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만에 거울 앞에 앉아서 에레나는 얼굴을 다듬기 시작했다. 화장도 지우지 않은 채로 사흘을 뻗어 있었으니 몰골이 도무지 말씀이 아니었다. 크린싱크림을 듬뿍 찍어 이마와 코끝, 그리고 양쪽 볼에 발랐다. 그러고는 그걸 넓게 펴서 문지르기 시작하자 가면처럼 더께더께 덮여 있던 짙은 색소 화장이 무참히 지워졌다. 펌프우물에 나가 세수를 하고 나서 다시 거울을 보았다. 콧잔등 주위로부터 뺨 쪽을 향해 깔린 주근깨들이 더 많아지고 색깔도 짙어진 듯했다. 화장에 가려 보이지않던 본래의 피부가 훤히 드러났다. 그니는 거울 속에서 음울한 눈초리로 자기를 쏘아보는 웬 낯선 여자를 발견했다. 눈꺼풀과 눈언저리를 비롯해서 얼굴 전체가 화장독이 올라 푸른 기를 띤 회색에 가까운 여자였다. 썩었다. 썩어도 아주 팍썩었다. 아주 낡은 상여 빛깔 모양으로 섬뜩한 기분을 자아내는 얼굴이었다. 거울 속의 그 여자를 매일 보는 건 아니었다. 모르고 그냥 넘어가는 날이 많았다. 그러나 어쩌다가 그 낯선 여자가 퍼뜩 눈에 띄는 날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날이면 틀림없이 재수가 더럽했다. 거울 속에서 그 여자를 내쫓기 위해서 그녀는 기초화장을 돕시 서둘렀다. - P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