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하찮은 거라도 자기 믿음을 지키기 위해서 스스로 좋아서 동물이 되는 수도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그렇게 함서 동물이 되는 수도 있습니다. 살인미수를 자백함으로써 끝까지으로써 저를 비웃던 사람들을 잠시라도 부끄럽게 만들고 싶습니다.
····(중략)··· 이미 불행해질 만큼 불행해진 우 하사를 두 번 죽이고 싶지는 않았던 겁니다. 우 하사는 전신이 불길에 휩싸였을 때 벌써 죽은 사람입니다. 그 후 부대 안에서 벌어진 모든 일들은 우 하사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는, 우 하사가 살아 있다는 가정하에 살아있는 사람들끼리 펼친 일장의 쇼에 불과합니다. 산 사람들이 즐기는 놀이를 위하여 죽은 사람이 개처럼 질질 끌려다닌다는 건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일입니다. 우 하시는 우 하사인 채로 죽어야 마땅합니다. 우 하사에서 더도 덜도 아니어야 합니다. 하루아침에 그를 영웅으로 떠받들면서 법석을 떨어대고 존경을 강요하는 건 불행하게 죽은 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며, 오히려 그의 인간다운 죽음을 모독하는 처사입니다. 제가 우 하사에게 자기를 되찾아주고 더도덜도 아닌 우 하사 본래의 자격으로 잠들 수 있도록 이 모든 추잡스러운 놀음에 종지부를 찍으려고 결심하게 된 것은 바로 이런 이유때문이었습니다. 하루라도 앞당겨 죽게 하는 것이 이런 상황 아래서는 적선이라고 확신했던 겁니다. …(중략) …제가 보인 모든 행동을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부디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용기를 가지고 새로운 삶을 스스로 열어나가십시오. 아무쪼록 우 하사의 영상을, 미스 양과는 전혀 무관한 사람들에 의해서 제멋대로 무책임하게 장식되고 채색된 그 허상을 마음으로부터 말끔히 제거해 버리십시오, 미스 양은 미스 양대로 충분히 행복해질 이유가 있다는 걸 기억하시길 빕니다. 행운을 빕니다. - P182
여론이란 건 말야, 원래 대다수 사람들 의견이 똑같은 경우를 가리키는 말 아닐까? 그런데 한두 사람, 그것도 부자지간 머리에서 나온 의견을 여론이라고 떳떳하게 얘기할 수 있을까? 그렇게 거짓말해도 법에 안 걸리고 무사할까?
무사하고말고. 얼마든지 무사할 수 있을 거야. 무사하지 않을 건거짓말한 쪽이 아니라 거짓말을 거짓말이라고 보는 쪽이겠지. 왜냐하면 힘을 쥔 사람의 말은 소리가 외가닥으로 나와도 여론이 될 수있고 무력한 대중의 말은 천 가닥 만 가닥이 합쳐져도 여전히 독창으로 취급받기 때문이야. 다수를 빙자한 소수의 여론은 언제나 대중의 솔로를 유린해 온 게 사실이거든. 이를테면 혼인을 빙자한 간음 같은... - P1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