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허구 시나리오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때것도 기후 위기가 택할 보다 기후위기에 대해 들을 때 훨씬 더 마음이 불편하다. 우리는 잘못이 있는 사람을 명확하게 특정할 수 없으면 반대로 언제나 개인자신에게도 잘못이 있으면 자신을 등장인물과 유쾌하게 동일화하지 못한다. 생활양식상으로 적대자에 속하는 사람은 주인공과 동일화를 시키지 못한다. 그 대신 양심의 가책이나 억압이 생겨날 위험이있다. 이는 영화관을 방문할 때마다 독이 된다. 재앙을 막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소비를 덜 하고 비행기를 덜 타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덜 하면 될까? 우리를 나락으로 떨어지게 만드는 것은 한번의 실수가 아니라 아무 행위도 하지 않는 것, 또는 상황을 그냥 지속시키는 무지함이다.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은 "상황이 ‘그렇게계속‘ 지속된다는 사실이 재앙이다."라고 말했다. - P437

현 상태Status Quo를 변화시키는 것은 우리에게 너무나 강력한 도전과제이므로 추상적 차원의 긍정적 변화를 통해 얻는 이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생존할 수 있는 지구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보호할 수 있는 경제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라는가장 단순한 주장도 원하는 효과를 얻지 못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대니얼 카너먼이 연구한 이른바 손실 회피 LossAversion인데, 이는 사람들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 이익보다손실에 훨씬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이게 한다. 손실 회피는 특히 생태와경제 사이의 경쟁으로 조장된다. 사람들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자신에게 경제 쪽이 더 유리해 보이기 때문에 경제를선호한다. 추상적인 기후 위기는 손실 회피의 완벽한 예이다. 현재의손실과 미래 이익이 제한되어 있다는 사실은 매우 구체적인 고통이며, 그에 비해 미래는 본질적으로 항상 불확실하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를 무조건 만끽하려고 한다. - P440

지구가 암울해지면서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새로운 장르가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닐 것이다. 1815년 4월 5일, 발리에서 동쪽으로 약 300킬로미터 떨어진 탐보라 산에서 기록상 가장 격렬한 화산이 폭발했을 때 거대한 먼지구름이 전 세계로 퍼져 태양을 어둑하게 만들고 기온을 3~6도 떨어뜨렸다. 그 결과 심각한 기후 변화가 일어났고, 1816년은 역사상 ‘여름이 없는 해‘로 불렸다. 그해 5월 영국의시인 바이런 경Lord Byron은 제네바에 거주하고 있었는데, 그곳에는 우연히 메리 셸리Mary Shelly도 그녀의 연인과 머물고 있었다. 그들은 제네바 호숫가에 위치한 두 개의 인접한 저택에 함께 앉아 있었다. 비때문에 꼼짝없이 집안에 묶여 있을 수밖에 없었다. 어느 날 바이런은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무서운이야기를 한 편씩 쓰자고 모두에게 제안했다. 바이런은 뱀파이어 이야기를 썼고, 셸리는 시체를 부활시키는 이야기가 가능할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2년 후 그녀의 소설 『프랑켄슈타인 혹은 현대의 프로메테우스 Frankenstein: or, the ModernPrometheus』가 출판되어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그 후로 2세기가 넘는동안 미래의 소재를 뚜렷히 보여주는 장르로 굳어졌고 우리는 이러한 소재를 통해 배움과 성장을 함께 했다. 그 장르는 바로 SF다. 그리고 아마도 오늘날의 SF는 행복과 정의를 찾고 발견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 P458

작가 윌 스토가 자신의 저서 「셀피 : 서구는 어떻게 자신에게 집착하게 되었는가 Selfie: How The West Becamed Self-Obsessed』(국내 출간 시부제는 바뀌었다. 편집자)에서 설명하고 있듯이, 우리 시대가 처한 자기서사의 위기는 많은 사람을 자살로 이끌고 있다. 자신에 대한 높은 기대,
다른 사람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망감, 수치심, 이러한 악순환을끊고 싶은 충동. 이러한 슬픈 패턴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0.1퍼센트의 사람들이 자살로 목숨을 잃고 100명 중 2명은 살면서 자살을 시도한다. 낮은 수치이기는 하지만 자기 보호가 사실상 우리의 가장 강력한 추진력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나게 높은 수치이다. 생존은 우리존재의 주요 목적이다. 점점 더 많은 사람은 보조 약물의 도움으로 생존을 이어 나가고 있다. 이를테면 미국 인구의 8~10퍼센트가 항우울제를 복용하고 있으며 수백만 명이 약물 복용과 관계없이 우울해한다. 아마도 인류가 오늘날만큼 건강했던 적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와동시에 그 어느 때보다 과중한 부담을 느끼고 불행하다고 느낀 적도없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지쳐버린 원숭이가 되었을 뿐일까? - P462

이야기의 과잉 공급은 사람들이 선택 가능성과 자유의 폭이 더넓다고 생각하게 만들지만, 앞에서 언급한 피로감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서사를 단순화하려는 욕구를 촉발하기도 한다. 이는 머지않아 우리가 ‘서사부조화‘라고 부르는 것으로 이어진다. 인지부조화와 유사하게 서사 부조화는 이치에 맞는 두 가지 내러티브가 서로 모순될때 발생하는 긴장감이다. 이는 모호함을 제거하고 ‘우리가 동의할 수있는‘ 내러티브를 내세우려는 시도로 이어진다(8장의 주도문화 Leitkultur내러티브 참조). 이제는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이 현재의 만물 질서와 나아가 다수의 이야기를 쉽게 비판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현실을 어떻게 지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합의가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고 사회가 적대적인 파벌로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분열되고 있다는두려움이나 내러티브가 생겨난다. - P491

그는 이책에서 사회적 부족주의와 예술과 문화의 동질화라는 특징으로 단일화되어가는 현실에서 모호함과 모순에 가능한 한 침착하게 대응하는우리의 능력이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마도 프랑스의 철학자장프랑수아 리오타르는 ‘비교할 수 없는incommensurable‘ 세계 설명을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며 그런데도 그러한 세계 설명의방식으로 작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할 것이다. 말하자면 자신의
‘언어유희‘(비트겐슈타인 Wittgenstein에게서 차용한 개념)를 그 자체로 반영하고 서로 관련시키는 것, 간단히 말해 다른 사람의 영웅화와 적대화를 우리의 것과 서로 맞추고 현실에 대한 우리의 서사적 연출을 함께시도할 수 있는 공동 무대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정체성 정치 내러티브는 이에 대해 한 가지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즉 우리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동시에 서로 다른사람들이 서로다른 욕구와 지위, 특권을 가지고 있다는 두 가지 사실을 동시에 견뎌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인간으로서 우리의 영웅 여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두 가지 사실이 눈에 띈다. 하나는 우리의 서사적 본능이 우리를 한데 모이게 하고 따뜻한 불가에 둘러앉게 만든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이야기 속에 담긴 우리의 생각이 매우 보편적이어서 수천년동안 여러 문화에 걸쳐 같은 패턴을 따른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생존과 의미 발견이다. 생존과 의미 발견은 우리의 상황과 처지가 아무리다르더라도 결국 우리를 서사적으로 연결하는 문제들이다. 그리고이는 우리가 다시 모여야 할 인류의 가장 큰불로 우리를 인도한다. - P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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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저 여자를 이 팔로 안아보자! 만약그녀의 몸이 차면 이 북풍 때문에 내 몸이 차가워진 거라고 생각하고, 그녀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잠들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자.‘
나는 연장 창고에서 삽을 꺼내다가 힘껏 파기 시작했어.
살 끝이 관 모서리에 닿는 소리가 나더군. 그러자 엎드려서 손으로 후볐지. 관 뚜껑의 못 박은 자리가 벌어지고 내가 목적하던 바가 거의 이루어질 참인데, 그때 바로 묘 가장자리에서 내 머리 위로 몸을 구부리며 누군가 한숨을 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어. 내이 뚜껑을 열 수만 있다면 나를 함께 묻고 흙을 덮어주면 좋으련만!‘ 하고 나는중얼거렸어. 그리고 나는 더욱더 미친 듯이 뚜껑을 잡아떼려고 했지. 바로 내 귓전에서 다시 한숨 소리가 들리더군. 진눈깨비를 몰고 오는 바람을 물리치는 따뜻한 숨결 같은느낌이었어. 피가 통하는 산 인간이 옆에 없다는 건 알고있었지. 그러나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다가오면 눈으로 분간은 못 할망정 분명히 알 수 있듯이, 난 확실히 캐시가거기 땅속이 아니라 땅 위에 있는 걸 느꼈어.
갑자기 안도감이 심장에서부터 온몸으로 퍼지더군. 난 고뇌에 찬 일을 그만두고 당장 마음이 놓여 돌아보았지.
무어라 표현할 수 없이 위안이 되었지. 그녀의 모습이 내옆에 있었단 말이야. 내가 파낸 묘를 다시 메우는 동안 그대로 거기 있다가 나를 집까지 데려다 주었어.  - P481

내가 헤어튼과 함께 거실에 앉아 있을 때는 밖에 나가면그녀를 볼 수 있을 것 같고, 벌판을 쏘다니다 보면 집 안으로 들어오는 그녀와 만날 수 있을 것 같단 말이야. 그래 집을 나갔다가도 급히 돌아오는 거지. 그녀가 틀림없이 워더링 하이츠의 어느 곳엔가 있을 것만 같아서 말이야! 그녀가 있던 방에서 잠을 자게 되는 날에는 난 쫓겨나고 말아. 거기에 누워 있을 수가 없어. 눈을 감자마자, 그녀가 창밖에 나타나거나 판자벽 뒤로 살그머니 몸을 숨기거나,
그렇지 않으면 방으로 들어오기도 하고, 심지어 그녀가 어렸을 때 쓰던 그 베개 위에다 그 귀여운 머리를 누이기도하거든. 그러면 보려고 감았던 눈을 뜨지 않을 수 없단 말이야. 나는 하룻밤에 몇 번씩이나 눈을 떴다 감았다 해.
언제나 실망하게 마련이지만! 그렇게 나를 못살게 굴었어!
난 가끔 끙끙 소리를 내어 앓았고, 그 늙은 조셉 녀석은틀림없이 내 양심이 마음속에서 마귀를 부리는 거라고 생각했을 거야. - P482

그는 조금 뒤에 책들을 주워 모아 난로 속에 집어던져버렸다. 나는 화풀이로 그런 희생을 바치게 된 것을 그가 얼마나 괴로워하고 있는지 얼굴에서 읽을 수가 있었다. 책들이 타서 없어지는 동안 그는 그 책들에서 이미 얻었던 즐거움, 그리고 그가 그 책들에서 얻으리라 기대했던 승리감과 끊임없이 늘어나는 즐거움 같은 것을 회상하는 듯했다. 그리고 그가 그렇게 남몰래 공부를 하고 싶어 한 이유도 아울러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캐서린이 그의 길에 나타날 때까지는 하루하루의 노동과 거친 동물적인 즐거움에 만족했던 것이다. 그녀가 비웃는 것이 부끄럽고, 그녀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희망이 처음으로 그에게 공부를해야겠다는 자극제가 되었다. 그런데 인정을 받기는커녕 자신을 높이려는 노력은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왔던 것이다. - P503

"초라한 종말이군그래." 그는 방금 눈앞에 벌어진 광경을 보고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어요.
"나의 그 맹렬한 노력이 이렇게 끝장난단 말인가? 두 집을부숴버리려고 지렛대며 곡괭이를 장만해 놓고 헤라클레스와 같이 괴력을 낼 수 있도록 나 자신을 훈련했건만, 막상만반의 준비가 되고 내 힘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게 되자어느 쪽 집에서도 기와 한 장 들어내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으니! 나의 숙적들은 나를 넘어뜨리지는 못했어. 이제야말로 바로 그들의 후손에게 복수를 할 때지. 내 힘으로 할수 있지. 그리고 아무도 막지 못해. 하지만 그래서 무슨 소용이 있겠어? 난 사람을 때리고 싶지 않아. 주먹을 휘두르는 것이 귀찮아졌단 말이야! 이렇게 말하니 마치 오직아량의 미덕을 보이기 위해서 이제까지 애를 써온 것처럼 들리는데, 그와는 거리가 먼 얘기지. 난 그들의 파멸을 즐길 만한 힘도 없어졌고 쓸데없이 남을 파멸시킬 생각도 없어졌단 말이야. - P538

"그럼 죽음이 두렵진 않으세요?"
"죽음이 두렵다고? 천만에! 난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없거니와, 그런 예감도, 죽었으면 좋겠다는 희망 같은 것도없어. 왜 죽어야 하지? 이렇게 튼튼한 몸에 절제 있는 생활을 하고 위험 없는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마땅히 내머리에 검은 머리가 없어질 때까지 살아 있어야지. 그리고어쩌면 그렇게 살게 될 거야. 이런 상태로 머물 수는 없으니까! 숨쉬는 것을 나 자신이 잊지 않도록 해야겠어. 심장의 고동마저도 거의 잊지 않아야겠단 말이야! 마치 강한용수철을 뒤로 젖혀놓은 것과 같다고나 할까. 한 가지 생각에 자극받지 않으면 아무리 사소한 행동이라도 억지로하고 있는 것 같고, 하나의 보편적인 관념과 관계 없는 것은 산 것이든 죽은 것이든 억지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알 수가 없단 말이야! 내겐 오직 한 가지 소원이 있고, 내몸과 능력이 그것을 성취하기를 열망하고 있어. 얼마나 오랫동안 그리고 얼마나 꿋꿋하게 그 소원의 성취를 열망했던지 나는 그것이 꼭 성취되리라고 믿고 있지. 그것도 얼마 있지 않아서 말이야. 그것을 위해 내 생애를 바쳐왔기때문이지. 나는 소원이 성취되리라는 기대 속에 갇혀버린거야.
내가 고백한다고 해서 구원을 받는 건 아니겠지. 하지만이 고백이 내 성격의 설명할 수 없는 면에 대한 설명은 될거야. 아. 젠장! 오랜 싸움이었지. 이제 끝장이 났으면 좋겠어!" - P541

나는 포근한 하늘 아래 그 비석들 둘레를 어슬렁거렸다.
히스와 초롱꽃 사이를 날아다니는 나방들을 지켜보고, 풀을 스치는 부드러운 바람 소리를 들으며 생각했다. ‘저렇게 조용한 땅속에 잠든 사람들을 보고 어느 누가 편히 쉬지 못하리라고 상상할 수 있겠는가.‘ - P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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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 유산과 대학 외에도 미국에 필적하는 18세기와 19세기독일의 가장 최근의 딥 스토리 중 하나는 고도로 기능적인 프로이센군대와 이곳의 금욕적인 사명감이었다. 의무를 다하는 것- 위계질서와 엄격한 규칙 준수-은 일반 대중에게 품위와 덕성의 전형이 되었다. 동시에 다른 유럽 국가들과 달리 식민지 보유국이 아니라는 열등의식으로부터 철저히 위장된 민족 우월주의에 대한 열망이 생겨났다. 눈에 띄게 더 커 보이려는 열성적이고 과시적인 노력의 이상은 점차더 위험한 것으로 바뀌었다. ‘규율 없이 제멋대로인 이웃들이여, 우리가 얼마나 모범적인지 보아라‘라는 생각이 ‘독일적인 것으로 세상이 치유되어야 한다‘는 지나치게 자신감 넘치는 생각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이러한 모범성과 품위의 가치를 그 자체로 인정할 수 있으려면 공공연하게 인식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사회적 인식의 상호성이 생겨난다. 말하자면 각자가 자신의 의무를 다했는지 인식할 수있듯이 누구나 다른 사람들이 그들의 의무를 어느 정도 수행했는지를 본다. 하지만 자신의 미덕을 뚜렷하게 드러내고 과시하는 것은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과 똑같이 사회적 관습을 깨는 행위다. 말하자면중요한 것은 자신의 성공이나 긍정적인 자아실현, 집단을 위해 자신이 뒤로 물러나는 겸손함이 아니라 야망 없는 야망, 사회적 제재에 대한 두려움에서 생겨나는 공명심이다. 여기서 ‘공명심 Ehrgeiz‘의 어원을 자세히 살펴보면 매우 흥미롭다. 그러한 사회에서는 서로가 서로에게 영원한 교정 수단이 된다. 만약 그 시대에 이 모든 것을 포함하는 소셜 미디어 프로필을 작성해야 했다면 우리는 1933년까지의 독일의 딥 스토리를 불완전하나마 다음과 같이 제안할 수 있다. ‘나는내 의무를 다하고 있을 뿐이다." 또는 "우리는 각자의 의무를 다하기만하면 된다." - P371

"대략 20대 안팎의 젊은 독일인들은 자기 삶의 모든 내용, 그러니까 좀더 깊은 감정, 사랑, 증오, 환희, 슬픔뿐만 아니라 모든 화젯거리와 자극의 소재까지도 공적인 영역에서, 말하자면 거저 받는 데 익숙해져 있었다[...]." 이와 함께 특정한 서사적 고정점이 만들어졌다. 즉 해방, 또는 극단적 적대주의를 통해 다른 민족들을 비인간화시키는것으로서의 최종 승리Endsieg가 그것이다. 1923년의 인플레이션, 빈곤과 굶주림의 경험은 독일을 특히 집단적으로 ‘모든 환상적인 모험‘
에 대비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유치한 집단취기‘를 통해 고난과 굴욕에서 해방되기를 원했다. 수많은 독일인은 조국과 가족을 위해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의무를 지킬 수 없게 되었다. 상처받은 자기이미지를 회복하는 유일한 자극제는 전투적인 것이었다. 생산적인딥 스토리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틈새를 히틀러가 메웠다. - P373

하프너에 따르면 1933년 히틀러가 집권했을 때 먼저 ‘역겨움의 마법‘이 독일인들을 매료시켰고, 그 후에는 사회 전체가 이 내러티브를 따랐다. 심지어 원래는 이러한 내러티브에 반대했던 많은 사람까지 말이다. "신화시대에, 전쟁에서 패한 부족이 누가 봐도 믿을 수 없는 자기의 부족신을 버리고 승리한 적의 부족신을 수호신으로 받아들일 때 일어났을 법한 과정이었다. 지금껏 믿고 따랐던 성(聖) 마르크스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누가 보더라도 성(聖) 히틀러가 더 강력했다. 마침내 그들은 다시 강력한 내집단, 즉 신화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의무라는 오랜 딥 스토리를 위한 목표를 갖게 되었다. 동참을 원하지 않았던 사람은 내적으로 또는 외적으로 망명을했다. 1934년에서 1938년까지 독일에서는 ‘유년기의 회상록, 가족소설, 전원시‘가 호황을 누리기도 했는데, 하프너는 이러한 현상을 다가오는 전체주의의 공포로부터의 서사적 도피로서 관찰한다. 행진과 집단 수용소, 군수공장과 나치 선전 신문 <돌격대Sturmer> 상자의한가운데서 아주 끈질긴 내면성과 시간 초월성을 지닌 문학이 대량으로 만들어졌다. " 동시에 그는 조용히 또는 큰 소리로 저항할 용기가있는사람이 얼마나 적은지, 사회의 모든 집단이 얼마나 빨리 체념했는지에 대해 한탄한다. 나치 체제가 맨 처음 확립되었을 때 복종적인 민족에게 깊이 내면화된 무조건적인 순종 의식은 큰 득이 되었다. 하프너는 전 세계의 많은 국가에서 점차 확산하고 있는 민족주의가궁극적으로 독일인을 참을 수 없는 잔인함으로 이끌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이를 독일인들의 특별한 ‘이타심‘, 즉 윤리와는 상관없는 의무감으로 바꾸어 말할 수도 있다고 본다. - P374

과학소설 작가 어슐러 르귄 Ursula K. Le Guin은 자신의 에세이 「구의 운반가방 이론 The Cartier Bag Theory of Fiction(1986)에서 영웅여정이 처음에 어떻게 생겨났는지 그리고 영웅 여정이 수천 년 동안 어떤 다른 서사 방식들을 억압했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인류 초기의 채집인들은 먹을 것을 조달하는 일만 하면 됐고 아주 많은 시간을 가지기는 했지만, 흥미진진하고 긴장감 넘치는 극적인 경험은 거의 하지못했다.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는 위험한 매머드와 대담한 용사들에대해 전하는 사냥꾼의 이야기 뒤에 가려져 있었다. 르귄은 ‘살육자이야기Killer Story‘와 ‘삶의 이야기 Life Story‘를 구분한다. 한편으로는 화살이 발사되어 과녁을 맞히는 것과 같은 선형적 갈등을 담고 있는 이야기, 다른 한편으로는 큰 소동을 중심으로 굽이굽이 흐르는 이야기. 이이야기는 도구와 무기를 거부하고 에너지(음식의 형태)를 밖으로 내뿜기보다는 그것을 담을 수 있는 용기와 가방을 칭송한다. 르귄은 살육이야기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자신이 여성이라는 사실과 명시적으로 연결 지으며, 소설 특히 과학소설에서 운반가방에 상응하는 것을찾는다. 그녀는 서사를 갈등으로 환원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느낀다. 그리고 영웅을 무대에 세우기보다 가방 안에 집어넣으면 ‘토끼나감자처럼 보인다. 이것이 내가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다. 즉 소설은 그안에 영웅 대신 사람들을 담는다." - P411

이스라엘의 사회학자 에바 일루즈에 따르면 자유화와 해방으로인해 불안이 증가하면서 과장된 남성성, 즉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확인하고 공격적인 행동으로 성장하는 남성 자기 서사의 한 형태가 생겨났다. 이러한 서사가 가장 직접적으로 묘사되는 것이 포르노그래피 Pornography다. 포르노그래피는 디지털화와 그에 따라 극도로 단순화된 제작 및 배포를 통해 명백히 여성 혐오적인 차원을 다시 한번 배가시켰다. 오늘날 인터넷에 접속하는 모든 14세 청소년은 온갖 성적표현이 난무하는 폭력적인 이야기들을 소비할 수 있다. 반면 ‘페미니스트 포르노라는 방편으로 모욕적인 남성의 시선과 주도적이고 자유로운 여성의 시선을 대비시키려는 최근의 시도들은 여전히 상업적돌파구를 찾고 있다. 포르노그래피를 자세히 살펴보면 대다수의 포르노가 우리가 이 장에서 파악하고 있는 내러티브를 정확히 재현하고 있다. 즉 여성을 물건이나 함정으로 남성을 지배자나 기계로 간주하며, 성을 투쟁으로, 쾌락을 자원으로 여긴다. - P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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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가씨, 잠깐만!" 하고 저는 말을 가로막았어요.
"아가씨를 나무라는 건 아니지만요. 아가씨가 그 댁에 가서 한 행동은 좋지 않아요. 히스클리프 도련님과 마찬가지로 헤어튼도 아가씨의 사촌이라는 걸 생각했다면 아가씨의그런 행동이 얼마나 온당치 못한 짓이었는지 알았을 거예요. 적어도 헤어튼 도련님이 린튼 도련님만큼 알고 싶어한다는 건 칭찬해 줄 만한 욕심이지요. 아마 그 도련님은그저 뽐내기 위해서 배운 게 아닐 거예요. 전에도 그 도련님이 글을 모른다고 아가씨가 창피를 준 일이 있지요. 틀림없어요. 그래서 그 도련님은 모르는 걸 배워가지고 아가씨를 기쁘게 해드리고 싶었던 거죠. 그 도련님의 노력이숫자를 모를 만큼 완전하지 못하다고 해서 그를 비웃는다는 건 아주 버릇없는 짓이에요. 아가씨가 만약 그 도련님과 같은 환경에서 자랐다면 얼마나 더 나았을 것 같아요? 그 도련님도 어렸을 적에는 아가씨와 마찬가지로 영리하고재주가 있었어요. 게다가 그 야비한 히스클리프 씨가 몹시학대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건데 이제 와서 그 도련님이멸시를 당하다니 저도 기분이 나빠요." - P412

아버님에 대한 애정이 역시 무엇보다도 강했던 것이지요. 그리고 그 어른은 화를 내며 말씀하시는 법이 없었답니다. 그분은 마치 자신의 보배를 위험과 원수들 사이에놓아두고 가려는 사람이 딸에게 남겨줄 수 있는 유일한 도움은 자신의 말뿐이라고 생각하고 하는 그런 자애 넘치는말씀을 하셨어요. - P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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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의 나날은 서방님과 제가 반씩 나누어 가졌다고말씀드렸지만, 서방님은 일찍 당신 방에 드셨고 저도 대개 6시만 지나면 아무것도 할 일이 없었으니, 그 뒤로는 아가씨의 자유 시간이었지요.
불행히도, 아가씨가 차 마시는 시간이 지난 뒤에는 혼자서 무엇을 하는지 저는 생각해 본 일이 없었어요. 그리고 가끔 제 방을 들여다보며 잘 자라고 인사할 때, 아가씨의 두 볼에 생기가 돌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불그레해진 것을 보기는 했지만, 설마 그것이 추운 들판을 말을 몰고 온 탓이라고는 상상도 못 하고 그저 서재의 뜨거운 난롯가에 있었기 때문이려니 생각했답니다. - P402

그런데 우린 한 번 싸울 뻔했어. 그 애가 그러는데 7월의 더운 날을 유쾌하게 지내는 방법은 말이지. 아침부터 저녁까지 벌판 가운데 있는 히스 나무 위에 누워서 꽃 사이를 꿈꾸듯이 윙윙거리며 날아다니는 벌 소리를 듣고, 머리 위로 높이 날며 지저귀는 종달새 소리도 듣고, 구름 한점 없는 푸른 하늘을 보면서, 내리쬐는 맑은 햇볕을 쬐는거라지 뭐야. 그게 린튼의 가장 완전한 행복이라는 거야.
그런데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행복은 말이지, 살랑거리는 푸른 나무 위에 앉아 흔들거리며, 불어오는 서풍을 받으며 맑고 흰 구름이 하늘을 흘러가는 것을 보면서 종달새뿐만 아니라 지빠귀, 굴뚝새, 방울새, 그리고 뻐꾸기 같은 새들이 사방에서 울어대는 소리가 들리고, 거기에 시원해보이는 으스름 골짜기를 드문드문 이루며 멀리 뻗쳐 있는 벌판이 보이고, 가까이는 산들바람에 물결치듯 나부끼는긴 풀이 무성한, 굽이치는 커다란 언덕이 있고 숲이며 소리 내며 흐르는 시내, 그리고 온 세상이 기쁨에 깨어 날뛰는 모습을 보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행복이라고 했어. 린튼은 모든 것이 평화의 황홀경에 취해 누워 있기를 원했고, 나는 모든 것이 눈부신 환희 속에서 빛나고 춤추는 것이더 좋다고 했지.
내가 그의 천국은 반만 살아 있고 반은 죽은 거라고 했더니 그 앤 내 천국이 술에 취한 상태라는 거야. 그래서그가 그리는 천국에서는 나 같으면 잠이 오겠다고 말하니가 그 애도 내가 그리는 천국 같은 데서는 숨을 쉬지 못할거라면서 골을 내잖아.  - P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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