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만에 거울 앞에 앉아서 에레나는 얼굴을 다듬기 시작했다. 화장도 지우지 않은 채로 사흘을 뻗어 있었으니 몰골이 도무지 말씀이 아니었다. 크린싱크림을 듬뿍 찍어 이마와 코끝, 그리고 양쪽 볼에 발랐다. 그러고는 그걸 넓게 펴서 문지르기 시작하자 가면처럼 더께더께 덮여 있던 짙은 색소 화장이 무참히 지워졌다. 펌프우물에 나가 세수를 하고 나서 다시 거울을 보았다. 콧잔등 주위로부터 뺨 쪽을 향해 깔린 주근깨들이 더 많아지고 색깔도 짙어진 듯했다. 화장에 가려 보이지않던 본래의 피부가 훤히 드러났다. 그니는 거울 속에서 음울한 눈초리로 자기를 쏘아보는 웬 낯선 여자를 발견했다. 눈꺼풀과 눈언저리를 비롯해서 얼굴 전체가 화장독이 올라 푸른 기를 띤 회색에 가까운 여자였다. 썩었다. 썩어도 아주 팍썩었다. 아주 낡은 상여 빛깔 모양으로 섬뜩한 기분을 자아내는 얼굴이었다. 거울 속의 그 여자를 매일 보는 건 아니었다. 모르고 그냥 넘어가는 날이 많았다. 그러나 어쩌다가 그 낯선 여자가 퍼뜩 눈에 띄는 날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날이면 틀림없이 재수가 더럽했다. 거울 속에서 그 여자를 내쫓기 위해서 그녀는 기초화장을 돕시 서둘렀다.  -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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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하찮은 거라도 자기 믿음을 지키기 위해서 스스로 좋아서 동물이 되는 수도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그렇게 함서 동물이 되는 수도 있습니다. 살인미수를 자백함으로써 끝까지으로써 저를 비웃던 사람들을 잠시라도 부끄럽게 만들고 싶습니다.
····(중략)··· 이미 불행해질 만큼 불행해진 우 하사를 두 번 죽이고 싶지는 않았던 겁니다. 우 하사는 전신이 불길에 휩싸였을 때 벌써 죽은 사람입니다. 그 후 부대 안에서 벌어진 모든 일들은 우 하사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는, 우 하사가 살아 있다는 가정하에 살아있는 사람들끼리 펼친 일장의 쇼에 불과합니다. 산 사람들이 즐기는 놀이를 위하여 죽은 사람이 개처럼 질질 끌려다닌다는 건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일입니다. 우 하시는 우 하사인 채로 죽어야 마땅합니다. 우 하사에서 더도 덜도 아니어야 합니다. 하루아침에 그를 영웅으로 떠받들면서 법석을 떨어대고 존경을 강요하는 건 불행하게 죽은 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며, 오히려 그의 인간다운 죽음을 모독하는 처사입니다. 제가 우 하사에게 자기를 되찾아주고 더도덜도 아닌 우 하사 본래의 자격으로 잠들 수 있도록 이 모든 추잡스러운 놀음에 종지부를 찍으려고 결심하게 된 것은 바로 이런 이유때문이었습니다. 하루라도 앞당겨 죽게 하는 것이 이런 상황 아래서는 적선이라고 확신했던 겁니다. …(중략) …제가 보인 모든 행동을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부디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용기를 가지고 새로운 삶을 스스로 열어나가십시오. 아무쪼록 우 하사의 영상을, 미스 양과는 전혀 무관한 사람들에 의해서 제멋대로 무책임하게 장식되고 채색된 그 허상을 마음으로부터 말끔히 제거해 버리십시오, 미스 양은 미스 양대로 충분히 행복해질 이유가 있다는 걸 기억하시길 빕니다. 행운을 빕니다. - P182

여론이란 건 말야, 원래 대다수 사람들 의견이 똑같은 경우를 가리키는 말 아닐까? 그런데 한두 사람, 그것도 부자지간 머리에서 나온 의견을 여론이라고 떳떳하게 얘기할 수 있을까? 그렇게 거짓말해도 법에 안 걸리고 무사할까?
무사하고말고. 얼마든지 무사할 수 있을 거야. 무사하지 않을 건거짓말한 쪽이 아니라 거짓말을 거짓말이라고 보는 쪽이겠지. 왜냐하면 힘을 쥔 사람의 말은 소리가 외가닥으로 나와도 여론이 될 수있고 무력한 대중의 말은 천 가닥 만 가닥이 합쳐져도 여전히 독창으로 취급받기 때문이야. 다수를 빙자한 소수의 여론은 언제나 대중의 솔로를 유린해 온 게 사실이거든. 이를테면 혼인을 빙자한 간음 같은... -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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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산은 결정적인 두 단계 중 첫 단계에 불과하다. 두 번째 단계는 생태학자들이 확립establishment 이라 부르는 단계이다. 이것은 특히 유성 생식을하는 생물에게 중요하다. 해변에 안전하게 도착한 다음에도 거미나 왕도마뱀은 자기 지속적 개체군을 확립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먹이와 은신처, 그리고 (임신한 암컷이 아니라면) 짝을 찾아야 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여기에는 적응 능력과 함께 운도 따라야 한다. 척추동물중에서 파충류는 비교적 굶주림에 잘 견딜 수 있어 유리하다. 또 어떤파충류 종(예컨대 서태평양의 작은 섬들에 널리 분포하는 도마뱀붙이 레피도닥틸루스 루브리스 Lepidodactylus lugubris 처럼)은 처녀 생식 전략을 선택한다. 고독한 개척자로 새로운 섬에 도착한 종에게 처녀 생식은 적막한 땅에서 짝을 찾아야 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다. - P196

태풍이 지나간 뒤, 그 위에 나무가 자라는 뗏목들이 목격되었다. 바다가 비교적 고요하다면, 이러한 뗏목이 해류를 타고서, 그리고 나무를 미는 바람의 도움을 받아 몇 주일 뒤에 출발점에서 수백 km나 떨어진 육지 해변에무사히 도착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다람쥐나 들쥐 같은 작은 동물은그런 뗏목의 일부인 나무에 실려 이동함으로써 새로운 섬에 정착할 수 있다. 다만, 그러려면 같은 종 한 쌍이 동시에 뗏목을 타야 하는데, 그런 우연은 아주 드물게 일어난다.

동물이 그런 방식으로 이동하는 것을 직접 목격한 증언도 간혹 있다. 윌리스는 커다란 보아가 뗏목을 타고 남아메리카 해안에서 약 300km 떨어진 서인도 제도의 세인트빈센트 섬으로 이동한 사례를 언급했다. 이뱀은 "서양삼나무 줄기에 몸을 친친 감은 채 도착했으며, 항해 동안에 전혀 상처를 입지 않았고, 양을 몇 마리 잡아먹은 뒤에 사람들에게 잡혀죽었다." 이것은 확산에는 성공했지만 확립에는 실패한 사례이다. - P197

이렇게 다양한 토착 비둘기 종의 명단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확산 범위뿐만 아니라 다양성 범위도 아주 넓다는 사실이다. 비둘기 조상들은여행 능력이 뛰어나 많은 섬에 정착해 살아갔다. 그러나 아주 멀리 여행하는 경우는 드물어, 일단 어느 섬에 정착하면 그곳에서 격리된 채 독자적인 진화의 길을 걸어갔다. 그런데 거기서 분기한 종은 확산 능력을 잃는 경우가 많았다.
도도가 가장 대표적인 예이다. 섬에서 일어난 진화는 모험적이고 뛰어난 비행 능력을 가진 조상을 지상에서만 살아가는 종으로 변화시켰고, 결국에는 다른 곳으로 옮겨가지 못하고 멸종의 길을 걷게 했다. 섬에서 일어나는 진화는 놀라운 점을 많이 보여주지만, 멸종을 향해 나아가는 일방통행길이라는 사실을 상기시켜준다. - P200

존슨이 확실한 증거를 제시한 것은 아니지만, 그의 가설은 지금 아주깊은 바다가 있는 지역에 한때 육교가 드러났다고 가정하는 것보다 더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코끼리, 하마, 사슴 등의 세계적인 분포 패턴을 감안하면 존슨의 가설은 더욱 설득력이 커진다.
분포 패턴에 주목한 과학자들은 존슨 외에도 많다. 하마 화석은 마다가스카르 섬뿐만 아니라 지중해의 시칠리아 섬, 크레타 섬, 몰타 섬, 키프로스 섬 등에서도 발견된다. 사슴 화석은 사르데냐 섬, 코르시카 섬, 시칠리아 섬, 크레타 섬, 몰타 섬, 에게 해의 작은 섬들, 그리고 멀리 떨어진 일본의 이시가키 섬, 미야코 섬, 오키나와 섬에서도 발견된다. 코끼리 화석 역시 이들 섬 대부분에 남아 있다. 다른 대형 포유류 화석이 발견되지 않기 때문에 코끼리 화석의 의미가 더욱 커진다. 만약 육교가 정말로 존재했다면 다른 네발짐승들도 이들 섬에 갔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세 집단을 제외한 나머지 포유류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사실은 하마와 사슴 역시 코끼리와 마찬가지로 모험을 좋아하고 헤엄을잘 친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러한 분포 패턴이 눈길을 끄는 이유가 또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왜소화 패턴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대륙도의 지리적 격리는 하마와 사슴, 코끼리에게 특별한 영향을 미친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들은 계통 진화를 통해 몸크기가 작아졌다.  - P213

오펜버그가 제기한 생태학적 질문 중에서 한 가지는 얼핏 보기보다는까다롭다. 그것은 코모도왕도마뱀은 왜 그렇게 큰가 하는 것이다. 이질문이 까다롭다고 한 이유는 서로 정반대되는 두 가지 질문을 포함하고있기 때문이다. (1) 코모도왕도마뱀은 왜 다른 도마뱀처럼 작지 않은가?
(2) 코모도왕도마뱀은 왜 그보다 더 커지지 않았는가? 두 번째 질문은쓸데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곧 살펴볼 많은 사실들을 감안하면 생각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오펜버그는 "몸크기가 포식 습성과 관계가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라고 썼다. "거의 모든 생물에서 포식자의 최적 몸크기는 대체로 크기가 다른 먹이들의 풍부성과 포식자가 그 먹이들로부터 얻을 수 있는 상대적 에너지의 상호작용을 통해 결정된다. 이것을 더 알기 쉽게 대충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진화는 효율성을 추구한다. 따라서 큰포식자일수록 큰 먹이를 잡아먹을 수 있고, 작은 포식자가 작은 먹이를 잡아먹는것보다 더 효율적이라면, 진화는 어느 단계까지는 거대화를 향해 나아갈 것이다. 그런데 정확하게 어느 단계까지 나아갈까? 그것은 포식자의몸집이 과도하게 커져 효율성이 다시 감소하는 단계까지일 것이다. 거대화의 정도는 다양한 먹이 동물들의 크기와 풍부성에 따라, 그리고 이 동물들이 포식자의 위협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 P221

법칙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만들어낸 원인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것이다. 양 방향으로 일어나는 몸크기 변화에 대해서 포스터는 명백한 원인 두 가지를 들었다. 포식자가 감소하고 이종 간 경쟁이 줄어든 상황에서는 설치류 같은 작은 포유류는 몸집이 커지는 쪽으로 진화할 수 있다고 보았다. 몸집이 커진 설치류는 지방과 물을 잘 저장할 수있어 먹이가 모자라는 시기도 잘 견딜 수 있고, 체온을 유지하는 데에도유리하고, 더 큰 새끼를 낳을 수 있고, 더 오래 살 수 있고, 같은 종의 다른 개체들과의 경쟁에서 유리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각 세대에 태어나는 새끼들 중 가장 큰 개체들이 후손을 남길 확률이 높아진다. 따라서몸집이 커진 것은 진화의 결과일 것이다.
반면에 몸집이 작아진 이유는 다른 것을 찾아봐야 할 것이다. 설치류는 개체수가 많아지면 자동적으로 번식률이 감소하지만, 우제류는 일반적으로 그렇지 않다고 포스터는 주장했다. 그래서 사슴과 하마를 비롯한 우제류는 "특히 먹이 공급이 한계에 이르는 상황에 처하기 쉬우며, 그 결과 새끼는 영양부족으로 발육 부진이 나타나게 된다." 내부적인 개체수 조절 메커니즘이 작용하지 않는 상황에서 어떤 종의 개체수가크게 늘어나면 발육 부진이 나타날 수 있다. 기아로 인한 발육 부진은 왜소화와 같은 것은 아니지만, 여러 세대에 걸쳐 기아가 거듭될 경우 작은 개체가 큰 개체보다 번식에 유리하다면 이 역시 왜소화를 초래할 수 있다. - P240

포스터는 흥미로운 사실을 한 가지 더 지적했다. "섬에서 적응은 더 빨리 그리고 더 명확하게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데, 그것은 유전자 풀의 규모가 작고, 유전자가 다른 개체군으로 흘러가는 데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명백하다. 대륙에서 일어나는 진화를 어떻게 말하든 간에, 우리가 그것을 빠르다거나 명확하다고 말하는 경우는 드물다. 빠른속도와 명확성은 섬의 진화가 지닌 특별한 매력 중 하나이다. - 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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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범주 사이의 차이는 양적인 것일까? 그러니까 두 종 사이의 차이는 같은 종에 속한 두 변종의 차이보다 양적으로 더 클 뿐일까? 만약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는 종 간의 차이와 변종 간의 차이 사이에 큰 차이가없을 수 있고, 두 범주는 경계가 흐릿해져 합쳐질 수 있다. 만약 그 경계가 흐릿해진다면, 좋은 신의 개입으로 탄생한 반면 변종은 그렇지 않다.
고 믿는 것은 "아주 비논리적 "이라고 월리스는 주장했다.
아니면, 두 범주 사이의 차이는 질적인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종을더 높은 범주에 올려놓는 속성은 어떤 특별한 속성일까? 영속성일까? 천만에, 그럴 리가 없다. 일반 상식과 달리 변종이 늘 정상에서 일시적벗어난 존재인 것은 아니다. 변종도 사실상 영구불변의 존재가 될수 있다. 특히 아마존의 사키원숭이나 말레이 제도의 새날개나비처럼 영구적인 지리적 경계가 그 개체군을 계속 격리시킬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영속성이 아니라면 또 무엇을 생각할 수 있을까? 다른 합리적인 답은 생각나지 않았다. 같은 종 내에서 변종은 보편적으로 그리고 아주다양하게 나타났으며, 종과 종을 구별하는 데 사용되는 것과 똑같은 종류의 차이들을 모두 포함했다. 윌리스는 그렇게 말할 자격이 충분히 있었다. 상업적 채집가로서 수많은 표본을 채취하는 동안 종내에서 나타나는 변이를 다른 박물학자가 다섯 번의 생애를 살면서 볼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윌리스는 이렇게 썼다. "[종과 변종을 구분하는 질적인 요소가 없다면] 이사실은 종의 독립적 창조를 부정하는 강력한 근거가 된다. 왜냐하면, 기존의 법칙으로 만들어진 생물과 단지 정도의 차이만 나는 생물을 탄생시키는 데에는 굳이 특별한 창조 행위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 P146

이곳의 핀치나 이구아나, 거북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저 유명한 동물들로 여긴다. 사람들은 갈라파고스 제도를 여타 지역과는(심지어는 다른대양도와도 아주 다른 신비한 곳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다윈과 비글호 항해에 관해 대중적인 책을 쓴 저자인 앨런 무어헤드 Alan Moorehead는강렬한 표현을 사용해 갈라파고스 제도에 대해 잘못된 인상을 심어주었다. 이 섬들의 명성은 난 한 가지 사실에서 비롯되었다. 그것은 이 섬들이 세상의 어떤 섬들과도 다르다는, 즉 아주 독특한 곳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갈라파고스 제도가 지닌 진짜 중요성은 오히려 정반대 사실에 있다. 즉, 갈라파고스 제도는 다른 섬들과 기본적으로 비슷하다. 갈라파고스 제도는 섬들을 대표한다. 갈라파고스제도가 다윈과 우리에게 교훈을 준 것은, 다른 섬들이 독특해 보이는 것처럼 갈라파고스제도 역시 독특해 보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섬은 생물학적으로 독특하다. 갈라파고스 제도 역시 생물학적으로 독특하기 때문에 그런 패턴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갈라파고스제도는 독특하기 때문에 정상이다. - P163

20세기에 들어와서도 이러한 추세는 계속되었다. 알다브라 섬의 거북수는 역사상 가장 적은 수로 추락했다가 극적으로 증가 추세로 돌아섰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고기를 노리는 사람들의 접근을 막음으로써 거북들은 대체로 방해를 받지 않고 살아갔고, 관목이 우거진 서식지 역시 그대로 보존되었기 때문이다. 또, 환초의 황량하고 혹독한 환경도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이는데, 천적인 쥐나 고양이가 크게 번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960년대에 영국 정부가 알다브라 섬에 공군 기지를 건설하려는 계획을 세워 위기가 고조된 적이 있지만, 일반 대중이 앞서 다원이 동참했던 것과 같은 종류의 반대 운동에 나서고, 왕립 학회까지 이 섬의 보호자로 나섰다. 그 결과로 알다브라 섬 연구 기지가 건설되었으며, 다른 개발 계획은 모두 취소되었다. 1976년, 알다브라 섬은 독립국이 된 세이셸 공화국 영토로 편입되었고, 세이셀 정부는 1981년에 알다브라 섬을 특별 보호 구역으로 지정했다. 최근의 보고에 따르면, 알다브라황소거북은 무사히 잘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너무 잘 살아가서 문제가 되고 있다. 현재 알다브라 섬에는 거북이 약 15만 마리나 살고 있는데, 가까운 장래에 먹이 부족 사태가 발생해 자연적으로 개체수 감소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알다브라황소거북의 이야기는 다소 복잡했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핵심 사실은 딱 한 가지, 지리적 격리이다. 알다브라 섬은 격리 상태가 아주 심했다. 격리는 단순히 거리로 측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날로 좁아지는 지구촌 시대에도 알다브라 섬의 격리 수준은 감소하지 않았다. 접근의 어려움은 다른 곳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이다. - P172

두 개체군이 서로 교배할 수 없거나 교배를 통해 그 사이에서 태어난 첫 번째 세대가 생식이 불가능하다면, 두 개체군은 생식적으로 격리돼있다고 말할 수 있다. 말은 당나귀와 교배하여 노새를 낳을 수 있지만,
노새끼리는 교배해도 자손을 낳을 수 없다. 따라서 말과 당나귀는 각각 별개의 종이다. 마이어의 정의는 어떻게 두 집단이 생식적으로 격리될수 있는가 하는 질문을 낳는다. 그것은 지리적 격리의 결과로 생겨나는 가 아니면 다른 과정을 통해 일어나는가?
계통 진화는 많은 사람들이 그 개념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또한 가지 기본 과정이다. 계통 진화는 한 종이 두 종으로 갈라지는 종 분화와는 분명히 구분되는 개념이다. 종 분화가 한 번 일어날 때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종의 수는 하나씩 늘어난다. 말과 동물 개체군이 생식적으로서로 격리된 두 개체군으로 갈라지면, 한 종이던 조상 대신에 두 종의후손, 예컨대 사바나얼룩말 Equus burchelli과 그레비얼룩말 Equus grevyi이 생기는데, 이런 것이 바로 종 분화이다. 종 분화에는 분명히 진화가 작용한다. 그러나 진화와 종 분화는 동의어가 아니다. 둘의 관계는 중첩된 범주와 같다. 종 분화는 전체의 한 측면에 불과하고, 계통 진화 역시 전체의 한 측면에 불과하다. - P180

계통 진화란, 오랜 시간이 지나는 동안 어떤 종의 모습이나 행동이 원래의 종과는 다르게 서서히 변해가는 과정이다. 즉, 한 종이 둘로 갈라지지 않고 변화한 환경에 적응해 변해간다.
종 분화는 주로 공간 차원에서 일어난다. ‘이소적 종분화와 ‘동소적 종분화에 공간상의 위치를 가리키는 ‘지역‘이란 말이 들어 있는 이유도이 때문이다. 반면에, 계통 진화는 주로 시간 차원에서 일어난다. 즉, 어떤 종이 이전의 종과는 달라졌지만, 여전히 한 종으로 남아 있다. 종 분화가 일어나면  새로운 종들로 분리되지만, 계통 진화는 일단 종이 분리된 다음에도 두 종 사이의 차이가 점점 커지는 경향을 보인다. 사바나얼룩말과 그레비얼룩말 사이의 차이는 종 분화의 결과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얼룩말과 코끼리 사이의 차이는 종 분화에다가 수백만 년에 걸친계통 진화가 더해진 결과이다. - P181

그 밖에 또 다른 패턴은 없는가? 나는 온대 지방의 섬보다는 열대 지방의 섬을 많이 언급했다. 그리고 개구리나 도롱뇽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또 거대화, 왜소화, 비행 능력 상실 등 본토의 조상종과는 다른특징을 반복해서 언급했다. 따라서 우리는 혼돈 속에서 질서가 어렴풋이 나타나는 것을 보고 있다. -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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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스가 실제로 표적으로 겨냥한 것은 특별한 창조론이었다.
윌리스는 종은 멸종한다고 썼다. 종은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 대개 수백만 년 단위로 측정되는 시간 동안 살다가 사라진다. 이 사실은 화석기록에 분명히 남아 있다. 긴 시간의 척도에서 보면 그것은 점진적인 과정이며, 어떤 종이 멸종한 자리는 다른 종이 출현해 메운다. 독실한 창조론자(최소한 찰스 라이엘처럼 과학적 사고를 가진 독실한 창조론자)도 오래된 종의 멸종과 새로운 종의 탄생 사이에 그러한 균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렇다면 새로 태어나는 종의 기원은 무엇인가? 새로운종이 출현하는 메커니즘은 무엇인가? 정통 견해는 그 메커니즘이 바로 특별한 창조라고 주장했다. 윌리스는 이렇게 썼다. "일반적인 설명에 따르면, 오래된 종이 멸종하면 각 나라나 지역에서 그곳의 물리적 조건에 적응한 새로운 종이 창조된다." 즉, 하느님의 직접 개입을 통해 종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코카투앵무가 사는 바로 그 장소에 하느님이 코카투앵무를 창조했으며, 또 하느님은 현명한 판단을 통해 아루 제도는딱따구리가 살기에 적당하지 않은 곳으로 결정했다. 하느님은 각 종을사는 곳의 환경에 맞춰 적절한 모양으로 만들었으며, 신성한 생태학적 명령으로 전 세계의 동물상과 식물상을 만들어내고 배분했다. 특별한창조론은 이런 식의 논리를 펼쳤다. - P135

윌리스는 생물지리학을 범위와 영향력이 아주 큰 개념적 도구로 사용했다. 그는 종들이 어떤 곳에는 살고 어떤 곳에는 살지 않는지 너무나도 많은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특별한 창조론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관찰 자료가 기존의 이론과 어긋나는 현실 앞에서 월리스는 이론을 포기하는 쪽을 택했다. "따라서 종들의 분포를 결정하는 다른 법칙이 있다고 결론 내릴 수밖에 없다." 그는 종들의 분포뿐만 아니라 그기원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하고 있었다. - P137

아루 제도에서 쓴 논문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그 논문에서는 기후는 서로 다르지만 과거에 서로 연결돼 있었던 거대한 두 섬 뉴기니 섬과 오스트레일리아를 비교연구했다. 뉴기니 섬에는 가까운 관계이긴하지만 오스트레일리아의 화식조(큰화식조)와는 다른 작은화식조가 살고 있다. 또, 오스트레일리아의 캥거루와는 다른 나무캥거루도 살고 있다.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날까? 윌리스는 이렇게 설명했다.

오스트레일리아와 뉴기니 섬이 분리된 이후에 새로운 종들이 각 섬에 서서히 도입되었다. 그렇지만 이 종들은 이미 존재하고 있던 종들과 아주 가까운 관계였다. 그리고 그중 많은 좋은 처음부터 두 장소에 공통으로 존재했다. 이 과정에서 현재처럼 많은 근연종이 존재하는(똑같은 좋은 거의 없이)두 가지 동물상이 생겨난 게 틀림없다. 

더 보자.

분리가 일어날 당시에 한곳에만 살던 종들은 근연종이 점진적으로 도입되면서 그곳만의 특별한 집단이 생겨났다. 

표현이 다소 모호하긴 하지만, 이 이야기는 정확하면서도 중요하다. 윌리스는 사라와의 논문에서 표현한 것처럼 동일한 시간과 공간에 함께존재하는 근연종들의 패턴을 설명하는 데 한 발짝 더 다가갔다.
거기에 도달하기까지 이제 두 단계가 남아 있었다. ‘점진적 도입‘이란용어는 좀 더 명확하게 정의해야만 ‘진화‘라는 단어로 탈바꿈할 수 있을것이다.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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