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 번 저 여자를 이 팔로 안아보자! 만약그녀의 몸이 차면 이 북풍 때문에 내 몸이 차가워진 거라고 생각하고, 그녀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잠들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자.‘ 나는 연장 창고에서 삽을 꺼내다가 힘껏 파기 시작했어. 살 끝이 관 모서리에 닿는 소리가 나더군. 그러자 엎드려서 손으로 후볐지. 관 뚜껑의 못 박은 자리가 벌어지고 내가 목적하던 바가 거의 이루어질 참인데, 그때 바로 묘 가장자리에서 내 머리 위로 몸을 구부리며 누군가 한숨을 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어. 내이 뚜껑을 열 수만 있다면 나를 함께 묻고 흙을 덮어주면 좋으련만!‘ 하고 나는중얼거렸어. 그리고 나는 더욱더 미친 듯이 뚜껑을 잡아떼려고 했지. 바로 내 귓전에서 다시 한숨 소리가 들리더군. 진눈깨비를 몰고 오는 바람을 물리치는 따뜻한 숨결 같은느낌이었어. 피가 통하는 산 인간이 옆에 없다는 건 알고있었지. 그러나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다가오면 눈으로 분간은 못 할망정 분명히 알 수 있듯이, 난 확실히 캐시가거기 땅속이 아니라 땅 위에 있는 걸 느꼈어. 갑자기 안도감이 심장에서부터 온몸으로 퍼지더군. 난 고뇌에 찬 일을 그만두고 당장 마음이 놓여 돌아보았지. 무어라 표현할 수 없이 위안이 되었지. 그녀의 모습이 내옆에 있었단 말이야. 내가 파낸 묘를 다시 메우는 동안 그대로 거기 있다가 나를 집까지 데려다 주었어. - P481
내가 헤어튼과 함께 거실에 앉아 있을 때는 밖에 나가면그녀를 볼 수 있을 것 같고, 벌판을 쏘다니다 보면 집 안으로 들어오는 그녀와 만날 수 있을 것 같단 말이야. 그래 집을 나갔다가도 급히 돌아오는 거지. 그녀가 틀림없이 워더링 하이츠의 어느 곳엔가 있을 것만 같아서 말이야! 그녀가 있던 방에서 잠을 자게 되는 날에는 난 쫓겨나고 말아. 거기에 누워 있을 수가 없어. 눈을 감자마자, 그녀가 창밖에 나타나거나 판자벽 뒤로 살그머니 몸을 숨기거나, 그렇지 않으면 방으로 들어오기도 하고, 심지어 그녀가 어렸을 때 쓰던 그 베개 위에다 그 귀여운 머리를 누이기도하거든. 그러면 보려고 감았던 눈을 뜨지 않을 수 없단 말이야. 나는 하룻밤에 몇 번씩이나 눈을 떴다 감았다 해. 언제나 실망하게 마련이지만! 그렇게 나를 못살게 굴었어! 난 가끔 끙끙 소리를 내어 앓았고, 그 늙은 조셉 녀석은틀림없이 내 양심이 마음속에서 마귀를 부리는 거라고 생각했을 거야. - P482
그는 조금 뒤에 책들을 주워 모아 난로 속에 집어던져버렸다. 나는 화풀이로 그런 희생을 바치게 된 것을 그가 얼마나 괴로워하고 있는지 얼굴에서 읽을 수가 있었다. 책들이 타서 없어지는 동안 그는 그 책들에서 이미 얻었던 즐거움, 그리고 그가 그 책들에서 얻으리라 기대했던 승리감과 끊임없이 늘어나는 즐거움 같은 것을 회상하는 듯했다. 그리고 그가 그렇게 남몰래 공부를 하고 싶어 한 이유도 아울러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캐서린이 그의 길에 나타날 때까지는 하루하루의 노동과 거친 동물적인 즐거움에 만족했던 것이다. 그녀가 비웃는 것이 부끄럽고, 그녀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희망이 처음으로 그에게 공부를해야겠다는 자극제가 되었다. 그런데 인정을 받기는커녕 자신을 높이려는 노력은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왔던 것이다. - P503
"초라한 종말이군그래." 그는 방금 눈앞에 벌어진 광경을 보고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어요. "나의 그 맹렬한 노력이 이렇게 끝장난단 말인가? 두 집을부숴버리려고 지렛대며 곡괭이를 장만해 놓고 헤라클레스와 같이 괴력을 낼 수 있도록 나 자신을 훈련했건만, 막상만반의 준비가 되고 내 힘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게 되자어느 쪽 집에서도 기와 한 장 들어내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으니! 나의 숙적들은 나를 넘어뜨리지는 못했어. 이제야말로 바로 그들의 후손에게 복수를 할 때지. 내 힘으로 할수 있지. 그리고 아무도 막지 못해. 하지만 그래서 무슨 소용이 있겠어? 난 사람을 때리고 싶지 않아. 주먹을 휘두르는 것이 귀찮아졌단 말이야! 이렇게 말하니 마치 오직아량의 미덕을 보이기 위해서 이제까지 애를 써온 것처럼 들리는데, 그와는 거리가 먼 얘기지. 난 그들의 파멸을 즐길 만한 힘도 없어졌고 쓸데없이 남을 파멸시킬 생각도 없어졌단 말이야. - P538
"그럼 죽음이 두렵진 않으세요?" "죽음이 두렵다고? 천만에! 난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없거니와, 그런 예감도, 죽었으면 좋겠다는 희망 같은 것도없어. 왜 죽어야 하지? 이렇게 튼튼한 몸에 절제 있는 생활을 하고 위험 없는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마땅히 내머리에 검은 머리가 없어질 때까지 살아 있어야지. 그리고어쩌면 그렇게 살게 될 거야. 이런 상태로 머물 수는 없으니까! 숨쉬는 것을 나 자신이 잊지 않도록 해야겠어. 심장의 고동마저도 거의 잊지 않아야겠단 말이야! 마치 강한용수철을 뒤로 젖혀놓은 것과 같다고나 할까. 한 가지 생각에 자극받지 않으면 아무리 사소한 행동이라도 억지로하고 있는 것 같고, 하나의 보편적인 관념과 관계 없는 것은 산 것이든 죽은 것이든 억지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알 수가 없단 말이야! 내겐 오직 한 가지 소원이 있고, 내몸과 능력이 그것을 성취하기를 열망하고 있어. 얼마나 오랫동안 그리고 얼마나 꿋꿋하게 그 소원의 성취를 열망했던지 나는 그것이 꼭 성취되리라고 믿고 있지. 그것도 얼마 있지 않아서 말이야. 그것을 위해 내 생애를 바쳐왔기때문이지. 나는 소원이 성취되리라는 기대 속에 갇혀버린거야. 내가 고백한다고 해서 구원을 받는 건 아니겠지. 하지만이 고백이 내 성격의 설명할 수 없는 면에 대한 설명은 될거야. 아. 젠장! 오랜 싸움이었지. 이제 끝장이 났으면 좋겠어!" - P541
나는 포근한 하늘 아래 그 비석들 둘레를 어슬렁거렸다. 히스와 초롱꽃 사이를 날아다니는 나방들을 지켜보고, 풀을 스치는 부드러운 바람 소리를 들으며 생각했다. ‘저렇게 조용한 땅속에 잠든 사람들을 보고 어느 누가 편히 쉬지 못하리라고 상상할 수 있겠는가.‘ - P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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