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나는 스스로를 설득했다) ‘이제는 앞으로 나아갈 때, 과거를 놓아줄 때‘, 나에게는 잠겨있는 정원 앞에서 돌아설 때가 아닐까? 결코 가질 수 없는 것 때문에 슬퍼하는 대신 ‘현재를 살고, 지금 당장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 아닐까? 몇 년동안이나 나는 헛된 슬픔의 온실에서 허우적거렸다. 피파 피파 피파 기쁨과 절망 끝이 없었다. 나는 사실상 아무 의미도 없는 일 때문에 하늘 위의별들 사이로 붕 뜨기도 하고 말도 나오지 않는 절망에 빠지기도 했다. 내 전화기에 피파의 이름이 뜨거나 ‘사랑을 보내며‘라고 서명한 이메일(피파는수신자가 누구든 모든 메일에 그렇게 서명했다)이 오면 나는 며칠씩 날아갈 듯한 기분이었지만 피파가 호비 아저씨랑 통화를 하면서 나를 바꿔달라고 하지 않으면(사실 그래야 할 이유는 없었다) 말도 안 될 만큼 좌절했다. 나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었고, 그렇다는 사실을 나도 알았다. 더 나쁜 것은, 피파를 향한 나의 사랑이 수면 아래에서는 엄마와 엄마의 죽음, 내가 엄마를 잃었고 이제는 되찾을 수 없다는 사실과 뒤섞여 질퍽이고 있다는 점이었다. 구원하고 구원받고 싶다는, 과거로 돌아가서 삶을 바꾸고 싶다는 그맹목적이고 유아적인 갈망이 피파에게 탐욕스럽게 들러붙어 있었다. 그것은 어딘가 불안정하고 구역질나는 것이었다. 나는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보고 있었다. 좀 더 나가면 나는 트레일러 촌에 혼자 살면서 쇼핑몰에서 본 소녀를 스토킹하는 남자와 다를 것이 없었다. - P112
"엄마가 기뻐하시겠지?" 우리가 바버 부인의 방으로 서둘러 들어갈 때 킷시가 뾰족하고 작은 팔꿈치로 내 갈비뼈를 치면서 속삭였다. 바버 부인이우리 소식을 듣고 기뻐하던 장면 (킷시는 자기가 말해, 그럼 엄마가 더 기뻐할 거야라고 말했다)은 아무리 곱씹어도 절대 지겹지 않았다. 깜짝 놀란 눈빛 차갑고 지친 얼굴에서 무방비 상태로 환하게 피어나던 기쁨. 한 손은 나를 한 손은 킷시를 잡고 있었지만 그 아름다운 미소-나는 그 미소를 결코잊지 못할 것이다는 온전히 나를 향한 것이었다. 내가 누군가를 그토록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지 누가 알았을까? 또는, 나자신이 그렇게 행복할지 누가 알았을까? 내 기분은 새총처럼 날았고, 여러해 동안 갇혀서 마비되어 있던 내 심장은 유리잔에 갇힌 벌처럼 쌩쌩 여기저기 부딪쳤다. 모든 것이 눈부시고 날카롭고 혼란스럽고 이상했다. 하지만그것은 여러 해 동안 약 기운 속에서 썩은 이처럼 나를 괴롭히던 둔중한 불행, 무언가를 망쳤다는 기분 더럽고 메스꺼운 통증과는 전혀 다른 깨끗한통증이었다. 그 명확함은 정말 기분 좋았다. 모든 것을 흐릿하게 만드는 얼룩진 안경을 벗은 것 같았다. 여름 내내 나는 사실상 무아지경 상태였다. 나는 얼얼하고 멍하고 힘이 넘쳤고, 진을 마시고 칵테일새우를 먹고 상쾌한 테니스공 소리를 듣는 나날이 계속되었다. 나는 킷시, 킷시, 킷시 생각밖에 할 수 없었다. - P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