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중요한 또 한 가지 요인은 SARS-CoV가 인체를 침범하는 방식 자체일 것이다. 우선 증상이 감염력이 매우 높아지기 전에 나타난다. 두통, 발열, 오한, 아마 기침까지도 본격적으로 바이러스를 다른 사람들에게 퍼뜨리기 전에 시작된다. 심지어 슈퍼전파자들도 그랬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많은 감염자들을 감염력이 최고조에 달하기 전에 발견하여 입원 및 격리시킬 수 있었다. 애석한 점은 전염력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의료인들이 희생되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들에게 감염을 옮길 수 있는 사람이 스스로 건강하다고 생각한 채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 상황보다는 훨씬낫다. 이것이야말로 행운이다. 독감을 비롯한 많은 질병에서는 이 순서가 반대다. 증상이 나타나기 며칠 전부터 이미 감염을 퍼뜨리고 다닌다. 위험이 닥친 후에야 경고가 따라오는 셈이다. 사스라는 질병이이랬다면 2003년 유행은 그리 쉽게 끝나지 않고 훨씬 암울하게 전개되었을 것이다. - P259

 정신병원 안에 있는 풀밭에 양을 몇 마리 길렀던 것이다. 그해 새끼 낳는 기간에 새끼양 한 마리가 어미에게 버림받은 일이 있었다. 환자 하나가 그 새끼를 키우겠다고 자청하여 자기 침실로데려가 하루에 여섯 번씩 젖병으로 젖을 먹였다. 다른 환자들도 이 새끼양을 귀여워하여 끌어안곤 했다. 누군가는 정신질환에 치유효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 듯도 하다. 물론 양의 Q열 검사에서 양성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얘기다. 오랫동안 인간의 감정은 인수공통감염병을 예방하는 데 걸림돌이 되었다. 변기 뚜껑이 열려 있으면 그 속의 물을 마시곤 하는 애완견과 입을 맞추는 행위도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 P287

배설물이 밀짚에 스며들며 천천히 퇴비가 되는 동안, 콕시엘라 버네티의 숫자 또한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쓰레기 더미 아래 깊숙한 곳에서 언제고 터져나올 순간만 기다리는 거죠." 밀짚이 축사 구덩이 가장자리에 이르러 더 이상 새로운 밀짚을 깔 수 없게 될 때까지 그중 한 마리라도 감염된다면 수많은 염소에게 세균이 쉽게 퍼질 수 있다. 또한, 어느날 염소들을 밖으로 내보내고 기계가 들어와 그 귀중한 퇴비를 퍼내어 밭과 목초지에 뿌리는 순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세균이 미세한 저항성 입자의 형태로 산들바람에 실려 주변으로 퍼진다.
로스트의 말에 따르면 네덜란드식 고밀집형 염소 낙농업은 최근 발생한 유행의 원인 중 하나다. 염소 숫자가 늘어난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염소농장의 평균 크기가 어느때보다도 커졌다는 것이 문제다.  - P290

생물학의 현대적 발전을 높이 평가하는 다른 연구자들은 감염병이라는 현상을 전반적으로 자연계에 존재하는 생물계 사이의 다른 수많은 경쟁과 동일한 특성을 지닌 인간과 미생물 사이의 생존경쟁이라는 생태학적 맥락에서 파악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 P295

버넷은 책에서 캘리포니아산 작은잉꼬, 오스트레일리아산 야생 앵무새, X씨가 우중충한 뒷마당 헛간에서 길러 한 동물들에 의해 새를 좋아하는 멜버른의 노동자들이 감염병에 시달린 이야기를 다시 들려준다. 버넷은 앵무새병이 정상적으로는 감염력이 그리 높지 않다고 적었다. 야생조류 집단에서는 풍토병처럼 존재하며 거의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앵무새들도 야생에서 자연 상태로 살도록 내버려둔다면 아무런 증상도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어쩌면 보다 합리적일 것이다. 그러나 새 사냥꾼과 중간 상인인 X씨는 그들의자연적인 삶을 단절시켰다. ‘포획된 새들은 붐비고 지저분한 곳에서살며 운동을 하거나 햇빛을 볼 기회조차 없었으므로 잠복감염이 급성질병으로 나타난 것도 당연한 일이다. 환경적인 스트레스에 의해 클라미도필라 시타키Chlamydophila psittaci*가 증식하여 폭발적인 질병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버넷은 이 사건과 비슷한 다른 사건들을 통해 감염병에 관한 한 가지 일반적인 진실이 드러난다고 썼다. ‘감염병이란 인간과 기생병원체사이의 갈등이다. 안정적인 환경이라면 두 가지 생물종은 영원히 생존할 수 있는 사실상의 평형상태, 즉 극단계climax state에 도달한다. 하지만 인간은 스스로의 활동에 의해 끊임없이 변하는 환경에서 살기때문에 질병 또한 그런 평형상태에 이르는 경우가 거의 없다.‘ 전체적인 개념, 특히 인간에 의한 환경의 교란이 유행병을 촉발시킨다는 점에서 버넷은 옳았다.  - P297

하지만 잠깐 우리는 생태학을 다루고 있고 생태학은 매우 복잡하다. 추가적으로 두 가지 인자를 고려해야 한다. 한 가지는 불변의 사실이고, 한 가지는 변수다. 불변의 사실이란 검은다리진드기 사이에서 보렐리아 부르크도르페리의 수직감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쉬운 말로 하자면 감염이 대물림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한마리의 사슴에 달라붙어 피를 빨던 진드기 암컷에서 태어난 100만 마리의 아기 진드기 중에 부화 당시에 보렐리아 부르크도르페리에 감염된 놈은 한 마리도 없다. 사슴과 모든 암컷 진드기가 감염되어 있다고 해도 말이다. 새끼들은 깨끗하고 건강한 상태로 세상에 태어난다. 따라서 진드기의 모든 세대는 새롭게 감염된다. 일반적으로 유충 시기에 감염된 숙주(생쥐나 뾰족뒤쥐의 피를 빤결과 나선균에 감염되는 것으로보인다. 이놈들이 변태를 거쳐 약충이 되고 감염되지 않은 숙주의 몸에 달라붙어 피를 빠는 순간 혈액 응고 성분이 포함된 침을 통해 나선균이 전파된다. "진드기가 포유동물을 통해 병에 걸리지 않는다면 나중에 다른 포유동물에게 병을 옮기지도 않습니다." 오스트펠드의 말이다. 이런 상호감염을 통해 보렐리아 부르크도르페리는 진드기에서도, 숙주에서도 높은 감염률을 유지한다. - P315

나선균이 대물림되지 않는다는 불변의 사실과 관련된 변수는 오스트펠드를 비롯한 연구자들이 보유숙주 전파력‘이라고 부르는 요소다.
이미 감염된 숙주가 자기 몸에 달라붙어 피를 빠는 진드기에게 감염을 전달해줄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측정한 것이다. 보육숙주 전파력은동물마다 다르며, 병원체에 대한 면역반응의 강도와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면역반응이 약하여 혈액 속에 나선균 숫자가 많다면 그 동물은 보렐리아 부르크도르페리의 보유숙주로서 진드기에게 감염을 옮기는 ‘전파력‘이 높다. 면역반응이 강하고 효과적이어서 혈액 속 나선균의 숫자가 크게 줄어든다면 그 동물은 보유숙주로서 ‘전파력‘이 비교적 낮다. 포획된 동물과 그들의 몸에 붙어 기생하는 진드기를 대상으로 한 오스트펠드 팀의 연구 결과, 라임병 나선균의 보유숙주 중 가장 전파력이 높은 동물은 흰발생쥐였다. 다람쥐가 한참 뒤진2등, 뾰족뒤쥐는 근소한 차이로 3등이었다. - P315

이것은 그가 20년간 연구 끝에 얻어낸 가장 중요한 결론이다. 특정한 지역에서 라임병의 위험은 토종 동물종의 다양성이 줄어들수록 높아지는 것 같다. 왜 그럴까? 아마도 생쥐나 뾰족뒤쥐(전파력이 높다)와 서식지를 공유하는 거의 모든 척추동물숙주(전파력이 낮다) 사이에 보유숙주 전파력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가장 전파력이 높은 보유숙주의 효과가 전파력이 낮은 다른 동물의 존재로 인해 희석되는 것이다. 생태학적 역할을 담당하는 동물들, 즉 매, 올빼미, 여우, 족제비, 주머니쥐 등 중간 크기의 포식자와 청설모나 다람쥐 등 몸집이 작은 경쟁자가 모두 존재하는 숲에서는 흰발생쥐와 뾰족뒤쥐의 개체수가 상대적으로 적고 포식과 경쟁에 의해 크게 늘어나지도 못한다. 평균적인 보유숙주 전파력이 낮게 유지되는 것이다.  - P321

이런 통찰을 통해 오스트펠드는 공중보건에 직접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질문을 떠올리게 되었다. 어떤 조건에서 숲 속의 동물 다양성이 줄어들까? 보다 현실적으로 표현하면 어떤 조림지와 녹지와 공원에서 라임병에 노출될 위험이 가장 클까? 포장도로와 빌딩과 기타 인공물로 둘러싸인 숲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모두 생태학적으로 고립된 섬과 같다. 이런 숲은 마음대로 드나들기 어렵기 때문에 이곳에 사는 육상동물들의 공동체는 외부와 단절된다.(조류 또한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섬이라도 큰섬에는 일반적으로 작은 섬보다 더 많은 동물종이 산다. 마다가스카르는 피지보다 생물다양성이 높으며, 피지는 트루크 제도(태평양 서부 캐롤라인 제도 중 일부에 해당하는 몇몇 섬들)보다 생물다양성이높다. 왜 그럴까? 간단히 말하자면 육지의 면적이 넓고 다양한 서식지가 존재할수록 더 많은 종류의 생물이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 P322

스 카운티 같은 환경에서 규모가 작은 조림지에는 몇 가지 동물종만 살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중 하나가 바로 흰발생쥐다. 이 녀석은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고 생존력이 강하며, 새끼를 많이 낳고 기회를 잘 포착한다. 흰발생쥐는 틀림없이 그곳에 들어와 살 것이다. 포식자와 경쟁자가 거의 없으므로 개체수는 어느 정도 변동은 있겠지만평균적으로 높게 유지되며 도토리가 많이 열린 해 뒤로는 몇 년간 여름만 되면 급증할 것이다. 작은 조림지는 하멜른(Hamelin, 독일 북부의 도시로 ‘피리부는 사나이‘의 전설로 유명하다-역주)의 거리처럼 생쥐들이 득실댈 것이다. 진드기 숫자도 늘어날 것이다. 흰발생쥐는 털에 붙은 유충을 떼어내는 데 서툴기 때문에(주머니쥐나 개똥지빠귀는 물론 줄다람쥐보다도 못하다), 진드기들은 피를 배불리 빨아먹고 많은 숫자가 생존할 것이다. 또한 흰발생쥐는 보렐리아 부르크도르페리의 보유숙주 전파력이 높아 균을 효율적으로 증식시키고 전달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진드기들이 감염될 것이다. 동물종의 다양성이 풍부한 큰 규모의 숲이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흰발생쥐는 다양한 포식자와 경쟁자들에 둘러싸여 개체수가 많이 늘지 못한다. 다른 동물은 나선균의 숙주 전파력이높지 않으며, 굶주린 진드기 유충을 잘 견디지 못한다. 전체적으로 감염된 진그기 숫자가 줄어드는 것이다. - P32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