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나 원장은 능히 그런 사람을 골라 내어 지하 보고에서 쳐죽이고, 수도원 명예를 높인답시고 그 콩팥을 꺼내어 성보 상자에다 넣을 수 있는 위인이다. 그러니프란체스코회 수도사들, 비천한 소형제 수도사들이야 이거룩한 집에서 쥐구멍밖에 찾을 것이 있겠느냐? 허나, 저 원장이라는 자를 보면 쥐구멍도 찾게 해줄 성싶지도 않다.......<고맙소, 윌리엄 형제, 황제 폐하께서 기다리실 것이오. 이아름다운 반지가 보이지요? 그럼 안녕히 가시오> 그렇게는안 될걸. 이건 나와 원장 사이의 문제가 아니다. 나와 내 직무사이의 문제다. 나는 내 직무가 끝나기 전에는 이곳을 떠나지 않는다! 내일 아침에 떠났으면 했지? 그래. 이게 제 집이니까, 오라 가라 할 수 있을 테지....... 오냐, 그렇다면 내일아침까지는 내 일을 끝내는 수밖에...... 그래, 기필코 끝내고말겠다.
「끝내어야 합니까? 이제 이 사건의 조사는 사부님 의무에서 떠나지 않았습니까?
「아드소, 우리에게 그런 의무를 지운 사람은 없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나는 알 것은 알아야 하는 사람이다.」 - P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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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징벌하기 위해, 더러운 자들을 피로 정화하기 위해 죽였습니다. 어쩌면정의를 향한 미치광이 같은 욕망에 쫓긴 것인지도 모릅니다.
인간인 한, 하느님에 대한 넘치는 사랑이나 지나친 무류에겨워 죄를 짓는 수가 있습니다. 우리는 주님이 보내셨고, 마지막 날 영광의 승리자로 선택하신, 참 영혼을 가진 대중이었습니다. 우리는 당신네들의 파멸을 앞당기고, 천국에서그 상을 받고자 했습니다. 우리만이 그리스도의 사도였을뿐, 다른 이는 모두 그분을 배반한 이단자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게라르도 세가렐리는 신목(神木), <믿음의 뿌리에서 싹튼 신의 식물planta Dei pullulans in radice fidei>이었습니다. 우리 교단은 하느님께서 몸소 세우신 교단입니다. 우리는 하루 빨리 당신네들을 몰살시키기 위해 무고한 자도 죽이기를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평화와 행복이 모두에게두루 미치는, 보다 나은 새 세상을 바랐습니다. 우리는 당신네들의 탐욕이 불러 일으킨 전쟁을 줄이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무고한 사람을 죽인 것입니다. 당신네들이 그러지 않았습니까? 정의와 행복이 뿌리내리려면 우리 모두가 피를 흘려야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사실은...... 사실은 그런데도 최후의 날은 앞당겨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스타벨로에서 카르나스코 강물을 핏빛으로 만들 필요가 있었습니다. 거기에는우리 피도 섞여 있었습니다. 우리 피와 당신네들의 피가……돌치노의 예언이 실현될 날이 가까워진 듯해서 우리로서는그 징조가 보이는 날을 앞당겨야 했던 것이지요.」레미지오는 부들부들 떨면서 두 손을 법의 자락에다 비볐다. 머리로 상상했던 피를 실제로 닦고 있는 것이었다. - P714

그러나 나는 여기에다 여섯째 조항을 덧붙입니다. 나는정통신앙과 정면으로 맞서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단자들에게 사악한 사상을 불어넣는 서물(物)의 저자까지 이단자무리에 포함시킬 것임을 밝혀 둡니다.」그는 이렇게 말하면서 우베르티노를 노려보았다. 황실측의 소형제회 사절단은 그제서야 베르나르의 뱃속을 들여다본 것이었다. 회담은 완전한 실패로 돌아간 셈이었다. 그 뒤로, 그날 오전에 오고 갔던 이야기를 다시 입에 담는 사람은없었다. 말을 해봐야 어차피 그날의 사건 이야기밖에는 할것이 없는 터에 공연히 이단 혐의만 날아들 것이기 때문이었다. 베르나르가, 양측의 화해 협상을 깨뜨리기 위해 교황이보낸 사람이라면, 베르나르는 임무를 썩 훌륭하게 완수한 셈이었다. - P724

 내 사부님이신 로저 베이컨의 지식에 대한 갈망은 탐욕이 아니었다. 그분은 당신의 지식을 쓰시되, 하느님백성의 삶을 개선시키는 데 쓰셨다. 따라서 그 분은 지식 자체를 위한 지식은 구하지 않으셨다. 그러나 베노는 제 삶을가꾸는 수단으로서, 제 비천한 욕망을 충족시키는 수단으로서, 다른 인간을 믿음의 전사나 이단의 첨병을 만드는 수단으로서의 지식을 구한다. 이것이 탐욕이다. 탐욕이라고 해서꼭 육(肉)의 탐욕만 있는 것이 아니다. 베르나르기는 탐욕스러운 위인이다. 베르나르는 정의에의 탐욕에 사로잡혀 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것은 정의에의 탐욕이 아니라 권력에의 탐욕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우리의 신성한, 그러나그래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별로 신성하지 못한 교황은 부(富)에의 탐욕에 사로잡힌 자이다. 식료계 레미지오? 이자는소시적부터 제 몸으로 체험함으로써 저 자신을 변용시키겠다는 탐욕에 사로잡혀 있던 자이다. 그러나 이제는 참회와죽음에의 탐욕에 사로잡혀 있을 게다. 베노는 서책에 대한탐욕에 지나친 집착을 보인다. 제 씨앗을 땅에 흘린 오난의경우가 그러하듯이, 무릇 모든 탐욕이 그러하듯이, 베노의탐욕은 참으로 덧없는 것, 세상과 인간에 대한 사랑과는 아무 인연도 없는 것인 법이다.」 - P735

베노 수도사는 이제 제 손에 들어온 서책의 선을 지킨답시고 그 책을 호기심에 찬 시선으로부터 지킬 터인데 어떻게이것을 선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서책의 선은 읽혀지는 데 있다. 서책은 하나의 기호를 밝히는 또 하나의 기호로 되어 있다. 기호는 이렇게 모여서 한사상(事象)의 모습을 증언하는 게다. 이를 읽는 눈이 없으면,
서책은 아무런 개념도 낳지 못하는 기호를 담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그런 서책은 벙어리나 다를 바가 없다. 이 장서관은 원래 서책을 보관하기 위해 만들어진 모양이다만 이제는그 서책을 묻어 버리고 있구나. 이 장서관이 부정과 죄악의수채 구멍이 된 것도 다 그 때문이다. 레미지오는 제가 배신을 당했다고 생각하더구나. 베노도 그랬고....... 그런데 베노를 보아라. 베노는 저 자신을 배신하고 있다. 참으로 지긋지긋한 하루였구나. 피가 튀고 이 세상 귀퉁이가 우르르 무너지는 것 같은 하루였다. 이 하루가 어찌 이리도 길었던고. 종과 성무 시간이다. 어서 들렀다가 자리에 들자.」 - P736

나는 이제 와서야 자연 철학의 원리를 근거로 하는 사부님의 예언, 혹은 삼단 논법을 이해한다. 그러나 당시에는 그의예언이나 추론이 나에게 하등의 위안거리도 되지 못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여자가 화형을 당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나는 책임을 느꼈다. 여자가 화형을 당하면, 내가 지은 죄까지 사함을 받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하도 부끄러워 눈물을 떨구며 내 방으로 돌아와 밤새울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그 여자의 이름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이름을 알았더라면, 동료들과 멜크 수도원에서 몰래 돌려 가며 읽던 기사 무훈담의 주인공처럼 사랑하는 이의 이름을 부르면서 밤새 애통해 할 수 있었을 것을......
이것이 내가 경험한, 처음이자 마지막인 세속적 사랑이다. 그때도 그랬고 그 뒤로도 그랬지만 나는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불러 본 바가 없다. - P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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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선에는 위선적인 자비와 얼음장 같은 냉소와 냉혹한 독기가고루 무르녹아 있었다. 그의 위선적인 자비는 피의자에게<두려워 말아라, 너는 지금 네 선을 드러내어 악을 가리려는형제들 앞에 있음이다>, 얼음장 같은 냉소는, <네가 네 선을모르니 내가 일러 주리라>, 냉혹한 독기는, <심문하고 있는한 너는 내 수중에 있다>,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레미지오는 사태가 어떻게 진전될 것인가를 어렴풋이 헤아리고 있을 테지만, 베르나르 기의 침묵과 의도적인 지연 작전은 레미지오를 견딜 수 없게 하는 것 같았다. 심문관의 침묵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피의자는 그만큼 기가 꺾이면서 사람값이 깎이다가 결국은 체념하고, 손에다 잔뜩 침을 칠하고기다리는 심문관의 먹이가 되는 것이 보통이었다. - P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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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진화의 첫 3억 년간 이어진 오랜 침묵을 깨뜨린 첫 바다 동물은 닭새우였을 것이다. 바닷가재의 먼 친척뻘인 현생 닭새우는 더듬이가 길고 표면이 까끌까끌하며 커다란 앞발이 없는 것으로 알아볼 수있는데, 전 세계 따뜻한 바다에서 서식한다. 닭새우는 길이가 1미터넘게 자랄 수 있으며, 해마다 8만 미터톤 넘게 잡히는 중요한 식량 공급원이다.
이다음에 슈퍼마켓 갔을 때 얼음 조각들 사이에서 닭새우가 보이거든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라. 바닷속에서 처음으로 소통을 위한소리를 낸 얼굴이니까. 닭새우는 더듬이 밑동의 혹을 눈 아래로 지나가는 매끄러운 이랑에 문지른다. 이 꽉꽉 소리는 실제로 들으면 무척요란해서 포식성 어류나 갑각류를 올러 쫓아내기에 충분했다. 오늘날 일본이나 서유럽의 연안 같은 황금 어장에 수중청음기를 내리면 시간당 수십마리의 닭새우를 탐지할 수 있다. 가장 큰 개체의 소리는 3킬로미터까지 퍼지기도 한다. - P102

장기적으로 보자면 우리가 지금의 인간 목소리를 가지게 된 것은 젖 덕분이다. 구체적로 말하자면 고대 원포유류(原哺乳類) 어미가 새끼에게 먹이던 젖 말이다. 젖먹이기가 진화하기 전 원포유류 새끼들은 주변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양분으로 삼았다. 부모가 가져다줄 때도 있었지만 대개는 스스로 찾아야 했다. 씨앗, 식물성 먹이 소형 먹잇감 동물을 먹으려면 복합적이고 때로는 단단한 먹이를 장에서 소화할 수 있어야 했다. 에너지와 양분은 종종 공급이 부족하여 새끼의 성장 속도를 제약했다. 그러다 영양피부분비물(nutritive skinsecretion)이 발명되면서 이 제약이 깨져 새끼는 족쇄에서 풀려났다.
어미는 먹잇감을 잡아 소화하는 고된 일을 도맡은 채 영양이 풍부하고 소화가 잘되는 먹이를 새끼에게 공급했다. 새끼에게 젖을 먹이려면 어미에게는 힘과 너그러움이 둘 다 필요했다. 젖먹이기 진화의 최초 단계는 아직 불분명하지만, 현생 동물의 DNA를 연구했더니 2억년 전 즈음 암컷 포유류에게 젖샘(유선)과 특수 유단백질이 생긴 것으로 밝혀졌다. 이 새로운 새끼 먹이기 방법이 진화하려면 어미의 생리와 행동이 달라지는 것과 더불어 새끼의 목도 재설계되어야 했다. 오랜 세월이 지난 뒤, 이 혁신들 덕에 인간은 언어 능력을 얻게 된다. 우리의 언어는 이 고대의 어미들에게 물려받은 유산이다.
파충류는 빨지 못한다. 파충류의 주둥이, 혀, 목은 구조가 약하며복잡한 근육을 지탱할 뼈대가 없다. 변화는 포유류의 진화 초기에 일어났다. 포유류의 목에 있던 가느다란 V꼴 목뿔뼈(설골)가 네 개의 가지가 돋은 튼튼한 안장으로 바뀐 것이다. 근육들은 이 가지에 붙은채혀, 입, 후두, 식도를 강화하고 안정시켰다. 화석 증거로 판단컨대 1억 6500만년 전 포유류의 목뿔뼈와 근육은 파충류의 헐겁고 개방된구멍을 힘세고 일사불란한 빨기 수단으로 탈바꿈시켰다.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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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수도원 수도사의 안내를 받아 이자와 마녀를 독방에다분리 감금하라. 수도사는 벽의 고리에다 단단히 묶어 두되심문이 시작되면 언제든 끌어 내어 올 수 있도록 하라. 여자는 정체가 분명해진 이상 화형대로 보내는 마녀 재판이 따로 열릴 터이다. 따라서 밤중에 끌어 내어 심문할 일은 없을것이다.」베르나르 기는 끌려가는 살바토레에게 진실을 말하고 공범을 대면 죽음을 면하는 길도 있다는 말을 하는 것도 잊지않았다.
두 사람은 대장간 지하로 끌려갔다. 살바토레는 정신이 반쯤 나가 버린 사람처럼 조용히 끌려 나갔고, 여자는 도살장으로 끌려 들어가는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발버둥치며 끌려 나갔다. 그러나 여자가 외마디 소리로 뱉어 내는 사투리는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베르나르 기나 경호병들도 알아듣지못하는 모양이었다. 말하자면 소리를 질러대고 있는데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말에는 권능을베푸는 말이 있고, 무리를 비속의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말이있다. 평범한 대중의 속된 언어가 바로 후자의 범주에 속하는데, 하느님께서는 마땅히 이들에게 지혜의 세계와 권능의 세계에서 두루 통용될 자기 표현의 능력을 선물로 주셔야 했을터인데 어째서 그 반대로 하셨는지 나는 모르겠다. - P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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