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얼마나 작기에? 평균적인 바이러스는 평균적인 세균의 약1/10 정도 크기다. 과학의 표준측정단위인 미터법으로 표기한다면 대란 구형에 가까운 바이러스의 지름은 약 28나노미터(1미터의 280억분의 1)에서 300나노미터 정도다. 하지만 모든 바이러스가 구형은 아니다. 원통형도 있고, 실 모양도 있으며, 불쾌한 초현대식 빌딩이나 달착륙선처럼 생긴 것도 있다. 형태가 어떻든 내부 공간은 엄청나게좁다. 공간이 작기 때문에 아무리 잘 접어넣는다고 해도 게놈의 크기는 제한될 수밖에 없어 작은 바이러스는 3,000개, 가장 큰 놈이라야겨우 375,000개의 뉴클레오티드로 구성되어 있다. 참고로 생쥐의 게높은 30억 개의 뉴클레오티드로 이루어진다. 유전자가 하는 일은 바로 단백질을 만드는 것이다. 한 개의 아미노산을 만드는 데 3개의 뉴클레오티드가 필요하며, 평균 250개의 아미노산이 모여 한 개의 단백질이 만들어진다(물론 훨씬 큰 단백질도 있다). 세포나 바이러스 내부에 있는 다른 모든 것들은 이차적으로 만들어진다. 따라서 3,000개의부호는 물론, 심지어 13,000개 (독감 바이러스) 30,000개(사스 바이러스)의 부호로 된 게놈이라고 해도 매우 개략적인 설계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겨우 8~10개의 단백질을 부호화하는 작은 게놈을 갖고도바이러스는 교활하고 효과적으로 행동한다. - P335

바이러스 입장에서 가장 기본적인 4가지 과제는 어떻게 다른 숙주로 옮겨갈 것인가, 어떻게 그 숙주의 몸속에서 세포를 뚫고 들어갈 것인가, 어떻게 그 세포의 내부 기관과 자원을 징발하여 자신을 대규모로 복제할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그 세포와 숙주를 탈출할 것인가이다. 바이러스의 구조와 유전학적 능력은 이런 과제를 아주 경제적인 방식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 P335

이 유전물질을 감싸는 단백질 껍질을 캡시드capsid라고 한다. 캡시드는 두 가지 역할을 한다. 바이러스 내부의 유전물질을 보호하고, 바이러스가 세포 속으로 침입하도록 돕는 것이다. 세포 밖에 존재하는 각각의 바이러스 단위체, 즉 한 개의 입자를 비리온virion 이라고 한다. 되도록 전문용어는 쓰지 않겠지만 비리온이라는 말은 바이러스 전체와 한 개의 바이러스, 즉 바이러스라는 생물과 바이러스 입자 한 개를 구분하여 혼란을 피하고자 할 때유용하다. 또한 캡시드는 바이러스의 외부 형태를 결정한다. 예를 들어 에볼라나 마르부르크병의 비리온은 길다란 실 모양이므로 필로바이러스 filovirus * 라고 한다. 구형이나 계란형, 나선형, 또는 이십면체**모양인 바이러스 입자도 있다. 에이즈 바이러스는 공 모양이다. 광견병 바이러스는 총알 모양이다. 에볼라 바이러스와 헨드라 바이러스를섞어서 접시 위에 올려 놓는다면 연한 케이퍼 소스를 얹은 스파게티처럼 보일 것이다.
또한 많은 바이러스가 단백질뿐 아니라 숙주세포에서 빼앗은 지방분자, 심지어 복제를 끝내고 탈출하면서 숙주세포의 벽에서 뜯어낸 성분들로 또 하나의 층을 만들어 자신을 둘러싼다. 이 구조를 외피라고 한다. - P336

DNA와 RNA는 다른 특성을 갖는다. 이에 따라 바이러스 사이에가장 중요한 차이점이 생겨난다. 바로 돌연변이율이다. DNA는 두 가닥으로 이루어진 분자다. 그 유명한 이중나선이다. 두 가닥이 뉴클레오티드 염기쌍 사이의 특이적 관계(아데닌은 티민과 결합하고, 시토신은 구아닌과만 결합한다)에 의해 꼭 들어맞게 되어 있기 때문에자가복제 시 염기배열에 실수가 있어도 대부분 복구된다. 복구 작업을 담당하는 것이 단일 가닥으로부터 새로운 DNA가 생성되는 과정을촉매하는 DNA 중합효소다. 예를 들어, 아데닌이 잘못된 장소에 놓여구아닌과 연결되는 경우(아이쿠, 파트너를 잘못 찾았네!), 중합효소는실수를 인식하고 잘못된 염기쌍으로 돌아가 불일치를 교정한 후 하던일을 계속한다. 따라서 DNA 바이러스는 돌연변이 발생률이 비교적낮다. 하지만 한 가닥의 분자로 유전정보를 저장하는 RNA 바이러스에는 이런 짝짓기 시스템이나, 중합효소에 의한 검토 및 교정 과정이없기 때문에 돌연변이율이 때로는 수천 배 더 높다. 흔하지는 않지만 DNA 바이러스 중에도 유전정보를 한 가닥의 DNA에 저장하여 돌연변이율이 높은 것들이 있다. 또한 두 가닥으로 된 RNA를 지닌 바이러스도 있다. 모든 규칙에는 예외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복잡하므로 소수의 예외는 무시하고 가장 중요한 사실만 한 번 더 반복해보자. RNA 바이러스에서는 엄청나게 많은 돌연변이가 일어난다. - P338

돌연변이는 곧 새로운 유전적 변이를 의미한다. 변이는 자연선택이작동하는 기본 재료다. 대부분의 돌연변이는 결정적인 기능이상을 일으키므로 유해하다. 돌연변이가 일어난 개체는 진화적으로 막다른 골목에 들어선다. 그러나 때때로 돌연변이가 오히려 유용하고, 적응에도움이 되는 우연한 행운이 찾아오기도 한다. 돌연변이가 많이 일어날수록 이런 행운이 찾아올 가능성 또한 높아진다. 따라서 RNA 바이러스는 아마도 지구 상에 존재하는 다른 어떤 생물보다 더 빨리 진화할 것이다. 이들이 그토록 빨리 변하고, 예측할 수 없으며, 그토록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P339

왜 어떤 바이러스 질병은 크게 유행하고, 어떤 질병은 전 세계를 집어삼키며, 또 어떤 질병은 간헐적으로 유행하거나 큰 피해를 일으키지않고 그냥 지나갈까? 바이러스의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전파력과 독성이다. 이 두 가지는 속도와 질량처럼 바이러스 감염의 운명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파라미터다. 몇 가지 다른 인자들과 함께 모든 유행병의 최종 결과를 확정짓는다. 두 가지 모두 불변의 상수는아니다. 매번 다르며 상대적이다. 이 요인들은 바이러스와 숙주, 그리고 더 넓은 세상 사이의 연관성을 반영한다. 미생물뿐만 아니라 감염을 둘러싼 모든 상황을 측정하는 것이다. 전파력과 독성, 그것은 바이러스 생태학에 있어 음양의 이치와 같다. - P365

성공적인 기생체가 되려면 가장 중요한 원칙이 무엇일까? 절대로 숙주를 죽이지 말라는 것이다. 어떤 의사학자 이 개념는의 기원이 파스퇴르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주장한다. 파스퇴르의 관점에서 가장 ‘효율적인‘ 기생체는 ‘숙주와 조화롭게 사는‘ 것이므로, 잠복성 감염이야말로 ‘이상적인 기생 형태‘로 간주되었다. 한스 진서 역시 <쥐와 이와 역사>에서 똑같은 개념을 주장하며 특정한 기생체와 숙주가 장기적으로 상호 연관되는 경우, 진화적 적응에 의해 침입자와침입당한 자 사이에 보다 완벽한 상호내성‘이 형성되는 경향이 있다고설명한다. 맥팔레인 버넷도 이런 관점에 동의한다.

일반적으로, 두 가지 생물이 숙주-기생체 관계를 맺는 경우, 기생동물종의 생존은 숙주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하고 증식하는 데는 충분하지만 숙주를 죽이는 데는 충분하지 않은 정도로 숙주의 자원을 이용하는 균형상태를 달성할 때 가장 안전하게 보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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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성공적인 바이러스 중에도숙주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것들이 있다. 사망률이 99퍼센트에 이를뿐더러 오랜 세월에 걸쳐 계속 그 수준을 유지하는 바이러스도 있다.
그런 게 어디 있느냐고? 광견병 바이러스가 그렇다. 에이즈 바이러스도 그렇다. 바이러스가 숙주를 죽이느냐. 그렇지 않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언제 죽이느냐이다. - P371

 수학적으로 단순해지기 때문에 실제 상황을 다루는 데 더 간단하고 실용적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인구 200,000명인 도시에 홍역이 돈다고 해보자. 유행이 진행되는 동안 감염에 취약한 사람과 현재 감염된 사람, 감염되었다 회복된 사람의 숫자를 모두 합하면 항상 200,000명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런 계산은 출생자 수와 사망자 수가 균형을 이루어 인구가 일정하게 유지되고, 그런 안정성이 질병의유행에도 불구하고 계속된다는 가정하에서만 성립한다. 그때까지 역학자를 비롯한 의료인들은 물론 심지어 수학적으로 뛰어난 사람도 이런 접근법을 당연하게 여겼다.
앤더슨과 메이가 보기에 이런 생각은 너무 단순하고 정적이었다. 그들은 집단의 크기가 헤아릴 수 없이 많고 복잡한 인과관계에라 끊임없이 변한다고 보는 생태학자들이었다. 그들은 집단 크기를역동적인 변수로 취급했다. 집단의 크기가 변하지 않는다는 인위적인 가정을 버리고, 예컨대 집단 내에서 많은 사람이 죽고, 출생률은 떨어지며, 사회적 스트레스가 증가하거나(병원이 너무 붐빈다든지), 다른이유로 인한 사망률도 상승하는 등의 요인으로 질병 유행 자체에 의해 집단의 크기가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예로 든 세 가지요인은 한꺼번에 작용할 수도 있고, 다른 요인이 더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 P382

 앤더슨과 메이는 이렇게 썼다. ‘우리의 주된결론은 ‘균형이 잘 잡힌‘ 숙주-병원체 관계란 반드시 병원체가 숙주에게 거의 해를 끼치지 않는 관계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는 말을 강조했다. 반대로 모든 것은 조건에 따라달라진다. 그들은 모든 것이 전파와 독성 사이의 구체적인 조건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모든 것은 생태학과 진화에 달려 있다. - P385

 알려진 바이러스들을 밝은 빛깔의 피자처럼 그려 놓은 바이러스 생태계 포스터를 한번 쳐다보기만 해도 그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다. 피자의 반 이상이 RNA 바이러스였던것이다. 하지만 에디는 그저 흔한 것만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놈들은 엄청나게 빨리 진화한다. 변화무쌍하다. 적응이 빠르다.
그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돌연변이율이 높을 뿐 아니라 개체수가 어마어마하게 많다는 것이다. 두 가지 조건을 합치면 상황에 적응하여 변화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집니다.‘ RNA 바이러스는복제 속도가 매우 빨라 숙주의 몸속에서 삽시간에 숫자가 불어난다(높은 역가). 달리 말하면 급성 감염을 일으켜 단기간 동안 증상이 아주 심했다가 사라지는 경향이 있다. 사라지거나 숙주를 죽이거나 둘중에 하나라는 뜻이다. 에디는 ‘확 타올랐다가 갑자기 사그라드는 놈들‘이라고 했다. 또한 급성 감염 시 재채기, 기침, 구토, 출혈, 설사 등을 통해 숙주로부터 많은 바이러스가 쏟아져나와 다른 희생자에게 전파되기 쉽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들은 숙주의 면역계를 따돌리고 필요한 것을 탈취한 후 신체의 방어 시스템에 의해 퇴치되기 전까지 계속 증식한다. (에이즈 바이러스는 특별한 예외다.) 이렇게 빠른 복제와높은 돌연변이율로 인해 매우 다양한 유전학적 변이가 발생한다. 이런변이는 RNA 바이러스가 또 다른 숙주의 몸에 들어갔을 때, 심지어 전혀 다른 종의 숙주에게 들어갔을 때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도움이 된다. 환경이 어떻든 말이다. - P388

대부분의 DNA 바이러스는 전혀 반대다. 돌연변이율이 낮고 집단의 크기도 작은 경우가 많다. 에디에 따르면 이들은 자기영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끈질긴 방식을 택하는 경향‘이 있다. 끈질긴 잠복, 그들은 몸을 웅크린 채 기다린다. 면역계를 따돌리려고 하기보다 찾지 못하게 몸을 숨긴다. 활동을 중단하고 특정한 세포 속에 계속 머무르며때로는 몇 년씩 거의 증식하지도 않는다. 그가 전형적인 DNA 바이러스의 예로 든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나도 알고 있었다.
이놈들은 수두의 형태로 인간 감염을 일으키고, 수십 년이 지나서야대상포진이라는 형태로 재발한다. 에디의 말에 따르면 DNA 바이러스의 단점은 새로운 동물종의 몸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너무 융통성이 없다. 외골수다. 과거에 통했던 방법만 고집한다. - P388

그렇다면 왜 RNA 바이러스의 게놈은 이렇게 작을까? 자가복제 과정에서 수많은 오류가 생기기 때문에, 복제하는 데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면 오류가 축적되어 결국 아무런 기능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에디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라고 했다. RNA 바이러스가 게놈이 작을 수밖에 없는 것은 돌연변이율이 너무 높기 때문인데,
돌연변이율이 너무 높은 이유는 게놈이 작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실 이런 딜레마에는 ‘아이젠Eigen의 역설‘이라는 멋진 이름이 붙어 있다. 만프레드 아이젠Mantred Eigen은 노벨상을 수상한 독일의 화학자로거대분자의 진화를 연구해 왔다. RNA 바이러스가 이 역설을 극복하는 전략은 무수한 오류와 단순성, 불안정성을 무릅쓰고 엄청나게 많은 바리온을 만들어 초기에 다른 숙주에게 전파되는 과정을 자주 반복하는 것이다. - P389

"DNA 바이러스는 훨씬 큰 게놈을 만들 수 있습니다." RNA 바이러스와 달리 아이겐의 역설 따위는 없다. 심지어 숙주의 유전자를 끌어다 자신의 유전자와 통합시켜 숙주의 면역계를 속이기도 한다. 이들은숙주의 몸속에 훨씬 오랫동안 머물며 성적접촉이나 수직감염 등 보다느린 방식을 통해 전파될 수 있다. "RNA 바이러스는 그렇게 못하죠."
처한 상황과 택할 수 있는 옵션이 전혀 다르다. 그들은 돌연변이율을낮출 수 없다. 게놈을 키울 수도 없다. "막다른 골목에 들어선 거죠."
당신이 이렇게 막다른 골목에 처한 바이러스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장기적으로 생존을 보장받을 수 없고, 시간도 없지만 잃어버릴 것도 없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능력은 엄청나게 높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내가 가장 관심있는 주제가 튀어나왔다. 에디가 이렇게 말했던것이다. "이놈들은 종간장벽을 엄청나게 자주 뛰어넘지요." - P390

어쩌면 필드는 당장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아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잠재적 인수공통감염병이 가축 사이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며 폭발할 때만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까? 세계 곳곳의 수많은 대규모 농장에서 얼마나 많은 병원체가 그런 식으로 기회를 엿보고 있을까? 현대식 공장형 축산을 신봉하는 수많은 농장에서얼마나 많은 RNA 바이러스가 빠른 속도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을까? 이들은 아주 빠른 속도로 자가복제를 일으키고, 끊임없이 돌연변이가일어나며, 개체수가 어마어마하게 많고, 집단도 어마어마하게 크다. 그렇게 엄청난 숫자를 고려할 때 어떤 돌연변이가 종간전파로 이어질확률은 얼마나 될까?  - P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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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다가 (나는 스스로를 설득했다) ‘이제는 앞으로 나아갈 때, 과거를 놓아줄 때‘, 나에게는 잠겨있는 정원 앞에서 돌아설 때가 아닐까? 결코 가질 수 없는 것 때문에 슬퍼하는 대신 ‘현재를 살고, 지금 당장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 아닐까? 몇 년동안이나 나는 헛된 슬픔의 온실에서 허우적거렸다. 피파 피파 피파 기쁨과 절망 끝이 없었다. 나는 사실상 아무 의미도 없는 일 때문에 하늘 위의별들 사이로 붕 뜨기도 하고 말도 나오지 않는 절망에 빠지기도 했다. 내 전화기에 피파의 이름이 뜨거나 ‘사랑을 보내며‘라고 서명한 이메일(피파는수신자가 누구든 모든 메일에 그렇게 서명했다)이 오면 나는 며칠씩 날아갈 듯한 기분이었지만 피파가 호비 아저씨랑 통화를 하면서 나를 바꿔달라고 하지 않으면(사실 그래야 할 이유는 없었다) 말도 안 될 만큼 좌절했다. 나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었고, 그렇다는 사실을 나도 알았다. 더 나쁜 것은, 피파를 향한 나의 사랑이 수면 아래에서는 엄마와 엄마의 죽음, 내가 엄마를 잃었고 이제는 되찾을 수 없다는 사실과 뒤섞여 질퍽이고 있다는 점이었다. 구원하고 구원받고 싶다는, 과거로 돌아가서 삶을 바꾸고 싶다는 그맹목적이고 유아적인 갈망이 피파에게 탐욕스럽게 들러붙어 있었다. 그것은 어딘가 불안정하고 구역질나는 것이었다. 나는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보고 있었다. 좀 더 나가면 나는 트레일러 촌에 혼자 살면서 쇼핑몰에서 본 소녀를 스토킹하는 남자와 다를 것이 없었다. - P112

"엄마가 기뻐하시겠지?" 우리가 바버 부인의 방으로 서둘러 들어갈 때 킷시가 뾰족하고 작은 팔꿈치로 내 갈비뼈를 치면서 속삭였다. 바버 부인이우리 소식을 듣고 기뻐하던 장면 (킷시는 자기가 말해, 그럼 엄마가 더 기뻐할 거야라고 말했다)은 아무리 곱씹어도 절대 지겹지 않았다. 깜짝 놀란 눈빛 차갑고 지친 얼굴에서 무방비 상태로 환하게 피어나던 기쁨. 한 손은 나를 한 손은 킷시를 잡고 있었지만 그 아름다운 미소-나는 그 미소를 결코잊지 못할 것이다는 온전히 나를 향한 것이었다.
내가 누군가를 그토록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지 누가 알았을까? 또는, 나자신이 그렇게 행복할지 누가 알았을까? 내 기분은 새총처럼 날았고, 여러해 동안 갇혀서 마비되어 있던 내 심장은 유리잔에 갇힌 벌처럼 쌩쌩 여기저기 부딪쳤다. 모든 것이 눈부시고 날카롭고 혼란스럽고 이상했다. 하지만그것은 여러 해 동안 약 기운 속에서 썩은 이처럼 나를 괴롭히던 둔중한 불행, 무언가를 망쳤다는 기분 더럽고 메스꺼운 통증과는 전혀 다른 깨끗한통증이었다. 그 명확함은 정말 기분 좋았다. 모든 것을 흐릿하게 만드는 얼룩진 안경을 벗은 것 같았다. 여름 내내 나는 사실상 무아지경 상태였다. 나는 얼얼하고 멍하고 힘이 넘쳤고, 진을 마시고 칵테일새우를 먹고 상쾌한 테니스공 소리를 듣는 나날이 계속되었다. 나는 킷시, 킷시, 킷시 생각밖에 할 수 없었다.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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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반점이었다. 그 반점은 마을이었기 때문이다. 마을은 불타고 있었다. 남자들이 불을 지른 것이었다. 남자들은 군인이었기 때문이다. 전쟁 중이었기 때문이다. 못을 박은 그들의 군화 밑에서 눈이 비명을 질렀다. 역겨운 비명을 질렀다. 눈이, 사람들이 집들을 둘러서 있고, 집들은 불타고 있었다. 그들은 솥이며 아이들, 이불을 옆구리에 끼고 있었다. 핏빛 눈 속에서 고양이들이 비명을 질렀다. 눈은 불에 비쳐 그렇게 붉은 것이었다. 그리고 눈은 말이 없었다. 사람들이 바작바작 타며 신음 소리를 내는 집들 주변에 말없이 둘러서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눈은 비명을 지를 수 없었다.  - P21

머리가 벗어진 남자들이 탁자 앞에 서 있었다. 두 시간 전에 그중 한 남자가 붉은 색연필로 선을 하나 그었다. 지도 위에, 지도 위에는 점이 한 개 있었다. 그 마을이었다. 그다음누군가가 전화를 했다. 그러자 군인들이 반점, 핏빛으로 불타는 그 마을을 밤의 어둠 속으로 깨끗이 쓸어 넣어버렸다.
담홍색 눈 속에서 비명을 지르며 얼어 죽어가는 고양이들과함께 머리가 벗어진 남자들 사이에서 다시 나지막한 노랫소리가 들렸다. 한 처녀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리고 때때로 천둥소리가 들렸다. 아주 멀리서남자들이 밤거리를 지나갔다. 그들은 콧노래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배나무 냄새를 맡았다. 전쟁 중이 아니었다. 남자들은 또 군인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때 하늘에는 핏빛 반점이 하나 있었다. 남자들은 이제 콧노래를 그쳤다. 한 남자가말했다. 저기 봐, 태양이야. 그들은 계속 걸어갔다. 그러나이제 콧노래는 부르지 않았다. 꽃 피는 배나무 아래에서 담홍색 눈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이 붉게 물든 눈에서 다시는 벗어나지 못했다. - P22

 두려움 때문에 기름에 심지를 담가 불을 붙이지. 그러나우리는 여전히 바보들이야. 이 모든 걸 우리는 두려움 때문에, 두려움을 이기려고 하는 거야. 철모를 쓰는 것도 두려움때문이야. 그러나 이 모든 게 우리에게 아무 소용이 없어. 우리가 실크 속치마나 밤꾀꼬리의 신음소리에 빠져 우리 자신의 삶을 잊는다 해도, 어느새 두려움이 우리를 사로잡거든, 그 순간, 두려움은 어디선가 기침을 하고 있어. 두려움이우리를 엄습하면 철모도 소용이 없어. 그러면 집도 여자도 술도 철모도 아무 소용이 없는 거야.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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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또 한 가지 요인은 SARS-CoV가 인체를 침범하는 방식 자체일 것이다. 우선 증상이 감염력이 매우 높아지기 전에 나타난다. 두통, 발열, 오한, 아마 기침까지도 본격적으로 바이러스를 다른 사람들에게 퍼뜨리기 전에 시작된다. 심지어 슈퍼전파자들도 그랬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많은 감염자들을 감염력이 최고조에 달하기 전에 발견하여 입원 및 격리시킬 수 있었다. 애석한 점은 전염력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의료인들이 희생되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들에게 감염을 옮길 수 있는 사람이 스스로 건강하다고 생각한 채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 상황보다는 훨씬낫다. 이것이야말로 행운이다. 독감을 비롯한 많은 질병에서는 이 순서가 반대다. 증상이 나타나기 며칠 전부터 이미 감염을 퍼뜨리고 다닌다. 위험이 닥친 후에야 경고가 따라오는 셈이다. 사스라는 질병이이랬다면 2003년 유행은 그리 쉽게 끝나지 않고 훨씬 암울하게 전개되었을 것이다. - P259

 정신병원 안에 있는 풀밭에 양을 몇 마리 길렀던 것이다. 그해 새끼 낳는 기간에 새끼양 한 마리가 어미에게 버림받은 일이 있었다. 환자 하나가 그 새끼를 키우겠다고 자청하여 자기 침실로데려가 하루에 여섯 번씩 젖병으로 젖을 먹였다. 다른 환자들도 이 새끼양을 귀여워하여 끌어안곤 했다. 누군가는 정신질환에 치유효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 듯도 하다. 물론 양의 Q열 검사에서 양성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얘기다. 오랫동안 인간의 감정은 인수공통감염병을 예방하는 데 걸림돌이 되었다. 변기 뚜껑이 열려 있으면 그 속의 물을 마시곤 하는 애완견과 입을 맞추는 행위도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 P287

배설물이 밀짚에 스며들며 천천히 퇴비가 되는 동안, 콕시엘라 버네티의 숫자 또한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쓰레기 더미 아래 깊숙한 곳에서 언제고 터져나올 순간만 기다리는 거죠." 밀짚이 축사 구덩이 가장자리에 이르러 더 이상 새로운 밀짚을 깔 수 없게 될 때까지 그중 한 마리라도 감염된다면 수많은 염소에게 세균이 쉽게 퍼질 수 있다. 또한, 어느날 염소들을 밖으로 내보내고 기계가 들어와 그 귀중한 퇴비를 퍼내어 밭과 목초지에 뿌리는 순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세균이 미세한 저항성 입자의 형태로 산들바람에 실려 주변으로 퍼진다.
로스트의 말에 따르면 네덜란드식 고밀집형 염소 낙농업은 최근 발생한 유행의 원인 중 하나다. 염소 숫자가 늘어난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염소농장의 평균 크기가 어느때보다도 커졌다는 것이 문제다.  - P290

생물학의 현대적 발전을 높이 평가하는 다른 연구자들은 감염병이라는 현상을 전반적으로 자연계에 존재하는 생물계 사이의 다른 수많은 경쟁과 동일한 특성을 지닌 인간과 미생물 사이의 생존경쟁이라는 생태학적 맥락에서 파악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 P295

버넷은 책에서 캘리포니아산 작은잉꼬, 오스트레일리아산 야생 앵무새, X씨가 우중충한 뒷마당 헛간에서 길러 한 동물들에 의해 새를 좋아하는 멜버른의 노동자들이 감염병에 시달린 이야기를 다시 들려준다. 버넷은 앵무새병이 정상적으로는 감염력이 그리 높지 않다고 적었다. 야생조류 집단에서는 풍토병처럼 존재하며 거의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앵무새들도 야생에서 자연 상태로 살도록 내버려둔다면 아무런 증상도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어쩌면 보다 합리적일 것이다. 그러나 새 사냥꾼과 중간 상인인 X씨는 그들의자연적인 삶을 단절시켰다. ‘포획된 새들은 붐비고 지저분한 곳에서살며 운동을 하거나 햇빛을 볼 기회조차 없었으므로 잠복감염이 급성질병으로 나타난 것도 당연한 일이다. 환경적인 스트레스에 의해 클라미도필라 시타키Chlamydophila psittaci*가 증식하여 폭발적인 질병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버넷은 이 사건과 비슷한 다른 사건들을 통해 감염병에 관한 한 가지 일반적인 진실이 드러난다고 썼다. ‘감염병이란 인간과 기생병원체사이의 갈등이다. 안정적인 환경이라면 두 가지 생물종은 영원히 생존할 수 있는 사실상의 평형상태, 즉 극단계climax state에 도달한다. 하지만 인간은 스스로의 활동에 의해 끊임없이 변하는 환경에서 살기때문에 질병 또한 그런 평형상태에 이르는 경우가 거의 없다.‘ 전체적인 개념, 특히 인간에 의한 환경의 교란이 유행병을 촉발시킨다는 점에서 버넷은 옳았다.  - P297

하지만 잠깐 우리는 생태학을 다루고 있고 생태학은 매우 복잡하다. 추가적으로 두 가지 인자를 고려해야 한다. 한 가지는 불변의 사실이고, 한 가지는 변수다. 불변의 사실이란 검은다리진드기 사이에서 보렐리아 부르크도르페리의 수직감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쉬운 말로 하자면 감염이 대물림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한마리의 사슴에 달라붙어 피를 빨던 진드기 암컷에서 태어난 100만 마리의 아기 진드기 중에 부화 당시에 보렐리아 부르크도르페리에 감염된 놈은 한 마리도 없다. 사슴과 모든 암컷 진드기가 감염되어 있다고 해도 말이다. 새끼들은 깨끗하고 건강한 상태로 세상에 태어난다. 따라서 진드기의 모든 세대는 새롭게 감염된다. 일반적으로 유충 시기에 감염된 숙주(생쥐나 뾰족뒤쥐의 피를 빤결과 나선균에 감염되는 것으로보인다. 이놈들이 변태를 거쳐 약충이 되고 감염되지 않은 숙주의 몸에 달라붙어 피를 빠는 순간 혈액 응고 성분이 포함된 침을 통해 나선균이 전파된다. "진드기가 포유동물을 통해 병에 걸리지 않는다면 나중에 다른 포유동물에게 병을 옮기지도 않습니다." 오스트펠드의 말이다. 이런 상호감염을 통해 보렐리아 부르크도르페리는 진드기에서도, 숙주에서도 높은 감염률을 유지한다. - P315

나선균이 대물림되지 않는다는 불변의 사실과 관련된 변수는 오스트펠드를 비롯한 연구자들이 보유숙주 전파력‘이라고 부르는 요소다.
이미 감염된 숙주가 자기 몸에 달라붙어 피를 빠는 진드기에게 감염을 전달해줄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측정한 것이다. 보육숙주 전파력은동물마다 다르며, 병원체에 대한 면역반응의 강도와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면역반응이 약하여 혈액 속에 나선균 숫자가 많다면 그 동물은 보렐리아 부르크도르페리의 보유숙주로서 진드기에게 감염을 옮기는 ‘전파력‘이 높다. 면역반응이 강하고 효과적이어서 혈액 속 나선균의 숫자가 크게 줄어든다면 그 동물은 보유숙주로서 ‘전파력‘이 비교적 낮다. 포획된 동물과 그들의 몸에 붙어 기생하는 진드기를 대상으로 한 오스트펠드 팀의 연구 결과, 라임병 나선균의 보유숙주 중 가장 전파력이 높은 동물은 흰발생쥐였다. 다람쥐가 한참 뒤진2등, 뾰족뒤쥐는 근소한 차이로 3등이었다. - P315

이것은 그가 20년간 연구 끝에 얻어낸 가장 중요한 결론이다. 특정한 지역에서 라임병의 위험은 토종 동물종의 다양성이 줄어들수록 높아지는 것 같다. 왜 그럴까? 아마도 생쥐나 뾰족뒤쥐(전파력이 높다)와 서식지를 공유하는 거의 모든 척추동물숙주(전파력이 낮다) 사이에 보유숙주 전파력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가장 전파력이 높은 보유숙주의 효과가 전파력이 낮은 다른 동물의 존재로 인해 희석되는 것이다. 생태학적 역할을 담당하는 동물들, 즉 매, 올빼미, 여우, 족제비, 주머니쥐 등 중간 크기의 포식자와 청설모나 다람쥐 등 몸집이 작은 경쟁자가 모두 존재하는 숲에서는 흰발생쥐와 뾰족뒤쥐의 개체수가 상대적으로 적고 포식과 경쟁에 의해 크게 늘어나지도 못한다. 평균적인 보유숙주 전파력이 낮게 유지되는 것이다.  - P321

이런 통찰을 통해 오스트펠드는 공중보건에 직접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질문을 떠올리게 되었다. 어떤 조건에서 숲 속의 동물 다양성이 줄어들까? 보다 현실적으로 표현하면 어떤 조림지와 녹지와 공원에서 라임병에 노출될 위험이 가장 클까? 포장도로와 빌딩과 기타 인공물로 둘러싸인 숲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모두 생태학적으로 고립된 섬과 같다. 이런 숲은 마음대로 드나들기 어렵기 때문에 이곳에 사는 육상동물들의 공동체는 외부와 단절된다.(조류 또한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섬이라도 큰섬에는 일반적으로 작은 섬보다 더 많은 동물종이 산다. 마다가스카르는 피지보다 생물다양성이 높으며, 피지는 트루크 제도(태평양 서부 캐롤라인 제도 중 일부에 해당하는 몇몇 섬들)보다 생물다양성이높다. 왜 그럴까? 간단히 말하자면 육지의 면적이 넓고 다양한 서식지가 존재할수록 더 많은 종류의 생물이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 P322

스 카운티 같은 환경에서 규모가 작은 조림지에는 몇 가지 동물종만 살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중 하나가 바로 흰발생쥐다. 이 녀석은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고 생존력이 강하며, 새끼를 많이 낳고 기회를 잘 포착한다. 흰발생쥐는 틀림없이 그곳에 들어와 살 것이다. 포식자와 경쟁자가 거의 없으므로 개체수는 어느 정도 변동은 있겠지만평균적으로 높게 유지되며 도토리가 많이 열린 해 뒤로는 몇 년간 여름만 되면 급증할 것이다. 작은 조림지는 하멜른(Hamelin, 독일 북부의 도시로 ‘피리부는 사나이‘의 전설로 유명하다-역주)의 거리처럼 생쥐들이 득실댈 것이다. 진드기 숫자도 늘어날 것이다. 흰발생쥐는 털에 붙은 유충을 떼어내는 데 서툴기 때문에(주머니쥐나 개똥지빠귀는 물론 줄다람쥐보다도 못하다), 진드기들은 피를 배불리 빨아먹고 많은 숫자가 생존할 것이다. 또한 흰발생쥐는 보렐리아 부르크도르페리의 보유숙주 전파력이 높아 균을 효율적으로 증식시키고 전달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진드기들이 감염될 것이다. 동물종의 다양성이 풍부한 큰 규모의 숲이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흰발생쥐는 다양한 포식자와 경쟁자들에 둘러싸여 개체수가 많이 늘지 못한다. 다른 동물은 나선균의 숙주 전파력이높지 않으며, 굶주린 진드기 유충을 잘 견디지 못한다. 전체적으로 감염된 진그기 숫자가 줄어드는 것이다. - P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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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적이었다. 아니, 절망적인 것 이상이었다. 모욕적이었다. 피파가 오면 나는 항상 내 방문을 조금 열어두었는데, 그다지 교묘하다고 할 수 없는 초대였다. (너무 연약해서 땅 위를 잘 걷지 못하는 작은 인어공주처럼) 발을 끄는 사랑스러운 발걸음조차도 나를 미치게 만들었다. 피파는 모든 것에 엮여 있는 황금실, 아름다움을 확대해 온 세상을 오직 그녀와 관련된것으로 바꾸는 렌즈였다.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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