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가 연합을 이루면서 살아가는 것과 그들의 두뇌가 상당히 큰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비비 사회보다 침팬지 사회에 더 많은 연합이 존재하고, 그만큼 침팬지가 체구에 비해 더 큰 두뇌를 가지고 있는 것도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협동을 사회적 관계를 풀어나가는 무기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각 개체가 친구와 적, 빚을진 상대와 원한을 진 상대를 기억할 수 있어야 한다. 기억력과 전반적 두뇌 능력이 뛰어날수록 타산을 잘할 수 있다. 독자들은 침팬지보다 뇌의 비율이 더 큰 인간이라는 원숭이가 또 있다는 사실을 잊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뇌의 비율이 침팬지보다 더 큰것은 인간만이 아니다. 주먹코돌고래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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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보이드와 리처슨은 수학적 시뮬레이션을 통해 협동을더 가능하게 하는 문화적 학습 방식을 발견했다. 그것은 순응주의conformism이다. 아이들이 부모를 본받거나 스스로의 시행착오로 학습하지 않고 성인 역할 모델 가운데 가장 보편적인 전통이나유행을 모방함으로써 학습한다고 한다면, 그리고 성인들은 그 사회의 가장 보편적 행동 패턴을 따른다고 한다면 —— 간단히 말해우리가 문화에 순종하는 순한 양이라고 한다면 - 협동은 아주큰 집단 속에서도 유지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협동적 집단과 이기적 집단 간의 차별성은 전자가 후자를 멸종시킬 수 있기에 충분한 기간 동안 유지될 수 있다. 개체 간의 선택만큼이나 집단 간의 선택이 중요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 P252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지역 특성화의 습성, 문화적 순응주의, 집단 간의 강렬한 적대감, 협동적인 집단 수호, 집단 이기주의 등은 따로따로가 아니라 함께 더불어 발전해 온 것으로 보인다. 협동을 잘하는 집단은 으레 번성했고, 그에 따라 협동적 관습은 조금씩 인간의 정신 세계 깊숙이 자리를 잡아갔다. 보이드와 리처슨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 인간이 왜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자기 이익을 억누르고 낯선 사람들과 협동을 하는지에 관해서, 순응주의적 전승 이론은 이론적으로 설득력이 있을 뿐 아니라 경험적으로도 타당한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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