택이란 개체가 자기 이익을 희생하면서 집단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예컨대 번식에서 자기 절제를 하는 것 같은경우이다. 인간에 대해 우리가 확보하고 있는 사례들은 하나같이 개체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집단성을 이용하는 것일 뿐, 집단을개체보다 앞세우는 것은 아니다. 집단 속에서 살아가는 이득을 추구하도록 선택된 정신(예를 들자면 순응주의)을 집단 선택에 의해진화된 정신과 동일시할 수는 없다. 집단성이 개체의 선택을 증진시킨다고 해서 그것이 집단 선택은 아니다.
-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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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기억은 어김없이 멀어져 가고, 벌써 나는 많은것을 잊어버렸다. 이렇게 기억을 더듬으며 문장을 쓰다 보면때때로 격한 불안에 빠지고 만다. 불현듯, 혹시 내가 가장중요한 기억의 한 부분을 잊어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 몸속 어딘가에 기억의 변경이라 할 만한어두운 장소가 있어 소중한 기억이 모두 거기에 쌓여 부드러운 진흙으로 바뀌어 버린 게 아닐까 하는.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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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서른일곱 살, 그때 나는 보잉 747기 좌석에 앉아 있었다.
거대한 기체가 두꺼운 비구름을 뚫고 함부르크 공항에 내리려는 참이었다. 11월의 차가운 비가 대지를 어둡게 적시고, 비옷을 입은 정비사들, 밋밋한 공항 건물 위에 걸린 깃발, BMW 광고판, 그 모든 것이 플랑드르파의 음울한 그림배경처럼 보였다. 이런, 또 독일이군.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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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기에는 0~3세와 마찬가지로 시냅스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가 다시 맹렬하게 뇌의 가지치기가 이루어진다. 뇌의 가지치기는 뇌가 불필요한 시냅스를 제거하고 남아 있는 시냅스의 연결을 강화시켜 보다 똑똑하고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뇌를 만들기위한 뇌의 신경회로 다듬기 작업이라는 점에서 12~18세 사이의 청소년기가 뇌 발달 과정상 얼마나 중요한 시기인지 짐작할 수있다.
- P69

청소년기에는 뇌의 가지치기만 맹렬하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수초화‘ 도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수초화는 뉴런의 일부분이자 다른 뉴런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축색돌기를 수초‘ 라고 하는하얀색의 지방질로 이루어진 얇은 막이 둘러싸는 현상이다. 이막은 축색돌기를 보호하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전기신호가 다른 신호의 방해를 받지 않고 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다른 뉴런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돕는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수초화가 이루어진 뉴런은 그렇지 않은 뉴런보다 무려 100배나 빠르게 전기신호를 전달한다고 한다. 즉 수초화는 뇌의 정보처리능력을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뇌의 발달 과정이라고 할 수 있고, 이처럼 중대한 작업이 청소년기에 이루어진다. -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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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가 연합을 이루면서 살아가는 것과 그들의 두뇌가 상당히 큰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비비 사회보다 침팬지 사회에 더 많은 연합이 존재하고, 그만큼 침팬지가 체구에 비해 더 큰 두뇌를 가지고 있는 것도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협동을 사회적 관계를 풀어나가는 무기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각 개체가 친구와 적, 빚을진 상대와 원한을 진 상대를 기억할 수 있어야 한다. 기억력과 전반적 두뇌 능력이 뛰어날수록 타산을 잘할 수 있다. 독자들은 침팬지보다 뇌의 비율이 더 큰 인간이라는 원숭이가 또 있다는 사실을 잊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뇌의 비율이 침팬지보다 더 큰것은 인간만이 아니다. 주먹코돌고래도 그렇다.
- P226

그런데 보이드와 리처슨은 수학적 시뮬레이션을 통해 협동을더 가능하게 하는 문화적 학습 방식을 발견했다. 그것은 순응주의conformism이다. 아이들이 부모를 본받거나 스스로의 시행착오로 학습하지 않고 성인 역할 모델 가운데 가장 보편적인 전통이나유행을 모방함으로써 학습한다고 한다면, 그리고 성인들은 그 사회의 가장 보편적 행동 패턴을 따른다고 한다면 —— 간단히 말해우리가 문화에 순종하는 순한 양이라고 한다면 - 협동은 아주큰 집단 속에서도 유지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협동적 집단과 이기적 집단 간의 차별성은 전자가 후자를 멸종시킬 수 있기에 충분한 기간 동안 유지될 수 있다. 개체 간의 선택만큼이나 집단 간의 선택이 중요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 P252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지역 특성화의 습성, 문화적 순응주의, 집단 간의 강렬한 적대감, 협동적인 집단 수호, 집단 이기주의 등은 따로따로가 아니라 함께 더불어 발전해 온 것으로 보인다. 협동을 잘하는 집단은 으레 번성했고, 그에 따라 협동적 관습은 조금씩 인간의 정신 세계 깊숙이 자리를 잡아갔다. 보이드와 리처슨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 인간이 왜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자기 이익을 억누르고 낯선 사람들과 협동을 하는지에 관해서, 순응주의적 전승 이론은 이론적으로 설득력이 있을 뿐 아니라 경험적으로도 타당한 설명이다.
- P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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